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에 쓰러지길 두 어번, 잎이 누렇게 되고 아래쪽 고추부터 썩어가기 시작했다(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으나 결국 10여주를 뽑아낼 수밖에 없었다(아래).>

 

장마 소강상태(7월 21일/무더움 23-30도)

 

거의 일주일 넘게 이틀 간격으로 쏟아 붓던 장맛비가 그쳤다. 예보로는 당분간 비가 오지 않겠다고 하는데 밭 상태를 봐선 정말 다행이지 싶다. 어제 하루를 쉬고 나왔는데도 아직까지 고추 밭 배수로에 물이 쫄쫄 흐르고 있으니 말이다. 아마 이대로 며칠 더 비가 왔다면 고추 농사 끝났을 거다.

 

모처럼 아침 일찍 나왔더니 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심어놓고 통 들여다보지 못했던 옥수수 밭 김매기도 하고, 한 번 풀을 뽑아줬던 고구마 밭도 조금 손을 댔으니. 하지만 신발은 이슬에 다 젖고 옷은 땀으로 범벅이니 꼭 아침이라고 해서 일하기 쉬운 것만은 아니다. 더구나 일 끝내고 돌아갈 때쯤이면 해가 중천에 떠서 되려 더 덥기만 하다.

 

장맛비가 그렇게 내렸는데도 빨간 토마토와 방울토마토가 주렁주렁이다. 참외도 서너 개 노랗게 됐고. 요즘만 같으면 과일 주전부리가 부족함이 없겠다. 매일매일 따내도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또 열리니 말이다.

 

아침안개(7월 22일/무더움 19-30도)

 

장맛비가 그치니 춘천 본래의 날씨로 되돌아 왔다. 큰 일교차, 그리고 그로 인한 안개.

 

저녁나절에 일하는 것과 아침녘에 일하는 것, 둘 다 장단점이 있다. 우선 저녁에 일을 할 경우, 우선 일하는 데 덥지가 않아 좋다. 밭 주변에 그늘을 만들어 줄만한 거라고는 거의 다 지어가고 있는 아파트뿐인데 밭에서 보면 서쪽 방향에 있어 해질녘에 그 덕을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늘을 만들어 주는 시간에 맞춰 나가다 보면 금세 어둑어둑해져 일하는 시간이 짧아진다.

 

다음 아침에 일하는 경우는, 그 반대라고나 할까. 일단 밭에 도착할 때까진 선선한 게 좋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해가 뜨는 속도와 비례해 기온이 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다 배가 고파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면 벌써 한 낮 더위와 맞먹게 된다. 그리고 곧 땀으로 범벅이다. 그러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얼마나 멀게만 느껴질까. 하지만 저녁때 두어 시간 일하는 거에 비하면 근 서, 너 시간은 너끈히 있을 수 있으니 딱 언제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장맛비 때문이기도 하고 무더위 때문이기도 하고 저녁나절에 일하다 오늘부터는 다시 아침에 나오기로 했다. 앞에서 말했듯 더운 게 문제이긴 하지만 워낙 일이 밀려 있기 때문이다. 엉성해진 지주대도 다시 묶어줘야 하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김매기도 해야 하고, 곧 감자도 캐야 하기 때문이다.

 

토마토케첩(7월 23일/무더움 20-29도)

 

연일 토마토가 빨갛게 열린다. 둘이 먹기엔 만만치 않은 양이다. 사실 토마토만 그런 게 아니다. 참외도 그렇고, 방울토마토도 그렇고, 채소는 모종을 10개, 20개만 심어도 한참 열매를 만들어 낼 땐 주체하기 힘들다.

 

작년엔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탓에 채 익지도 않은 토마토를 두 바구니가 넘게 따서 식초에 담구기도 했다. 설탕 조절을 잘못해서인지 그다지 맛이 나지 않아 아직까지 세 병이나 남아 있긴 하지만 그런대로 오래두고 먹을 수 있게 만든 셈이다.

 

오전에 세 시간 가량 옥수수 심은 곳과 채소 심은 곳 김매기를 해주고, 지난 장맛비에 엉망이 된 지주대도 다시 튼튼히 세워도 주고, 역시나 빨간 토마토 한 바구니를 따서 집으로 오니 냉장고 과일 칸이 가득 찬다. 대체 이 많은 걸 어쩌나.

