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인터뷰] ‘탈북민 지원 사업’ 미끼 던지고 “10억” 편취...태영호 아들 사기 피해자 증언

태영호 아들, 피해자에게 미국 지원받는 탈북민단체 교체하자며 접근

이승훈 기자 lsh@vop.co.kr

“제가 회수하지 못한 게 10억원 정도 됩니다.”

A 씨가 피해 금액을 추산하며 한 말이다. A 씨와 그의 지인들은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의 아들 태 모(32) 씨에게 속아 10억원이 넘는 가상화폐 테더(USDT)를 여러 사람 명의로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설마 태 씨가 아버지 태영호 처장의 직위와 경찰과의 친분 그리고 당국의 신변보호를 받는 특수한 신분 등을 이용해 10억이 넘는 가상화폐 사기를 벌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탄식했다.

태영호 처장이 페이스북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하자, 일부 언론은 ‘4700만원 빌려주고 못 받았다’는 한 명의 피해사례만 언급하며 해당사건을 보도했다. 하지만, 민중의소리가 직접 접촉해서 확인한 피해자만 4명이다. 그중 A 씨 일행은 10억원 상당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태 처장의 사과에는 “아들이 해당 사건과 관련해 성실한 자세로 수사에 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뿐이었다. 피해보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말은 없었다. A 씨는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A 씨는 “페이스북에 사과한 게 사과인가, 우리에게 전화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중의소리는 9월 15일 통화 인터뷰에 이어, 27일 오후 7시 서울의 한 카페에서 직접 A 씨를 만나 자세한 사정을 들었다. 그런데 A 씨가 전해준 태 씨의 말에는 논란이 될 수 있는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A 씨는 몇날며칠 잠을 못 잔 것처럼 얼굴에 피곤이 역력하고 목소리에도 기운이 없었지만, 차근차근 태 씨를 만난 이야기를 들려줬다.

미국 지원받는 탈북민단체 교체하자며 접근

A 씨에 따르면,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의 아들 태 모(32) 씨는 A 씨에게 미국의 지원을 받는 탈북민 단체를 만들 계획이라며 해당 단체의 재무를 담당해 달라면서 접근했다. ⓒ민중의소리

A 씨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A 씨는 여태까지 가상화폐 환전·대출 사업도 한 경험이 없다고 밝혔다. 대기업 출신인 그는 현재 중견기업에서 재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짬나는 시간에 지인들과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A 씨는 지난해 일을 하다가 태 씨를 만났다. 태 씨가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주영국북한대사관 공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망명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탈북민의 자립을 지원하는 단체를 설립해 보자는 태 씨의 제안을 진지하게 믿었다고 한다. “이곳 카페에서 얘기했어요. ‘미국 자금 끌어다가 아버지가 하는 탈북민 네트워크가 있는데, 지원받을 수 있는 기간이 끝나가니 다른 단체로 바꿔야 한다. 그걸 함께 만들자’는 거예요. 내가 뭘 해주면 되느냐고 했더니, 재무 쪽을 맡아달라고 했어요. 재무는 제가 원래 하던 일이니까, 응했죠.”

A 씨의 설명에 따르면, 태 씨가 제안한 사업은 단체를 설립해 탈북민의 자립을 지원하는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대북전단 살포 등은 무의미하니, 그 돈으로 탈북민 자립지원 단체를 통해 성공한 탈북민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A 씨는 설명했다.

실제 태 씨가 A 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8월에 보낸 카카오톡 문자를 보면, 태 씨는 “북한자유미한동맹을 만들어서 진행할 예정”이고 “어제 미국에서 크게 한번 소리 냈다”면서 미국 워싱턴 D.C 소재의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인터뷰를 공유했다. 이는 대북전단 말고 성공한 탈북민 이야기를 알리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다루는 기사였다. 해당 기사는 삭제됐지만, ‘조갑제닷컴’에서는 여전히 볼 수 있다. 또 태 씨는 “놀라운 소식”이라며 “미 국무부 북한인권 담당으로부터 120억 유치자금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자신이 미국에 다녀왔다는 것을 증명하듯 미국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보냈다.

“태○○의 제안은 올해 10월~11월까지 가상화폐 환전과 대출을 통해 단체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만들고, 12월에 설립하자는 거였어요. 그럴싸했어요. 탈북민의 자립을 지원한다? 의미가 있을 것 같았어요. 운영 자금도 태○○가 받아오겠다고 하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죠. 실제 (태○○가) 미국도 다녀왔고요. ‘사기 치러 미국에 갔나’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어요.”

아버지 힘으로 극동방송 입사?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의 아들 태 모(32) 씨와 A 씨의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보면, 태 씨는 A 씨에게 극동방송에 입사할 수 있었던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민중의소리

탈북민 지원 단체 사무실을 어떻게 구할지도 논의했다고 한다.

“그럼 사무실은 어떻게 할까 했더니, 극동방송 이사장이 자기 아버지랑 친하니까 극동방송 사무실 하나를 내줄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이것을 또 왜 믿었냐면, 실제로 태○○가 극동방송에 입사했어요.”

민중의소리가 극동방송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태 씨는 정말 극동방송 제주지사에서 일하다가 최근 퇴사했다. A 씨가 태 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보면, 5월 초 태 씨는 A 씨에게 “극동방송 가서 미팅하고 점심(을) 아버님이랑 저랑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와) 점심 식사”한다더니 “5월이나 6월부터 극동방송에서 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태 씨는 “극동에 있으면 이게 미국계 VOA 지사라 미국 쪽으로 손을 뻗기 수월해진다”면서, 극동방송에 입사한 것도 탈북민지원 사업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가 방송에 아무런 그게 없거든요. 근데 입사하니까, 저기를 저렇게 쉽게 들어가지네? 아버지 위세가 있긴 하구나 싶은 거죠. 그래서 극동방송 사무실 얘기도 믿었어요.”

그렇게 태 씨는 A 씨를 이용해 가상화폐 환전과 대출 사업을 시작했다. A 씨는 “환전과 대출을 통해 돈을 벌어서 탈북민지원단체 설립에 사용하겠다는 게 태○○의 계획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아버지 직위와 특수한 신분 활용

명의도용 가상화폐 대출

태 씨는 A 씨에게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도움을 주겠다면서 A 씨가 운영하는 소규모 회사의 투자제안서와 거래실적 등도 받아 갔다. A 씨는 이게 다른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투자사기에 사용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태 씨는 다른 피해자 B 씨에게 돈을 불려주겠다면서 투자를 종용했는데, 이때 A 씨 회사의 투자제안서 등을 이용했다. 태 씨는 A 씨 회사가 투자자금을 유치한 내역을 보여주며 “저희 회사 투자자금 유치 후 굴리는 상황”이라고 B 씨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이 태영호 처장의 아들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가족카톡방 사진과 모자이크 처리 없는 가족관계증명서까지 보여줬다. B 씨는 태 씨를 믿고 수천만원을 투자했는데, 막상 A 씨 회사 계좌로 입금된 돈은 없었다고 한다. A 씨는 “우리가 준 투자제안서 등으로 B 씨를 낚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태 씨는 B 씨의 명의로 A 씨 일행로부터 수억 원의 가상화폐를 빌렸다. 하지만 B 씨에게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막상 B 씨는 자신의 명의로 대출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B 씨는 이 사실을 A 씨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은 9월에서야 알게 됐다. B 씨는 올해 5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태 씨를 만나 가상화폐 환전을 부탁하며 신분 확인용으로 신분증 등을 넘겼는데, 이게 B 씨도 모르게 대출에 사용된 것이다.

경찰과의 친분, 지인 개인정보 등 활용

태영호 처장 아들 태 모(32) 씨는 자신이 신변보호팀 경찰관들과 매우 친해서 피해자들의 신용도 경찰을 통해 알 수 있다는 듯 이같이 A 씨에게 말한 것으로 파악된다. ⓒ민중의소리

태 씨가 A 씨를 이용해 벌인 가상화폐 환전·대출은 처음부터 규모가 큰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십만원 단위의 환전으로 시작해, 수백만원의 대출로 이어지더니,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단위로 규모가 점점 커졌다.

규모가 커지니, 태 씨를 믿던 A 씨도 걱정이 커졌다. 그때마다, 태 씨는 A 씨에게 피해자들의 자산 정보를 보여줬다고 한다. 실제 카카오톡 대화기록을 보면, 태 씨는 A 씨에게 피해자 C 씨와 D 씨의 자산을 보여주며 안심을 시켰다. 태 씨가 보여준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 화면에 적힌 C 씨의 총자산은 3억2928만원 상당이었다. 태 씨는 “이 중에 1억 이상이 외화예금”이라고 설명했다. 또 태 씨가 D 씨의 자산이라며 보여준 화면에는 3억2984만원이 적혀 있었다. 태 씨는 A 씨에게 “저거 우리한테 400만원 생활비 제외하고 넘긴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가 피해자 C 씨와 D 씨에게 확인해 본 결과 태 씨가 보여준 정보는 모두 거짓이었다고 한다. A 씨는 “모두 합성한 거였다”라고 말했다. C·D 씨는 태 씨와 고려대 동문이다.

또 A 씨가 불안해할 때마다, 태 씨는 수시로 경찰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는 특수한 신분이라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심지어 태 씨는 “일단 (경찰) 신변팀 쪽에도 내용 공유했고, 얘도 능력됩니다”, “신원조회는 아까 강남경찰에 하긴 했어요”, “깡패 안 쓰고 경찰 쓰면 더 효율적이죠”, “걔 개인정보 등 받아서 강남경찰서 조회 넘김요”라면서 A 씨를 안심시켰다.

이 같은 태 씨의 말을 얼마나 신뢰했느냐는 질문에, A 씨는 “안 믿기 힘들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실제 경찰과 찍은 사진도 보여줬어요. 그 당시에는 그럴싸했습니다. 신변보호 당연히 해야 할 것 같았고, 나 같아도 경호를 붙일 것 같았어요. 자연스럽게 친해졌겠지 생각했어요.”

“진실과 거짓을 섞었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태 씨가 이 같은 방식으로 A 씨 일행으로부터 빌려 간 가상화폐는 13억원 상당이다. 이중 이자 명목 등으로 갚았다는 3억원을 제외하면, A 씨는 태 씨에게 10억원이 넘는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한다. 올해 5월부터 8월 사이 약 3~4개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A 씨는 7월 말~8월 초쯤 태 씨에게 속았다고 확신했지만, 이미 늦은 시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태○○의 말은 모두 뻥이었는데, 그때는 ‘그렇구나’ 싶었어요. 태○○가 교묘하게 진실과 거짓을 섞었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었어요. 치밀한 데다 너무 과감하니까 속을 수밖에 없었어요.”

A 씨는 태 씨가 여러 피해자에게 투자받거나 자신에게 빌린 돈을 전부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날렸다고 보고 있다. 태 씨의 가상화폐 계좌를 추적해 본 A 씨는 “선물거래 후 전부 탕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돈을 모두 날렸다는 것이다.

문제는 태 씨 측의 입장이다. 태 씨의 어머니는 A 씨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갚아줄 능력이 안 된다”면서, 되려 A 씨에게 “우리 집 망하게 하려고 한 거 아니냐”라고 화를 냈다. 또 태영호 처장 역시 다른 피해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태○○는 성인”이라며 “그러면 채무채권 관계는 부모와 전혀 관계없다”고 말했다. A 씨와 다른 피해자들은 이후 여러 차례 태영호 처장과 태 씨 어머니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언론보도 후 태영호 처장이 페이스북에 남긴 네 줄의 사과문이 전부였다.

