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고르기(5월 9-11일/줄곧 비)
- 신문지 멀칭 2011/05/16
- 바빴던 일주일 2011/05/09
- 밭 갈기 2011/05/01
- 많은 종자, 부담 백배 2011/04/11
- 게으른 농부 (2) 2011/04/04
올 농사계획 세우자 - 첫째 날(5월 2일/짙은 황사 7-23도)
농사짓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준비했던 시험이 끝났다. 막판엔 시험 자체에 목메는 바람에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지만. 그래도 뭔가 알아간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그나저나 노동절에 웬 시험이람.
올 농사는 작년보다 더 다양한 작물을 심는다. 따라서 밭 만드는 일도 신중해야 한다. 일단 귀농본부에서 받은 종자들은 널찍이 따로 떼어서 만들어야 할 판이고. 여기저기에서 많은 사라들이 보내준 씨앗들도 또 따로 떼어서 만들어야 한다. 거기에 서울 동생네 밭도 쪼그맣게 만들어야 하고 우리 먹을 과일 심을 곳도 따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진 죄다 서리태와 팥.
내일도 오전까진 황사가 심하다고 하니 오후에 느지막이 밭에 나가 어떻게 밭을 만들어야 할지 찬찬히 생각해봐야겠다. 시험이 끝났으니 잠깐 놀고는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이미 많이 늦었으니. 그러나 저러나 어제가 노동절이었니, 한마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그대가 잃을 것은 착취의 쇠사슬이요. 만국의 농부는 유기농하라. 그대가 잃을 것은, 음. 석유의 쇠사슬이다.
* 이번 주 계획
- 토요일 비 소식이니 목요일까진 밭을 만들고
- 금요일 오전엔 골에 호밀, 율무 심고, 오후엔 참외, 토마토 등 모종 심자
올 농사계획 세우자 - 둘째 날(5월 3일/황사 11-19도)
오랜만에 밭에 나가 괭이질을 했더니 팔뚝이 다 쑤신다. 8시 반쯤부터 11시 조금 넘어서 까지 일했으니 겨우 2시간 반인데. 배고픈 건 10시부터고 10시 반이 지나니까 괭이 잡은 손이 후들후들. 아무래도 목요일까진 꼬박 밭 만들기 해야 겨우 될까 싶다. 토요일에 비가 온다고 하니 무조건 금요일엔 호밀을 뿌려야하니, 내일부터라도 속도를 내야 한다. 정 안되겠음 오후에도 나가봐야겠다.
* 5월에 할 일
- 10일 이전에 호밀, 옥수수, 율무, 토종오이 심기와 각종 모종내기(올 핸 토마토와 참외만 심는다. 고추는 50주)
- 20일 이전에 조, 수수, 고구마 심기
- 30일 이전에 기장, 들깨, 서리태, 메주콩, 쥐눈이콩 심기

밭 만들기 - 첫째 날(5월 4일/약한 황사 6-22도)
어젠 팔뚝이, 오늘은 종아리가 땡긴다. 아무리 운동부족이라고는 하지만 좀 심하지 싶다. 겨우 두, 세 시간씩밖에 일한 것 치곤 말이다. 겨우겨우 모종 사다 심을 곳하고 귀농본부에서 보내준 종자들, 다음 카페에서 얻은 씨앗들 심을 자리만 만들었는데도. 시간은 훌쩍 지나고 다리는 저리고. 배고프단 핑계로 또 일찍 돌아온다.
밭 만들기 - 둘째 날(5월 5일/맑음 8-24도)
아침 일찍 나와 한참을 일하고 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거. 내일 고랑에 쭉 호밀을 뿌릴 것인데 그때 두둑 만들기를 하면 두 번 일하지 않아도 될 듯. 서둘러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는 밭 이쪽저쪽 귀퉁이로 물 빠질 길만 낸다. 지난 번 밭 갈고 배수로를 안 팠더니 어떤 데는 아직도 질퍽질퍽. 내일 밤부터 비, 하루 쉬었다 또 월요일, 화요일 비가 온다고 하니 배수로 만드는 일도 급한 셈.
