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단독] 대선날 눈물의 장례...김태규 누나는 또 가족을 잃었다

등록 :2022-03-11 04:59수정 :2022-03-11 07:24

 
3년 전 공사 현장에서 동생 잃은 김도현씨
지난 7일 작은할아버지도 지게차 운전하다 숨져
경찰 교통사고 처리하다 김씨 항의에 형사사건 전환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제외 대상
김도현씨가 지난해 1월6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농성 중 팻말을 들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김도현씨가 지난해 1월6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농성 중 팻말을 들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전국이 20대 대통령선거로 들썩이던 9일 김도현(32)씨와 가족들은 상복을 입은 채 고용노동부와 경찰서를 정신없이 오갔다. 공사 현장에서 지게차를 운전하던 중 넘어져 숨진 작은할아버지의 정확한 사고경위를 알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2019년 4월 경기도 수원시 아파트형 공장 건설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중 추락 사고로 숨진 고 김태규씨의 누나다. 그는 3년 전 산업재해로 남동생을 보내고 또 공사 현장에서 가족을 잃었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화성동탄경찰서는 지난 7일 화성시 안녕동의 상가 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지게차 운전자 ㄱ(69)씨 사건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 여부를 두고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해당 건설업체 현장소장과 신호수 등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ㄱ씨는 당시 자재를 옮긴 뒤 경사로를 따라 후진하던 중 측면 난간을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지게차가 넘어지면서 ㄱ씨도 지게차 아래로 떨어져 바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ㄱ씨 소식을 듣자마자 빈소를 찾은 김씨는 “50년 넘게 지게차 운전을 하신 작은할아버지가 생일(12일)을 앞두고 이렇게 가셔서 온 가족이 황망해 하고 있다. (가족들은) 장례를 치르느라 투표할 경황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당일 경찰은 ㄱ씨 사망을 일반적인 교통사고로 처리했고, 이 소식을 들은 김씨는 곧장 장례식장을 나와 고용노동부 관할지청과 경찰서를 전전했다. 경찰은 당시 현장을 목격한 직원 진술만 듣고 ㄱ씨의 사고가 업무 시간이 아닌 퇴근 시점 발생했다고 봐 형사사건이 아닌 교통사고로 판단했다고 한다. 
 
김씨 가족은 즉각 항의하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고, 고용노동부 경기지청도 조사에 나섰다. ㄱ씨 사망 다음날 현장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확인한 경찰도 ㄱ씨가 현장 작업을 하고 있던 모습을 파악해 형사사건으로 전환했다. 김씨는 “경찰이 현장관계자 설명만 듣고 사건을 교통사고계로 넘긴 걸 이해할 수 없었다”며 “지난해 9월 작은할아버지가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현장에 안전관리자도 배치된 적이 없고, 사고 지점엔 적절한 안전 장비도 설치되지 않았다고 들어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교통사고로 끝날 뻔했던 것이다. 
 
이건 명백한 산재다”라고 주장했다. 화성동탄경찰서 관계자는 “작업자가 아닌 지게차 운전자가 운행 중 사망한 사건이다 보니 판단에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현재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ㄱ씨 사건과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불가능하다. 근로자가 사망해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지만 이곳 건설 공사 금액은 40억원대로, 50억원 미만이라 법 적용 유예 대상에 속한다. 
 
이 현장은 지난해 7월부터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는 기준인 80억원 이상 공사 현장도 아니어서 안전관리자도 없었다. 현장엔 평소 지게차 작업에 따른 신호수도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속이 탄다고 했다. 김태규씨가 3년 전 화물용 승강기에서 떨어져 숨진 뒤 김씨는 2020년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산재 유가족들과 함께 단식 농성에 뛰어드는 등 동생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결국 적용 대상이 축소된 중대재해법이 통과했는데, 김씨의 작은할아버지 사건이 ‘법 적용 제외 대상’에 속한 것이다.
 
김씨는 “태규 사건 이후 친척들과도 연락이 끊겼었는데, 작은할아버지(ㄱ씨)만 유일하게 우리 가족을 챙겨주셨던 분”이라며 “그런데 작은할아버지 일은 중대재해법 적용 제외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답답했다. 이렇게 해선 산재 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