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농인을 위한 남북 수어 여행 회화책 아이디어로 창업에 도전한 데프누리팀이 지난 17일 열린 2021 대한민국 청년 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자와 심사위원, 주최측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제공]
남북 농인을 위한 남북 수어 여행 회화책 아이디어로 창업에 도전한 데프누리팀이 지난 17일 열린 2021 대한민국 청년 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자와 심사위원, 주최측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제공]

청각 장애가 있는 농인들이 손과 손가락의 모양, 손의 위치와 움직임 등을 이용해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를 '수화언어'라 하고 이를 줄여 수어(手語)라고 한다.

농인 친구사이인 임서희, 김소희, 조윤주씨는 '남북 농인을 위한 남북 수어 여행 회화책' 아이디어로 창업에 도전해 지난 17일 열린 '2021 대한민국 청년 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했다.

이들이 뭉쳐 만든 '데프누리'라는 팀 이름은 농인의 영어 'Deaf'와 세상을 의미하는 순우리말 '누리'를 합친 것으로 '농인도 행복한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만든다'는 의미.

임서희 대표는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해외여행을 즐기는 농인들이 있고 실제 해외 농인들의 북한여행기가 있으나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고 했다. 

특히 남측에서 사용하는 '한국수어'와 북측 '조선손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남북 농인들도 수어로 직접 소통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남북 농인을 위한 남북 수어 여행 회화책' 발간을 계기로 농인들도 장애에 구애받지 않고 남북을 여행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몇 차례에 걸쳐 수정 보완해 이날 발표한 샘플북을 살펴보면, 먼저 김일성광장이나 대동강호를 타고 즐기는 평양의 야경을 일러스트와 사진, 한국수어로 소개한다. 거기서 만날 북녘 동포들과 나눌 회화는 간단한 스크립트와 '조선손말 일러스트'로 제공한다.

그리고 실제 수어 표현을 위해 QR코드를 책에 담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데프누리 팀은 『손말사전』, 『한국수어&조선손말』 도서를 참고해 회화 수어 QR영상을 촬영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 평양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냉면, 온반, 대동강맥주 등 음식정보를 소개하고 관광증과 티켓, 인생네컷 등 기념품을 곁들여 상품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데프누리 팀 안서희 대표가 남북 수어 여행회화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데프누리 팀 안서희 대표가 남북 수어 여행회화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데프누리 팀은 "한국수어와 조선손말의 차이를 통해 언어적인 연구가 매우 중요함을 알게 됐다"며 "이 사업을 통해 북한에 대한 편견을 부수는 계기가 되었다면, 우리의 사업을 통해 다른 농인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북한을 가깝고 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넓혀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크라우드 펀팅을 통해 일반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앞으로 사업 진척에 따라 중국, 독일, 일본 등 북한 여행을 자주가는 나라의 수어버전 등을 개발할 생각이다.

심사위원들은 "남북 수어의 차이까지 극복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말대사전이 완성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며 감동적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농인으로 대상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 협동조합보다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조언이 있었고, 이에 대해 임서희 대표는 실력을 쌓은 후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데프누리 팀에게는 이날 대상 상금 500만원이 지급됐다.

하승창 심사위원장은 심사평에서 "지난해 참가자에 비해 실현 가능성이높고 창의적이며, 그 결과 제품이라는 구체적 성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 남북관계에서도 평화경제가 '담론'으로 그치지 않고 '구체적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최종 본선에 오른 6개 프로젝트는 앞서 △IT·4차산업 △공정여행 △국제개발 △문화예술 △북한·도시개발△사회적경제 등 분야에서 모인 총 551개 아이디 가운데 심사를 통해 50개 팀으로 압축하고 다시 남북 및 창업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아이디어 심화과정을 거쳐 최종 선발된 과제답게 창의적일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시제품으로 가시화된 것이 특징.

지난 6월 15일부터 7월 18일까지 상상공모전이 진행됐고 7월 22일 50개팀이 선발되었으며, 7월 26일부터 9월 5일까지 온라인에서 소규모 토론회를 통해 아이디어를 심화시키는 오픈테이블 및 세미나를 이어갔다.

9월에 최종 6개팀이 무순위로 선발되어 11월 14일까지 전문가들로부터 인큐베이팅 지원을 받았다.

특히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사업개발비(각 300만원)와 각 분야 전문가 컨설팅을 지원하여 당사자들이 약 한달간 사업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시제품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최종 선정된 6개 팀은 △다가치(서울, 남북한 일상문화를 체험하는 평화 다과) △데프누리(서울, 남북 농인을 위한 남북 수어 여행 회화 책) △메타바인드(인천, 메타버스 속에서 연결되는 서울에서 평양까지)△으능정이 브루어리(대전, 북한식 가양주 주조를 통한 전통문화 계승) △평화티콘(서울, 이모티콘으로 만나는 평화통일) △하울림(인천, 우리집에서 즐기는 북한식 밀키트)

황주상 으능정이 브루어리 대표는 세계 3대 투자전문가로 알려진 짐 로저스로부터 받은 호의적 평가를 소개하고 이
황주상 으능정이 브루어리 대표가 세계 3대 투자전문가로 알려진 짐 로저스로부터 받은 호의적 평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우수상을 수상한 '으능정이 브루어리'는 남의 원료를 북의 가양주 주조기법으로 만든 술. '으능정이 브루어리'는 대전 은행동을 일컫는 '으능정이'와 양조장(brewery)를 합친 조어.

