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우경화’로 달려온 日아베, ‘고노담화 흔들기’ 강행

 
정지영 기자 jjy@vop.co.kr 발행시간 2014-06-20 20:24:29 최종수정 2014-06-20 20:24:29

일본 아베 신조 정부가 1993년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담화 작성 과정에서 한일 정부 간 문안조정이 있었다는 내용의 검증 결과를 20일 국회에 보고했다.

특히 이날 검증 결과에는 사실 여부를 떠나 한일 간 문안조정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시됐으며, 양국 정부가 문안조정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파장이 예상된다.

고노담화 흠집 내 무력화 길 열어

일본 정부는 이날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으나, 고노담화를 공식 검증해 발표한 것 자체로도 이미 고노담화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검증 결과 보고서에서 한일 간 문안조정이 있었다고 밝힘으로써 고노담화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일본 정부의 판단을 담은 보고서가 아니라 한일 간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깎아내리려는 의도를 여실히 보여줬다.

우리 정부는 고노담화는 일본 정부의 자체 조사.판단을 기초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담아 발표한 문서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진상 규명이 양국 간 교섭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가운데, 일본 측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자체로 문안을 정리해 한국 측에 보여주고 의견 타진을 해 스스로 결정한 문안에 대해 마치 한일 간 물밑 조율이 있었던 것처럼 왜곡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는 당초 검증을 요구한 일본유신회 등 일본 우익들이 본격적으로 고노담화 수정에 나설 빌미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일본 정부는 한일관계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고노담화 자체를 부정하지는 못하면서도, 검증결과 발표를 통해 담화 자체에 흠집을 내는 이중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향후 고노담화 무력화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셈이다.

아베 ‘우경화 드라이브’ 가속화 우려

이날 검증 결과 발표는 아베 2기 내각의 우경화 흐름과 맞물려 더욱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당장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장기간 얼어붙어 있는 한일관계는 한층 냉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정부는 과거사 왜곡, 집단자위권 추진, 영유권 분쟁 등 다양한 사안에 있어서 한꺼번에 뒤흔들기보다는 조금씩 야금야금 자신의 의도를 관철해 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과거 아베 1기 내각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2006년 9월 처음 취임했을 당시 중일관계 개선에 진력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가자 우경화의 길로 경도되기 시작했다.

2007년 봄부터 ‘종군 위안부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주장을 비롯해 우경화 행보를 노골화하기 시작해 고노담화 수정, 헌법 개정 등의 이념적 쟁점을 드러냈고 정권 내의 실언이 이어지면서 미국 의회와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아베 총리가 사임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아베 2기 내각은 더 강력한 우경화 행보를 밟고 있다. 아베 정부는 견고한 지지율에 힘입어 야스쿠니 신사 전격 참배, 아베 총리의 침략 부정 발언 등 역사 부정을 노골화하더니 법.제도적으로도 자신의 우익적 신념을 뒷받침하기 위한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해오고 있다.

일례로 당장 아베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헌법 해석을 변경하겠다는 방침 하에 여당 내 협의를 벌이고 있으며, 이를 올 연말까지 개정해야 하는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반영하고자 하고 있다.

영유권 분쟁이나 과거사 문제로 정상 외교를 포함해 한국, 중국과의 외교관계는 장기간 단절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의 고노담화 재검증 발표는 그 자체로 아베 정부의 우경화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고 본격적인 ‘역사 지우기’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