 

결국 토마토를 다 끄집어내고는 무르거나 따온 지 오래된 것들을 골라내 작년에 담갔던 매실액을 섞어 케첩을 만든다. 토마토가 워낙에 단맛이 많아 매실액을 조금만 넣었는데도 다 만들고 나니 어찌된 게 파는 것 마냥 달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할 땐 많아 보였는데 만들면서 맛보고, 다 만들고 밥에 조금 비벼먹고, 또 감자에 묻혀먹으니 한 병도 채 안 된다. 이런.

 

고추를 뽑아내다(7월 25일/흐림 18-25도)

 

결국 고추 10여주를 뽑아내고 말았다. 지난주까지 퍼붓던 장맛비에 쓰러졌다, 일으켜 세웠다, 다시 쓰러졌다, 를 반복했던 고추들이 시들시들하더니 몇 주는 살아나고 몇 주는 잎이 몽땅 시들해지며 아래쪽 고추부터 말라가 하는 수 없이 뽑아 버린 것이다. 그래도 짱아찌나 부각이라도 만들 요량으로 말라비틀어진 것들을 빼고 나머지 고추를 다 거두니 비닐봉지로 세 봉지다.

 

죽어가는 고추를 다 뽑아내고는 어제 내린 비로 또 물이 쫄쫄 빠지고 있는 배수로를 다시 파내고 나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난다. 서둘러 호박 지주대도 다시 튼튼히 묶어주고 고추와 콩 심은 곳에 제초 작업을 두 이랑 하고 곧 자전거에 오른다. 모래 있을 조카 백일 선물 때문에 저녁에는 시내로 나가야하기에.

 

<참외, 토마토, 호박, 오이, 방울토마토, 가지... 우와 하루에 이만큼씩이나? 감자는 좀 있다 한 번에 캐야겠다>

 

풍성한 여름(7월 26일/맑음 18-25도)

 

내일은 모처럼 서울 나들이다. 겸사겸사, 올라가는 김에 맛 뵈기로 한참 많은 열매를 만들어주는 호박이며, 참외, 토마토 등을 한 바구니씩 따가야겠다. 해서 일요일이라 쉬려했지만 잠시 밭에 들르는데, 조금씩만 담는다고 했는데도 이것저것 담으니 자전거가 다 무거울 지경이다. 정말 풍성한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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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7 20:33 2009/07/2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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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걸러 쏟아진 장대비에 고추가 쓰러졌다> 

 

첫째 날(7월 13일/흐리고 비 19-27도)

 

9일 날은 200mm, 어제는 130mm의 비가 내렸다. 다행히 밭 한쪽만 빼곤 물 고인 곳이 없다. 하지만 며칠 간격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니 밭에 물기가 잔뜩 이다. 또 물 고인 것 빼곤 괜찮은 듯싶었던 고추도 몇 주가 쓰러졌다. 급한 마음에 콩 밭에서 흙을 퍼다 고추를 바로 세우고 지주끈도 다시 묶어주지만 어째 엉성하기만 하다. 아무래도 비 그치면 대대적으로 손을 봐줘야겠다.

 

고추 밭에 발을 들이민 김에 제멋대로 자라게 내버려두었던 잡초 제거를 하니 금세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그래도 낫질을 하면 할수록 고추 밭이 깨끗해지니 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래 한 시간 남짓 열심히 낫질을 하는데 이런. 낫자루가 힘없이 ‘툭’ 부러지고 만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고 했던가. 낫이 없다고 하다만 제초를 그만둘 수 없어 괭이를 이리저리 휘둘러보는데. 오호 그럭저럭 낫 역할을 꽤 한다. 하지만 어찌 낫을 따라갈 수 있을까. 결국 고추 밭 제초는 다 하지도 못하고 빨갛게 익은 방울토마토와 오이 몇 개를 따고는 자전거에 오른다.

