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자꽃 (2) 2009/06/21
  2. 몸살 2009/06/15
  3. 고추꽃 피다 2009/06/07
  4. 콩, 싹이 나다 2009/05/29
  5. 콩 세알 심는 농부 2009/05/25

감자꽃

from 09년 만천리 2009/06/21 19:50

소나기(6월 15일/맑음, 소나기 17-25도)

 

요즘 소나기가 자주 온다. 어제도 자고 일어나니 밤새 소나기 왔는지 땅이 젖었고 그제도 저녁나절에 한바탕 비가 쏟아졌었다. 사실 이 핑계로 오늘 아침에도 밭에 나가지 않았는데. 오늘도 예보로는 오후에 비가 잠깐 온다고 하던데 저녁엔 밭에 나갈 수 있을라나.

 

요즘 밭에 나가면 하는 일이 비슷하다. 토마토며, 호박, 오이 등에 지주끈을 잠시 살펴보고 곧바로 콩 밭 김매기다. 감자와 고구마를 심은 곳은 한 차례 풀을 매주기도 했지만 벌써 많이들 자라고 있어 따로 잡초 제거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오로지 콩 밭 풀 뽑는데 시간을 다 보낸다.

 

낮 동안 비는커녕 해만 쨍쨍이길래 아무 생각 없이 밭에 나갔는데 어찌된 게 금세 컴컴해 지는 게 심상치가 않다. 처음엔 시간상 어두워질 때가 됐겠거니 하고 별 생각이 없었는데 해가 지는 거하고는 달리 순식간에 칠흑으로 변하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 서둘러 자전거에 오른다. 하지만 출발할 때부터 한두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점차 굵어지더니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니 장대비로 바뀐다. 에휴. 물에 빠진 생쥐가 따로 없다.

 

감자꽃(6월 16일/맑음 16-25도)

 

올 해 처음 도전한 작물로 감자와 참외를 심었다. 그중 감자는 대게 늦어도 4월 초까지는 다들 심는다고 하던데 농사일지를 보니 꼭 한 달 정도 늦게 심은 걸로 되어 있다. 늦어도 한 참 늦게 심은 것이다. 그래서 다른 감자밭에는 벌써 꽃이 다 피었고, 아니 꽃은 이미 다 피어서 진 것 같고 곧 수확을 앞두고 있는데, 이제야 꽃이 피기 시작한다. 다른 것들보다 일찍 심어 되려 손이 덜 가기는 했지만 혼자 힘으로 잘 자라 꽃까지 피우니 이쁘기만 하다. 이제 곧 올 장마철만 잘 보내면 둥굴둥굴 못난 강원도 감자 맛을 볼 수 있으리라.

 

지주끈 손봐주기(6월 18일/맑음 16-25도)

 

작년엔 고추 농사가 잘 안 됐다. 겨우겨우 장마철까지 키워 풋고추를 맛보기는 했지만 비가 그치자마자 병에 걸렸는지 어쨌는지 한 그루 한 그루 비실비실하더니 어느 순간 200주 가까운 고추가 다 죽어나갔다. 안 그래도 고추는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유기농은 더 경험이 필요할 듯싶다.

 

올해엔 300주가 넘게 고추를 심었다. 욕심이 과한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고춧가루를 만들 요량으로 가까운 중앙시장도 마다하고 학곡리 농협까지 가서 사다 심었는데 아직까진 고추가 싱싱하다. 또 작년엔 겨우 지주대 세워주고 지주끈을 한 번 묶어줬을 뿐인데 올 해엔 벌써 지주끈을 두 번째 묶어줘야 할 만큼 잘 자라고 있다. 그래서인지 좀 성급할 수도 있겠지만 기대가 된다.

 

장마 예보를 하지는 않지만 방송에선 모래부터 장맛비가 시작된다고 한다. 아마 장마가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나는 지만 예보를 하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장마가 시작된다는 얘기에 걱정이 되는 건 당연하겠지만 바람도 강하게 분다고 하니 더 걱정이다. 그래서 자라기도 많이 자라 끈을 묶어줘야 하겠지만 장맛비에 강풍이 더 걱정이라 오늘과 내일은 고추끈이며 지주를 세워준 것들에 지주끈을 손봐줘야 한다.

 

한낮 무더위가 가셨다고 생각했는데 고추밭에 한 시간 일하고 나니 등에 땀이 범벅이다. 게다가 허리를 굽혀서 하는 일이라 힘이 더 든다. 그래도 물 한 모금 마시고 한 줄 끈 묶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또 한 줄 끈 묶는다. 또 땀도 식힐 겸 김매기도 하는데 해를 피해 나온다는 게 너무 늦게 나왔나, 금방 해가 진다.

