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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03
    '안티 이명박' 그 자체다
    평발

'안티 이명박' 그 자체다

트랙팩님의 [촛불집회를 말하다.] 에 관련된 글.

 

최근 촛불집회에 대해 이런 저런 해석들이 가해지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해석들은 미디어들이 내놓고 있는데, 대부분 '자발성', '수평적 관계망; 네트워크?','다양성'이 언급되고 있는 듯하다.

 

이런 해석의 문제중 하나는, 현재 촛불집회의 성격이 '과거의 운동방식'(이라고 명명된) 조직화된 집회의 논리적 대척점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과거 과격폭력운동의 상징으로서 '노동단체'의 투쟁은 급격히 평가절하되고 있다.

 

두번째 문제점은 그 다양성에 있다. 애국가가 불려지고 항의의 상징으로 태극기가 나오는 상황은 지금의 국가를 극복함으로서 얻고자 하는 욕망을 보여준다. 즉, '합리적이고 존중할 만한 대한민국'의 건설인 것이다. 이로써 '국가를 말하지 않기'라는 암묵적인 운동적권적 합의는 무의미해졌다.

 

나는 그래서 이번 촛불집회는 민중의 우발성을 보여주는 징표임과 동시에, 자본주의적 질서체계의 안정화로 귀결될수도 있는 사건으로 생각한다.

 

1. 우발적인 사건과 과잉된 의미

 

실제로 촛불집회에 참여를 해보면 이 집회를 통해 주장하는 바는 간단하다. '고시철회'와 '재협상'.

중요한 것은 이런 주장들이 현 이명박 정권하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요구일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상 재협상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과정에서 결정적인 장애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한미FTA라는 미-한 자본의 요구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쇠고기 재협상 자체가 한미 FTA의 핵심적인 고리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 축산업계-미 정계 커넥션에 의해 외삽된 '추가 요구'의 성격에 더 가깝다.

 

오히려 이런 의미를 오판한 것은 이명박이었다. 그런 점에서 쇠고기 검역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오판에서 불거진 우발적인 사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급진화 요구로도 받아들이수 있는 부분이 있는걸까? 개인적으론 있다고 생각한다. 집회에서 요청되는 '민주공화국'에 대한 언급과 '국민주권'에 대한 합의는 이전의 어떤 상황보다도 민주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보면 이런 민주주의의 심화 기획은 오히려 '건전한 대한민국'의 건설이라는 국가주의 틀 뿐만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세계질서'에 대한 항의를 배제한다는 측면(최근 '다함께'의 배제는 이런 움직임을 보여준다)이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2. 자본주의체제의 합리화

 

만약 이번 촛불집회의 최소공약수가 '체제내의 절차적 합리성' 부분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면, 현재 서 있는 체제 내와 외의 경계에서 오른쪽으로 넘어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집회 참가자 자체의 정치적 각성이라는 부분은 놀라울 정도다. 이 역시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아니 이 부분만 주목하더라도 이번 촛불집회의 의미는 중대하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그런 '절차성'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자본주의 체제의 심미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오히려 검역주권으로 칭해지는 '국가의 경계'를 강조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자본과 노동에 대한 상이한 기획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물론 과도한 비관적 관점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거리의 정치'를 경험하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한다. 솔직히 촛불집회가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지는 못했다고 판단하더라도, 국가라는 틀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하더라도 가치가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벡터'의 방향성이 아니라 '벡터' 자체의 등장에 있다. 방향성은 이후의 정치적 과정이 필요한 것이지만, 각각의 시민들에게 '벡터의 성격'이 나타난 것은 대단한 것이라고 믿는다.

 

'촛불집회'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평가는 현재 지금의 한계에 놓여 있다. 만약, 쇠고기의 문제가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함께 FTA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안티 이명박'에 갖힌 촛불집회는 체제 내적의 자기 갱신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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