 

잔뜩 흐렸던 하늘에서 한 방울, 두 방을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다행히 집이 코앞이다. 쓰러진 고추가 걱정돼 서둘러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는데. 쓰러진 고추는 억지로 세우면 뿌리에 바람이 들어가 섞을 수 있다며 그냥 나둬야 한다는 얘기도 있고 쓰러진 고추 옆에 지주대를 대주고 세워줬더니 다시 잘 자랐다는 사람도 있다. 답답한 마음에 계속 노트북 앞에 앉아 있지만 뭐가 정답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쓰러진 고추는 세웠으니 이젠 오면서 가면서 잘 살펴줘야 하는 수밖에.

 

둘째 날(7월 15일/맑음 22-27도)

 

어제 또 200미리가 넘게 비가 내렸다. 연일 쏟아지는 비에 여기저기 비 피해가 심하다. 여기 춘천도 곳곳에 농경지가 침수되고 하천이 넘치고 산이 무너졌다. 또 밭과 인접한 하천 제방 일부가 침수되면서 다리가 무너지기도 했다.

 

그제 비가 잠시 그쳤을 때 쓰러진 고추를 일으켜 세워 놓긴 했지만 어제 비로 몽땅 다 도로 쓰러지고 말았다. 임시방편으로 콩 밭 흙을 떠다 쓰러진 고추를 일으켜 세워보지만 아무래도 지지하는 데 힘이 부친다. 연일 계속된 비로 지반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탓이다. 주말에 또 비가 온다는 데 지금으로선 비의 양이 많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일으켜 세워도 다시 내린 비로 또 쓰러졌다. 이제 엔간히 왔으면 좋겠는데.....>

 

셋째 날(7월 16일/무더움 21-32도)

 

모처럼 해가 보인다. 밭 상태로 봐선 이쯤해서 비가 그치고 오늘처럼 맑은 날씨가 계속돼야 할 텐데 내일 또 비소식이다. 쬐끄만 밭 하면서도 이리 마음이 편치 않은데 빚까지 내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어쩔까. 이제 엔간히 왔으면 좋겠다.

 

일으켜 세운 고추들 가운데 몇몇이 시들시들하다. 물이 덜 빠진 곳에 있는 것들이다. 아무래도 내일과 모래 비가 더 오면 살아남기 어려울 듯하다. 아직까지도 배수로에 물이 쫄쫄 흐르고 있으니.

 

한 낮 따가움을 피해 나왔더니 얼마 일도 못한다. 비오는 데 온 신경을 다 쓰느라 돌보지 못했던 채소와 과일 심은 곳에 김매기도 해주고 여전히 물이 빠지지 않고 있는 고추 밭에 배수로도 다시 파주고 하니 금세 어둑어둑해지니 말이다. 부쩍 빨갛게 잘 익어가는 방울토마토와 비오면 맛이 떨어진다는 참외 한 봉지를 따니 사위가 어둡다.

 

넷째 날(7월 18일/무더움 23-30도)

 

어제 또 비가 내렸다. 그래도 다행히 양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간 내린 비로 이미 땅이 흠뻑 젖은 상태라 일으켜 세운 고추가 잘 버티고 있는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래서일까. 급한 마음에 30도에 이르는 무더위가 올 거라는 것도 잊고 한 낮에 집을 나선다. 꼭 고추 밭만 살펴보고 오자 다짐하며.

 

우려했던 것과 달리 쓰러진 고추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한 번 쓰러졌던 것들은 여전히 시들시들하고 자꾸만 옆으로 기우뚱 기우뚱 쓰러지려 해서 다시 지주끈을 동여매준다. 또 틈나는 대로 고랑사이 김매기도 하고 아직도 물이 빠지고 있는 배수로도 다시 파준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일이 많다.