모르긴 몰라도 1년에 300일은 어린이 날일 터인데도 뭔 어린이 날인지. 차도 1개가 주차장이 되고 쏟아져 나온 아이들에 그 부모들까지. 그 어수선한 틈을 헤치고 학곡리 농협에 나가 내일 심을 모종 이것저것을 사다 나르니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맘 같아선 베란다에 쌓여 있는 콩도 치우고 싶지만 그건 정말 마음뿐.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겨우겨우 일어나 내일 심을 호밀만 챙겨둔다.
* 고추 모종 50개
* 아삭이, 오이고추 각 4개씩
* 방울토마토 10개, 토마토 4개
* 애호박 4개

호밀(5월 6일/맑음 8-27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골에 호밀을 심었다. 예보로는 밤늦게나 온다던 비가 한창 일할 때 와 고생을 좀 했지만. 그래도 작년엔 이틀 걸려 했던 일을 하루에 다 마쳤으니 몸은 힘들어도 기분은 좋다. 또 토마토며 고추 모종 몇 개도 같이 심었는데, 따로 물을 길러오는 수고를 하지 않았으니 시간도 절약된 셈. 하지만 빗속에서 괭이질을 했더니 손바닥 여기저기에 물집이 잡히고. 옷은 호밀 물이 또 여기저기 들어 알록달록. 모종도 모종이지만 씨앗을 심지 못한 것도 마음에 걸린다. 4월 말에는 심었어야 할 것들도 있는데다 월요일부터 또 비가 온다고 하니 일요일 하루에 다 심을 수 있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고구마도 심어야 하고 사다 놓은 고추도 심어야 하고. 휴~. 일이 몰리고 있군.
하루 종일 이것저것 심다(5월 8일/맑음 11-18도)
8시 조금 넘어 오라는 말에 느긋이 나섰던 농협엔 훨씬 전부터 나와 있어 보이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안 그래도 한창 바쁠 때인데다 때맞춘 비 소식에 오늘 중으로 모종 심기를 마치려는 듯. 다들 바쁜 마음에 길게 늘어선 줄 뒤로 여기저기서 난리도 아니다. 들어오는 모종을 전산처리가 돼야 다시 팔 수 있는데 그게 시간이 걸리니 말이다. 벌써 해는 중천에 떴고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렸다는 사람들도 있고.
결국 삼십분을 기다렸다 겨우 고구마와 참외 모종을 사들고 다시 집으로. 또 집에서 전전날 사뒀던 고추 모종까지 자전거에 싣고 밭으로 향하니 벌써 9시. 목 뒤로 햇볕이 따갑다. 점심 전까지 고구마를 다 심고 옥수수며 이것저것 씨앗들도 다 심으려 했는데 결국. 겨우 고구마 200주 심고 나니 12시가 훌쩍 넘는다. 이러다 이거 가져온 거 오늘 내로 다 심을 수나 있으려나.
결국 밥은커녕 대충 빵으로 요기하고. 참외 심고, 옥수수 심고, 고구마 모자란 것 같아 중앙시장 가서 다시 100주 한 다발 사다 더 심고. 귀농본부와 다음카페에서 여러 사람들이 보내준 씨앗들 이것저것 심고. 물집 잡힌 손가락이 쥐어지지 않을 때쯤 되니 그럭저럭 마무리. 하아 힘들다. 대체 몇 시나 된 거야. 허걱. 4시 반. 꼬박 7시간을 내리 밭에서 일한 셈이다.