 

 

오이를 따다(6월 19일/맑음 17-29도)

 

며칠 전부터 오이 몇 개가 손가락만 하게 매달리더니 그세 손바닥보다 더 커졌다. 작년 농사일지를 보니 7월 초에야 겨우 오이를 수확했으니 1달 이상이나 일찍 오이 맛을 보는 셈이다. 해서 등에 땀나도록 고추와 호박 지주끈을 묶어줘도 힘들다는 생각보단 저녁 밥상에 오를 오이와 상추, 고추 등에 입맛이 더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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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1 19:50 2009/06/2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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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from 09년 만천리 2009/06/15 13:24

고추밭 김매기(6월 8일/안개 후 맑음 14-25도)

 

고추는 비닐 멀칭을 해 풀 걱정은 안하겠다, 싶었는데 지주끈을 묶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 풀이 쑥쑥 자라고 있다. 고추를 심으려면 비닐 일부를 오려내야 하는데 바로 거기서 풀이 나고 있었던 게다. 덕분에 하루 종일 고추밭 김매느라 또 손목이며 무릎이 저리다. 그래도 부쩍 자란 상추를 한 바구니 따와서 저녁 밥상이 모처럼 풍성해 힘든 줄 모른다.

 

비(6월 10일/차차 맑음 17-23도)

 

어제와 그제 비가 내렸다. 덕분에 드문드문 싹이 나지 않은 콩 밭에 다시 콩을 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콩 밭이며 고추 밭 김매기를 이틀이나 하지 못한데다 비 오면 한 풀 더 자라는 풀들을 보니 막막하다.

 

비는 새벽에 그쳤는데 어찌된 게 해질녘에 나갔는데도 잡초에 물기가 가득하다. 땅이 촉촉이 젖었으면 잡초 뽑는데 편하기는 한데 장갑을 껴도 금세 장갑이 젖어 손톱에 흙이 잔뜩 낀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급한 게 김매기니. 그렇게 두어 시간 또 풀들과 놀다 저녁 밥상에 올릴 상추며 고추 잎을 따니 아니나 다를까 손톱에 흙이 새카맣다.

 

몸살(6월 13일/맑음 13-25도)

 

엊그저께 저녁 밭에 갔다 온 후로 때 아닌 몸살 기운에 어제와 그저께는 종일 쉬었다. 그리고 오늘도 낮에 잠깐 학교에 들렀다 중앙로 헌책방 들른 거 빼곤 또 쭉 쉬다가 저녁에야 겨우 밭에 나갔다. 삼일을 쉬고 나오니 몸은 한결 좋은 데 골 사이 풀이 무릎까지 올라오고 호박이며, 가지 덩굴이 무성한 게 여기저기 손봐야 할 곳이 많아졌다. 대충 급한 것들 손봐주고 몸살 나기 전까지 김매기 하던 콩 밭 풀 뽑아주니 금세 해가 진다. 서둘러 저녁 밥상에 올릴 상추며, 풋고추를 따서 자전거에 오른다.

 

쉬엄쉬엄(6월 14일/맑음 17-24도)

 

주말엔 쉬자는 다짐이 계속 어긋난다. 예기치 않은 비 때문에도 그렇고 몸살 때문에도 그렇다. 그래도 아침엔 쉬고 저녁나절 선선해질 때에만 나간다. 그리고 할 일이 쌓여 있어도 쉬엄쉬엄, 채 두 시간도 안 하고 풋고추 몇 개 따서 곧 집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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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5 13:24 2009/06/1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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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꽃 피다

from 09년 만천리 2009/06/07 00:13

늦은 옥수수 심기(6월 1일/무더움 11-28도)

 

열흘 넘게 비가 오지 않더니 갑자기 모래 비가 온다는 예보다. 안 그래도 이번 주에 비가 오지 않더라도 옥수수며 내일쯤 도착할 고구마를 심으려 했는데 잘 됐지 싶다. 해서 아침엔 남겨두었던 옥수수를 심는다. 다른 이들 옥수수는 벌써 무릎높이까지 자랐지만 부러 늦게 수확해서 늦게까지 옥수수 맛을 보려 남겨두었던 거다. 저녁엔 몰라보게 부쩍 자란 토마토를 지주에 묶어주기 위해 잠시 지주대를 손보고는 또 잡초 뽑기에 매달렸다. 요 며칠 호미질만 했더니 손목이 시큰시큰 하다.