 

고추 밭만 살펴보고 오자, 했는데 어찌 일 하다 보니 그게 쉽지가 않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어도 조금만 더, 조금 만 더, 하다 보니 점심때가 훌쩍 지났으니. 그래도 혼자 일하다 둘이 일하니 진도도 빨리 나가고, 언제 손봐줘야지 하면서 바라보고만 있던 채소밭 김매기까지 하니 힘들긴 해도 일할 맛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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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9 19:30 2009/07/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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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바귀(7월 6일/무더움 20-31도)

 

엊그제 모처럼 서울엘 다녀왔다. 춘천으로 이사를 오고 난 후 간간이 서울 혹은 의정부엘 가게 되는데 엊그제도 그랬듯이 어찌 그리 사람 많은 곳에서 살았는지 매번 의문이 생긴다. 아마 그 안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절대 모를 일일지만 말이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서울에 다녀오지 않았어도 주말에는 웬간해선 일하지 말자, 했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불과 이틀새 풀이 무릎까지 올라왔다. 물론 애벌도 못해준 콩 밭 한쪽은 키 높이로 풀이 자랐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하지만 모처럼 어머니까지 함께 밭에 나왔기에 일보다는 아삭이며, 호박이며, 오이, 참외, 방울토마토 수확에만 매달린다. 또 밭 한쪽 귀퉁이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지만 뭔지도 모르는 주인만나 눈길조차 한 번 받아보지 못했던 씀바귀도 한 바구니 가득 담아낸다. 아무래도 내일 낮엔 비빔밥을 먹게 될 것 같다.

 

소서(小暑)(7월 7일/무더움 22-29도)

 

본격적인 더운 날씨로 접어든다는 소서다. 이맘때가 되면 밭농사에는 김매기가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농약을 쓰지 않으려면 아침, 저녁으로 호미를 들고 밭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땅심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농사를 지으려면 농부가 감내해야 할 몫이지만 아직은 힘만 든다는 생각뿐이니, 농부 되는 길이 쉽지 않다.

 

남쪽 지방엔 기록적인 비로 작물 피해가 났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여긴 새벽에 잠깐 온 것 빼곤 감감무소식이다. 아니 한 낮엔 이글거리는 해 때문에 밖에 나가기가 두려울 지경이다. 또 해질녘 쯤 되면 선선한 바람이 불던 것도 그쳤다. 한마디로 일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무더위가 계속되니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사방이 풀천지다. 그래도 이제 하루 이틀이면 대충 콩 밭은 정리가 될 것 같아 다른 쪽에도 신경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급한 건 옥수수를 심어놓은 곳과 한 차례 김을 매주기는 했지만 또 풀이 정강이까지 올라온 고구마 밭이다. 모래 장맛비 후엔 여기부터 손을 봐줘야겠다.

 

                          

     <오른쪽은 고구마 줄기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낫으로나마 김매기를 해준 왼쪽은 그래도 좀 낫다>

 

낫으로 하는 김매기(7월 8일/무더움 21-30도)

 

고구마와 감자를 심어놓은 곳은 한 번 김매기를 했지만 콩 밭 풀 잡느라 신경을 안 썼더니 무릎까지 풀이 올라왔다. 다행히 오늘로 콩 밭 김매기가 끝나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감자는 호미로 풀을 매면서 함께 북주기도 하면 좋으련만 워낙 손봐야 할 곳이 많아 결국 낫으로 쓱쓱 잘라내고 만다. 아무래도 고구마, 감자 밭은 이제 호미는 무용지물일 듯하다.

 

장마(7월 10일/무더움 17-29도)

 

며칠 동안 비는커녕 무더위가 계속돼 장마예보가 무색했었는데 어제 비로 체면치레는 한 것 같다. 춘천만 해도 무려 200미리가 넘는 장대비가 하루 종일 지속됐으니 말이다. 덕분에 하루 잘 쉬기는 했지만 잡초란 게 비가 오고 나면 급속히 자라는 속성이 있어 이만저만 걱정이 크다. 게다가 이틀 정도 쉬었다 또 많은 비가 온다고 하니 고추 지주끈도 한 번 더 묶어줘야 하고, 이래저래 일이 꽤 된다. 또 느지막이 밭에 나가봤더니 고추밭에 물이 빠지지 않은 곳도 있으니 내일은 일찍부터 움직여야 할 듯하다.

 

마음은 급한데 비는 내리고(7월 12일/흐리고 비 18-28도)

 

내일부터 또 비소식인데 이번엔 제대로 된 장맛비다. 월요일에 잠깐 그쳤다 다시 수요일까지 쭉 비다. 그리도 목요일쯤 쉬었다 또 주말에 비다. 뉴스에선 장마예보를 하지 않기로 했던 기상청이 머쓱해졌다고 하는데 그러고도 남겠다.

