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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따라 부침하는 미국의 보건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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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way
  • 등록일
    2004/12/08 05:57
  • 수정일
    2004/12/08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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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날짜에 맞추어 보고서를 쓰는 일이란 너무 괴롭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괴로움에 며칠 시달리면서 그래도 건진 것이 있다면 미국의 보건대학원들이 얼마나 돈따라 움직여왔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19세기말에 의과대학 교육이 번창했던 것보다 뒤늦은 1914년에 록펠러재단에서  돈을 대서 의학교육과 별도로 공중보건인력을 훈련시키기 위한 방법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였다. 이것이 미국 보건대학원의 탄생을 위한 최초의 공식적 논의로 기록되어 있는데, 당시에 공학적/환경적, 사회/정치학적, 생의학적 접근이 모두 필요하다고 합의한 바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위원장이었던 위클리프 로즈라는 사람에 의해 대학의 학위과정으로 이러한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생의학적 접근을 위주로 실무보다는 연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좁혀져서 1918년에 최초의 보건대학원인 죤스홉킨스 보건대학원이 설립되었다. 록펠러재단은 이어서 하바드대학과 토론토대학에도 보건대학원을 설립하도록 지원하였다. 설립취지에 따라, 주로 실무자들보다는 의사들이 입학을 하였고, 외국인의 경우 의사들에게만 팰로우쉽을 주었기 때문에 1930년이전까지 소수의 훈련된 연구자를 키워냈을 뿐이라고 한다.

1935년 사회보장법의 통과는 연방정부로 하여금, 주/지방정부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인력의 개발을 위해 예산을 배정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 예산에 따라 여러 대학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1년짜리  보건학석사(MPH)과정을 개설하게 되었다. 실무를 중시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 역학, 통계, 보건교육, 보건간호 등 익숙한 과목들이 개설되었고, 특히 지역내 보건기관에서의 실습을 중요시했다. 연방정부의 예산이 보장되니, 교육기관수가 자꾸 늘어나게 되서 이를 모니터링, 질관리하겠다는 전국보건대학원협의회가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한편, 2차대전을 거치면서 사회의학,  사회역학 등 건강문제의 사회경제적 맥락을 강조하는 새로운 강좌가 개설되기도 하였다. 예일대학의 "공중보건 원리 및 실무"강의는 학기내내 여러 학문분야의 교수들이 참여하는 세미나 형식으로 운영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1950년대 들어서 미국 정부는 지역병원 설립과 의학연구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고, 자연히 공중보건에 대한 예산배정이 줄어들게 되었다. 대학들은 교육예산보다는 연구예산을 따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되고 연구비를 많이 따는 학교들은 교수수/학생수가 늘거나 유지되었지만, 강의와 실습에 충실하고자 했던 대학들은 점점 규모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특히 NIH초기에는 연구계획서에 대한 심사가 주로 의사들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실험위주의 연구가 우선시되었고, 경제학/정치학/사회학적 접근의 보건학 관련 연구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었고, 의과대학들도 예방의학/지역사회의학교실들을 개설하면서 연구비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매카시선풍으로 인해, 의회의원들도 보건대학원의 철학과 교육방향을 부담스러워하여 예산확보에 대한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한다.

결국, 위기를 느낀 존스홉킨스와 하바드가 막강한 로비를 벌여 1960년대 초반에 다시 임시로 연방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아내 시설과 교수인건비에 대한 증액이 이루어졌고 1965년에 메디케어, 메디케이드가 통과되면서 새롭게 보건행정, 경영/관리 등의 교육과정에 대한 수요가 살아났다. 70년대 중반까지 매년 약 5,000명의 졸업생이 배출되는 수준으로 번성하였으나 이제는 보건학석사과정이 보건대학원만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대학원, 의과대학(MD/MPH) 등 그 소속이 매우 다양해지에 이르렀다.

70년대, 80년대를 거치는 동안  닉슨대통령과 레이건대통령은 공중보건인력에 대한 연방정부예산 지원에 반대하였다. 그나마 일반 보건의료인력 개발에 관한 법이 통과되어 이에 근거한 예산지원이 명맥을 유지했을 뿐이다.

이러한 춘궁기는 거의 2001년 9월까지 지속된 듯 하다. 중간중간,  CDC나 IOM같은 유력기관에서 공중보건인력의 개발을 위한 웤샵과 기술지원, 원격교육프로그램에 대한 투자 등을 한 근거들이 있긴 하지만.

