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콩대 뽑기 2009/10/19
  2. 메주콩 (2) 2009/09/28
  3. 풀베기 2009/09/21
  4. 가는 날이 장날 2009/09/14
  5. 풀천지 2009/09/07

콩대 뽑기

from 09년 만천리 2009/10/19 15:16

콩대 뽑기 - 첫째 날(10월 6일/맑음 10-25도)

 

근 보름여 만에 밭에 나왔다. 중간에 추석이 끼여 있었다 해도 그야말로 모처럼만에 나온 셈이다. 고추 수확에 말리기를 하고 나니 급하게 할 일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명절을 전후해 부쩍 날씨가 쌀쌀해지니 콩깍지가 조금씩 벌어지는 듯하다. 서둘러 콩대를 뽑아 말려야한다. 이제 밭에 남은 거라곤 콩과 고구마이니 천천히 일을 해도 되겠지만 갑자기 추워지는 춘천 날씨를 감안하면 늘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콩대 뽑기 - 둘째 날(10월 7일/바람 강함 10-22도)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떨어지는데. 오늘은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더 춥게 느껴진다. 이대로 초겨울로 들어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 아무래도 이번 주까진 콩대를 다 뽑아 말려야하고. 다음 주 주말쯤엔 털어야겠다. 그리고 나면. 쉬엄쉬엄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고구마 캐기만 남는다. 이제 올 농사도 거진 다 끝나간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휑하다. 

 

콩대 뽑기 - 셋째 날(10월 8일/바람 강함 9-20도)

 

어제보다 바람이 더 세게 부는 것 같다. 기온도 더 떨어졌고. 이젠 자전거를 타도 땀이 나질 않는다. 한여름 잡초와 씨름하며 지낸 여름이 어느새 다 지났구나, 생각하니 또 마음 한켠히 휑하기만 하다.

 

나중에 심은 것이나 일찍 심은 것이나 콩이 여무는 건 비슷한 듯하다. 일지를 보니 일찍 심은 것은 5월 초에, 나중에 심은 것은 6월 초이니 근 한 달 간격이지만 똑같이 콩깍지가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일찍 심은 것이 키를 높이 키워냈고, 그만큼 콩도 더 매달리고 있지만. 아무래도 내년엔 좀 더 일찍 감자를 심어 뒷구르로 콩을 심는 게 낫을 듯싶다.

 

콩대 뽑기 - 넷째 날(10월 9일/맑음 6-21도)

 

낮 기온은 아직 20도를 오르내리지만 아침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진다. 벌써 춘천으로 이사를 온지도 1년 9개월이고, 겨울을 한 차례 나기는 했지만 이렇게 급강하 하는 아침, 저녁 날씨엔 아직도 적응하기 쉽지 않다.

 

오늘까지 대충 콩대를 다 뽑아 세웠다. 아직 여물지 않은 것들만 남겨뒀는데 그닥 많지 않으니 다음 주엔 콩을 털어야 한다. 가을 가뭄이 심하다고는 하지만 그때까지 비 소식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돌아오는 길에 고추장아찌나 담글 요량으로 여적까지 매달려 있는 풋고추들을 한가득 따왔다.

 

<이제 햇볕에 잘 말려 털면 콩농사도 마무리네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10/19 15:16 2009/10/19 15:16
Tag //

메주콩

from 09년 만천리 2009/09/28 10:30

메주콩 - 첫째 날(9월 22일/맑음 13-25도)

 

내일이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이다. 추분이면 고추를 따서 말리고, 김장 농사(배추와 무, 열무 등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메주콩을 거두어야 하는데. 늦게 심은 건 아닌데도 메주콩이 덜 여물어 아직은 거둘 때가 아닌 듯하고. 엊그제 내린 비 때문인지 이제 한풀 꺾이려는 듯싶던 잡초만 무성하다.

