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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꽉 들어찬 수도권 중증 병상…‘28%’는 옮겨서 치료할 만

등록 :2021-11-19 05:00수정 :2021-11-19 09:11

 
 
 

 

[코로나 신규 확진 3292명 최다]

‘가동률 78.2%’ 수도권 전담병상
537개 중 150여개는 코로나 완치
기저질환 악화 등 치료로 머물러

환자 설득·건보 본인부담금 관건
준중등·중환자실 ‘스텝 다운’이나
비수도권 병원 등 옮길 대책 필요

김 총리-병원장들, 오늘 긴급회의
 
18일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 주차장에 위중증 환자 급증에 대비한 ‘이동형 음압 병실’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18일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 주차장에 위중증 환자 급증에 대비한 ‘이동형 음압 병실’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로 발생하고 위중증 환자가 이틀 연속 500명대를 넘기면서 병상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수도권의 중증환자 전담병상 10개 가운데 3개가 이미 코로나19에서 회복된 기저질환자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이들을 단계가 낮은 준중등 전담병상이나 일반 중환자실 등으로 옮길 수 있도록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5시 기준 수도권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병상 537개 가운데 28%에 이르는 150여개는 이미 코로나19 치료가 완료된 기저질환자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코로나19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오지만,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중증환자 전담병상을 나서지 않고 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코로나19가 치료가 되어도 환자가 다른 기저질환이 남아있을 수 있는데 ‘기저질환이 코로나19 때문에 악화했으니 (기저질환) 치료도 받고 나가겠다’고 주장을 하게 되면 병원 입장에서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며 “추가로 병상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 환자들을 병원 내 일반 병상 등으로 옮겨서 중증환자 전담병상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중증환자 전담병상은 신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3292명으로 역대 최다였고, 위중증 환자 수는 506명으로 전날(522명)에 견줘 다소 줄었지만, 정부가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공언해 온 500명을 이틀 연속으로 넘어선 상태다. 사망자도 29명 발생했다. 이에 따라 서울은 중증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이 80.9%로 이틀 연속 80%대를 나타냈고, 수도권 전체 중증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78.2%로 전날(76.7%)보다 1.5%포인트 늘었다. 수도권으로부터 환자를 이송받은 대전 역시 76%를 나타내 정부가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 발동 조건으로 언급했던 75%를 웃돌고 있다. 특히 수도권 확진자 가운데 병상 배정 대기자도 급증하고 있다. 이달 1~3일 0명이던 수도권 병상 대기자는 이날 423명(병원 367명, 생활치료센터 56명)으로 불어났다.

 

병원 현장에선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 김영훈 고대병원 의료원장은 “중환자들이 밀려 넘치고 있으니 환자들을 멀리 이송하지 않아도 되는 경기도 같은 곳에 체육관을 개조하는 등으로 중증환자를 집중 치료할 수 있는 감염병 전문 시설을 임시로라도 50개 병상이든 100개 병상이든 만들고, 환자가 적은 비수도권에서 인력을 보강받는 등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도 “수도권은 (중증환자 병상이) 꽉꽉 찼다. 정부에서 의료진을 공급한다고 하는데, 상급종합병원 입장에서는 손발이 맞지 않은 인력을 받아서 일할 수도 없다”며 “정부가 1년 전부터 준비를 해야 했는데 갑자기 닥쳐서 행정명령으로 하려고 하니 모두 당황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500개 병상이 넘는 규모의 경기도 소재 ㄱ종합병원은 중등증환자(인공호흡기는 필요없으나 산소마스크 치료 정도가 필요한 환자)를 위해 30개 병상을 운영하고 있으나, 의사와 간호사가 부족해 23개 병상 이상의 환자는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원 관계자는 “당국에서 전담병원으로 지정해 병상 확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지 의료인력 충원에 대한 지원책은 내놓지 않아 모두가 녹초가 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정부가 코로나19에서 회복된 150개 병상 환자들을 일반 병상 등으로 ‘스텝 다운’하거나 비수도권 병원 등으로 전원할 수 있도록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0개 병상 환자들을 옮기면 당장 수도권 중증환자 병상 가동률을 20%포인트 정도 낮춰 늘어나는 위중증 환자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스텝 다운이나 전원을 하려면 환자들의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에 대한 쟁점이 남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치료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무상으로 치료를 하지만, 기저질환 등에 대한 치료는 본인부담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 비용에 대한 특별 대책이라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염병예방법은 감염에 관한 부분에만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부담금을 예산으로 지원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19일 오전 8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 22개 상급종합병원장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병상운영 효율화와 추가 병상확보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재호 권지담 박준용 김기성 기자 ph@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9954.html?_fr=mt1#csidx1ba17678fa16318a2d21c5fb559c88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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