2003년 IOM에서 미국 보건대학원의 교육방향과 과제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이는 9/11이후 바이오테러리즘에 대한 우려로 CDC와 연방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보건대학원에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예산이 특정주제에 집중되기보다는 전반적인 공중보건인력 개발을 위해 제대로 투자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루어진 작업으로 보여진다.  그동안 연구위주로 변화하는 사회의 요구를 교육과정에 반영해오지 못했던 보건대학원들은 앞으로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지방정부/보건기관과 협력하여 실무중심의 교육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들의 권고는 초창기 보건대학원의 모습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너무도 당연한 주장이지만, 바이오테러리즘과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공중보건인력 및 의료인력을 준비시키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으로 다시 풍요로와진 보건대학원들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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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파티문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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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way
  • 등록일
    2004/12/04 23:53
  • 수정일
    2004/12/0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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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첫주 금요일 저녁. 바야흐로 송년회 시즌의 시작인가보다.

한달 전에 예쁘장한 holiday party 초청카드를 받고 과연 보건대학원에서 산업보건을 하는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겠구나 기대반/의심반했었다. 거의 매주, 사무직원의 참석여부를 알려다라는 이메일을 받고 이들도 어지간히 행사진행에 협조를 안하나보다 싶었다.

 

 



5시부터 시작되는 파티의 장소는 내가 근무하는 연구소에서 걸어서 10분(평소 내가 걸어다니는 길 중간쯤), 전철로 한 정거장 정도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대형관광버스로 데려다 준다고 했다. 박사과정생들과 함께 15분 이상 기다려서 탄 버스에는 불과 6-7명정도 앉아 있었고, 걸어서도 10분이면 갈 곳을 대형버스는 다닐 수 없는 길이라는 이유로 빙빙 돌아 30분이나 늦게 도착하였다.

버스가 빙빙 도는 동안, 내 성격상 그렇듯 느긋하게 모임에 늦는 것은 참을 수가 없어 안달이 났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하지는 않았을까, 공식일정이 시작된 것은 아닐까, 걱정스레 도착한 장소에는 웬걸 역시 5-6명뿐. 오히려 일찍 도착한 그룹에 속하다니...

의례 포도주나 가벼운 알콜성 음료를 들고,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파티. 중국인들로 보이는 학생이나 연구원들은 이미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사실, 아는 사람이 많아야 와인잔 들고 이리저리 다니며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나같은 경우, 벌쭘히 서있기도 그렇고 앉아서 식사하는 것이 실속있겠다 싶은 분위기였다.

그래도, 참 앉아서 먹기만 하기는 몹시 어색하고 불편했는데, 이러다가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공식 순서가 있겠지 기대했으나... 한국 같으면 학과장 내지 연구소장의 인사, 주요 원로급 인사나 손님 소개, 일년간 수고한 사람에 대한 포상, 일년간 활동보고 등등의 공식순서가 있기 마련이라 여기서도 좀 학과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공식 일정이 있으리라 내내 기다렸는데, 1시간이 지나도 전혀 기미가 없었다. 참, 이렇게 비싼 돈 들여서 바쁜 사람들 모이라고 하여 그저 먹고 마시며 서로 각자 알아서 떠들다가 돌아가는 것이 이네들의 파티인가보다 싶어 떨떠름했다.

물론, 그동안 이름만 듣고, 제대로 인사하지 못한 몇 사람을 만나 다시 이메일로 약속을 잡기로 하기는 했지만 정말 이방인들에게는 공짜로 한끼 식사 해결하고, 술 마실 수 있는 기회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자기들끼리는 부지런히 사교하고, 정보를 나누고 부드럽게 관계를 돈독히 하는 의미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찌 보면, 자유롭고 편안한 형식이지만 또 어찌보면 각자 자기가 알아서 적극성을 띠지 않으면 안되는 칼같이 냉정한 분위기라 할 수 있다. 단적으로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온 사람에서 부터 영화에서나 보는 드레시한 복장과 장신구로 한껏 치장을 한 사람에 이르기까지(역시 잘차려입은 사람들이 훨씬 사교적인 태세였음) 그 편차가 아주 컸다. 관찰결과, 밥이나 먹고 가자는 실속파와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기를 알려야겠다는 사교파로 분류할  수 있을 듯.

 

남의 잔치에 가타부타 참견할 생각은 없지만, 어느 사회에서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그동안의 수고를 서로 격려하고 새로운 계획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송년모임을 하기는 쉽지 않음을 실감하였다.

 

결국, 끝까지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확인 못한체 중간에 서둘러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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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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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way
  • 등록일
    2004/12/02 11:40
  • 수정일
    2004/12/0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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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이 지나기가 무섭게, 성탄절 무드로 전환하였다.