 

이제 선선한 가을 날씨에 무에 그리 바쁘게 할 일이 있을까 싶어 느지막이 밭에 나왔기에 콩밭에 부쩍 키를 높인 잡초 잡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늘 호미며, 낫을 챙기긴 했지만 저문 해에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이번 주는 콩 심은 곳 김매기에 매진해야겠다.  

 

메주콩 - 둘째 날(9월 23일/맑음 12-26도)

 

꾸준히 아침 기온은 떨어지는데 낮 기온은 들쭉날쭉하다. 어떤 때는 27-8도까지 오르기도 하고 구름이 끼거나 정오 무렵까지 안개가 껴도 25-6도는 기본이지만 비가 온 전후로는 20도에도 못 미치고 하는 게 요즘 날씨인 게다. 덕분에 일하는 데는 그 어떤 때보다 좋긴 하지만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는 듯 풀이 쑥쑥 자라 걱정이 크다.

 

무릎으로 기다시피 하며 콩 밭을 휘젓고 다닌다. 어떤 건 콩보다도 높게 키를 키운 풀들을 잡기 위해서인데. 누가 보면 조금 있음 수확할 때인데 뭔 김매기냐 싶지만, 그래도 그냥 뒀다가는 잡초로 뒤덮일 것만 같아서다.

 

일찍은 아니지만 서둘러 아침부터 나온 덕에 두어 시간밖에 일을 하지 못했지만 콩 심은 곳 절반은 풀을 매준 것 같다. 어제만 같아도 이번 주 내내 풀을 매야 할 것 같았지만 오늘 진도나간 것을 볼 땐 모래나 글피면 끝날 듯. 이제 콩 밭 풀베기만 끝나면 올 농사도 거진 다 마친다.

 

메주콩 - 셋째 날(9월 24일/맑음 13-24도)

 

순지르기를 해주지 않아서일까. 콩이 많이 달려서일까. 비가 한 번씩 오면 콩대가 몇 개씩 쓰러졌는데. 물론 그때마다 일으켜 세워주긴 했지만. 풀을 베면서 다시 보니 여기저기 쓰러진 콩대가 많다. 그래도 콩들이 잘 여물고 있어 다행이긴 하다.

 

처음 콩 밭을 봤을 땐 사나흘은 매달려야 할 것만 같았는데. 이틀 바짝 일을 하고 나니 거진 일이 마무리됐다. 덕분에 오늘은 한 시간 남짓만 손을 보고는 또 며칠 만에 빨간 고추를 한 봉지 넘게 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9/28 10:30 2009/09/28 10:30
Tag //

풀베기

from 09년 만천리 2009/09/21 19:18

풀베기 - 첫째 날(9월 14일/흐림 15-21도)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밭에 난 풀들의 기세는 등등하기만 하다. 고추를 따고 말리느라 눈길 한 번 주지 못했던 아래쪽 고구마 밭이 온통 풀천지이니. 얼추 눈대중으로 봐도 호미로 풀매기는 글렀고. 누가 초보 농부 아니랄까봐 낫 들고 풀베기에 나선다.

 

두어 시간 남짓 풀을 베어냈더니 고구마 심은 곳은 물론이고 콩 심은 곳까지도 손을 댈 수 있다. 한 이틀 정도만 시간을 더 내면 옥수수 심은 곳까지 말끔히 정리를 할 수 있겠다, 싶다.

 

풀베기를 하고 나니 풀이 한 무더기 나오는 건 당연지사. 봄부터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어볼 요량으로 밭 한쪽에 따로 모아두긴 한데. 사실 퇴비를 만드는 건지 그냥 쓰레기만 버리는 건지 모르겠다. 오늘만 해도 풀은 풀대로 음식물은 음식물대로 따로따로 모아져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다음 달에 있는 퇴비 만들기 교육이라도 들어야지, 싶다.  

