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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도록 서글픈 매창 ...{매창시집}

  • 등록일
    2005/02/12 00:30
  • 수정일
    2005/02/12 00:30

전에 잠깐 썼던 네이버 블러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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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창 시선]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 부안입니다.

 

뭐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저 들를때마다

남모르는 감회가 있다고나 할까 ?....^^

마을 마을 마다

그리고 그 곳 언저리마다

새록새록 정감들을 만들어 주는 그런 곳이거든여.....^^

 

그런 부안에 가면

동네 곳곳에

매창이라는 시짓는 기생에 대한 전설이 있습니다.

황진이와 쌍벽을 이루는 기생시인이면서

기생담지않게 개인 시집을 가지고 있는

어찌보면 살아생전엔 황진이 보다 불우했을지 몰라도

사후엔 그 애끓는 마음이 길이길이 보전된 그런 여자입니다.

 

평생 떠돌며 밥 얻어먹는 법이라곤 배우지 못하고

오직 매화나무 창가에 비치는 달빛이나 사랑했어라.

세상 사람들 내 고요하고 한가로운 뜻 알지 못하고

제멋대로 헛된 꿈이라 하며 손가락질만 하는구나.

        -「기첩(妓妾)」

 

기생이라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그저 술자리에서의 노리개로 여겨지던 때에

자신의 출신때문에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속박때문에

손가락질 당하는 삶을 살았지만

언제나 시를 읊는 마음으로 그런 삶을 인내하고

자신만의 사랑과 삶을 살아간 멋진 여자입니다.

 

 아직도 차가운 봄날 엷은 옷을 기우는데

따사로운 햇살 한 점 사창을 비추는구나

머리 수그리며 손 가는 곳 바라보노니

구슬같은 눈물 떨어져 실 바늘 적시는구나

         -「自恨」

 

그런 매창에게는 두 명의 남자가 있었습니다.

영원한 매창의 그리운 임이었던 유희경과 매창의 진정한 친구였던 허균.  

 

매창은 한창 젊은 나이인 열여덟살에 당시 평민출신으로 대시인으로 불리웠던 유희경을 만나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게 되고 또 유희경을 지아비로 섬기게 됩니다.

하지만 당시 유희경이 평민 신분이라서

세상의 어수선함에 휩쓸려(임진왜란 등) 헤어지게 되고

이어 교산 허균을 만나 정신적인 친구로 지내며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술 취한 손님 명주저고리 옷소매 붙잡으니

거친 손길에 옷자락 소리내며 찢어졌어라

명주저고리 하나쯤이야 아까울 게 없으나

님 주신 정 찢겨졌을까 그것이 두려웁구나

            -「贈醉客」

 

평생토록 천대받는 신분으로 님을 사랑한 슬픈 마음을 가지고 살았던 매창

시대의 변화를 신분상승의 기회로 삼아 각고의 노력으로 꿈을 이룬 유희경,

새로운 사회를 추구하며 자유분방한 자세로 좌충우돌하다가 끝내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허균

 

이 세사람이

어쩌면

부안의 그 애끓는 정속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서로의 죽음에 슬퍼하는 그런 느낌이

시 읽는 내내 참 아렸습니다.

 

에휴.......^^

 

허균이 능지처참으로 처절하게 생을 마감하기 일년 전에

매창이 죽음었다는 소식을 듣고 두번이나 대성통곡을 하고 적은 시랍니다.

양반 신분으로 기생이 죽은 것을 이처럼 통곡할 수 있었던 대단한 사람인 허균과

그런 사람에게 이처럼 정신적인 사랑을 받았던 매창....둘을 보면 참 아리지 않나여 ?.....^^  

 

한번 감상해 보시지여.......^^

 

오묘한 글귀는 비단폭을 펼친 듯 아름답고

청아한 노래는 갈 길 멈춘 구름도 풀어헤치네

천도복숭아 훔쳐 인간세계로 내려오더니

끝내는 불사약 훔쳐 모두를 남기고 떠났네

부용꽃 수놓인 창가엔 등불조차 희미하고

비취빛 치마에선 아직도 향내 일고있는데

내년 어여쁜 복사꽃 필 때쯤에는

그 누가 다시 설도의 무덤 찾아 울으리

    -「哀梅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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