* 고구마 300주
* 참외 10개
* 오이 4개
밭 갈기(4월 29일/가끔 비 2-17도)
늦었다. 지난주부터 이틀 걸러 내리는 비도 비지만 일요일에 있는 시험 때문에 농사 준비가 많이 늦게 됐다. 내리 사흘간 오락가락 하던 비는 그쳤지만 내일 또 제법 많은 비가 온다고 해 서둘러 밭 갈아주는 아저씨와 약속을 했기에 다행이지. 까딱했음 5월 돼서야 밭을 갈 뻔 했으니.
분명 아침 10시에 밭에서 보기로 했는데 10시 30분이 되도 보이질 않는다. 작년 일도 있으니 집을 나오면서 확인 전화를 해야 했는데, 역시나. 딴 곳에서 가서 일을 하고 계신다. 그러면서도 자기 때문이 아니라 비 때문에 일이 그렇게 됐다고 한다. 어허. 분명 오후에 했으면 하고 말을 꺼냈지만 아저씨가 먼저 아침에 하자, 해서 약속을 그리 잡았건만. 영 딴소리다. 언제쯤 올 수 있으세요, 하니 세 시간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런. 그러지 말고 아예 오후 늦게 보자고 하니 그럼 4시에 만나자고 한다. 별 수 없다. 기계 가진 사람은 저쪽이니 그리 하는 수밖에.
작년에 썼던 플래카드를 걷어내고 있으려니 할머니 한 분이 저만치 오신다. 밭에 있는 나물 좀 뜯어가도 되겠냐고 하시는데, 오후에 밭을 갈려고 하니까 천천히 뜯어 가세요, 하고 일어서니. 할머니, 이것저것 물어보며 이바구를 거신다. “이 밭 혼자서 다 하누?” “이제 뭐 심을라구?” 에라, 이참에 밭에 나고 있는 나물이 대체 뭐가 있는 건지 물어나 보자. 덩덜아 할머니께 이것저것 묻고, 답하고. 여긴 개망초가 많이 있다며 삶아 무쳐 먹으란다. 가만 보니 지천에 개망초다. 아니 이건 개망초 밭이다.


일요일에 시험만 아니었음 밭에 더 있으면서 다른 나물도 찾아봤을 터인데. 잠깐 밥 먹고 도서관가서 책보다 다시 밭으로 나가니. 밭 입구에서부터 벌써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다행이다. 그새 위쪽 밭은 다 로터리를 치셨고, 골내고 아래 쪽 밭 만들면 되니 한 시간이면 될 듯. 작년 속 썩였던 밭 한가운데 돌덩이도 치우고, 동네 아주머니 한 분 오셔서 아저씨랑 노닥노닥. 예상보다 조금 늦게 끝나긴 했지만. 그래도, 내일 비가 온다는데 이제라도 밭을 다 갈았으니 참 다행이지 싶다.
많은 종자, 부담백배(4월 9일/맑음 2-19도)
두드리면 열리리라, 인가. 구하면 얻으리라, 인가. 아무튼 잘 모르겠으나, 귀농본부와 카페 등 여기저기에 부탁한 종자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종자들. 대략 가짓수만 해도 20여 종이 훌쩍 넘으니. 반송료 500원에 채종한 수고에 보내주는 정성까지 받느라 몸 둘 바를 모른다. 보답으로 잘 키우겠다, 내년엔 꼭 다른 이들과 나눔 하겠다, 고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부담 백배. 하지만 이런 부담감이 한번 이라도 더 밭에 나가도록 이끄는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머지않은 시점에 더 다양한 농사를 짓기 위해 필요한 경험과 배움이라면 즐겁게 받아들여야 할 터이다. 이제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더는 없겠고, 곧 밭도 갈고 이랑도 만들고 해야 하는데. 전부터 짓던 농사는 그것대로 아래쪽 밭으로, 이번에 새로 구한 종자들은 위쪽 밭으로 하는 농사계획을 세워봐야겠다.