지난 주일이 대림 첫주일이기도 하지만, 거리가 성탄트리 모양의 장식물들로 꾸며지고, 연구소가 있는 건물 내부도 포인세티아와 붉은 리본으로 예쁘게 꾸며졌다.

TV광고나 신문전단도 성탄절 선물에 적합한 상품들로 가득 차고,

12월 첫주 금요일부터 송년파티가 계획되어져 있으니

굳이 라디오에서 벌써부터 흘러나오는 캐롤을 듣지 않아도 괜히 마음이 들뜨는 듯하다.

 

대림 첫주 미사를 드리면서, 처음으로 불붙여진 보랏빛 대림 초를 바라보았다. 한국 성당에서 처럼 거대한 초가 아니라 자그마한 평상시 사용하던 것만한 초를 예쁜 촛대에 꽂아 놓았다.

문득, 늘 이 시기가 되면 마음으로는 좀 더 경건한 시간을 보냈으면 했던 바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처리다, 보고서 마무리다, 각종 총회다 떠 밀려서 한번도 대림 첫주의 각오를 실천할 수 없었음이 기억났다. 지금, 이곳에서만은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다짐을 해보았다. 낯선 곳에 와서, 그간의 인연을 멀리하면서, 익숙했던 자리로 되돌아가지 않겠노라 생각했던 만큼, 나의 불확실한 미래를 위하여 기도해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늘 심란한 일뿐인 고향과 아직도 생명의 유린이 그치지 않는 곳, 빈부의 격차에 무디어진 이 곳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또 기도해도 부족할 일이지 싶었다.

나도 못 믿을 나의 의지이지만, 다행히 이 성당은 월, 수, 금 주 3회 그것도 새벽이 아닌 아침 7시반에 첫 미사가 있으니 꼭 지켜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는다.

 

또 다른 한가지.

주보를 들여다보니 12월19일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에게 성탄선물을 돌리는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광고가 있었다. 평소, 이곳 사람들은 동네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구경해보고 싶었고, 화려한 미국의 성장그늘에 가리워진 뒷동네는 어떨까 궁금하던 차에, 한번 껴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오늘 그 첫모임을 다녀왔다. 저녁 7시, 한국같으면 대낮같은 시간이지만, 4시만 넘으면 어두워지는 이곳에서 집에서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서는 것은 참 새삼스럽고 내키지 않았다. 더군다나, 바람이 어찌 불던지.. 망설이다가 그래도 한번 마음 먹었는데 한번 가보자고 기분을 추스리며 갔더니, 사제관에 10명 남짓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남자 어른 1명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년 1명과 신부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자. 뭔가 서로 인사도 하고, 취지나 일정, 방법들을 설명해주는 공식적인 절차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앉자마자 작년에 썼던 샘플봉투와 스티커를 나누어주고, 작업개시에 들어갔다. 어제까지 학교나 지역의 SHELTER, 등을 통해 선물이 필요한 아이들을 파악하고, 그들로부터 원하는 선물과 집주소를 조사한 메모가 수집되었는데, 오늘의 작업은 그것을 보고 개별 봉투와 스티카를 만드는 것이었다. 총 200명의 아이들에게 25$상당의 선물을 주게 된다고 한다.

이번주와 다음주에 걸쳐 물건을 사고, 19일에는 나누어주러 가는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고. 아이들 또는 부모들이 적은 선물 내용을 옮겨 적다보니, 주로 아이들은 게임보이를 원했고, 직접 상품권을 달라고 하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그나마, 선물을 받게 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주겠다는 의도이기는 한데, 그중 자전거를 원하는 아이도 있었는데, 어찌할런지?

1시간 남짓의 작업을 하는 동안, 신부님은 우리들에게 차와 과자를 서빙하였고, 참석자중 가장 있어 보이는 중년부부는 작업보다는 커피마시고 수다떨기를 더 즐기는 듯하였다.

내 옆에 앉아 작업하던 아주머니는 메사츄세츠주립대학의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분이었는데 이곳에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아 교인들을 잘 모른다고 어색해해서 나도 처음이라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일이 끝나도 앉아서 서로 떠드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유치원선생님과 함께 서둘러 나와 19일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과연, 이렇게 해서 동네사람들을 사귈 수 있게 될까?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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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 간호사와의 인터뷰

사람들은 그녀를 Judith로 불렀다. 자그마하고 동글동글한, 머리만 금발이 아니라면 지극히 동양적인 이미지를 가졌다. 1956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니, 내가 태어나기전부터 간호사였고, 어언 48년의 경력을 지닌 베테랑이다. 21살쯤 졸업을 했다고 치면, 69세(?) 믿기지 않을 만큼 젊어 보였다.