 

풀베기 - 둘째 날(9월 15일/맑음 16-26도)

 

이틀째 풀베기다. 여름 내내 김매기를 했건만 조금 선선한 날씨에 방심했더니 금세 풀밭이 된 곳들을 말끔히 베어내니 속이 다 후련하다. 이제 깨 심었다 깨는커녕 풀만 키 높이로 자란 곳만 정리하면 대충 밭 정리가 끝난다.

 

풀베기 - 셋째 날(9월 16일/맑음 14-27도)

 

늦은 시간. 밭에 나가야 하나, 하루 쉴까, 잠시 고민하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자전거에 오른다. 오늘 하루만 더 낫질을 하면 아래쪽 밭은 말끔하게 될 것 같아서다.

 

깨를 심었지만, 영 시원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여름부터는 아예 풀밭이 된 곳을 한 시간 남짓 풀베기를 하니 대충 정리가 된다. 밭 둘레 빙둘러가며 심은 옥수수야 아직 따지도 않은 것들이 있으니 좀 더 있다 해도 되니 말이다.

 

늦게 나왔으니 해가 지는 것도 빠르다. 자전거에 다시 오르기 전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저녁 먹고 난 후 군것질할 요량으로 옥수수 몇 개를 담아간다.   

 

         

<며칠만 손을 놔도 금세 풀천지가 된다 (왼쪽과 오른쪽이 확연히 다르지요)>

 

끝물 고추(9월 18일/맑음 14-28도)

 

무더위가 한 풀 꺾이는가 싶었는데 아직은 아닌가보다. 어제만 해도 낮 기온이 26도 머물렀고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게 이제 더는 불볕더위가 없겠다, 했는데. 오늘은 최고 기온이 28도에 육박하고 햇볕도 뜨거워 도로 8월로 돌아간 것 같기만 하다.

 

해질녘이 돼서야 겨우겨우 늘어진 몸을 추스르고 밭에 나간다. 어제, 그제 풀베기를 하면서보니 더는 생길 것 같지 않았던 빨간 고추가 제법 달려 있는 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생각 같아선 좀 더 기다렸다 이달 말쯤 한 번에 수확을 할까도 했지만. 언제 갑자기 찬바람이 불지도 가늠하기 힘든데다 다음 주 월요일엔 비 소식까지 있기에. 또 이젠 병에 걸린 것들이 그렇지 않는 것들보다 많기 때문에. 빨리 거두어야겠단 마음이 들어 늦었지만 밭에 나온 것이다.

 

끝물이라 그런지 두 시간을 넘게 고추를 땄지만 포대를 반도 채 채우지 못했다. 아무래도 보기보단 병에 걸린 것들이 많아서다. 그래도 용케 한여름을 보내고 가을 초입까지 잘 살아남아 빨간 고추를 만들어낸 것들이 기특하기만 하다. 이제 추석을 전후해서 풋고추를 수확해 장아찌를 담그면 올 고추농사는 얼추 마무리가 되는데. 작년에 비한다면 올 해는 무척 잘 됐다, 싶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9/21 19:18 2009/09/21 19:18
Tag //

가는 날이 장날

from 09년 만천리 2009/09/14 14:21

가는 날이 장날(9월 7일/흐리고 비 19-24도)

 

얼마 전 뿌렸던 씨가 싹을 냈다. 씨를 뿌리고 비가 통 오질 않아 걱정을 했는데 싹을 낸 것이다. 때 아닌 가을가뭄인가. 아직 땅이 갈라질 만큼은 아니지만 바짝 마른 게 영 마음에 걸린다. 해서 배추며, 무, 싹을 낸 열무, 아욱 등에 물을 길어 주는데, 이런 잔뜩 흐린 날씨가 오후 들어서는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가는 날이 장날인가 보다.   