한편, A 씨는 2일 고소장을 우편으로 발송했다. 지난 9월 26일에는 피해자 E 씨가 주소지 관할 지역인 대구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오는 4일 오후에는 피해자 B 씨가 경기도 용인 소재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관련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권력만 생각하는 '사이비 대통령, '뉴라이트 시즌2' 아닌 '사이비 시즌2'

[기고] 다시 묻는다 "이 땅의 보수를 죽이려는가?"

김기협 역사학자 | 기사입력 2024.10.03. 05:05:16

역사학자 김기협 씨가 쓴 <뉴라이트 비판>(돌베개 펴냄)이 다시 출판된다. 2008년 <프레시안>에서 연재했던 것을 묶어 같은 해 낸 이 책은 이명박 정권의 이데올로기 집단 노릇을 하는 뉴라이트의 활동과 담론, 이념을 총체적으로 비판하는 책이다. 또한 뉴라이트가 일제통치, 이승만·박정희 통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들이 왜 민족과 민주주의를 두려워하고 승자와 강자에 집착하는지를 보여준다.

나온지 16년이 된 이 책이 다시 출판되는 이유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금 뉴라이트가 준동하기 때문이다. 책 내용도 16년 전과 다르지 않은 이유다. 김기협 역사학자는 재출판되는 이 책에 서문만 다시 썼다. <프레시안>에서는 김기협 학자가 새롭게 쓴 서문을 싣는다. 편집자

'뉴라이트' 이야기가 근래 심심찮게 튀어나온다. 그런데 16년 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그때는 '뉴라이트'를 자임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거기 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지목받는 사람들이 "저 아닌데요?" 발뺌한다. "그게 뭔데요?" 시치미도 뗀다. '뉴라이트'가 나쁜 말이 되어 있다.

원래 뉴라이트는 '합리적 보수'를 표방했다.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보수 정당의 패배 후 보수 진영의 위기의식 속에 새 깃발로 나선 것이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보수 정당이 승리하자 일등공신을 자처하고 나섰다.

'뉴라이트'가 이 사회에서 나쁜 말이 되어버린 것은 이때 승리에 들뜬 뉴라이트의 어지러운 행태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합리적 보수를 추구하는 진짜 뉴라이트가 아니라 잿밥만 보고 몰려든 사이비들의 행태였다. 잔치판이 너무 흥겹다 보니 뉴라이트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도 휩쓸려버렸고 극소수 진지한 사람들은 대오를 떠나버리기도 했다.

이 책의 비판 대상은 뉴라이트 이론에 앞장서다가 잔치판에 휩쓸려버린 사람들이다. 공부한 내용이 현실에 투영되는 것은 학인(學人)에게 큰 기쁨이다. 그런데 기쁨에 취해 공부를 현실에 꿰어맞추려 들면 공부가 망가지고 학인의 자세가 무너진다. 뉴라이트에게서 타산지석(他山之石)을 찾고자 쓴 글이다.

'뉴라이트'가 나쁜 말이 된 것은 이 책에서 비판을 잘한 덕분이 아니다. 뉴라이트의 몰락은 그 이론의 한계와 문제점이 밝혀진 결과가 아니라 사이비 뉴라이트가 지나친 분란을 일으킨 결과다.

이 책 17장에서 '이 땅의 보수를 죽이려는가?' 따진 것은 이 사이비 행태를 표적으로 한 질문이다. 당시의 보수주의자들은 '권위주의 보수'를 벗어나 '합리적 보수'로 나아가고 싶었다. 합리적 보수의 이름이 될 수 있는 '뉴라이트'란 말을 제멋대로 쓰다가 나쁜 말로 만들어버린 것이 사이비들의 행태였고, 그로 인해 보수주의 이념의 발전이 가로막혔다.

사이비의 판별 기준은 '진정성'에 있다. 합리적 보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하이퍼내셔널리즘(과잉민족주의)의 반성이 중요한 과제다.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인가, 1948년인가? 일제강점기 이 땅 주민들의 국적은 대한민국이었나, 대일본국이었나?

이런 질문에 하이퍼내셔널리즘은 하나의 정답만이 있다고 주장한다. 진지한 보수주의자는 그 정답이 완전하지 못한 문제를 고민한다. 아무 고민 없이 그 반대쪽이 확고한 정답이라고 우기고 나서는 자들은 사이비다. 건국이 언제였나, 국적이 어디였나, 논의를 통해 이견을 좁히고 공감을 늘리기보다 편 가르기로 대립을 격화하는 데서 정략적 이득을 찾는 자들이다.

지금 상황이 '뉴라이트 시즌-2'라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사이비 시즌-2'”다. 더 이상의 '뉴라이트 비판'보다 '사이비 비판'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이비는 이득이 보일 때 창궐한다. 지금 그들에게 어떤 이득이 보이고 있나?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미주지역 자문위원과의 통일대화에 입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 사회에는 북한의 선전선동에 동조하는 반(反)대한민국 세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대립과 편 가르기가 화합과 협력보다 유리한 상황에 문제가 있다. 그런 상황의 중심에 '사이비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준비가 없던 사람이 덜컥 대통령이 되어 있다. 그는 대통령의 권력만 생각하지, 대통령의 책임은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수준이 높든 낮든 나름대로 자기 목표를 세워 꾸준한 노력을 쌓는다. 분란을 틈타 '어쩌다' 자리를 차지한 사람에겐 그런 직업의식이 없다. 꾸준한 노력에 의한 '성공'이 아니라 화끈한 요행에 의한 '승리'만 바라본다.

임명권자의 이런 취향에 맞는 사람들이 등용된다. 언론 관계 요직에 '반(反)-언론' 성향 사람들, 역사 관계 요직에 '반-역사' 성향 사람들을 골라 뽑는 것은 분란을 키우기 위해서다. 직책에 책임감을 갖고 분란의 해소에 힘쓰는 사람들은 '코드'에 안 맞는다.

16년이 지난 지금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땅의 보수를 죽이려는가?" 지금의 사이비 사태는 정치를 비롯해 이 사회의 모든 부문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 그중 치명적 피해를 입는 것이 보수 이념이고 보수 진영이다. 다른 부문의 피해는 원인이 제거되면 바로 치유되는 외상(外傷)인데, 보수 쪽 피해는 속이 망가지는 내상(內傷)이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의 정의에 여러 방법이 있지만, 나는 변화에 대한 태도를 핵심으로 본다. 일체의 변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변화를 최대한 원만하게 받아들여 부득이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을 찾는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에서 독재시대까지 이 땅에는 보수주의가 설 여지가 없었다. 현실의 변화 필요가 너무 절박해서 뜻있는 사람들은 모두 변화를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폭력독재가 끝나고 40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이 사회에도 지키고 아낄 만한 것이 많아졌다. 보수주의의 역할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권력은 아껴 쓸 때 힘이 늘어난다. 인사권의 발동이 조심스러워야 순조로운 효과를 바랄 수 있고, 거부권(재의요구권)은 행사하지 않아야 그 권위가 지켜진다. 권력자의 권력 오-남용은 국가제도를 마모시켜 붕괴를 재촉한다. 이번 사이비 사태의 수습 과정에서 보수다운 보수의 역할이 나타나기 바란다.

김기협 역사학자

40세 나이에 교수직을 그만둔 후 20여 년간 독학으로 문명교섭사를 공부해 온 역사학자. 서울대학교 이공계 수석 입학 뒤 사학과로 전과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프레시안 장기 연재를 바탕으로 <해방일기>, <뉴라이트 비판>, <페리스코프>, <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 등의 책을 썼다. 프레시안 창간 때부터 거시적 관점에서 역사와 한국 사회를 조망하는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 <역사 앞에서>의 저자 김성칠 교수가 부친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박현도, “이란도 미국도 확전 원하지 않는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10/03 09:19
  • 수정일
    2024/10/03 09:1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통일뉴스 월례강좌] 중동 변화, ‘셰일 에너지 혁명’이 촉발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4.10.03 07:59
  •  
  •  수정 2024.10.03 08:42
  •  
  •  댓글 0

“이란도 미국도 확전 원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분쟁이 이스라엘의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 제거로 극단으로 치닫다 마침내 10월 1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확전의 기로에 섰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9월 10일 오후 서울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에서 “중동정세 변화와 국제질서의 재편”을 주제로 강연한 ‘2024년 9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이란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단한 바 있다.

박현도 교수는 “이스라엘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란을 건드려서 이란이 발끈해서 공격을 하기를 바란다”며 “이 전쟁은 이란과 이스라엘 전쟁이 아니고 이스라엘을 구하기 위해서 미국이 끼어들 거다. 그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된다”고 중동전의 성격을 규정했다. “미국과 합쳐서 이란의 핵 시설을 파괴하는 게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의 꿈”이라는 것.

이란이 확전으로 맞서지 못하는 이유는 이스라엘의 뒷배 미국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란은 1979년 (이란)혁명 난 다음부터 제재를 꾸준히 받았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퇴역해야 될 비행기들이 여전히 다니고 있는데, 그 비행기로는 이길 수가 없다. 방공망도 약하다”는 것. 따라서 러시아로부터 최신식 전투기와 방공망을 도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분석이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9월 10일 오후 서울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에서 “중동정세 변화와 국제질서의 재편”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9월 10일 오후 서울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에서 “중동정세 변화와 국제질서의 재편”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 교수는 “모든 게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지금 이란이 중요한 것은 제재를 해제해야 되는 것”이라며 “맞더라도 이 전쟁에서 끝까지 참고 참으면 승자는 결국 이란이 될 거라고 얘기를 한다”는 논지를 폈다.

나아가 “(이란이) 제재를 해제 못 하면 이란의 경제는 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건 우리 한테도 안 좋다”며 “이란 제재가 해제되면 우리 중소기업 200개가 살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이란 시장이 열리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제5차 중동전쟁은 없다. 제3차 세계대전이 있다. 그래서 확전되면 안 된다는 얘기다”라고 결론지었다. 중동전이 확전되면 이스라엘과 미국이 한편이 되고 결국 러시아와 중국이 팔레스타인과 이란 등 아랍국가들을 지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이란은 다른 아랍국가들의 적이기도 하지만 “아랍 국가들은 지금 이란과 싸울 마음이 없다. 경제 발전을 해야 되니까”라는 판단이 전제로 붙는다.

현실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개시됐고, 이스라엘도 보복을 다짐하고 있어 확전 가능성은 열려 있고, 박 교수가 진단했듯 전면전을 원치 않는 이유들도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갈림길에 선 셈이다.

중동 정세 변화, 미국의 ‘셰일 에너지 혁명’이 촉발

박현도 교수는 “현재 중동 정세의 변화, 국제 질서의 변화의 가장 큰 축의 시작은 미국의 ‘셰일(Shale) 에너지 혁명’”이라며 “에너지 자급자족의 꿈을 이룬 미국이 이제 한 발 더 나아가서 미국의 가장 거추장스러운 도전자인 중국을 제압하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지금 세계 정세가 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현도 교수는 미국의 셰일 에너지 혁명이 중동 정세의 전환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자료 제공 - 박현도]
박현도 교수는 미국의 셰일 에너지 혁명이 중동 정세의 전환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자료 제공 - 박현도]

“석유가 없었다면 중동은 아프리카와 같을 것”이라는 명언처럼, 미국은 셰일 에너지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고, 에너지 자급을 넘어 수출까지 가능케 돼 중동을 중요하게 여길 이유가 사라진 것. 셰일 가스와 석유는 생산 단가가 높고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는 한계도 있다.