 

어제 비 그치고 나온 밭 한쪽에 물이 고인 게 보였었다. 또 콩 밭 김매기에 잠시 소홀했던 고구마 밭과 고추 밭에 풀이 꽤 올라왔다. 수확하는 재미에 풀 올라오는 줄 몰랐던 채소밭도 손봐줘야 한다. 한마디로 할 일이 태산이란 얘기다.

 

일단 급한 게 고추 밭 배수로 정비인 것 같아 괭이부터 집어 든다. 고추는 배수가 잘 돼야 병이 오지 않는다고 하던데 물이 고였으니 어쩔 수 없다. 한 삼십 분 괭이질을 한 것뿐인데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하루 종일 흐린 날씨에 해가 보이 않았는데 땀으로 젖는 걸 보니 아무래도 곧 비가 오려나보다.

 

어제 대충 감자 밭 제초를 했으니 오늘은 고구마 밭인데 통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어느새 덩굴을 뻗어내고 있는 줄기를 피해 낫질을 하려니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결국 두 시간 가까이 낫을 놀렸는데도 두 이랑을 다 못했다. 게다가 이런. 아까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한 방울, 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진다. 마음은 급한데 비는 내리고, 난감지사다. 서둘러 노랗게 익은 참외 예닐곱 개와 고추, 상추, 치커리 등을 바구니에 담는데 빗방울이 점차 굵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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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2 11:39 2009/07/1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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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

from 09년 만천리 2009/07/06 08:10

찜통더위(6월 30일/무더움 23-28도)

 

온다던 장맛비는 오지 않고 찜통더위다. 그냥 기온만 높은 게 아니라 습도까지 함께 높은 찜통더위인 게다. 이런 날엔 삼심분만 밭에 나가 있어도 땀범벅이다. 아니나 다를까 적당히 선선해졌다 싶은 시간에 나갔는데도 한 시간도 못돼서 땀으로 흠뻑 젖는다. 휴~ 한여름엔 어찌 일하지?

 

모기에 물리다(7월 1일/무더움 21-28도)

 

따가운 햇볕 때문이라도 긴팔 옷을 입어야 하지만 가끔씩 피를 빨아대는 모기를 피하기 위해서도 그래야 하니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땀이 줄줄 흐른다. 엊그제도 호박 지주끈을 묶어주다 손목에 살포시 내려앉은 모기에 된통 물렸는데 오늘은 콩 밭 호미질하는 동안 목덜미를 두 군데 물렸다. 가뜩이나 땀으로 범벅이 된 데다 가렵기까지 하니 흙 묻은 손으로 긁지도 못하고 난리도 아니다. 하지만 어쩌겠나. 꾹 참고 호미만 계속 놀린다.

 

요즘 같은 날씨엔 한낮을 피해 밭에 나온다 해도 또 아무리 얇은 셔츠를 입었는 해도 바람 한 점 불지 않으면 그야말로 사우나에 앉아 있는 것 마냥 일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오늘은 장맛비 영향인지 바람이 선선히 불어 다른 날보다는 낫다. 조금 전에 모기에게 두 방 물린 것만 빼면. 어제부터 손대기 시작한 고구마 밭 제초하고 장아찌 담글 요량으로 풋고추 한 봉지를 가득 딴다.

 

 

 

참외(7월 2일/무더움 19-25도)

 

올 해 처음 재배한 것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참외다. 참외는 기르기가 까다롭다는 얘기를 많이 들은 데다 노지에서 기르려니 자신이 없어 모종만 20개를 사다 심었다. 또 비가림 시설은 못할망정 열매가 흙에 닿아 무르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이랑에 비닐을 깔았다. 그리고 순지르기는 제때 못해줬어도 밑거름을 충분히 줬다. 그래서일까. 생각지도 않게 참외가 여럿 달린다. 아직 노랗게 되려면 한 참 더 있어야 하고 또 노랗게 된 후에도 녹색이 다 없어질 때까지 더 기다려야 하니 참외 맛을 보려면 아직은 멀었다. 이제 순지르기에 신경만 조금 더 쓰면 꽤 수확을 할 수 있을 듯하다.

