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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에 미끄러지다

초상집에 갔다가

새벽 1시가 지나 집에 들어갈 때까지

희끄무레한 밤길이 평소처럼 멀쩡했는데

출근한다고 5시 30분에 집을 나서니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눈은 계속 내리고

조심조심 대전역을 향해 차를 몰았다.

 

커브길이었다.

야, 이거 미끄러지겠구나,

절대로 브레이크는 밟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의 준비를 다한 찰나,

빙글빙글 내 차가 미끄러진다,

차 뒷꽁무니가 속수무책으로 오른쪽으로 내달리고

나는 핸들을 왼쪽으로 꺾으면서

통제를 벗어난 차를 길에다 내맡겼다,

신기하여라,

오른쪽으로 한바퀴 돌던 차가

다시 지그재그 왼쪽으로 돌아가는구나,

어디 핸들은 오른쪽으로 따라가면 되나,

빙글빙글 도는 의자 회전의자에

임자가 따로 있나 앉은 채로 돌면 되지,

어느 새 차는 오른쪽으로 다시 돌아서서

미끄러지다가 인도를 향해 나아간다,

어느 방향인지 몰라도

핸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쪽으로 차를 트는데,

스르르르르

건너편 보도경계석에 내 차의 뒷바퀴가 닿기 직전에

차가 비로소 멈추었다,

가던 방향과 반대쪽으로.

 

아무도 없는 새벽길에

곡예운전 한번 짜릿했도다,

하마터면 기차를 놓칠 뻔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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