 

잎들깨 심고 나니 폭우(6월 2일/흐린 후 비 15-27도)

 

옥수수 씨앗을 보내주신 분이 잎들깨도 함께 보냈는데 그걸 잊고 있었다. 열흘 전에 참깨며 들깨를 심었는데 하도 싹이 나오지 않아 애만 태우고 있었는데 어제 옥수수를 심다가 그걸 발견한 거다.

 

오후 늦게부터는 비가 온다고 해서 어젠 옥수수를 심었고 오늘 아침엔 그렇게 발견한 잎들깨를 심는다. 지난번 깨들이 줄뿌림이라면 이번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점뿌림으로 한다. 나중에 싹이 트면 솎아 주는 건 마찬가지이나 아무래도 줄뿌림보단 점뿌림이 쉽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씨앗이 그리 많지 않아서다. 한 시간 동안 들깨 심고는 또 잡초 제거를 하니 금세 해가 중천에 뜨고 후덥지근하다. 당체 비 올 날씨 같지 않다.

 

해도 피하고 점심도 먹을 겸 잠시 집에 오니 며칠 전 주문한 호박고구마 모종이 배달됐다. 급한 마음이지만 늦은 점심에 낮잠까지 달게 한 숨 자고 일어나 밭으로 나가려니 어째 하늘이 어두컴컴한 게 심상치가 않다. 서둘러 호미며 괭이를 챙겨들고 일어서는데 아뿔싸, 후두둑 비가 쏟아지는데 곧 번개에 폭우다.

 

고구마 심기(6월 3일/비온 후 맑음 16-24도)

 

어제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아침 내내 내린다. 그것도 번개까지 동반한 폭우로. 지난주에 배수로를 손보긴 했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음은 이미 밭에 가있으나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가기엔 좀 많이 심하다.

 

엊그제 주문했던 매실이라도 닦아 놓을까 했는데 습도가 높아 그러지도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만 보낸다. 점심을 먹고도 한참이나 지나서야 겨우 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해가 잠깐잠깐 보인다. 서둘러 삽자루 챙기고 어제 도착한 고구마 모종도 챙겨 자전거에 오른다.

 

옥수수도 그랬지만 고구마도 부러 늦게 심는다. 물론 때맞춰 심은 것들도 있으니 올 여름 주전부리는 걱정 없다. 지난번에 100개 심었고 오늘 또 100개를 심으니 잘하면 겨우내 먹을 수도 있겠다.

 

지난 번 배수로를 파 놔서 그런지 물 고인 곳이 많지 않다. 그래도 한 번 고인 곳은 또 고여 있으니 아무래도 손을 크게 보긴 봐야할 듯하다. 급한 김에 대충 물길을 내놓고는 고구마를 심는데, 어째 다 심고 나니 원래 심으려고 남겨둔 곳이 절반도 넘게 남았다. 모종 파는 곳에서는 6월 중순까진 고구마를 심으면 수확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더 주문을 해야 하나. 아님 다른 걸 심어야 하나.

 

콩밭 김매기(6월 4-5일/무더움 16-27도, 무더움 13-28도)

 

어젠 아침에 방울토마토 지주끈 묶어주고 오후에 매실 닦기 말고는 종일 콩밭 김매기고 오늘도 역시 오후에 매실액 담근 거 이외엔 콩밭 풀 뽑기다. 이틀을 매달렸는데도 이제 절반 정도 했으니 또 이틀은 꼬박 호미질만 해야 한다. 이젠 손목도 시큰시큰하다.

 

고추꽃 피다(6월 6일/맑음 15-26도)

 

이번 주도 주말에 쉬지 못한다. 모래 비가 온다고 하니 콩밭에 듬성듬성 싹이 나지 않은 곳은 다시 심어줘야 하겠고, 하루가 다르게 덩굴을 뻗어내는 오이와 애호박에 지주대도 세워야 하겠고, 이틀을 뽑았지만 아직도 다 뽑지 못한 풀들도 뽑아줘야 하겠고, 아무튼 하루도 쉬지 않고 밭에 나오는데도 자꾸 일이 밀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낮엔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아침, 저녁엔 선선하니 일하기엔 딱 좋아 다행이다. 해서 오늘 아침엔 또, 또, 김매기하고 저녁엔 아무리 바쁘더라도 잠깐 쉬어가자며, 김매기 대신 고추에 지주끈만 묶어주었다. 고추와 콩은 사이짓기로 심었건만 콩밭 김매기 할 땐 몰랐는데 고추도 많이 컸다. 벌써 꽃도 피우고 있고 어떤 것들은 고추도 매달고 있다. 조만간 첫 풋고추를 수확할 수 있겠다.