우리 나라도 사우디아라비아(30%)에 이어 두 번째로 석유를 많이 수입해 오는 나라가 바로 미국(10%)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로부터 석유 수입이 불가능해져 우리 나라의 중동 석유 의존율은 60%에서 다시 이전의 70%로 되돌아 왔다.

당장 장기전으로 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힘을 쏟아붓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물불 안 가리는 확전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 때부터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를 외치며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의 입장과 상치되기 때문.

미국의 중동 중시 정책이 변하면서 중동의 전략구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료 제공 - 박현도]
미국의 중동 중시 정책이 변하면서 중동의 전략구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료 제공 - 박현도]

박 교수는 “미국이 조금씩 조금씩 중동에 대해서 관심을 끊는 게 본격적으로 드러난 게 2019년”이라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두 곳을 공격해서 셧다운시켰지만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일성은 “미국을 공격한 게 아니다”였고, “만약에 사우디가 원하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상 사우디에 비용을 청구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분위기가 “미국은 더 이상 중동에서 군사 개입을 하지 않는다. 왜? 중동 에너지가 미국에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 왜? 우리는 셰일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그 바쁘다. 우리는 중국을 잡아야 한다”는 것.

이에 반해 에너지 자립국이 아닌 중국은 중동의 석유자원이 절실하다. 중동 국가들은 당연히 에너지를 수출할 수 있는 중국과 친해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23년 3월 중국의 중재로 이란-사우디아라비아 외교정상화가 이뤄졌다. 미국 단일패권이 중동에서도 서서히 저물고 있다는 진단이다.

“중동에서는 미국의 단극 시대가 끝났고...이제는 서로서로 연결되는 시대”이며, 중동국가들의 브릭스(BRICS) 가입도 이같은 흐름에 있다는 것.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해리스와 트럼프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현도 교수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중동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전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 교수는 미국 대선이 미칠 영향을 전망하며 “트럼프도 그렇고 해리스도 그렇고 전쟁을 끝내기보다는 최대한 조용히 전쟁이 선거 악재만 되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 그 전쟁이 끝나기 힘들다”며 “일단 해리스가 되는 게 팔레스타인 문제는 트럼프가 되는 것보다 (해결이) 더 빠를 거다”고 전망했다.

“해리스가 네타냐후에 대해서 굉장히 차갑다”는 것이며, 반면에 “트럼프가 되면 네탄야후하고 찰떡궁합이기 때문에 특히 미국에서 강력하게 민심의 반전이 없는 한 이스라엘에게 좋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반대인 셈이다. 트럼프 후보는 당선 즉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가장 큰 원인은 사우디아라비아하고 이스라엘이 손잡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팔레스타인이 22개 중동국가들을 믿고 이스라엘에게 덤비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중동국가들과 먼저 손을 잡는 ‘네탄냐후 독트린’으로 제압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아울러 이스라엘 ‘내분’, 네타냐후와 대법원의 갈등이라는 ‘허점’을 노린 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정권을 유지하지 않으면 퇴임후가 보장되지 않아 연임을 위한 유일한 탈출구인 확전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한 상태다.

중동 전쟁을 막는 방법은 간단하다. “미국이 무기 안 주면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이스라엘 쪽에서 “미국이 무기를 안 주면 우리 이스라엘은 전쟁 5일밖에 못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도 있다고.

박 교수는 이란의 혁명수비대 연구소에서 “미국이 러시아, 이란, 중국을 막는 데 혼자 싸울 수 없기 때문에 자기의 파트너를 구성해서 싸울 것”이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전장터로 유럽나토가, 이란은 팔레스타인을 전장터로 아랍나토가, 중국은 대만을 전장터로 한국과 일본이 포함된 동아시아나토가 담당하는 구상일 것이라고 분석한데 공감하고 이같은 기류가 2040년까지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화3000이 후원하는 ‘2024년 통일뉴스 월례강좌’ 10월 강좌는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북한-통일학과 교수가 “북한 헌법 개정의 의미”를 주제로 10월 10일 오후 6시 30분 전태일기념관 4층 강의실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북한은 10월 7일 헌법 개정을 위한 최고인민회의 소집을 공표해둔 상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몰락했던 뉴라이트의 부활, 어떻게 가능했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8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 남소연

지난 8월 6일 휴가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형석 (재)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을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함으로써 막장 인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로써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국사편찬위원회에 이어 독립기념관까지 주요 역사 관련 기관을 모두 뉴라이트 인사들이 장악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 국민들 수준은 1940년대 영국 국민보다 못하다"는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일제가 쌀을 수탈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수출한 것"이라는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육사에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허동현 국사편찬위원장,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라면서 "친일인명사전을 손보겠다"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한마디로 인사가 아니라 가장 부적격한 인물을 배치한 '망사'라 할 만했다. 김형석 씨는 8월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대한민국이) 1945년에 광복됐다는 것을 인정하는지 관장 자격으로 이야기해 달라'는 국회의원의 질의에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광복절을 광복절이라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독립기념관장이라니.

뉴라이트가 장악한 정부 산하 역사 관련 기관 ⓒ 민족문제연구소

독립기념관법에는 독립기념관의 목적이 "외침을 극복하고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지켜 온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사와 국가 발전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보존·전시·조사·연구함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투철한 민족정신을 북돋우며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는 데에 이바지함"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독립기념관의 목적이 이러함에도 윤 정부는 거꾸로 정반대 성향의 인물을 조금도 거리낌 없이 관장으로 임명하였다. 이쯤 되면 국민 여론은 안중에도 없는 '오만과 탈선'이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역사 관련 주요 기관장을 무리하게 뉴라이트 일색으로 채운 데에는 분명 숨은 의도가 있을 것이다. 역사 쿠데타를 기도했던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 더불어 사라진 줄 알았던 뉴라이트가 화려하게 부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뉴라이트의 전사(前史)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뉴라이트의 시발점

뉴라이트는 도대체 언제, 무엇 때문에 출현한 것일까? 일반적으로 뉴라이트의 시발점을 '뉴라이트 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 목사)이 출범한 2005년 전후로 본다. 하지만 필자는 그보다 앞선 1994년이 뉴라이트가 등장한 때라고 생각한다. 3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세력을 확장해 온 것이다.

1993년 2월 25일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어떤 이념이나 어떤 사상도 민족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라면서 북한 김일성 주석에게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데 이어 1994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제안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남북회담을 관장할 통일부총리에 오랜 민주화 운동 경력을 가진 한완상 교수를 임명했다. 한 부총리는 통일정책의 '국민적 합의'를 위해 반공인사들은 물론 당시 통일운동의 주력이었던 한총련 학생들과 문익환 목사, 임수경씨 등도 잇따라 만났다. 1994년 6월 한반도가 북한 핵문제로 위기상황에 처하면서 이 문제의 타결을 중재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김일성 주석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김 대통령이 즉각 수락함으로써 1994년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역대 정부 출범 때마다 남북정상회담 제안은 단골 메뉴였지만 김영삼 정부의 담대한 통일 정책과 눈앞에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에 화들짝 놀란 사람들은 이철승을 비롯한 골수 반공 정치인들이었다. 이철승은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이 화해와 협력의 길로 접어드는 상황을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질 총체적 위기'라면서 우익단체 결성과 잡지 창간 등을 독려했다(조선일보 1994.3.13.) 이 때 이철승 등 극우반공 정치인들이 호명한 인물이 바로 이승만이었다. 사실 이승만은 1960년 4·19혁명 후 거의 30년 넘게 잊힌 존재에 불과했다.

이승만을 미화한 영화 〈건국전쟁〉과 다큐 〈기적의 시작〉에서는 하와이 망명 중인 이승만이 1965년 죽음을 앞두고 고국으로 가고 싶어 했다면서 신파조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당시 이승만 입국을 막은 자는 다름 아닌 박정희였다.

이승만 노인은 눈이 어두운 독재자다. 지난날 이승만씨가 꾸며 놓았던 자유당이야말로 자기 파만의 수지타산을 제일로 치는 정당의 본보기였으며, 세계 선거 역사 가운데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으리만큼 부정과 불법의 흉계를 꾸미고 이를 국민에게 강요했던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박정희, <우리 민족의 나갈 길>).

우남(이승만)기념사업 활성화모임을 보도한 조선일보 1994년 7월 1일자 기사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김영삼-김일성 정상회담을 앞둔 1994년 6월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는 '우남 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 활성화를 위한 모임'이 열렸다. 이들은 모임의 취지를 "70년대 초반에 조직됐지만 그동안 활동이 지지부진해오다 최근 들어 '대한민국의 국가 기반을 닦은 위인을 푸대접해서는 안된다'는 원로들의 의견이 높아지자 활성화를 위한 모임을 갖게 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조선일보 1994.7.1.).

이 자리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윤치영(1898~1996)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파로 이승만 정권의 초대 내무부 장관, 박정희 정권 당시 민주공화당 의장 서리를 지냈다. 신현확(1920~2007)은 일제의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하고 이승만 정권 부흥부 장관, 박정희 정권의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냈다. 안응모(1930~2024)는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 각각 치안본부장과 내무부 장관을 지내며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앞자리에 있었다. 신도환(1922~2004)은 이승만 정권 당시 대한반공청년단장으로 1960년 3·15 부정선거 관련 혐의로 구속되어 사형이 구형되었으나 무죄로 풀려났다. 이후 신민당에서 활동하여 야당 인사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3·15 부정선거에 책임이 있다. 홍석현(1949~ ) 중앙일보 사장도 참석했는데 그의 부친인 홍진기(1917~1986)는 4·19 때 내무부 장관으로서 발포 책임자로 지목되어 무기징역이 선고된 바 있다. 이도형(1933~2020)은 극우 잡지 <한국논단> 발행인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친북좌파로 비난하는 등 이른바 '사상 검증'으로 유명했다. 지난 날 독재에 부역했던 이들이 한목소리로 '북진 통일'의 아이콘인 이승만을 무덤에서 불러낸 것이다.

김일성 사망에 안도, 본격적인 역사 전쟁 시작

1994년 6월 30일 신라호텔 모임은 이후 한국 뉴라이트의 시작이라 할만하다. 모임 이후 7월 8일 이들에게 김일성 주석 사망이라는 기적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김일성 주석의 사망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린 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광복 50주년을 맞은 1995년, 많은 국민이 옛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남산 외국인 아파트 철거 등 김영삼 정권이 추진한 '역사 바로 세우기'에 지지를 보내고 있었지만 <조선일보>는 광복 50년·조선일보 창간 75주년 특별기획전 '이승만과 나라세우기'를 시작으로 대규모 역사 전쟁에 나섰다. 이승만과 나라세우기? 즉 '이승만이 1948년 대한민국을 건국했다'는 뉴라이트의 핵심 강령이 이때 제시된다.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국한 대통령 이승만은 불굴의 항일투사로, 공산주의와 맞서 싸운 선견의 정치가로, 세계열강들 가운데서 탁월한 국제감각으로 평생을 나라를 재건하고 수호하는 데 헌신한 애국자였습니다. 그러나 이승만에 대한 평가는 이러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일제를 청산하지 못한 대통령, 4·19를 유발한 독재자로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승만은 말년의 과오만이 아니라 그의 전 생애(1875~1965)가 한국의 근대사였고 역사를 개척한 주역이었다는 점에서 다시 평가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승만과 나라세우기 전은 바로 건국대통령 이승만을 있는 그대로 보이는 자리로 재평가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사고[社告]로 밝힌 전시회 기획의도, <조선일보> 1995.2.3.)