 

마른장마(7월 3일/무더움 19-25도)

 

장마전선이 오르락내리락 한다고 하는데 아직 춘천까진 올라오지 못했나보다. 또 다른 곳은 때 아닌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다고도 하는데 여기 춘천엔 비가 오긴 와도 피해가 날 정도는 아니다. 장마는 장마인데 마른장마인 게다.

 

모처럼 내일과 모래 서울, 의정부 나들이를 간다. 밭 상태를 봐선 이 이틀 때문에 다음 일주일은 고생 좀 해야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이젠 웬만한 풀을 봐선 그냥 지나칠 정도다. 죽자, 살자 풀 뽑아봐야 돌아서면 또 풀은 이만큼 자라있고, 하루아침에 싹 뽑아내지 않을 거면 그냥저냥 작물에 큰 피해 가지 않는 선에서 풀과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두는 게 몸도 맘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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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6 08:10 2009/07/0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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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자라는 콩(6월 22일/무더움 21-29도)

 

이제 6월 말인데 벌써부터 폭염이다. 엊그제 비가 오고 나니 더 더워지는 것 같기도 한데, 급기야 어제 밤에는 기온이 20도에서 내려오지를 않았다. 그리고 오늘 낮엔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다. 이 정도면 한여름 날씨가 아니고 뭔가.

 

한차례 비가 왔으니 작물들도 많이 자랐겠지만 풀들도 함께 쑥쑥 올라왔을 거라 생각되니 아침부터 걱정이다. 하지만 불볕더위에 감히 나갈 생각을 못하다 해가 한 숨 잦아들 때쯤 겨우 자전거에 오른다.

 

이런. 아니나 다를까. 토마토며, 호박, 오이는 비가 오기 전에 한 번씩 지주끈을 더 해줬는데도 벌써 웃자랐는데. 미처 다 풀을 잡아주지 못했던 콩밭에 풀들이 무릎 높이까지 올라온 게 아닌가. 이건 콩보다도 더 자란 꼴이다. 아무래도 이번 주는 이 풀들 잡느라 시간 다 보내게 생겼다.

 

자전거 펑크(6월 23일/무더움 16-30도)

 

며칠 전부터 이유 없이 자전거 앞바퀴에 바람이 슬슬 빠지더니 집을 나선지 500미터도 채 가지 못하고 타어이가 쭈글쭈글해졌다. 아무래도 어딘가에 구멍이 난 듯하다. 결국 자전거점까지 끌고 가서 다시 30분을 기다린 후 펑크 난 곳을 때우고 나니 이런, 해가 뉘엿뉘엿. 서둘러 밭에 나가보지만 잠깐 콩 밭에 풀 뽑고 나니 벌써 어두워진다.

 

                               

    <풀과 자라는 콩(왼쪽)과 풀을 잡아준 콩(오른쪽), 잘 보면 풀과 자라는 콩들이 더 키가 크다. 이유가?>

 

치커리, 호박(6월 24일/무더움 16-30도)

 

작년과 달리 채소를 꽤 많이 심었더니 요즘 밥상이 풍성하다. 오이, 상추는 진즉에 수확을 했고 근대며, 아욱, 알타리, 열무 등이 곧 먹을 수 있을만치 자라고 있다. 제때 풀을 잡아주지 못한 대파만 제외하면 아직까지 채소 농사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은 첫 호박을 수확하고 미처 눈에 들어오지 않아 제멋대로 자라고 있는 치커리도 한 봉지 가득 담는다.

 

폭염과 장마(6월 25일/무더움 17-29도)

 

남부지방은 폭염주의보란다. 35도를 넘나든다. 밤까지 열대야가 이어지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중이다. 다행히 춘천은 그만큼은 아니다. 물론 낮에는 30도 가까이 기온이 오르지만 한참 때를 피하면 아직은 일할 만하다. 또 해가 뜨기 전 후, 그리고 해지기 전, 후엔 금세 선선한 바람도 불고 기온이 떨어져 일하기 좋다. 한마디로 요즘 날씨는 일교차가 크다는 특징이 있는 춘천 날씨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며칠간 계속 콩 밭 김매기에 매달리고 있는데도 아직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다. 돌아서면 이쪽에 풀이 자라고 이쪽 풀매고 나면 저쪽에 풀이 자라고. 그뿐만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줄기를 뻗어내는 줄기 작물 손봐주랴, 고추끈 묶어주랴 없는 듯 있는 듯 일이 밀리기 때문이다.