 

         

 

 

<맨 위 고추부터 시계방향으로 감자, 고구마, 상추, 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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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7 00:13 2009/06/0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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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싹이 나다

from 09년 만천리 2009/05/29 23:20

벌써 잡초가(5월 25일/맑음 12-31도)

 

벌써 잡초가 심상치 않게 올라온다. 아직은 옥수수 싹이 튼 곳과 일찍이 심어 놓은 고구마, 감자 밭이지만 풀 올라오는 모양새가 장난 아니다. 날이 길어지는 것과 비례해 해 뜨는 시간도 빨라지고 해도 빨리 뜨거워지니 서둘러 일을 해야 할 터인데 잠깐 일한 것 같은데 그새 8시, 9시다. 아무래도 밭에 나오는 시간을 더 앞당겨야겠다.

 

지주대 세우기(5월 26일/맑음 14-30도)

 

오며 가며 여남은 개씩 대나무 지주대를 옮기니 사흘이나 걸렸다. 아직까진 고추가 쑥쑥 자라지 않아 나중에 해도 될 터이지만 잡초 뽑아내랴, 남은 옥수수며, 고구마 심으랴 일이 몰릴 듯 해 미리미리 옮겨 세워 놓는다. 며칠 신경을 쓰지 못했던 토마토가 부쩍 자란 걸 보니 내일부터는 토마토며, 오이며, 호박에 지주대를 세워줘야겠다.

 

감자 밭 제초(5월 27일/무더움 14-28도)

 

5월 말인데도 낮 기온이 30도를 육박한다. 일부에선 올 해가 가장 더울 거라 하던데 요즘 날씨를 보면 그러고도 남을 듯하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제부터는 밭에 나오는 시간을 더 당겼다. 새벽에 일어나는 게 아직은 몸에 익지 않았지만 10시만 지나도 벌써 뒷목이 뜨끈뜨끈하니 일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쪼그리고 앉아 풀 뽑는 일이라 더 그렇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내일이나 모래 아침까지만 더 제초하면 감자 밭은 대충 마무리가 될 듯한데. 오늘은 토마토 지주대 세워준 거 빼면 거의 쉬지도 않고 풀만 잡아 뽑은 것 같다. 허리도 허리지만 허벅지가 땡긴다.

 

콩, 싹이 나다(5월 28일/무더움 16-30도)

 

일교차가 크다. 새벽엔 긴팔 옷에 점퍼까지 입고 나가야 할 만큼 제법 쌀쌀하지만 한낮엔 밭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무지 덥다. 자칫 감기 걸리기 십상이다.

 

엊그제부터 시작한 감자 밭 제초작업을 미처 끝내지 못했다. 감자 밭도 감자 밭이지만 채소며 과일 모종 심어 놓은 곳도 풀이 제법 자라고 있어 서둘러 일을 마쳐야 한다. 지난 주 비오기 전날 심었던 콩에 싹이 났지만 눈길 한 번 주고는 곧 호미질이다.

 

아침엔 감자 밭에서 세 시간 넘게 쪼그려 앉아 풀만 뽑았고 저녁엔 배수로 정비 잠깐 하고 채소 밭에 또 쪼그려 앉아 풀만 뽑았다. 밭은 넓고 풀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땡볕에 일하지 않으려면 더 부지런히 풀 뽑아야한다.

 

호미(5월 29일/무더움 13-25도)

 

밭농사에는 괭이와 호미, 이 둘이면 웬만한 건 다 된다. 이랑을 만들 땐 괭이가 모종을 심거나 잡초를 제거할 땐 호미가, 즉 허리를 굽혀야 할 일엔 호미를, 허리를 펴서 일을 해야 할 땐 괭이를 쓰는 것이다. 그러니 따로 경운을 하지 않는다면 괭이와 호미, 이걸로 일은 끝이다.

 

오늘은 저녁에 잠깐 토마토 지주대 세운 거 빼곤 하루 종일 호미질이다. 대충 심어야 할 것들은 다 심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풀들과 놀 시간인 거다. 감자 밭은 다 끝났고 싹이 나기 시작한 콩 밭과 야채며 과일을 심은 데가 이제부터 손을 보아야 할 곳 들이다. 일단 새벽엔 콩 밭을 저녁엔 야채며 과일 심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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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9 23:20 2009/05/2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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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밭 만들기(5월 18일/맑고 바람 많음 7-24도)

 

주말마다 비가 오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오일 일하고 이틀 놀게 됐다. 지난주엔 주말 내내 비가 와서 쉬었고, 엊그제는 토요일만 비가 왔는데 그냥 일요일까지 놀았다. 급한 건 대충 다 심어놨고 이제 콩과 깨만 심으면 되기에 늑장을 부리는 셈이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한낮에도 그다지 햇볕이 따갑지 않아 일하기엔 좋은 날씨다. 드넓은 콩밭 만들기엔 딱이다. 해서 오늘은 하루 종일 콩밭 만드느라 괭이질이다. 잠깐잠깐 싹이 나왔나 살펴보고 또 잠깐잠깐 잡초도 제거하지만 주된 일은 괭이질이다.