'이승만과 나라세우기' 전시회 개막식을 보도한 조선일보 1995년 2월 5일 자 기사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당시 이 전시회의 저의를 간파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조선일보사가 박정희, 이승만의 복원을 집요하게 추진, 미화하는 것은 상식적인 역사 재조명이 아니라 '개혁'을 보수의 틀 안에 가두어 놓겠다는 구체적인 의도(고성국 나라정책연구회 상임운영위원)

이미 4·19 혁명에 의해서 역사적·국민적 평가가 난 이 대통령의 행적을 새삼스럽게 '건국 대통령'으로 과장·미화하는 것은 과거 50년대와 이해관계가 닿아있는 기득권층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사업(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수구 보수 세력의 위기감이 드러나 보인다(윤종세 민주주의민족통일대전충남연합 사무처장)

이승만 한 사람만 되살리고 말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박혜란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

반공 정치 세력과 조선일보 등 수구 언론은 남북정상회담 무산을 전후하여 김영삼 대통령 주변에서 통일 정책을 추진했던 한완상 통일부총리와 김정남 교육문화사회수석비서관에게 집요하게 사상 검증 공세를 펼쳐 결국 이들을 정부와 청와대에서 쫓아내는 데 성공한다. 이즈음 김영삼 정권은 급격한 우경화로 치달았고 이를 입증하는 상징적 사건이 발생한다. 1996년 한총련 주최로 연세대에서 열린 '통일대축전 및 범민족대회'를 정부가 이례적으로 강경 진압해 5848명이 연행되고, 1998년에는 대법원이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언론은 이 같은 강경 진압의 원인을 "보수세력을 결집시켜 차기 집권을 위한 유리한 정세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았다(중앙일보 1996.8.21.).

이철승, 오제도 등 반공 인사들을 중심으로 '자유민주주의 전사'를 자처하며 출범한 자유민주민족회의 발족을 보도한 조선일보 1994년 11월 15일 자 기사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반공 정치인과 수구 언론의 결합으로 시작된 뉴라이트는 학생운동에서 이탈한 인사들(1998년 시대정신, 2004년 자유주의연대)이 일부 결합하고 여기에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합세하면서 본격적으로 공론장과 학교 현장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1997년 연세대 현대한국학연구소(소장 유영익)는 2011년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원장 류석춘)으로 변신하며 본색을 노골화하였고, 지금은 이승만학당 등 수많은 이승만 우상화 단체가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초·중·고등학교의 기존 교과서가 좌파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2005년 출현한 교과서 포럼은 대안교과서-교학사 교과서-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를 거쳐 최근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를 통해 부활을 꾀하고 있다.

이들이 역사교육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대한민국의 건국이념과 정통성의 자랑스런 역사교육을 후대에 철저히 교육시켜야 한다(이철승, <동아일보> 1993.6.16.)

이처럼 뉴라이트는 새로운 보수가 아니라 수구세력의 자구 노력이자 기득권 유지를 위한 결집이라 할 수 있다. 뉴라이트의 시작과 그들의 목적을 알고서도 이 역사 전쟁이 쉽게 끝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을까?

헌법을 무기로 뉴라이트에 맞서야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무기로 역사 전쟁에 임해야 할까? 필자는 우리 헌법이 뉴라이트에 맞서는 유효한 무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헌법은 장식(액세서리)이 아닌 규범 헌법이다.

헌법은 국민적 합의에 의해 제정된 국민 생활의 최고 도덕규범이며 정치 생활의 가치규범으로서 정치와 사회질서의 지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 사회에서는 헌법의 규범을 준수하고 그 권위를 보존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헌재 1989. 9. 8. 88헌가6).

우리 헌법 전문은 독립, 민주, 평화통일 등 3대 정신을 명확히 천명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2021년 11월 3일 <반일 종족주의> 공동저자인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우연씨가 수요시위 행사장에 접근해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며 태극기와 일장기를 흔들고 있다. ⓒ 권우성

즉, 대한민국임시정부 등 독립운동 폄훼, 이승만 독재 찬양·미화, 반북 대결 의식 고취라는 뉴라이트의 주장은 한마디로 반 헌법적이다. 우리는 '국민 생활의 최고 도덕 규범이며 정치 생활의 가치 규범'인 현행 대한민국 헌법을 무기로 반 헌법 세력인 뉴라이트에 맞서야 한다. 이름에 '뉴'가 붙었다고 해서 그것이 새로운 사조일 수는 없다. '올드 라이트'든 '뉴라이트'든 혼종이든 친일·친독재, 외세 의존, 멸공 통일 등을 본령으로 하는 '초록은 동색'이다. 수구 세력의 기득권 지키기란 측면에서 이들은 모두 과거로의 회귀를 희구하는 반헌법 세력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진보당 기관지에도 실립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뉴라이트#이승만#자유민주주의#이철승#조선일보

10만인클럽 회원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영광군수 후보 토론회, 국비횡령·이력사칭 ‘검증 난타전’

장세일 민주, 정현 조국혁신, 이석하 진보당 3강 구도 속 이력 공방 가열

1일 저녁, 광주전남 KBS 주최로 영광군수 재선거 후보자 토론회가 진행됐다. ⓒ화면 갈무리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TV토론에서 날 선 공방을 펼쳤다. 더불어민주당 장세일 후보의 폭행·국비횡령 사기 전과와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의 ‘철새정치’ 행태·이력 사칭 공방이 뜨거웠다. 진보당 이석하 후보는 공방에서 한 발 떨어져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강조했다.

1일 저녁, 광주전남 KBS가 주관하는 영광군수 후보자 초청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후보자 이력 검증 공방으로 이어졌다.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조국혁신당이 장현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검증했는지 의문이다. 입당과 탈당, 무소속 출마를 여러 번 반복한 경력이 있고, 이번에도 경선을 목도에 두고 또 한번의 탈당을 했다 이래서 군민들이 장현 후보를 철새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석하 진보당 후보 역시 “얼마 전까지 이재명 대표와 찍었던 사진을 대형 현수막으로 만들어 걸어 뒀다가, 갑자기 조국혁신당에 입당하니, 군민들 사이에선 ‘아버지를 바꿨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는 “민주당이 탈당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래서 내가 ‘탈당 당했다’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현 후보의 ‘고려대 총학생회장 사칭’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장 후보는 과거 자신이 출마했던 일부 선거에서 ‘총학생회장 출신’이란 이력을 적은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총학생회장이 아닌 학도호국단 총학생장 출신이다.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학도호국단은 민주화운동을 방해하기 위해 전두환이 만들어낸 학생 단체다. 이 단체장 출신이면서 민주화를 이끌었던 총학생회장으로 명기한 것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장현 후보는 “사과할 생각이 없다.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선관위의 고발 이후 총학생장이라는 정확한 표현을 사용했다. 학교마다 학도호국단의 성격과 대표 선발 절차가 달랐다”고 주장했다.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는 장세일 민주당 후보의 폭행 전과와 국고횡령 전과를 문제 삼았다. 장세일 후보는 20여 년 전 폭행 사건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폭행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달라”는 장현 후보의 질문에 장세일 후보는 “언성을 높였을 뿐이다. 물리적인 것은 없었다. 젊은 시절 치기 어린 행동이라 반성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지역사회에 헌신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장세일 후보의 답변에 장현 후보는 “물리적인 것이 없었는데 징역6월에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나.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현 후보는 장세일 후보의 국고횡령 사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횡령 액수와 사업이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장세일 후보는 “공직에 나오기 전 일이다. 국비지원 사업 집행 과정에서 지식과 절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반성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석하 진보당 후보에게는 음주운전 이력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장현 후보는 “이 후보는 음주운전 경력이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이냐”고 물었고 이석화 후보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20여 년 전, 변명의 여지 없는 불찰과 미숙함이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군민지원금 100만원 재원 마련은?

세 후보의 공약 검증 시간도 있었다. 세 후보 공히 100만원 가량의 현금성 군민지원금 지급을 공약하고 있다. 지원금 지급에는 5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 사회자는 “재원 마련 방안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이석하 진보당 후보의 예산 분석력이 돋보였다.

이석하 후보는 예결산 오차율 축소(현행 35%->12% 수준), 순세계잉여금을 200억원 이하로 조정, 5억 이상 불용처리 사업 70개(총 1천억원 가량) 재평가, 600억원 규모의 군 기금까지 재조정 등 구체적 방안을 언급하며 “분석 결과 추가 예산 확보 없이 군민 1인당 100만원 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같은 질문에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순세계잉여금 감소만 언급했고,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 역시 순세계잉여금을 언급한 뒤 “이석하 후보가 지적한 예산을 확보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현안인 한빛원전 1, 2호기 수명연장과 관련해선 세 후보 모두 군민의 의견 수렴을 강조했다.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신뢰구축이 우선이다. 정부 에너지 정책과 연관되어 있는 만큼 안전성 검증에 군민과 신뢰를 두텁게 쌓아야 한다”고 했고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는 “군의회나 군수의 독단적 결정이 아닌 군민의 뜻을 받드는 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석하 진보당 후보는 “주민대표 500명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숙의와 토론의 공적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6개월 이내에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했다.

세 후보는 각기 장점을 부각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전남도의원 경력, 30년 지역 정치 경력을 강조했다. 장 후보는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으로 영광은 물론 전남도에서도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의원으로 평가받았다. 영광을 바로 세우라는 군민과 시대의 명령을 받들겠다”고 강조헀다.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는 청렴과 투명성을 강조했다. 장 후보는 “영광에는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 부패 카르텔, 장현이 청산하겠다. 조국혁신당과 함께 깨끗한 영광, 정치 혁신을 해나가자”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석하 진보당 후보는 최근 30%가 넘어선 지지율 상승과 진정한 호남 정치 혁신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석하 돌풍이 태풍이 되고 있다. 지금이 영광 정치를 바로 세울 절호의 기회다. 땀에 투표해 달라”고 강조했다. 

 

 

 

1일 저녁, 광주전남 KBS 주체로 영광군수 재선거 후보자 토론회가 진행됐다. ⓒ화면 갈무리

“ 홍민철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동훈 뺀 용산 만찬, 동아일보 “이런 식의 감정 싸움 언제까지?”

[아침신문 솎아보기] 동아·한겨레 “김건희 특검법 재의표결 단속 나선 것”

동아일보만 김대남 전 대통령실 비서관 직무대리 녹취 논란 1면에

2년 연속 국군의날 군사 퍼레이드...한겨레·경향 “전두환 이후 처음”

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4.10.02 07:33

▲1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원외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빼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포함해 핵심 인사들을 불러 만찬을 갖는다. 앞서 지난달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대표를 포함해 당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를 가졌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만찬을 앞두고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후 독대를 재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응답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곧 시작될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원내지도부와 국회 상임위원장과 간사를 초대하는 일은 있었던 일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감 전 원내 핵심들을 불러 격려하는 자리라서 당무에 집중해야 할 당대표를 안 부른 것”이라고 밝혔다.

2일 동아일보와 한겨레는 각각 이 소식을 사설과 1면에 다뤘다. 동아일보는 “이젠 말도 안 섞겠단 건가”, “이런 식의 감정싸움과 소통 부족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라고 지적했고, 한겨레도 “말이 안 나올 리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신문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김건희 특검법안’의 국회 재의표결에 대비해 분위기를 단속하기 위한 자리”라고 비판했다.

▲2일 한겨레 1면.

韓 뺀 용산 만찬에 동아일보 “이런 식의 감정싸움 언제까지?”