 

예전엔 무더위가 있기 전에 장마전선이 많은 비를 뿌렸지만 요즘은 장마와 무더위가 함께 오는 듯하다. 아니 오히려 무더위가 먼저 오고 장마가 나중에 오는 것 같다. 해서 요즘이 한참 김매기를 할 때인데 드문드문 많은 비도 오면서 기온은 갑자가 높아져 일하기가 어중간하다. 물론 한 낮 무더위만 피하면 아직은 일하기 좋은 날씨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밭 모양새를 보니 아침에 시간을 좀 내야겠다.

 

끝없는 김매기(6월 26일/무더움 17-29도)

 

옛말에 소농은 풀을 보고도 안 매고, 중농은 풀을 보아야 매고, 대농은 풀이 나기 전에 맨다고 한다. 또 거친 두벌이 꼼꼼 애벌보다 낫다는 말도 있는데 지금 밭 모양새를 보면 어찌 그리 이 말들이 꼭 들어맞는지 모르겠다.

 

뭐하느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풀이 한참 자라기 시작해서야 겨우 호미를 잡은 데다 성격 탓인지 꼼꼼히 풀을 잡아가느라 속도도 느려 이쪽 풀을 매고 있으면 저쪽에서 풀이 자라고, 저쪽 풀을 매고 있으면 또 이쪽 풀이 자라고 있어 끝이 보이질 않는다. 다행히 장마전선이 남부지방 쪽에 머물러 있어 풀 잡을 시간이 아주 없진 않다. 아무래도 이번 주는 주말에도 풀 뽑으러 나와야겠다. 대충 콩 밭은 정리가 되가는데 먼저 매줬던 감자, 옥수수, 고구마 심어놓은 곳에 풀이 무릎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거, 제초제 뿌려버려요” (6월 28일/무더움 20-31도)

 

오랜만에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오늘 밤부터 장맛비가 온다고 하니 마음이 급하다. 고랑에 무릎까지 올라온 풀들을 다 잡지는 못할망정 대충 낫질이라도 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또 김매느라 신경을 못 썼던 고추들도 지주대며 지주끈이 튼튼한지 손봐줘야 하고, 여전히 풀 속에 파묻혀 있다시피 하고 있는 콩들도 호미질을 해줘야 한다.

 

비가 온다고 해서 그러나 안개 때문에 그러나 5시가 넘어 해가 떠도 공기가 눅눅하다. 덕분에 호미질 30분, 낫질 30분 만에 온몸이 흠뻑 땀으로 젖었다. 목도 축일 겸 잠깐 손에서 호미를 놓고 쉬고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 한 분이 목소리를 높인다.

 

“거, 제초제 뿌려버려요. 풀 어찌 다 잡으려고?”

 

올해엔 어찌 제초제 소리 안 듣나 했는데 간만에 일찍 나온 오늘이 딱 그날인가보다. 뭐라 대꾸할 기운도 없고 또 대꾸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작년에 경험했기에 그냥 씩 한 번 웃고 만다. 아저씨도 더 말을 않고 그냥 물끄러미 내 모양을 보고 가던 길을 가신다. 그런데 저 아저씨 어디서 봤더라?

 

8시가 조금 넘자 벌써 햇볕이 따갑다. 마음 같아서는 콩 밭에 난 풀을 조금 더 뽑아주고 싶지만 이미 속옷까지 다 젖은 터라 힘이 부친다. 몰라보게 부쩍 자란 고추에서 풋고추 한 봉지 가득, 매일 밥상에 오르고 있는 오이도 몇 개 따니 땀 흘린 보람을 느낀다. 아무래도 이 맛에 농사짓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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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9 15:31 2009/06/2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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