지금 일하고 있는 Brigham Women's Hospital에서 일한지는 11년이 넘었단다. 하루 8시간씩 주5일 40시간을 일하는데, 자신은 모든 준비가 된 상태에서 첫 환자를 만나고 싶기 때문에 한시간 먼저 새벽 6시반에 출근을 하여 이메일 채크하고, 그날 예약된 환자 챠트보고, 커피한잔 마시기 때문에 실제 40시간은 넘는다고.

보수도 좋고 자신의 일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며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경력도 많고 일을 잘하여 여러번 상도 받았다. 그의 사무실에 액자에 끼지도 않고 놓여져있는 상장이 여러장 발견되었다. 그중에서도 그녀는 Starfich Award(불가사리 상)에 대해 자랑스럽게 설명했는데, 동료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사람에게 주는 상이라고 한다. 간호사들에게는 특히 함께 일하는 동료와 좋은 관계를 맺기 어려운 법이기 때문에 더욱 뿌듯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목적은 자신이 맡았던 환자(병원직원) 중에서 다루기 힘들었던 사례에 대해 듣기 위함이었다. 말문을 열자마자 그녀는 "대상자에게 어떤 편견이나 가정을 가져서는 안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의례 산재보상을 받으러 오는 직원들에 대해 그들의 상관이나 관리자들이 전화를 걸어 부정적인 정보를 주기도 하는데, 그런 편견으로 대상자를 대하면 절대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이가 없다는 것이다. "보통 case, case하는데 우리가 만나는 것은 사람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덧붙여 강조하였다.   

이런 저런 사연을 담은 여러 명의 사례를 소개해주었다. 대부분 어려운 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업복귀에 성공한 사례들이었다. 무엇보다 당사자가 일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존중해주면서 자세히 관찰하고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case manager가 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종종 관리자들이 장애요인이 된단다. 관리자들은 쉽게 일을 처리하기 원해서 작업제한이나 변경을 고려하지 않으려 들기 때문에 설득이 쉽지 않다고 한다. 때로 인사팀과 해당부서 관리자 그리고 당사자와 자신이 함께 논의를 해서야 겨우 작업복귀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과 같은 case manager의 역할로 인해 이 병원은 상당한 의료비용을 줄이고, 작업손실일수도 줄일 수 있었다고 강조하였다. 자체 보험을 운영하는 이 병원은 더욱더 의료비 및 보상비용 등 비용절감에 대한 인센티브를 중시할 수 밖에 없어 일찍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모든 사업장이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간호사를 교육하는 선생으로서, 당신같이 유능한 간호사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물었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경험과 정확한 지식이 중요하다고, 자신은 피츠버그에 있는 학교를 다녔지만, 뉴욕에 있는 아동전문병원이나 다른 지역에 있는 정신병원 등에서 다양한 실습을 할 수 있었고 그것이 매우 좋았노라고 답하였다. 특히 case manager는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부서의 직원들이 하는 일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잘 모르겠으면 항상 직접 찾아가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상자에게 적용할 법과 규정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도 신뢰를 잃지 않는데 매우 중요하단다. 잘못된 정보를 주고 나면, 그 다음엔 자신을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그 이후의 과정을 진행시킬 수가 없으니까...

하루에 5명은 예약된 환자, 3-5명은 그날 찾아오는 첫 환자를 보게 되는 정도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환자를 보는 것 말고도 각종 서류작성, 보고서 작성은 당연히 수반되는 업무들이다. 그녀는 한국의 의사들이 입는 하얗고 빳빳한 가운을 입고, 진찰대가 있는 자신의 진료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Nurse Practitioner 자격을 소지했기 때문에 자신이 환자를 진찰하고 진단을 내리고 치료계획을 수립하는데, 산업보건과의 과장인 의사한테 supervise를 받는다고 한다.  의사를 흉내내는 간호사가 아니라, 자신에게 허용된 프로토콜에 따라 환자를 돌보되, 검사나 투약을 지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료적인 간호사-환자관계를 맺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NP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인터뷰 중간중간, 그녀는 나에게 질문할 기회도 주고, 이해했는지를 확인하고 내 설명을 귀담아 들어주는 진지함을 보여주었다. 평생을 간호사로 살아온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상대방에 대한 태도란 이런 것이구나를 실감하게 했다.