한겨레는 1면 <‘김건희 민심’ 들끓는데 대통령, 특검 표단속만> 기사에서 “여당 대표의 거듭된 독대 요청에도, 대통령 부인을 향한 안팎의 빗발치는 사과 요구에도 미동조차 없는 ‘20%대 지지율’ 대통령이 ‘제 편 챙기기’와 ‘집안 단속’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한 대표를 뺀 독대는 곧 있을 김건희 특검법안 재의표결에 대비해 단속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겨레는 “중론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김건희 특검법안’의 국회 재의표결에 대비해 분위기를 단속하기 위한 자리라는 것”이라고 해석한 뒤 “국민의힘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을 의결한 김 여사, 채 상병 특검법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표결로 폐기시킨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마포대교 순찰’ ‘공천·당무 개입설’ 등 김 여사 관련 악재들이 잇달아 터져 나온 데다 특검 찬성론이 국민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분위기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도 5면 <尹, 오늘 한동훈 뺀 원내지도부 만찬에… 친한 “黨대표 패싱 오해 소지”>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인 가운데 재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4, 5일경으로 예상돼 ‘표 단속’ 목적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여당 관계자는 ‘당정 관계 정상화보다 특검법 부결 목표 달성을 노리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보도했다.

▲2일 동아일보 5면.

동아일보는 <‘맹탕 만찬’ 8일 만에 ‘韓 뺀 용산 만찬’… 이젠 말도 안 섞겠단 건가> 사설에서 “결국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여당의 파트너가 한 대표가 아니라 추경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윤 인사들이란 의구심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뒤 “이런 상황에서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가 7월 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좌파 유튜버와 접촉해 ‘한동훈 공격’을 사주한 듯한 녹음 내용이 공개됐다. 전화 대화 속에서 김 전 비서관 직무대리는 ‘너희가 잘 기획해서 한동훈을 치면 김건희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거나 ‘(한 대표가) 대통령 되려고 비대위 때부터 (여론조사 예산을 놓고) 수작했다’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한 대표가 대통령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언론에 미리 알려지면서 대통령실이 언짢아했다지만, 두 사람이 협력해야 할 책무는 거북한 개인감정을 넘어서는 일이다. 이런 식의 감정싸움과 소통 부족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2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만 김대남 전 대통령실 비서관직무대리 녹취 논란 1면에

동아일보가 2일 아침 신문들 중 유일하게 김대남 전 대통령실 비서관직무대리가 서울의소리에 한동훈 후보를 공격해달라고 요청한 논란을 1면에 다뤘다.

지난달 30일 서울의소리는 전날 김 전 선임행정관이 이명수 기자와 나눈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지난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두 사람이 나눈 통화에서 김 전 선임행정관이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70억 원대 여론조사를 했는데 이 가운데 자신을 위한 대권주자로서 조사한 게 있다”며 “이번에 잘 기획해서 치면 (김건희)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의소리는 이틀 뒤 <[단독] 한동훈 당비 횡령 유용 의혹 제기>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자신의 SNS에 “현재 정부 투자 금융기관 감사위원인 사람이 7·23 전당대회 당시 좌파 유튜버와 직접 통화하면서 저를 어떻게든 공격하라고 사주했다고 한다. 국민들과 당원들께서 어떻게 보실지 부끄럽고 한심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2일 동아일보 1면.

친한계는 수사를 통해 누가 배후에 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아일보는 1면 <尹-韓 갈등 새 뇌관 떠오른 ‘김대남 녹취’> 기사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가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 출신 김대남 SGI서울보증 상근감사위원의 한 대표 공격 배후로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을 정조준한 뒤 대통령실이 즉각 반박하면서 양측이 또다시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라며 “대통령실은 김 감사가 김 여사는 물론이고 윤 대통령과도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친한계가 제기한 배후설을 강하게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김 전 선임행정관이 현재 맡고 있는 자리에 대해 낙하산 논란이 있었다고도 다뤘다.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 “특히 친한계는 김 감사가 서울보증 감사로 임명된 데 대해 ‘영화와 소설처럼 공작정치 당사자에겐 보상이 주어졌다’고 주장했다. 8월 김 감사 임명 과정에서 서울보증 안팎에서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연봉 약 3억 원, 회사 2인자 자리에 금융 이력이 전혀 없는 사람을 앉혔다는 이유다. 전직 대통령실 관계자는 ‘낙천한 직무대리가 비서관급도 못 간 서울보증 같은 금융기관 자리에 갔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시민소통비서관이 왔는데도 계속 직무대리라는 명함을 돌리고 다녀서 ‘사칭 논란’이 제기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에서 문제 삼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2일 한겨레 1면.

2년 연속 군사 퍼레이드... 한겨레·경향 “전두환 이후 처음”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 정권은 여전히 퇴행과 몰락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 오직 권력 세습만을 추구하며 주민들의 참담한 삶은 외면한 채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79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김건희 여사도 참석했다. 지난해에도 진행된 국군의 날 기념식에는 99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2년 연속 국군의 날 기념식을 주재한 건 윤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2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서울 도심서 2년째 열린 시대착오적 ‘군사 퍼레이드’> 사설에서 “이번 국군의 날 행사에는 5300여명의 병력과 340여대의 장비가 참가했다. ‘괴물 미사일’로 알려진 탄두 중량 8t의 초고위력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5’가 최초로 공개되는가 하면, 미군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도 등장했다”며 “2년 연속으로 열린 것은 전두환 군사정권 이후 40년 만이다. 군사정권이나 선호하던 권위주의적 군사 행사에 윤석열 정부는 유난히 집착을 보이고 있다. 이번 국군의 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2년 연속 열병식 연 국군의날, 장병 안전과 복리를 더 챙기길> 사설에서 “2년 연속 도심 열병식을 한 것은 1984년 이후 처음”이라며 “12·12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가 1980~1984년 매년 도심 열병식을 개최했다. 하지만 이후 민주화로 바뀐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도심 열병식은 5년 정도 간격으로 뜸하게 행해졌다”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성매매 낙인 찍힌 '경의선 키즈'에겐 길거리가 가장 안전한 공간"

[인터뷰] 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가정·온라인 모두 폭력적인 현실…문제는 청소년 아닌 사회"

 
 
 
 
 

서울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 일대에서는 화려한 블라우스와 높은 통굽 구두 등 범상치 않은 차림을 한 10대 여성 청소년들이 무리를 지어 늦은 밤까지 수다를 떨고 춤을 춘다. '경의선 키즈'로 불리는 이들은 스스로 '멘헤라(정신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의 일본 신조어)', '지뢰계(밟으면 터지는 지뢰 같은 여자)'라 부르며 정신적 취약성을 하나의 개성 또는 패션으로 승화한 또래집단이다.

 

낯선 문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본 어른들은 이들에게 '성매매하는 불량집단'이란 낙인을 찍었다. 지난해 10월 경의선 키즈들이 '조건 만남'을 한다는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된 데 이어, 같은 달 <조선일보>는 "30분 만남 15만원, 성관계 30만원"…홍대 앞 모여드는 '경의선키즈' 제하의 기사를 통해 '경의선 청소년들이 성매매 정보를 교환한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 외에도 많은 언론이 경의선 키즈들을 비행을 저지르는 문제적 집단으로 바라보고 있다.

 

경의선에 모인 청소년들은 미디어가 다뤄온 것처럼 정말 문제로 점철된 집단일까. 여성 위기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서울시립 십대여성지원센터 '나무' 활동가들은 지난 달 27일 <프레시안>과 만나 "경의선 키즈들은 각자 다양한 생각과 관심사로 모여드는 청소년들이기에 백인백색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니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무 활동가들은 경의선 키즈들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쏟아진 이후 주기적으로 경의선 일대를 찾아갔다. 관계 형성을 위해 경의선 키즈들을 따라 춤을 췄다는 목격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러 노력을 통해 경의선 문화를 즐기기 위해 지방에서 놀러 온 청소년, 학교에서 소외돼 친구들을 사귀러 온 청소년, 가정폭력을 피해 하루만 집을 나온 청소년 등 경의선에 모인 10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이 경의선 키즈들과 밀접한 교류를 이어가며 내린 결론은 '문제는 경의선에 모인 청소년들이 아닌 그들을 동료시민으로 여기지 않고 착취의 대상으로 보는 사회에 있다'는 것이다. 성범죄의 온상이 된 온라인은 물론이고 가정과 학교 등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폭력도 끊이지 않는 상황 속에 청소년들은 길거리에서 친구들에게 밤을 보내는 게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는 게 활동가들의 설명이다.

 

 

활동가들은 10대 여성들을 낙인 찍기보다 그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취약한 상황에 놓이는 구조적 원인을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고, 딥페이크 등 성범죄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법만 만들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나라에서 여성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27일 서울 동작구 서울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 사무실에서 만난 활동가들과의 일문일답이다. 요청에 따라 활동가들의 이름은 '나무'로 통일했다.

 

▲지난해 10월 유튜버 '카광'이 올린 경의선 청소년 인터뷰 영상 갈무리.

 

프레시안 : '나무'를 소개해 달라.

 

나무 : 나무는 위기 상황에 놓인 여성 청소년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서울시 민간위탁기관이다. 십대 여성들을 센터 밖으로 직접 만나러 가는 '현장상담사업', 십대 여성의 위기 상황 및 일상을 지원하고 다양한 사회적 자원들에 연계하는 '일시지원사업'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센터는 열린 공간으로, 청소년들이 낮 시간 동안 식사, 휴식, 샤워 등을 할 수 있으며 센터 이용 시간이나 횟수, 방법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아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곳이다.

 

프레시안 : 나무 활동가들이 경의선 청소년들과 함께 춤을 췄다는 목격담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나무 : 화제가 되기 전부터 경의선 일대 청소년들과 랜덤 플레이 댄스를 춰왔다. 경의선에 모이는 청소년들은 서로 춤을 추며 일면식 없는 사이에서도 친해진다고 한다. 나무는 청소년과 활동가들이 서로 배우는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현장에서 만난 10대 여성들이 춤을 보여주니 자연스럽게 추게 됐다. 그동안 특이한 옷을 입은 경의선 키즈들을 문제적으로 보거나 비웃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우리가 기관 이름이 달린 조끼를 입고 청소년들과 함께함으로써 경의선 청소년들의 문화를 이상한 일이 아니게 만들고 싶었다.

 

프레시안 : 나무가 만난 경의선 청소년들은 미디어가 비춘 대로 문제적 집단인가.

 

나무 : 우리가 만난 경의선 청소년들은 한 공간에 모여 다양한 문화들을 향유하며 외로움을 해소할 관계를 찾고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자신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수단과 방법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처음 우리는 위기 청소년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경의선을 방문했지만, 도리어 그들이 가진 에너지에 힘을 얻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경의선에 모인 청소년들은 다양한 생각과 관심사로 모여든 백인백색의 청소년들이기도 하다. 우리가 만난 청소년 모두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겪는 문제는 경의선 밖에서 만난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와 다르지 않았다. 남성 10여 명이 경의선 길거리에 앉아 있는 두 여성 청소년들을 에워싸다 우리가 다가가자 달아나더라. 진짜 문제는 위기 상황의 여성 청소년들을 '성착취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있다.

