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
“통신사 과점·해외 OTT 쏠림 완화 전제한 산업 진흥 중요”
“‘공영방송위’ 아닌 민방 공적 책무도 다루는 ‘공공성위’ 필요”
“포털 알고리즘 폐지 추세, ‘알고리즘’ 규제는 절반의 정책”
미디어 통합 부처론이 ‘대세’가 됐다. 대선 국면에서 주요 후보들은 일제히 미디어 부처 통합을 약속하며 ‘미디어 산업 활성화’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사업자들의 요구를 신속하게 이행하기 위한 ‘산업 활성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동원 실장은 “통신사들은 해외 OTT를 통신사 간 가입자 확보 경쟁의 수단으로 쓰며 국내 콘텐츠 투자에는 소홀했다”며 ‘통신사업자를 위한 산업 정책’이 ‘국내 콘텐츠 산업 진흥’에는 방해가 되는 모순을 지적했다. 그는 차기 정부에서 단순한 ‘진흥 정책’이 아닌 “한국의 통신 인프라 과점 상황과 해외 OTT 쏠림현상을 완화하는 진흥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동원 정책실장은 미디어 정책 과제 대부분이 ‘법 개정 사항’인 점을 감안해 정부 차원의 정책 논의를 벗어나 ‘국회 차원의 특위를 통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디어 통합부처 설립 과정에서 ‘공영미디어위원회’가 분리될 가능성이 높은데 “공영방송 뿐 아니라 공적 자금이 투입된 공영언론, 나아가 민영방송의 공적 책무 등을 포괄하는 미디어 공공성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차기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미디어 정책 과제는 무엇인가.
“이전에는 지상파를 ‘무료보편적 서비스’라고 중요하게 다뤘지만, 이제는 통신이 가장 중요한 서비스다. 윤석열 정부건 이재명 정부건, 차기 정부에서는 통신망에 대한 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미디어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통신망을 바탕으로 한 국내 산업 육성, 커뮤니케이션 인프라의 보편성 확보가 핵심이라고 본다. 망과 플랫폼에 있어서 과점 경영이 강해지고 있다는 게 중요한 문제다. 이동통신3사가 코로나19 국면에서 막대한 영업이익을 냈다.”
- 통신사들의 확장이 미디어 산업에 악영향을 미쳤나.
“통신사들이 한국 미디어 산업에 기여해왔는지를 보면 절망적이다. 통신사들은 가구별로 초고속 인터넷을 넣는 쟁탈전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글로벌OTT를 경쟁 수단으로 쓰고 있다. 자체 투자를 한다거나, 서비스 개선으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해외 OTT를 통해 가입자 쟁탈전을 벌이면서 한국의 독자적 OTT 플랫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리모컨에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버튼을 집어 넣어 해외사업자들이 수익을 내게 하는 인프라가 되는 것이 통신사업자의 책무인지 의문이 든다.”
- 해외 OTT로 인해 국내 콘텐츠가 인정을 받은 면도 있다.
“‘오징어게임’이 의미가 있지만 이처럼 소수만의 성공 사례는 한계가 있다. K콘텐츠 열풍이라고 하지만 특정 국가의 콘텐츠 열풍이 지속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콘텐츠를 잘 만드는 국가들은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갖추고 있고, 인력풀이 넓고, 적절한 보상체계 등이 전제돼 있다. 한국처럼 해외 플랫폼의 성과에만 매달리게 되면 일부 연출자와 프로듀서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건 시장 전반의 육성과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 미디어 조직은 통합 독임제 부처 신설이 유력하다. 어떻게 보나.
