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쓸데없는 일이라는 걸 증명하는 데 20년이 걸렸다

편집자주: 미국에 의해 축출됐던 탈레반이 20년의 무장항쟁 끝에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함락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영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을 적극적으로 도왔는데 이를 비판하는 가디언의 칼럼을 소개한다.
원문:It has taken 20 years to prove the invasion of Afghanistan was totally unnecessary

카불 함락 이후 기뻐하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전사들ⓒ사진=뉴시스/AP

 카불이 함락됐다. 그건 필연이었다. 그리고 포스트-제국주의 서방의 환상이 하나 깨졌다. 하지만 서방의 반응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재앙, 굴욕, 재앙적인 실수로 이를 묘사해도 좋다. 듣기에 좋기만 하면 말이다. 제국의 후퇴는 깔끔한 법이 없다. 그러나 20년이 걸리기는 했지만, 최소한 끝은 신속하지 않았는가. 이런 식이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제대로 하자.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이 ‘테러리스트 국가’였던 적도 없었고, 미국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미국은 1996년에 탈레반이 러시아에 맞서며 권력을 장악할 수 있도록 지원했었다.

물론 탈레반이 탈레반의 창시자이자 최고 지도자였던 물라 오마르와 친했던 오사마 빈라덴을 아프가니스탄에 머무르게 해 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빈라덴은 9/11 이틀 전에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주의 운동가이자 영웅이었던 아흐마드 샤 마수드를 암살한 터였다. 그래서 젊은 지도자들이 물라에게 빈 라덴을 추방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파키스탄이 언젠가는 빈 라덴의 항복을 이끌어냈을 것이다.

2001년 침공 직후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미 국방장관은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탈레반을 혼내 주고 얼른 빠져 나오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부시도,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도 말을 듣지 않았다. 둘은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아무런 이익이 걸려 있지 않았던 NATO를 동원해 그게 마치 레고로 만들어지는 양 아프가니스탄의 국민형성(nation-building)에 착수했다.

소프트 파워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조세프 나이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는 아프가니스탄을 소프트 파워로 지배하는 ‘벨벳 패권’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떠들어댔고, 완전히 설명되지 않은 이유 때문에 블레어는 ‘국제 사회 독트린’을 발표하며 영국이 첫 카불 폭격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리고는 탈레반의 주 수입원이었던 양귀비 재배를 막기 위해 클레어 쇼트 국제개발 장관을 아프가니스탄에 보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미군ⓒ사진=미국 육군

나는 2006년에 카불을 방문했는데, 당시 들리는 얘기는 이미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 영국의 무모한 시도에 대한 욕설뿐이었다. 그때 3,400명의 영국군이 지원해 헬만드에서 무장항쟁을 하는 탈레반 ‘반군’을 진압하러 갔었다. 존 리드 영국 국방장관은 “탈레반의 찌꺼기만 남아 있기 때문에 총알 하나도 필요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고, 데이비드 리처드스 영국 장군은 그 임무가 영국이 손쉽게 점령한 후 보다 손쉽게 통치하기 위해 정부를 세웠던 “또 다른 말라야(1946~48년)”가 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나자 패배한 영국군이 퇴각했고, 대신 미국이 발 벗고 나섰다. 결국 패배했지만 말이다. 외세에게 굴욕을 안겨주는 데에는 아프가니스탄의 파슈툰인 만한 사람들이 없다. 미국의 퇴각은 시간 문제였을 뿐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현재 상황은 끔찍하다. 20년간 서방의 부자 납세자들에게 의존해 온 친구들이 협박당하고 살해되는 모습이 군인과 통역가, 언론인 및 학자들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수 년 간의 지원과 훈련이 물거품이 될 판이다. 그리고 1조 달러로 알려진 미국의 돈과 370억 파운드에 달하는 영국의 돈이 낭비됐다.

대체 영국인들에게 얼마나 더 얘기를 해야 이해를 할까? 대영제국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말이다. 대영제국은 죽었다. 끝났다. 시대에 뒤떨어졌고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방금 남중국해에 항공모함을 보냈다. 영국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다른 국가를 지배할 필요도 그럴 권리도 없다. 그것을 위해 군인도 목숨을 내걸 필요도 없다. 아프가니스탄에서 454명의 영국 군인과 민간인이 죽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지금으로서 영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아프가니스탄의 새 정부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카불의 이웃 나라 파키스탄, 그리고 이란과 함께 말이다. 세상은 영국을 위협하고 있지 않다. 테러리즘은 국가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국가의 정복으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