 

또 빨간 고추 따기(9월 11일/흐림 14-23도)

 

아무래도 이번 고추 수확이 마지막일 듯한데. 아직은 낮 기온이 27, 8도를 오르내리지만 아침, 저녁으로 부는 찬바람이 고추를 더 빨갛게 하긴 역부족일 것 같기 때문이다. 이미 두 번째 태양초를 만들었기는 하지만. 더 빨간 고추를 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니 전체가 병에 걸린 고추대도 아쉬워 한 번 더 보게 된다. 하나라도 더 건지기 위해서다. 고추를 수확할 때면 어김없이 모기에 여기저기 뜯기기는 하지만 두 시간 넘게 쉬지도 않고 열심히 따낸다. 

 

         

<며칠 전  씨를 뿌렸던 열무와 아욱에서 싹이 났다. 오른쪽이 열무 왼쪽이 아욱>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9/14 14:21 2009/09/14 14:21
Tag //

풀천지

from 09년 만천리 2009/09/07 14:48

풀천지(9월 2일/맑음 14-28도)

 

딱 일주일 만에 밭에 나갔더니 온통 풀천지다. 그 동안 비가 이틀 정도 오기도 했지만 갑작스레 응급실로, 게다가 하루 입원까지 하는 바람에 그리됐는데.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도 하고 해서 이렇게까지는 아니겠지 했건만. 막상 풀로 뒤덮인 밭을 보니 심란하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데. 우선 퇴비를 넣어둔 곳에 이랑 만들기부터 한다. 가을 채소를 심어야 하는데 퇴비만 넣고 이태까지 방치했기 때문이다.

 

10여분 만에 이랑 하나를 후딱 만들고는 호미와 낫을 들고 고구마 밭으로 뛰어든다. 다행이도 고구마 줄기가 잘 뻗어 나와 다른 데 보다는 좀 낫긴 하다. 그래도 줄기 사이사이로 삐죽삐죽 나온 풀을 일일이 호미로 뽑아내야 하니 쉽지만은 않다. 또 땀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모기들 때문에 괜히 짜증까지 난다.

 

땀도 식힐 겸 그동안 손대지 못했던 가지며, 토마토며, 깻잎이며, 치커리 등을 수북이 따는데. 그새 해도 짧아졌는지 어둑어둑하다. 서둘러 자전거에 오르는데. 오랜만에 저녁 밥상이 풍성할 걸 생각하니 입에 침이 고인다.  

 

                       

   <씨앗을 심은 무는 싹이 텃고 모종을 사다 심은 배추는 벌레가 여기저기를 뜯어 먹긴 했어도 잘 자란다>

 

가을 채소(9월 3일/맑음 14-28도)

 

해 뜨기 전과 해 지기 전 날씨만 보면 영락없는 가을 날씨다. 선선한 바람도 바람이거니와 15도를 넘지 않는 기온으로 이젠 덥지 않겠다, 싶다. 하지만 정오를 기준으로 언제 그랬냐 싶게 햇볕이 따가워 아직은 조심해야 한다.

 

아침 일찍 옥상에 고추를 널어놓고는 서둘러 밭으로 나간다. 조금만 지체하면 금방 더워지기도 하겠지만 오늘처럼 맑은 날은 뭐를 심어도 좋은 날씨기 때문이다. 물론 내일이나 모래 쯤 비가 온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봄에는 아욱이며, 근대, 열무, 시금치까지 많은 채소를 심었었다. 하지만 무에 그리 바쁜 일이 많았는지 열무는 키워놓기만 하고 맛도 못 봤다. 또 아욱이며 근대는 언제 수확을 해야 하는지 몰라 허둥대다 결국 제 손으로 뽑아내야 했다. 이래서야 어디, 초보 농부 티 팍팍 내는 거 아닐까.

 

해서 가을 채소는 이것저것 심지 않기로 했다. 김장 무와 배추는 이미 심었으니 열무 조금하고, 상추, 아욱, 치커리. 이 정도면 족하다. 다만 이번엔 때를 놓치지 말아야지.

 

* 감자 수확량 - 11.3kg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9/07 14:48 2009/09/07 14:48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