“우선 방통위라는 합의제 기구에 대한 평가가 전혀 없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미국의 FCC(연방통신위원회)모델을 차용해 만든 게 방통위다. 박근혜 정부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미래창조과학부)와 나뉘며 이원화가 됐다. 이렇게 흘러온 방통위에 대한 점검 없이 사업자의 요구를 받아서 이행하기에 편리한 절차를 만드는 식의 독임제 부처가 적절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통합 부처를 통해 산업 진흥을 하고자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인프라 과점 상황과 해외 OTT 쏠림현상을 완화하는 진흥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 공영방송을 다루는 별도의 위원회 설치는 어떻게 생각하나.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첫째는 공영방송 3사에 대한 논의를 하는 고립된 위원회가 있을 거다. 둘째는 공적 자금이 투여된 공영 언론, 그리고 민영방송이라도 공공성 책무를 갖고 있는데, 민영방송의 공공성 책무까지 감독하는 위원회가 있다. 후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즉, 공영방송위원회가 아니라 미디어공공성 위원회가 필요하다. 성동규 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공영은 공영으로 묶고 나머지는 진흥하자’고 하는데 공영의 범위를 좁게 보는 점이 걱정스럽다.”
- 공영방송 정책은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미디어 환경이 변화할수록 공영방송의 역할은 더 분명해져야 한다. KBS에 ‘왜 오징어게임 같은 콘텐츠를 못 만드냐’고 묻는 건 말이 안 된다. 공영방송은 시장성이 없음에도 반드시 필요한 콘텐츠를 만드는 방송이 돼야 한다. 공영방송은 수돗물과 같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수돗물을 잘 마시지는 않지만, 수돗물이 오염되면 난리가 난다. 공영방송은 우리가 신나게 구독하는 방송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신경을 쓰도록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 등 ‘최상위의 역할’을 법령으로 명시하고, 이에 따라 협약을 맺고, 이 협약이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 윤석열 정부 미디어 공약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은 무엇인가.
“가장 눈에 띄는 게 ‘각종 규제 완화·철폐’, ‘재승인·재허가 절차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과도한 규제 완화’ 공약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자면 채널A, TV조선과 같은 재승인 심사 때 어려움을 겪는 종편 사업자들을 위해 공정성 등 심사 기준을 낮추겠다는 말 같다. 나아가 민간 사업자에 대한 규제의 문턱을 상당히 낮추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본다. 최근 서울신문과 매일신문 사례 등 자본이 미디어를 계속 인수하는 상황인데, 자본의 미디어 진입을 더 쉽게 해주겠다는 방향성이 읽힌다.”
- 국회 차원의 미디어 정책과 기구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언론노조와 저는 청와대나 정부 차원의 논의가 아니라 국회 차원의 특위와 같은 혁신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회에서 논의를 통해 기한을 정한 다음, 안을 만들고 이를 입법하겠다는 스케쥴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 때처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나 미디어 통합 법제 제정 등 주요 정책이 실현되지 않고, 어느 부처도 책임을 지지 않는 문제가 반복된다.”
- 종편을 ‘승인’하는 현재 방식을 등록제로 전환해 보도 기능의 문턱을 낮추자는 의견이 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종편을 등록제로 전환했을 경우 새롭게 진입하는 채널이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4개의 종편이 손익분기점을 넘길 때까지의 기간을 버틸 수 있을까. 등록제 전환 이후 방송이 문제가 될 경우 사후 심의를 하면 된다는 얘기가 있지만, 재승인 심사를 통한 행정 강제력을 갖지 않으면 저널리즘 품질을 보장하고, 다양한 편성을 구현하기 힘든 면이 있다. 실제 종편이 초기에 제작비가 저렴한 시사프로그램을 양산하기도 했다. 종편을 추가로 허용하게 되다면 말 그대로 종합 편성을 할 수 있고, 지속적인 콘텐츠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본다. 무조건 열어버리면 신문에 진출한 자본이 다시 방송에도 진출하게 되는 우려도 있다.”