 

프레시안 : 위험할 수 있는데도 경의선 청소년들이 밤까지 거리에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무 : 오히려 청소년들은 경의선 일대를 안전한 공간으로 여긴다. 우리가 만난 청소년 중에는 주말 동안만이라도 자유를 느끼기 위해 지방에서 찾아온 청소년, 아버지가 골프채로 때리는 것이 두려워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청소년도 있었다. 집이나 학교를 넘어 온라인 공간마저 폭력이 일상이 된 상황에 이들은 가정이나 쉼터보다 자신과 비슷한 감수성 또는 경험을 가진 또래 친구들과 함께 거리에서 밤을 보내는 게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27일 서울 동작구 서울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 사무실에서 만난 활동가들ⓒ프레시안(박상혁)

 

프레시안 : 경의선 청소년들을 비롯한 여성 위기 청소년들이 가정과 학교를 나오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나무 : 학교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이 어울리고 사회를 배워나가는 학습의 장이 아닌 학업만을 위한 공간으로 변질돼 경쟁에서 탈락한 청소년들이 남아있기 어렵다. 또 예전에는 놀이터나 길거리에서도 놀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인생네컷'을 찍거나 마라탕을 먹고 쇼핑을 하는 등 돈이 있어야만 또래 문화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현행법상 부모의 동의 없이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으니 위험한 일을 겪기도 한다. 전세사기나 대출사기 등 국가적 현상으로 번진 범죄들은 탈가정 위기청소년들이 이미 숱하게 겪어온 일들이다.

 

프레시안 : 여성 위기 청소년 지원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무 : 근본적으로 청소년들이 왜 이렇게까지 거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써야 하는지에 대한 구조적 분석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 특히 십대 여성들의 심리적 어려움과 욕구에 대한 분석이 부족한데, 대통령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청소년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나라에서는 당연히 여성 청소년들의 구조적 어려움을 알아내기 어렵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발생하기까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성범죄가 있었지만 가해자를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 뿐 범죄가 발생하는 사회적인 원인을 연구하지 않았다. 여성을 동등한 시민으로 생각하는 올바른 성인식 없이 기술만 발달한 결과 IT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는 청소년들에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번 사태에도 '딥페이크 처벌법' 외에 구조적 문제는 별다른 논의가 없다. 이대로라면 신기술을 매개로 한 성범죄는 앞으로도 반복되고 통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프레시안 : 여성 위기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 제도는 무엇인가.

 

나무 : 쉼터나 피해지원센터 이외에도 청소년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대안 공간 등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 지금은 위기 청소년이 자해를 하거나 복용하던 약이 없으면 쉼터에 입소하기 어렵고 쉼터에 머물더라도 경찰이 아동학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부모에게 위치를 알려야 한다. 또한 법률상 18세 미만 청소년은 노숙인에 포함되지 않아 거리에 내몰려도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없고 만 19세 미만 수급권 자녀에게는 독립해도 주거급여를 주지 않는 문제도 있다. 경직된 청소년 지원 체계를 벗어나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대안공간이 있으면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 청소년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위기 청소년들을 장기간 지켜보고 돌볼 수 있는 문턱 낮은 지원기관도 필요하다. 나무에 찾아온 한 위기 청소년은 3년 동안 신뢰감을 형성한 후에야 본인이 당하고 있던 성폭력을 고백했다. 활동가들은 부모의 부재나 폭력 등으로 돌봄을 받지 못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위기 청소년의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일상적 돌봄을 제공한다. 쉼터나 자살예방센터 등 지원기관들은 실적 압박과 재정 등 현실적인 여건 문제로 이런 밀접하고 일상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다. 그럼에도 나무는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재위탁이 승인되지 않아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애써 제도적 한계를 보완하는 모델을 만들었으니 장기간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많은 위기 십대 여성을 도울 수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아쉽다.(끝)

 

▲서울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 사무실에 붙어 있는 포스터.ⓒ프레시안(박상혁)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중국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의 매력은 무엇인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10/02 08:40
  • 수정일
    2024/10/02 08:4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번역]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  
  •  승인 2024.10.01 13:29
  •  
  •  댓글 0
 
 

중국의 민주주의를 말한다 ② - 내국인이 바라보는 중국정치시스템

오늘 10월 1일은 한국에선 국군의 날이지만, 중국에선 현대중국의 건국 75주년이 되는 날이다. 집단 서방에서 공산당 독재 혹은 권위주의라고 비난받는 중국식 정치와 거버넌스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제3자와 내국인의 시각을 중국 매체를 통해 살펴본다.<번역자 주>

한 남자가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한 남자가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올해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75주년이다. 지난 75년 동안 중국은 사회주의적 민주주의(socialist democracy)를 지속하여 발전시키고, 정치 개혁을 꾸준히 추진했으며, 거버넌스 시스템과 역량을 크게 현대화했다.

그러나 일부 서양인은 중국을 민주주의로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비민주주의" 또는 "일당 통치"를 특징으로 하는 "권위주의"라고 부르기를 고집한다. 중국은 다른 정당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일당 통치"나 권위주의 국가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중국공산당(CPC)의 지도 하에 있는 다당 협력 및 정치 협의 시스템은 중국의 역사와 현실에 뿌리를 둔 독특한 정당 시스템으로, 서구의 정당 시스템과는 다른 독특한 선택을 나타낸다.

서구 민주주의의 '한계'

오랫동안 서구의 주류 담론은 서구 정당 시스템을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묘사해 왔다. 이러한 시스템은 경쟁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주로 다양한 의회와 행정부 직책에 대한 선거를 중심으로 정당 간의 상호 작용을 특징으로 한다.

서구 민주주의는 초기 단계에 서구 국가에서 현대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그들의 많은 결함이 드러났다.

첫 번째는 정당 극단주의입니다. 선거와 통치 기간 동안 정당은 특정 파벌, 계층, 지역 및 이해 집단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점점 더 의존하며, 이는 사회적 분열과 파편화를 초래한다.

당의 근시안적 태도는 또 다른 주요 문제이다. 집권당은 장기적 국가 정책을 수립하기보다는 선거 때 한 단기적 약속을 이행하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정당 엘리트주의 역시 지적되어야 한다. 일반 시민은 선거 운동의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거나 정당 활동에 참여할 시간과 기술이 부족하거나 단순히 정당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잃는다. 이로 인해 엘리트가 시스템을 지배하게 된다.

그 결과, 서방 국가들이 경제, 안보, 인종적 평등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을 때, 집권당은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과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들은 사회적 위기의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없고, 사회를 통합하거나 건전한 경제 및 외교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을 제시할 수 없다.

더욱이 서구의 정당 시스템을 모방한 많은 개발도상국이 반드시 올바른 길을 택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아랍의 봄 이후 일부 아랍 국가들은 독재 정권을 포기했지만, 그들이 채택한 다당제 체제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족, 문화, 종교적 노선에 따라 분열된 정당들은 국가 발전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따라서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거나 제도적 수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불안이 빈번해졌다. 아랍의 봄은 이 국가들에게 그들이 바랐던 장밋빛 봄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

수세기에 걸쳐 발전하여 전 세계로 퍼진 서구의 정당 시스템은 사람들이 효과적인 거버넌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무너지고 있는 신화이다.

중국의 토착정당 제도

어떤 유형의 정당 제도를 채택해야 할지에 대한 결정적 요소는 역사적 전통과 현실이다. 서구의 정당 제도는 보편적인 진실을 나타내지 않는다. 민주적 통치를 달성하는 열쇠는 국가의 특정 상황에 맞는 정당 제도를 탐구하는 데 있다.

1911년 혁명 이후 중국은 서구의 정당 제도를 잠시 실험했다. 결국 북양 정부 시대의 의회 다당제나 국민당 시대의 일당 지도 제도는 중국의 정치적 혼란을 해결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1949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CPPCC)는 중국공산당 지도부 하에 다당 협력 및 정치협상 제도를 수립했다. 정당 소속이 없는 다른 정당과 저명인사도 통치에 참여하도록 초대되었고, 이 새로운 유형의 정당 제도는 그 이후로 완전히 실행되었다.

이 체제에서 중국공산당은 국가와 사회의 핵심이며, 그 지도력과 통치 지위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이를 통해 중국공산당은 즉각적인 과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인 전략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여 중국공산당은 놀라운 동원력과 조직 능력을 보여주어 피해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생계를 보장했다. 동시에 중국의 빈곤과의 싸움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고, 2020년 말까지 중국은 14억 인구의 절대 빈곤을 근절했다.

한 농부가 남부 광시 좡족 자치구 런위안 마을의 닭농장에서 계란을 보여주고 있다.
한 농부가 남부 광시 좡족 자치구 런위안 마을의 닭농장에서 계란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다른 정당들은 서방의 야당과 대응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중국공산당(CPC)의 지도 하에 통치에 참여한다. 서방 민주주의의 "승자 독식" 접근 방식과 달리 중국의 정당은 중국 통치 기관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1차 회의 이후, 정당 소속이 없는 다른 정당의 구성원과 저명인사 15만 2000여 명이 각급 입법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들은 정부에 참여하고, 주요 정책과 리더십 임명에 대해 협의하고, 국가 업무를 관리하고, 법률과 정책의 제정과 시행에 기여한다. 이를 통해 서방 정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호 공격과 방해 행위를 피할 수 있었다.

중국공산당과 다른 정당들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중국의 정당 시스템은 다수의 의지를 존중하는 동시에 소수의 합리적인 요구를 고려한다. 엘리트 집단과 특수 이익 집단이 지배하는 서구 정당 시스템의 함정을 피하고 다양한 사회 집단의 이익과 열망을 효과적으로 반영한다.

인류 문명에 기여하다

중국의 정당제도는 중국 인민이 중국의 국민적 실정에 맞게 실천적으로 모색하여 만들어낸 산물이며, 인류 문명에도 기여했다.

사회적 응집성 측면에서 중국의 시스템은 서구의 다당제에서 전형적인 다당제 경쟁보다는 다당제 협력을 강조한다. 중국의 다른 정당들은 CPC의 핵심 이론, 정책, 전략을 지지하고 공통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며, 따라서 교대 정당 통제와 잔혹한 경쟁의 단점을 피한다.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데 있어서 중국의 정당 시스템은 CPC 리더십에 근거하여 서구 시스템을 특징짓는 잦은 교착 상태, 우유부단, 정책 마비를 방지한다. 이를 통해 정책이 철저히 논의되면 반대에 의해 중단되지 않고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다.

중국의 정당 시스템은 의사결정을 촉진하기 위해 선거 민주주의와 더불어 협의 민주주의를 통합하여 다른 정당이 의견을 표명하고, 감독을 행사하고, 중국 공산당에 건설적인 제안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반면, 서구의 다당제에서는 집권당이 의회에서 다수당을 확보하면 종종 우위를 점하여 고집과 다른 사람들의 배제로 이어진다. 중국의 시스템은 강력한 집권당의 통제되지 않는 권력과 권한 남용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완화한다.

75년간의 발전으로 중국의 정당 시스템은 세계 정당 시스템의 진화에 기여하여 정치 문명의 새로운 모델을 제공했다. 한편, 중국은 민주주의 시스템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인식하고 다른 국가가 자국 상황에 맞는 정당 시스템을 선택할 권리를 존중한다.

일부 서양인이 과장하는 "권위주의적" 국가가 아니라, 중국은 다른 나라에 정당 제도를 강요하려 하지 않는다. 상호 존중과 평등은 전 세계적으로 민주적 정치 발전을 촉진하는 열쇠이다.

작성 : 웨이 총샤오(Wei Chongxiao),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당교(국가 거버넌스 아카데미)의 수석 연구원

출처: CGTN, 2024-09-28

기사 원문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석열 정부, 1차 독재 징후가 보인다

[사의재 직필] 24번째 앞둔 대통령의 거부권... 죽은 정치의 시대

24.10.02 06:59최종 업데이트 24.10.02 06:59

▲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2024.7.30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정치의 대지가 사막처럼 말라 있다. 국회가 소란하고 미디어에 뉴스가 넘쳐도 대한민국 정치의 땅에는 풀 한 포기 살리지 못할 것 같은 거친 모래바람만 불고 있다. 2024년의 대한민국은 정치가 죽고 민주주의가 사라진 황망한 시간을 맞고 있다. 민주주의는 정치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제도들이 소통과 대화와 합의로 운영되는 질서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형식이자 껍질이라면 정치 사회의 소통은 민주주의의 내용이자 알맹이다.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는 정치 사회의 소통과 대화가 사라지고 선거만이 단 한판의 승부처로 남았다. 단 한 표라도 이기면 모든 것을 얻게 되는 선거 전쟁은 점점 더 도박판을 닮아 가고 있다.