 

존경스러운 간호사 할머니!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돌보는,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며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그녀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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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ond tele-conference

Nov, 22, 2004  16:30-   보건의료종사자를 위한 포괄적이고 통합된 직업병감시체계

Dement JM, Pompeii LA, Ostbye T, Epling C, Lipscomb HJ, James T, Jcaobs MJ, Jackson G, Thomann W. An Integrated Comprehensive Occupational Surveillance System for Health Care Workers, 2004 American Journal Of Industrial Medicine 45:528-538

 

 * 연구목적 : Duke University Health System(대학병원 및 소속 지역병원 및 의원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건강과 안전에 대한 감시체계(Duke Health and Safety Surveillance System:DHSSS))를 개발함.

개발원칙 :1) 직업적 유해요인노출, 산재, 직업병에 대한 포괄적인 감시가 가능할 것

          2) 기존의 데이터베이스를 최대한 활용할 것

          3) 개인수준의 데이터분석이 가능하도록 서로 다른 데이터셑을 연계시킬 것

* 연구결과감시체계에 기초한 4가지 분석사례

1)직업관련성 스트레스와 의료이용: covariate를 통제한 후 regression을 실시한 결과, 직업스트레스가 외래이용과 유의한 관계가 있음이 확인되었음(RR=1.2).

2)Duke 청력보존프로그램 평가 : 5년간 청력보존프로그램에 참여한 155명의 남자, 10년간 참여한 117명에 대해 분석을 실시할 수 있었음.  5년 참여자중 16.8%, 10년 참여자중 53.8%가 STS(Standard Threshold Shift)를 보였음.

3)보건의료종사자의 허리 손상 : 산재보상자료에서 sprain/strain, pain/inflammation, year of injury, occupational group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음. 5년간 908명, 1060건의 사례가 확인되었음. 직종별로는 간호사가 42%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사무직(secretarial staff), 여성이 76%, 64%가 30-49세 사이, 44%가 African-American이었음. 의료이용자료를 이용하여 acute back injury 청구건수를 분석하였는데, 병동간호사들(입원환자를 돌보는)이 다른 직종에 비해 1.5배 청구건수가 많았음. 층화분석결과, 50세이상 흑인간호사가 동일연령층의 백인간호사보다 유의하게 더 많이 의료이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음. 

4) 혈액 및 체액 노출

needle stick injury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 splashes to the face, sharps injuries, bites/non-intact skin의 순으로 나타났음. 부서별로는 수술장 인력이 가장 많이 보고하였으며 그 다음이 내외과중환자실이었음. 직종별로는 간호사, 의사가 가장 많이 노출건수를 보고하였음. 전체적으로 발생률은 4.8건/100 FTEs였으며 직종별로는 외과수술장 technician 40.3, house staff 18.6, 마취간호사 12.1, 병동간호사 10.2였다.

*연구의 제한점 : 시간제, 계약직, 임시직 노동자에 대한 정보는 포함되지 않았음. 개인의 의료이용자료사용에 대한 사전동의의 문제가 지적되었음. 개인의 유해요인 노출 평가방법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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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riveway를 걸으며

  • 분류
    riverway
  • 등록일
    2004/11/23 00:31
  • 수정일
    2004/11/2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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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riverway를 걸었다. 어느새 낙엽이 수북히 쌓여 온통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자연이 스스로 변화하는 힘, 그 생명력을 호흡할 때

나 또한 욕심과 허위로 잃어버린, 선의의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다짐한다.

높은 영혼을 추구하고, 굳어진 몸의 회복을 위한 노력이 가장 우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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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출판에 대한 갈등..

  • 분류
    riverway
  • 등록일
    2004/11/22 00:45
  • 수정일
    2004/11/2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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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rabbit님의 [논문 출판하기] 에 관련된 글입니다.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연구자들이 뉴욕에서 회의를 하게 되어 다녀온 소감.

새벽 5시25분 기차를 타고 가기 위해 4시반 집에서 나설때는 참 기대도 컸었다. 하바드에서는 연륜이 쌓인 간호학자를 만나기 어려운 탓에 학교 홈피상에 화려한 경력을 게시한 K교수를 만나면 뭔가 배울 점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이들은 보스톤, 뉴욕, 시카고, LA에 떨어져 활동하는 연구자들이 공동연구를 하는 방식은 어떤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특히 병원의 구조조정이 간호사의 건강과 환자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분석해 보겠다는 연구목적으로 인해 이들에 대한 호의적인 기대를 갖지 않을 수 없었다.