- 국회를 중심으로 포털 뉴스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정치권이 계속 신경을 쓰는 건 포털의 알고리즘 뉴스 추천이다. 하지만 이는 현상의 절반만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알고리즘 뉴스는 시기의 문제가 있을 뿐, 장기적으로는 사라질 거라고 본다. 결국 남는 건 (포털 공간 내의) 언론의 직접 뉴스 배열이다. 그렇기에 알고리즘보다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와 같은 기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포털이 알고리즘으로 배열하든, 언론이 직접배열하게 하든 중요한 건 언론의 디지털 수익 상당 부분을 포털에 의존하는 구조가 이어질 거라는 점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언론이 탈포털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난해 연합뉴스가 그랬던 것처럼 어마어마한 리스크와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포털 스스로 탈포털을 돕는 방법이 있다. 구글은 GNI(구글 뉴스 이니셔티브)를 통해 언론의 디지털 역량, 저널리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 네이버가 이 같은 사업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포털 차원에서 디지털 저널리즘에 대한 인프라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 제도적 측면에서는 어떤 논의가 필요할까.
“뉴스제휴평가위가 규정은 잘 만들어놨지만 법적 강제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포털 사업자의 ‘뉴스 부문’이 법적 지위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본다. 포털의 여러 서비스 가운데 뉴스를 분리시킨 법인을 만들게 해 이에 따른 법적 지위를 분명히 부여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뉴스제휴평가위가 작동하게 할 필요가 있다. 뉴스제휴평가위의 심사는 현재와 같은 방식이 아니라 문호를 넓히면서 공공성 등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 미디어 심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언론노조는 통합자율규제기구를 강조하고 있다.
“내용 심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을 위한 공정성과 균형성을 판단해주는 심의 기구들이 아니다. 사업자가 자율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법정 기구가 해야 될 영역이 있는데, 지금은 법정 기구에 쏠린 상황이다. 오히려 이렇게 되면 언론사들이 직접적으로 설명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피해 구제를 하는 데 관심이 떨어지게 된다. 통합자율규제기구를 제안한 이유는 정치적인 논쟁에 대한 판단을 하자는 게 아니라 시민의 입장에서 보도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때 신속한 접수, 그리고 해당 언론사가 책임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다.”
- 지역언론 활성화를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지역방송이나 지역 신문을 스타트업처럼 육성하는 것처럼 장기적으로, 단계별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역 언론에 대한 지원이 너무 중앙으로 집중된 면도 개선이 필요하다. 시민, 독자들을 위한 지원에는 지자체의 역할이 필요하다. 지역 내 구독 모델이 어떻게 가능한지 개발 지원 등의 역할을 지자체가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지방 자치와 지역 정치 활성화와 연계된 문제이기도 하다.”
- 언론노조가 대선 국면에서 ‘미디어’와 ‘산업’을 분리하는 ‘미산분리’ 정책을 제안했다. 취지는 좋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고, ‘미산분리’를 해 기업을 쪼개면 오히려 콘텐츠 투자 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아주 작은 언론사까지 ‘미산분리’를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특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이 미디어를 소유할 경우 ‘미디어 부문’을 분리하도록 해 독자적인 미디어 전문 자본을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한국에 지속적으로 미디어에 투자하고 저널리즘을 육성하는 자본이 있나? 거의 없다. CJ는 CJENM을 만들어 엄청난 적자를 보면서 상당히 오랜 기간 투자를 했다. 민방을 소유한 건설사들은 이와 달리 방송을 장기 투자 대상이 아니라 ‘내가 가지면 좋은 사회적 자본’으로 여긴다. 이 같은 구조이기에 미디어에 대한 장기 전략을 세우려 하지 않는다. 분리를 시키면 오히려 사업을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수 있다.”
- 언론 노동 부문에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관이 걱정이다. 노동 유연화를 강조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을 공약했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으로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곳이 방송업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정부에서 방송업계 전반의 과도한 노동 시간, 불안정한 고용 조건 문제를 합법화시켜줄 수 있다고 본다. 안정된 고용 환경을 만드는 데 그만큼 어려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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