우리는 정치가 죽고 선거만 남은 이 알량한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라고 해야 할지 독재라고 해야 할지 참으로 이상한 정치의 나라에 살고 있다. 나는 최근 한 칼럼에서 선거가 정치의 모든 것이 된 우리 시대를 '아주 얇은 민주주의의 시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제 나는 대한민국의 시간을 죽은 정치의 시간, 깨진 민주주의의 시간이라고 말하고자 한다. 죽은 정치의 한복판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정치'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이미 21번의 거부권을 행사했고, 현재 예상되는 3개의 법안에 대한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24번째 거부권을 기록하게 된다. 45건의 거부권을 행사한 이승만에 이어 윤석열은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은 국회의 의결을 무위로 돌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다. 헌법학자들은 대통령의 거부권이 권력분립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축소되어야 한다고 해석한다. 또 무제한적 거부권은 권한쟁의나 탄핵심판을 통해서 헌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보기도 한다. 특히 대통령과 가족을 둘러싼 특검이나 채 해병 관련 특검에 대한 거부권은 대통령의 거부권이 허용될 수 있는 객관적으로 타당한 경우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 같은 거부권은 대통령이 초법적 존재라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은 정치사회의 소통을 봉쇄하는 '정치 없는 정치'의 표식이자 죽은 정치의 가장 뚜렷한 징표다.

제도적 독재 혹은 법률적 독재

오늘 우리는 정치가 죽은 암흑의 시간을 맞고 있다. 죽은 정치의 시간은 '민주주의'의 시간이 아니라 '독재'의 시간이다. 정치가 죽은 윤석열 정부의 시간을 우리는 '1차 독재'의 징후로 읽을 수 있을지 모른다. 1차 독재는 주어진 제도적 공간을 통해 작동하기 때문에 제도적 독재나 법률적 독재로 부를 수 있다. 쿠데타 이후의 군부독재나 공산혁명 이후의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와 달리, 1차 독재는 선거로 집권한 정치권력이 제도와 법률의 형식이 부여하는 권한을 과도하게 남용하는 방식으로 정치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유지의 교묘한 전략이다.

첫째, 1차 독재는 의회를 제도적 수단으로 무력화한다. 법안에 대한 협력과 대화를 차단함으로써 대치와 대결을 장기화하고 거부권의 남용을 통해 대의정치를 무력화한다.

둘째, 1차 독재는 여당을 도구화한다. 총선 참패와 거듭되는 실정, 급락하는 지지율로 보면 대통령의 탈당만이 여당을 살리는 길이자 정치 도의 일 수 있다. 그러나 당을 놓치면 곧 심판이라는 명백한 현실 앞에 대통령은 여당의 고삐를 한층 더 단단히 조이고 있다. 여당과 그 의원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대통령의 아바타가 되고 말았다.

▲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윤재옥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2024.4.10 ⓒ 공동취재사진

셋째, 1차 독재는 언론을 제도의 틀 안에서 길들인다. 윤석열 정부는 방송사와 언론사에 대한 기회를 차별화하며, 방송 언론 관련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를 통해 실질적 억압과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

넷째, 1차 독재는 국민을 갈라 치기 해서 두 국민으로 만들고 이른바 반국가세력에 대해서는 과도하고 철저히 배제된 제도적 통제를 시도한다. 관행과 관례로 유지되는 일들을 합법과 준법의 이름으로 처벌하는 가혹한 통제는 1차 독재의 일상이다.

제도와 법률의 틀 내부에서 꿈틀대는 1차 독재는 계기와 명분을 만나면 2차 독재의 시간으로 돌진한다. 2차 독재는 국가폭력과 강권통치의 칼을 거침없이 휘두르는 직접 독재를 의미한다. 강제연행, 구금, 고문 등 우리에게 끔찍한 독재의 추억을 남긴 바로 그 독재의 시간을 가리킨다. 1차 독재의 시간은 시민저항의 사이클로 볼 때 '전면적 저항'으로 진화하지 않은 '예비적 저항'의 시간과 맞물려 있다. 예비적 저항의 시간은 정부의 실정과 국민의 기대 사이에 형성되는 심각한 긴장의 시기다. 이 시기는 다양한 저항의 프레임을 생산하지만 이른바 마스터 프레임으로의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는 단계다. 예컨대 이 시간에 나타나는 '탄핵'과 '퇴진'의 프레임은 정당한 근거와 내용을 갖춘 완성된 프레임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예비적 저항의 시간에는 가장 민감한 저항의 고리에서부터 저항 행동이 출현하지만 전면적 확장성을 갖지는 못한 수준에 있다.

거대 야당의 소명

1차 독재와 예비적 저항의 현실 앞에서 이제 우리는 1차 독재의 맞은편에 선 그리고 죽은 정치의 시간 안에서 정부 여당과 공존하고 있는 거대 야당의 존재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총선 이후 민주당은 유례 없이 강력한 정당이 되었다. 압도적 의석과 강력한 당권, 최대 규모의 충성도 높은 당원들이 민주당의 화려한 현실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의회 정치는 국회의 의결과 대통령 거부권을 반복하는 1차 독재의 순환 구조에 갇혀 있다. 윤석열 정권의 1차 독재를 종결짓는 길은 무엇보다도 이 제도적 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데 있고, 이 순환의 족쇄를 탈출하는 힘의 원천은 '저항'의 국민적 공감을 넓히는 데서 찾아져야 한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깨어있는 시민이 정확한 판단력과 행동주의로 무장한 '이성적 군중' 혹은 '영리한 군중'으로 바뀌는 모습에 이미 익숙하다. 그러나 국정농단이 자행되고, 정치가 죽고, 민주주의가 사라지는 것만으로 이성적 군중의 민주적 의지가 자동적으로 표출되지는 않는다. 영리한 군중은 대안의 리더십과 공감적 비전의 존재를 확신하고서야 비로소 기존의 권력을 무너뜨리는 데 나선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유성호

죽은 정치의 시대는 비전 없는 정치의 시대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갖춘 거대 야당에도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뚜렷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정치적 리더십은 비전을 생산하고 비전을 실현하는 능력이다. 야당은 폭넓은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비전을 생산할 때 비로소 준비된 정당이 되고 1차 독재의 시간을 마감할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열고, 위기에 대응하는 정확하고도 명료한 비전이야말로 좋은 정치를 만든다. 제대로 된 비전은 국민의 삶이 갈망하는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그래서 좋은 정치는 당대의 국민이 만드는 시대의 예술이다. 위대한 국민의 역사는 시대가 빚은 비전의 역사이자 그 결실로서의 정치적 걸작의 역사다. 국민 주권의 민주공화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경제성장, 독재를 이긴 민주화, 금융실명제, IMF 외환위기 탈출, 남북정상회담, 평창 평화올림픽, 일본 수출규제 위기의 극복, 코로나 19 위기극복 등은 다름 아닌 위대한 비전을 실현해 낸 정치적 걸작의 역사다.

상대의 실정에 기댄 '쉬운 정치'는 야만적 2차 독재의 문을 열어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제 거대한 몸집의 야당은 충성스러운 지지자 너머의 정치를 기획함으로써 광범한 국민의 마음을 얻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1차 독재의 해괴한 몰골을 지우고 위대한 비전으로 정치적 걸작의 역사를 추가할 시대의 소명이 거대 야당에 맡겨져 있다. 좋은 비전을 만드는 일은 국민의 마음을 찾는 일이며 흩어진 국민의 마음을 꿰는 일이다. 국민의 마음을 찾아 나서는 겸허한 '탁발의 정치', 정책과 비전의 지혜를 모으는 '집현의 정치'가 절실하다.

▲ 조대엽 포럼 사의재 공동대표 ⓒ 조대엽

*필자 소개 : 조대엽은 현재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포럼 사의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 정책전문가들의 싱크탱크 정책마루 선우재를 만들어 상임대표로 있다.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장과 노동문제연구소장, 한국사회연구소장 등을 역임했고 학회활동으로는 한국사회학회, 한국비교사회학회, 한국 NGO학회, 한국정치사회학회 등에서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장을 역임했으며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분과의장, 금융산업공익재단 대표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민주주의 #거부권 #1차독재 #윤석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천하람, “채상병특검법 거부하면서 시가행진 백번 해봤자...”

천하람, “채상병특검법 거부하면서 시가행진 백번 해봤자...”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4.09.30 14:17
  •  
  •  수정 2024.09.30 15:49
  •  
  •  댓글 0

‘국군의 날’(10.1) 하루 전인 30일 개혁신당 원내대표인 천하람 의원이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시가행진을 백번, 천 번 해봤자 우리 국군의 사기가 오를 리 만무하다”고 일축했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매년 시가행진한다고 국군의 사기가 오르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우리 장병들을 소모품 취급하지 않으면 사기는 저절로 오른다”면서 이같이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은 시가행진에서 우리 장병들의 사열을 받는다고 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며, “대통령 하루 기분 좋자고 몇천 명의 장병의 노고와 수십억에 달하는 예산을 우리가 함부로 써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이라도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우리 국군의 사기, 전투력의 본질을 깨달으시고, 또 본인의 지지율이 안 올라가는 핵심 원인을 깨달으셔서 장병들 매년 고생시키지 마시고, 기존처럼 5년에 한 번만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하는 관행을 더는 어기지 말아주시기를 부탁드리겠다”고 당부했다.

천 의원에 따르면, 1998년 건군 50주년부터 2003년, 2008년, 2013년 등 5년 주기로 대통령 취임 첫해에 시가행진을 실시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시가행진을 하지 않았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군사정권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부터 2년 연속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실시한다.

전날(9.29) 보도자료를 통해서는 올해 ‘국군의날 예산’으로 정부가 79억 원을 편성했다고 알렸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엔 약 12억 원, 2021년엔 13억 원이었다.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 37억 원으로 늘었고 시가행진을 실시한 지난해엔 101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천 의원에 따르면, 올해 시가행진에 차출되는 장병은 약 5,400명이며, 예행연습 과정에서 장병 2명이 부상을 당했다. 초대형 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미사일 ‘현무-5’가 공개되고,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한반도에 전개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30일 브리핑하는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 [사진 갈무리-e브리핑]
30일 브리핑하는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 [사진 갈무리-e브리핑]

30일 국방부 브리핑에서도 ‘한국 같은 나라에서 군대의 시가행진은 과잉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전하규 대변인은 “이런 대규모 행사를 통해서 우리 국민들께서 국군의 위용을 보시고 우리 장병들에게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시면 그것이 우리 장병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러 가지 장비 또는 우리 병력들의 모습을 과시함으로써 대북 억제력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거나 “우리 국군이 가지고 있는 여러 전투 시스템, 무기체계를 보시면서 이게 추가로 어떤 방산 수출과 연계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강변했다. 

‘장병 2병 부상’에 대해서는 “그 인원들을 전부 치료 후에 현재는 원래 부대로 다 복귀시켰고 그 이후에 추가적인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장병들의 안전에 최우선해서 행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대꾸했다.