9시반부터 시작된 연구회의, 점심식사하기 전까지 한 이야기들은 고작 각 변수별 outlier를 어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소소한 논의들. 워싱턴파크에서 샌드위치로 간단히 점심을 떼우고 다시 시작된 오후 회의에서는 다음 번 회의일정을 잡기 위한 논의를 1시간 가량 더 한 후에 갑자기 authorship에 관한 이야기로 전환하였다.

뉴욕대학 간호학과의 K교수는 본인은 이제 정년보장 교수임을 자랑하며 자신의 제자이며 연구보조원이었던 박사과정생을 저자에 포함시켜야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동시에 연구계획서 제출당시 연구자로 포함된 사람이외에는 수집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논문을 써서는 안된다는 원칙에 합의할 것을 강조하였고. 함께 간 하바드 E교수는 자신은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리고 앞으로도 학생들이나 포닥에게 이 데이터를 주고 새로운 연구문제를 도출해서 논문을 쓰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반대하였을 뿐, 다른 사람들은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회의가 끝날 때까지 논의가 공전되었다. 유일한 남성 연구자이면서 보건경제학자인 N이 우선 우리가 중요하게 발표한 논문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할 것이다, 그 후에 다시 논의하자는 선에서 합의한 후 서둘러 회의를 마쳤다.

논의를 지켜보면서 참 황당했고 씁쓸했다. 정작 그토록 중요한 연구분석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더이상 논의를 진전시키지 않고, 누군가 잘 할 것이라고 서로에게 미루면서 업적을 챙기는데는 재빨리 의견을 내세우는 원로교수의 태도는 흔히 한국에서도 보아온 낯익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연구가 한국 같이 미국식 간호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는 수많은 간호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더라도, 해가 갈수록 병들고 다치는 미국 간호사들을 위해서라도 정말 널리 알려져야 할 결과라는 시급성을 전혀 인식하고 있지 않는 듯한 태도.

도대체 왜 연구를 했을까? 오로지 tenure가 되기 위해 논문을 쓰는 것인가?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드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는 나역시 과연 앞으로 이 프로젝트에 계속 참여를 할 것인지, 논문이라도 하나 건질 수 있는 것인지를 재빠르게 계산해 보았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업적을 가져야 하는 것에 대한 조바심을 참지 못하고....

 

연구로 생존을 해결하는 자리에 있는 한 이런 이중적 태도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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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상에 관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

Workers' Compensation Interest Group.

 

이들이 주관하는 학술모임이 지난 주 금, 토  이틀에 걸쳐 있었다. 등록비 내지 않고 듣게 해준다는 말에 빠지거나 중간에 도망치지 않고 꼬박 참여했더니 결국 몸살을 앓고 말았다.

아무 말 안하고 듣기만(다 이해할 수도 없는) 하는 것은 정말 중노동이다.

 

40여명이 모여 자신들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산재보상 관련 연구에 대해 발표하고, 참석자들의 조언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한 주제당 45분. 이들의 습관대로 발표 중간에도 질문과 코멘트가 이어지는 경우에는 진행자가 시간관리를 하느라 애를 먹었고.

주로 대학에 있는 연구자, 민간보험회사의 연구소에 있는 연구자, 주정부 공무원들이 참석을 하였고, 임상의사는 딱 한명 있었는데 역시 태도와 발표내용으로 다른 연구자들과 구별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했다.

이들은 일년에 두번씩 이렇게 모여 자신들의 연구진행을 서로 격려하고 정보를 교류한다고 한다. 각 주마다 정책이나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비교/비판도 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어가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캐나다의 비영리민간연구소인 Institute for Work and Health 에서도 참석하였고, 한 민간보험회사의 연구소에서 중국을 대상으로 시작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제법 국제적인 수준으로 범위를 넓혀가고자 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발표된 연구들은 크게 4개 주제로 분류할 수 있는데, 1) 산재보상 정책 및 법 2)산재보고 및 통계 3)산재노동자 치료 및 중재 4)고령노동자의 증가와 산재보상이다.