황주상 대표는 『산가요록』, 『주방문』, 『우음제방』, 『규합총서』 등 고문헌을 뒤져 북측 술에 대한 자료조사를 하고, 북한 가양주 제조방법으로 양조하는 통일전통주 제조업체인 충북 음성의 '하나도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남북 가양주의 가장 큰 차이는 사용하는 물의 차이. 북이 물속에 광물성분인 칼슘, 마그네슘이 많이 포함되어 묵직한 경도 150 이상의 경수(硬水)를 쓰는데 비해 남에서는 경도 150 이하의 부드러운 연수(軟水)를 쓴다고 한다.

으능정이 브루어리에서는 경수와 연수의 배합비율을 조절하는 테스트를 계속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출연한 한 방송사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서 만난 세계 3대 투자전문가인 짐 로저스가 "만일 제가 지금 투자할 곳 하나만 고른다면 주조회사에 투자할 것 같다"고 하면서 "이야기가 좋고 아이디어가 좋다. 한국에서 같이 술마시자"고 한 호평을 자랑스레 소개하기도 했다.

다가치 팀의 평화 다과 키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다가치 팀의 평화 다과 키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하울림 팀이 만든 북한식 두부밥 밀키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하울림 팀이 만든 북한식 두부밥 밀키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남북한 일상문화를 체험하는 평화 다과'를 사업 아이디어로 제시한 '다가치'(茶GATCHI) 팀과 북한식 밀키트를 들고 나온 '하울림' 팀은 우수상을 받았다.

다가치는 남북한 일상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평화 다과상을 판매하고 북한학, 평화학 도서와 평화아티스트 공연, 통일교육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 복합 문화공간을 지향하는 '한반도 티바(Tea Bar)'를 만드는게 목표이다.

공간 구성을 위한 초기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은 '다과상 키트'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김채은 대표는 '공간 다가치'는 최종 목표이고 당면 목표는 '키트 다가치'라고 설명했다. '키트 다가치'는 차 2종류(오미자+잎 녹차, 감잎차)에 간식 2가지(펑펑이 인절미, 들쭉 젤리)로 구성해 소비자가 뜨거운 물만 부어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가격은 4인 기준 1만7,000원 정도.

'하울림' 팀이 만든 북한식 밀키트는 '집에서 간편하게 든든한 한끼'를 챙길 수 있는 '두부밥'이다. 탈북민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고 음식 조리방법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계획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개발하고 있는 '평화티콘' 팀의 백두와 한라 캐릭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개발하고 있는 '평화티콘' 팀의 백두와 한라 캐릭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장려상을 받은 '평화티콘' 팀은 '일상에서 사라진 통일을 일상에서 되돌려 놓자'는 취지로 젊은이들이 매일 사용하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에 통일의 메시지를 담아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상에서 통일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을 갖게 하겠다는 것.

백두산에 거주하며 여자친구인 한라와 장거리 연애중인 백두(수컷 호랑이)과 한라산에 거주하며 장거리 연애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한라(암컷 호랑이)가 펼쳐가는 스토리텔링에 맞추어 귀여운 일상과 커플티콘 등 다양한 이모티콘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속에서 서울과 평양을 연결하려던 '메타바인드' 팀의 구상은 평양을 구현하는 것이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어 포털 사이트로의 협조를 받지 못해 일단 좌절됐다.

이미현 대표는 차선책으로 평화통일교육센터를 구현해 통일교육의 내용을 조금 더 키우는 방향으로 우회했지만 최종적으로는 고품질로 평양을 구현해 통일교육 교보재 개발을 하는 에듀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청년의 상상이 평화가 된다'는 캐치프레이지를 내걸고 시작된 '2021 대한민국 청년 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공동으로 청년들에게 남북의 현실과 평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자 시작한 연간 프로젝트이다.

최종 발표까지 한 6개 팀에게는 사전에 300만원씩 사업개발비로 지급되었으며, 대상 500만원, 최우수상 300만원, 우수상 2팀 각 200만원, 장려상 2팀 각 150만원 등 총 3,30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조명우 협의회 사무총장은 "6개 팀 모두 제품 개발과 사업자 등록을 마치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져 기쁘다"며, "오픈랩 프로젝트 수상팀들이 앞으로 한반도 평화경제 실현에 앞장서 달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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