* 귀농운동본부에서 보내준 씨앗: 검정수수, 찰옥수수, 율무, 조(꼬장조, 메조, 청산적차조), 붉은기장, 당근, 뿔시금치, 들깨
* 다음카페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내준 씨앗: 쥐눈이콩, 수세미, 홍화, 페루꽈리, 적오크라, 단수수, 해바라기, 흰들깨, 검은찰옥수수
종자 구하기(3월 29일/맑음 1-9도)
작년엔 팥과 땅콩에 도전했다. 결과는 대체로 만족. 팥은 햇볕에 널어놓은 걸 보고 여기저기서 팥이 좋다며 팔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땅콩은 시기를 놓쳐 한 번 실패한 후 두 번째 심은 것들이 주렁주렁 꼬투리를 달고 나왔다. 워낙 심은 것 자체가 적었기는 했지만 그래도 열 번 이상은 삶아먹은 듯하니. 팥이며 땅콩 모두 괜찮았던 셈이다.
올해엔 잡곡 종자를 더 늘려 심기로 했다. 우선 콩을 3년씩이나 연작한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옥수수와 간작으로 심기도 하고, 한해엔 아래쪽 밭에 심었다가 다음 해엔 위쪽 밭으로 옮겨심기도 하고. 메주콩만 심은 것도 아니고 서리태며 팥과도 섞어 심기도 했으니. 큰 병해나 충해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한 가지만 계속 심으면 땅에게도 좋지 않을 터이고. 또 자꾸자꾸 안 해본 것들을 해봐야겠기에 좀 더 가짓수를 늘리기로 한 것이다.
지난주에 귀농본부와 괴산잡곡, 다음카페 두 군데에 잡곡 종자를 구한다는 글을 남겼다. 다행히도 주말을 지나면서 귀농본부와 괴산잡곡에서 메일이 왔고. 오늘 오후엔 본부 간사와 통화까지 하고 몇 가지 잡곡 종자를 받기로 했으니. 일단 출발은 좋다. 올 가을 꼭 채종까지 해서 나눔을 해야 한다는 다짐까지 했으니 귀농본부에서 보내준 잡곡은 좀 더 신경을 써야겠고. 다음 달 중순쯤 괴산잡곡을 통해 또 다른 종자들은 구입해야 할 듯. 지금으로선 다음카페 쪽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으니 그렇다. 그래도 아직은 농사 준비할 시간이 넉넉히 남았으니 여기저기 더 알아봐야겠고. 카페에도 한 번 더 글을 올려야한다. 구한 것 또 구할 수 있는 것은 제하고 구체적으로 필요한 것만 추려서 말이다.
게으른 농부(4월 3일/맑음 0-17도)
대체 뭐 하고 살았나 싶네. 겨울 내내 베란다에 쌓아둔 것들을 보고 있으려니 드는 생각은. 참 게으른 농부다, 밖엔 없다. 서리태며, 메주콩은 그래도 털어놨으니 쭉정이, 콩깍지, 돌만 골라내면 되는데. 가마니로 한가득 담겨있는 팥은 까지도 않았으니. 이제 곧 올 농사준비도 슬슬 시작해야 하는데. 결국 또 닥쳐서야 일을 한다.
어제, 오늘 이틀을 꼬박 쭈그리고 앉아 돌 골라내고 쭉정이 골라냈더니 서리태는 끝이다. 봉지로 두 봉지가 나왔으니 첫 도전치곤 괜찮은 건가. 허나 심었던 면적을 생각해보면 그닥 수확량이 많은 건 아닐 듯. 서리태보다 적게 심은 팥이 반가마니니 그렇다. 그래도 종종 집에서 먹는 밥에 검은 콩을 넣어 먹을 수 있겠다, 서리태 두부며, 두유도 만들어 먹을 수 있겠다, 싶으니 흐믓.
다음 주엔 낮엔 실기 시험공부하고, 밤엔 팥이나 까고 골라야겠다. 한 일주일 하면 다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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