 

1) 산재보상 정책 및 법에서는 캐나다의 사회보험과 미국 체계에 대한 비교연구, 캘리포니아에서의 산재보상제도 개혁과정, 중국에서의 산재보상제도 개발프로젝트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캘리포니아는 연방정부와 별도로 주정부가 OSHA를 운영하면서 다른 주와 달리 규정들을 적용하고 있다며 그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Liberty Mutual 이라는 민간보험회사 연구소에서 중국 진출을 위해 조사한 내용, 앞으로의 계획이 소개되었는데 중국이 산재보험 연구자들에게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강조가 거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제공자(provider) 선택이 비용과 outcome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연구가 발표되었다. 고용주가 선택하는 경우에 비용이 적으나 만족도는 낮고, 노동자가 선택하는 경우 기존의 의료진을 선택하지 않고 새로운 의료진을 선택할 때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에 비해 만족도나 결과는 별 차이가 없다는 식의 내용으로 파악되었다.

 

2) 이들도 어떻게 하면 정확한 산재통계를 산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듯. capture-recapture extimates에 대한 소개, 서로 다른 규정과 데이터베이스 구축방법에도 불구하고 그중에서 50개주를 비교할 수 있는 통계산출을 위한 전략, 보험회사가 사용하는 사업장의 safety index의 새로운 개선방안 등이 논의되었다.

 

3) 유일하게 참석한 임상의사가 발표한 내용은 메인 주에서 시행된 Lumbar spine study의 대상자중에서 척추디스크 환자들을 5-10년간 관찰한 결과, 산재보상 여부에 따라 장애정도가 다르더라는 것이었다. 의학적 상태와 치료 내용을 보정하고 볼 때, 산재보상을 받은 환자들이 더 장애정도가 심하더라는 결론은 다소 산재환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듯 여겨졋다. 캐나다의 IHW연구소에서는 작업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시행된 중재연구들을 모두 검색하여 양적 분석과 질적분석을 시도한 연구를 발표하였다. 참석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격려가 있었는데, 비교적 방대한 문헌검색과 객관적인 분석기준 개발을 시도한 노력이 돋보인 탓인지 모르겠다.  질적 분석결과에서는 감독자의 역할이 작업복귀에 가장 중요하고, 재활치료전문가나 산업보건전문가도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양적 분석에서는 early contact to worker, work accomodation, health care provider contact with workplace, ergonomic worksite visites 등이 비용을 줄이고 장애정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4) 2025년이 되면, 미국 노동자의 31.8%가 55세이상이 된다고 한다. 2000년 현재, 18.2%.

이들의 관심중 하나는 젊은 층과 노년 층이 산재를 당한 경우 진단명, 치료내용, 치료비가 어떤 추이를 보이는지를 비교하는 것이었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의료보험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직업을 잘 바꾸지 않고, 퇴직을 하려 들지 않는 현상이 있고 이를 job lock이라 정의하고 있었다. job-locked 된 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하기 쉬운 고위험군이며 산재를 당한 경우, 더 나쁜 경과를 보일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층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job-lock의 상태인지 어떤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족한 듣기 실력으로 중요한 내용들을 놓치거나 오해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산재보상에 대한 이 사람들의 최신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익한 기회이기는 했다. 전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사람들이 모여 산재보상 연구를 하는 것이 부럽다가도 문득 이 큰 나라에서 너무 소수가 아닌가 하는 반문을 해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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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 분류
    riverway
  • 등록일
    2004/11/17 02:01
  • 수정일
    2004/11/17 02:01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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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답 RSS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친구를 몇이나 두었느냐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었다.

어릴 적부터 친구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었던 터에 남들이 그저 잘 알고 지내는 사이를 친구로 삼는 것에 쉽게 동의가 안되기 때문에...

 

초등학교 1학년에 같은 반을 하고 한동네 살았던 한 친구가 있는데,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도 다른 곳을 다녔지만 꾸준히 만나고 연락을 하며 지냈고, 우연히 그 친구가 천안에 내려와 살면서는 더 가까운 느낌으로 지내고 있다.

그리고 중학교때 가까이 지냈던 한 친구는 대학졸업 이후 연락이 끊겼다가 결혼 하고 나서 딱 한번 보았는데 이상하게도 그 이후로는 연락이 되질 않았다. 유복한 집안에서 잘 자란 딸로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고, 프랑스 유학도 다녀왔다고 했는데 아마 어릴적 감정만 공유할 뿐 가는 길이  너무 달라 서로 연락을 하기 어려웠던 듯 하다.

고등학교 때 유난히 나를 도와주려는 책임감이 강했던 친구는 중학교 수학교사가 되었는데, 역시 대학졸업 후 한번 보고는 연락이 닿질 않는다. 병원노조가 막 활동을 시작하던 80년대 말에 만났을 때, 여전히 나를 걱정하고 훈계하던 모습이 마지막 기억이다.