 

깨 심다(5월 19일/맑음 11-27도)

 

생각지도 않게 봄비가 자주 온다. 남들보다는 다소 늦게 이것저것 심어야 하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았다면 물뜨랴, 심으랴 시간이 많이 걸렸을 테다. 그나마 다행이다. 모래 또 비가 내린다고 해서 그동안 미뤄두었던 깨와 콩을 심기로 했다. 해서 오늘은 아침엔 참깨를 오후엔 들깨를 심는다.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아 깨알만한(?) 참깨며, 들깨를 심었더니 손목도 저리고 무릎도 아프다.

 

콩 세알을 심는 농부(5월 20일/흐림 13-27도)

 

할아버지와 손자가 밭에 콩을 심었어요.

손자는 땅에 구멍을 파고 콩 한 알을 묻었어요.

할아버지는 땅에 구멍을 파고 콩 세알을 묻었어요.

손자는 이상해서 할아버지에게 물었죠.

"할아버지, 왜 아깝게 한 구멍에 세알씩 넣으세요?"

할아버지는 여전히 땅에 구멍을 파고

콩 세알을 심으며 말했어요.

"얘야, 한 알은 땅에서 사는 벌레가 먹고

한 알은 하늘에 사는 새가 먹고

마지막 한 알은 싹이 나서 우리가 먹는 것이란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옛말 틀린 게 하나 없다. 둘 혹은 셋이었다면 한나절, 아니 두서너 시간이면 끝날 일을 혼자하려니 하루 종일이다. 한 사람이 구멍 파고 지나가면 뒤에 사람은 콩 넣고 덮고 하면 빠를 텐데 저만큼 구멍 파고 되돌아와 콩 넣고 덮고 하니 일이 더딜 수밖에. 또 지루하면 바꿔서 구멍 파고 콩 넣고 하면 되는데 이건 잠깐 그늘에 쉬는 것 밖에 다른 수가 없다. 힘도 들고 지루하기도 하고, 어제에 이어 연일 호미질이니 손목도 저리고, 고랑사이를 쭈그리고 다니니 무릎도 아프고, 비 소식만 아니면 쉬엄쉬엄할 터인데 그러지도 못한다. 결국 해 넘어갈 때까지 일하고서야 겨우 준비해간 콩을 모두 심을 수 있다.

 

물 고인 밭(5월 22일/맑은 후 흐림 14-24도)

 

밭 한편에 물이 차서 빠지지 않고 있다. 큰일이다. 지난주 이틀에 걸쳐 많은 비가 왔을 땐 괜찮았는데 어찌된 게 어제 하루 내린 비로 물이 찬 거다. 뭐가 문제일까. 아침나절 느긋하게 나오면서 고추 지주대로 쓸 대나무끝단만 몇 개만 가져와 당장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삽은커녕 괭이도 챙겨오지 않은 거다. 결국 멍하니 물 고인 밭만 바라보다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 또 비가 온다고 하니 오늘 중으로 어떻게 하든 대충이라도 배수로를 정비해둬야 한다. 다행히 점심을 먹고 나니 해는 보이지 않고 먹구름만 잔뜩 끼어 있다. 서둘러 삽이며 괭이를 챙겨들고 밭으로 나가 물 빠질 길을 만드는데 이거야말로 임시방편이다. 아무래도 내일 비 그치고 나면 다시 물 고인 곳을 보아가며 배수로를 파야겠다.

 

마실돌이(5월 23일-24일/흐림 15-19도, 맑음 15-26도)

 

전업으로 농사만 짓는 이들에게 욕 들어 먹기 딱 맞는 소리겠지만 처음부터 할 수 있는 한 주중에만 일하고 주말에는 쉬기로 했다. 겨울 내 별 일 없어 놀기도 하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농사짓는 때에도 일에만 매달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래야 쉬이 지치지 않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을 읽기도 하고 짧지만 여행도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해서 어제와 오늘은 선선한 아침과 저녁에 잠깐씩 마실돌이겸 대나무끝단 여남은 개씩만 밖아 두고 왔다. 또 틈틈이 싹이 나기 시작한 감자 밭 제초작업만 조금씩 했다.

 

 

  <며칠 전부터 싹이 나기 시작한 채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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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5 16:01 2009/05/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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