대학에 와서는 내가 원하는 학과에 진학을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같은 과 친구들에게 정을 주려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세미나그룹에 들어가면서 한두명가 가까이 지내게 되었다. 그 중 한명이 보건의료노조를 창립하여 지금까지 활동을 하고 있는 운동가가 되었다. 때로는 개인적으로, 때로는 내가 지닌 작은 전문성을 보태주느라 만나면서 대학다닐 때보다 훨씬 더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치열하게 한 길을 걷고 있는 그를 보면서 많이 반성하고, 다짐도 했으며 좀 덜 힘들었으면 하는 안타까움도 많았다. 요즘은 어찌 지내는지 마음이 많이 쓰인다.

이번에 보스톤을 찾아온 또 한명의 대학동기는 대학시절에는 거의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이 없었던 사이였다. 졸업 후 같은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같은 학교에 시간강사를 나갔다가 우연히 만났는데 전혀 낯설지 않고 친근하게 나를 대해주는 바람에 어떨결에 나도 마음을 열수 있었던 친구다. 매사에 솔직하고 겸손한  태도를 많이 배울 수 있는 친구. 편견없이 나를 신뢰해주는 그의 태도가 내겐 늘 고마울 뿐이다. 함께 일을 할 때도 잘난 척하는 나를 전혀 거슬려하지 않고, 편안하게 바로 잡아주는 풍성한 인격을 지닌 사람이다.

 

친구란, 서로 경쟁하는 마음을 선의로 극복하지 못하면 남만도 못한 사이가 되는 것을 종종 보았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갖는다 해도 가까이에 있는 친구와 자꾸 비교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 탓에  오래 익은 술처럼 진정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듯하다. 

이번에 보스톤을 다녀간 남편의 친구도 있었는데, 그들의 우정에서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내 능력보다는 친구의 능력을 기꺼이 인정해주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옛친구가 그리운 것은 나이가 드는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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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통증을 호소하는 57세 간호사의 작업복귀

미국에서는 나이든 간호사를 흔히 만날 수 있다. 오늘 병원 산업보건과에서 만난 간호사도 역시 30년 경력의 노장. 환자를 들다가 오른쪽 어깨 근육에 이상이 생겨 두달전부터 치료를 받고 있단다. 그녀는 특정한 부서(병동)에 소속되지 않고 일하는 Float Pool 간호사이다. 즉, 근무하는 날에 따라 부서가 바뀐다. 어느날은 인공신실에서 어느날은 응급실, 중환자실, 내과 병동 등등. 이 병원에서 일한지는 7년 되었다고 하는데, 산업간호사의 설명은 어느 부서에도 일할 수 있는 베테랑이라고 하나, 내 생각엔 심리적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았다.병동에 소속된 직원들에 비해 동료들의 지지나 상관의 지지가 적고 작업환경에 익숙치 않으며 환자들과의 관계도 서먹할테니...  OSHA log를 검토하면서 Float Pool인 RN 또는 Nurse Aid가 많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의 증상은 산재로 승인되어 치료를 받던 중 오늘부터 Transitional Duty Program하에 관리를 받기로 하였다.  TDP는 12주안에 작업복귀하는 것을 목표로 100% 급여를 받으면서 조금씩 자신의 업무능력(functional capacity)에 맞게 주당 근무일과 업무량을 늘려가는 절차이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는 일주일에 1회 정규적으로 산재보상담당 전문간호사를 만나야 하며 근무로 인해 증상이 나빠지거나 힘들면 즉시 보고해야 한다. TDP는 전체적으로 산재보상비용을 줄이면서 노동자의 근로의욕을 높여 작업복귀에 소요되는 기간과 재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실제 적용하는 과정은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았다. 우선, 그녀의 manager가 이렇게 개인의 상태에 맞추어 스케쥴을 짜고, 업무를 분담하는 것에 잘 협조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고, 그녀 또한 집에서 9개월된 손자를 돌봐야 하고, 병드신 시아버지를 수발들어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서의 업무조정만으로 증세가 호전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는다는 것이다. 

 

그녀는 manager의 태도를 염려하였고, 어느 병동에서 일하는 것이 자신에게 적합할 지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이유를 파악하기 어려웠음). 담당 전문간호사의 설득 내지는 권유에 마지 못해 서류(TDP를 시작하면서 당사자인 노동자와 담당 전문간호사가 서로의 책임에 대해 확인하고 서명을 하여 보관해 두어야 함)에 서명을 하는 듯 보였다. 나중에 규정을 보니, 노동자가 TD프로그램을 거쳐 작업복귀를 하지 않는 절차를 선택하면 산재보상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조건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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