한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은 10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1인 시위를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무-5 괴물미사일, B-1B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하여 ‘힘에 의한 평화’라는 이름으로 압도적 무력을 과시하기 위한 국군의 날 행사는 한반도에서 핵 대결과 전쟁위기를 조장할 뿐”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했고, 저항이 그 운명을 결정할 것"

기자명

  •  류경완 KIPF대표
  •  
  •  승인 2024.09.30 17:52
  •  
  •  댓글 0
 
 

류경완의 국제평화뉴스 24.09.30(660)

∙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했고 저항이 그 운명을 결정할 것"

∙ 순교자 하산 나스랄라는 누구인가?

∙ 이해영 "이스라엘 경제, 더 빨리 붕괴될 것"

∙ 한설 "이스라엘, 미 직접 개입 없다면 앉아서 말라죽을 것"

∙ 크렘린 "국경 근처 긴장 고조로 러시아 핵 교리 업데이트 필요"

∙ 러시아 전략 핵탄두 무기고 총 5,580기 추정

∙ 중국, ICBM 시험발사 성공으로 얻은 4가지 효과

∙ 라브로프 "한미 '핵동맹' 상황에서 조선 '비핵화' 의미 상실"

∙ IAEA 사무총장 "조선, 2006년(1차 핵실험으로) '사실상 핵보유국"

∙ 김정은,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 현지지도 "세계 최강의 핵병기창"

∙ 미 해군 잠수함 프로그램의 '위기', 군사력 쇠퇴의 최신 신호

∙ 예멘 국방장관, 후티군의 세계적 수준 무기고 자랑

∙ 우크라 전 분석가 텔리젠코 "키예프, 2022년 이후로 97만 명 군인 잃었다"

∙ 조선, 10월 7일 최고인민회의 개최…개헌 등 논의

∙ 신중국 건국 75주년...중 GDP 223배 증가, 연평균 경제성장률 7.9%

1.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했고 저항이 그 운명을 결정할 것”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의 주거 지역을 잔혹하게 공격하고 헤즈볼라 사무총장인 나스랄라를 암살하면서 아파르트헤이트 정권과 그 주요 지원자인 미국이 다시 한번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이스라엘이 가한 치명적인 공습으로 베이루트 다히예에서 최소 7개의 건물이 파괴되었습니다. 이스라엘 공군은 주거용 건물에 80개가 넘는 GBU-72 폭탄을 투하했습니다. 미국이 2021년에 개발한 첨단 5,000파운드(2,200kg) 벙커버스터입니다.

레바논에서의 이스라엘의 어리석은 행위와 나스랄라의 암살은 이 정권과 서방, 지역 동맹국들에 대한 깊은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는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군사력을 총동원했으며, 일부 아랍 국가들은 가자지구에서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이스라엘 정권과 관계를 끊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사람들을 학살했을 뿐만 아니라, 예멘 안사룰라 같은 지역 저항 단체도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또한 시리아에서 이란 군사고문들을 사살하고, 이란 핵 과학자들을 암살했으며, 이란 내에서 사보타지를 자행했습니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모험주의는 서아시아에서 저항이 커지는 와중에 불장난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스라엘은 저항의 주축국과의 전쟁을 시작했지만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Tehran Times>

☞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침략을 후회하게 만들 것이다"

☞ 이란 대통령 페제쉬키안 "나스랄라 암살, 네타냐후가 뉴욕에서 결정..워싱턴이 범죄 공모"

☞ 이란 외무부 대변인 카나아니 "공개적인 국제법 위반, 레바논 국가 주권 침해"

☞ 이란 의회 의장 칼리바프 "인권법을 무시한 잔혹 행위이자 국가 테러"

☞ 이란 아레프 제1부통령 "나스랄라의 피는 이스라엘 멸망으로 이어질 것"

☞ 전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레자에이 "저항 전선은 즉각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 하마스, 나스랄라 살해 후 헤즈볼라와 연합 전선 발표

☞ 러 외무부 "정치적 암살, (중동 전역에) 거의 필연적으로 새로운 폭력의 물결을 유발할 것...이후 확대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이스라엘에 있다"

☞ 바이든, 나스랄라 살해는 '정의의 척도'...해리스 "나스랄라는 테러리스트"

□ 하산 나스랄라는 누구인가?

- 1960년 베이루트 출생

- 1978년 시아 정치 및 민병대인 아말 운동 합류

- 1982년 이란 지원 민병대 헤즈볼라 가입, 1985년 헤즈볼라 집행위원회 수장 취임

- 1992년 헤즈볼라 당시 지도자 지도자 아바스 알-무사위 암살 후 지도자 승계

- 헤즈볼라 군사력 구축 : 병력 10만, 미사일 15만 기 확대

- 2000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철수 강요, 2006년 레바논 전쟁 승리

- 레바논 선거 참여, 2022년 15석 차지...종교적 다양성 존중, 온건 외교 노선

- 겸손한 삶, 월급 1,300달러...아내와 두 자녀, 아들 1997년 순교

- 2024년 9월 27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

☞ 하삼 사피에딘 헤즈볼라 평의회 의장,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승계...나스랄라의 외사촌 동생..."나스랄라가 보다 외교적인 노선이었던데 비해 더 전투적인 인물"

2. 이해영 교수 “이스라엘 경제는 더 빨리 붕괴될 것”

이스라엘의 대담한 선공은 결국 큰 그림에 있어 의도대로 확전과 속전 쪽으로 서아시아 전역을 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또 미국의 리더십도 약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전을 생각한다면 과연 모든 것이 이스라엘의 구도대로 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이스라엘 경제는 더 빨리 붕괴될 것입니다. 2006년 이스라엘군에 패배를 안겨준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군은 방어전에 특화되어 조직되어 있습니다. 가자보다 더 큰 규모의 지하터널로 연결된 수많은 지하기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년 동안의 가자전쟁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를 제거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란이 원하지 않는 시기적으로 조기에 투입될 경우 3차대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입니다. 특히나 이란과 러시아의 상호방위조약을 감안할 때 러시아의 개입 나아가 중국의 개입조차 우려되고, 이는 필시 미국과의 세계대전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핵을 선제 사용할 것으로 예상대고 이로써 일본에 이어 서아시아가 두 번째 핵전쟁 지역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입니다.

☞ 레바논 보건장관 "이스라엘 공습으로 12일 동안 1,000명 이상 사망, 6,300명 이상 부상"

☞ 이스라엘 공격으로 레바논에서 최대 100만 명 내부 이주

☞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사령관, 베이루트에서 공습 사망

☞ 이란, 격화되는 지역 긴장 속에 신형 미사일과 사거리 4,000km의 드론 공개 <Sputnik>

☞ 미국, 키프로스에 군대 배치...바이든, 중동군 태세 '조정' 명령...미군 추가 배치

→ 로이터 "미, 작년 10월 이후 최소한 14,000개의 2,000파운드 MK-84 폭탄, 6,500개의 500파운드 폭탄, 3,000개의 헬파이어 정밀 유도 공대지 미사일, 1,000개의 벙커버스터 폭탄, 2,600개의 공중 투하 소구경 폭탄 및 기타 탄약을 이스라엘로 이전" <Tehran Times>

→ 한설 "서아시아 지역의 작전을 지원하는 미 연료 보급선 좌초로 침수...추가 군사작전 수행에 지대한 장애 초래"

3. 한설 예비역 준장 “이스라엘, 미 직접 개입 없다면 앉아서 말라죽을 것”

이번 이스라엘의 타격으로 헤즈볼라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당분간 체제를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새로운 지도부가 구축되고 정비가 되면 과거보다 훨씬 강력해지는 경우가 많다. 헤즈볼라와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강력한 신념의 전쟁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신념의 전쟁에서는 군사력만으로는 이기기 어렵다.

누차 언급한 것처럼 전투에서의 승리로 작전적 오류를 상쇄할 수 없고 작전적 성공으로 전략적 실수를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다. 아랍과 무슬림 세계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은 점점 더 커지게 될 것이고 이런 적대감은 군사적인 승리로 극복하기 어렵다. 전쟁도 살자고 하는 것인데 죽기로 각오한 집단을 어떻게 이긴다는 말인가?

현재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상대로 인민전쟁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레바논과 가자지대를 완전하게 초토화해서 홀로코스트를 재현하는 수밖에 없다. 적대감과 증오심은 점점 더 커져가고 깊어진다. 서아시아의 상황은 글로벌 사우스 세계가 점점 미국에 대해 등을 돌리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 한설 “이스라엘은 전략적으로 매우 불리한 입장...(강요당하고 있는 소모전에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스라엘은 붕괴된다. 이미 이스라엘 내부는 무너지고 있다. 경제와 산업이 모두 붕괴되고 있는 상황...미국의 직접 개입이 없다면 앉아서 말라죽을 것”

4. 이스라엘, 비밀리에 또 다른 경제 위기를 피하기 위해 애쓰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이스라엘 정부 정책을 강력히 비난하며 국가 신용등급을 낮추어 금융 환경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정부의 공격적인 행동으로 인해 심화되는 정치적, 경제적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이러한 움직임이 발생하면서 이스라엘 경제의 전망에 대한 심각한 경종이 울려 퍼졌습니다. 무디스의 결정은 이스라엘의 리더십이 점점 더 변덕스럽고 무모하다는 국제적 인식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Tehran Times>

☞ 이스라엘, 지역 폭력 심화와 국제법 무시, 점령과 정착촌 확대로 외교적 고립 심화

☞ 이스라엘 정치 구조 내의 내부 분열과 더 깊고 체계적인 위기 반영

☞ 경제성장의 중요한 원동력인 외국인 직접 투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주식시장 하락

☞ 이해영 교수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전쟁은 이스라엘 경제를 붕괴시키고 있다. 46,000개 기업이 파산했고, 올 연말에는 약 6만개 기업이 문을 닫을 거라고 한다. 해외투자는 60% 감소했고, 관광수입은 끊어졌다. 교육시스템도 붕괴되고 의사들은 이 나라를 떠나고 있다. 수백만 명이 유럽의 고향으로 돌아갔으며, 이스라엘의 첨단기술 기업은 56% 줄어들었고, 인텔은 250억 달러 투자프로젝트를 취소했다. 과연 이스라엘이 건국 100년을 맞을 수 있을지 전망이 매우 어둡다."

☞ “이스라엘 경제의 종말...시오니스트 프로젝트는 끝났다...분리주의 정책 지속 불가능”

5. 크렘린 "국경 근처의 긴장 고조로 러시아 핵 교리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러시아 국경 주변의 긴장이 고조되고, 핵 국가들이 러시아와의 갈등에서 키예프를 지원함에 따라 러시아 핵 교리를 업데이트해야 했다고 크렘린 대변인 페스코프가 밝혔습니다. 그는 업데이트는 이미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제 공식화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5일 러시아 안보위원회 상임회의에서 푸틴 러 대통령은 핵 억제 분야에서 러 국가 정책의 기반을 업데이트하는 것에 대해 논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푸틴은 러시아가 침략 받을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적이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여 러시아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Sputnik>

☞ 푸틴 "핵 보유국이 참여하는 비핵 국가의 침략을 러 연방에 대한 공동 공격으로 간주"

☞ 러, 적대적인 국경 상황으로 인해 군대를 230만 명으로 증강

6. 라브로프 "서방의 러시아 격퇴 시도는 1945년 '생각할 수 없는 작전' 반영"

러시아와 같은 핵 강국에 대한 승리를 이루려는 자살적 시도는 무의미하다고 러 외무장관 라브로프가 유엔 총회 제79차 회의에서 밝혔습니다. 그는 유엔 연설에서 러시아를 파괴하려는 서방의 계획을 비난했습니다.

"전략적 패배가 러시아의 목표로 선언되었다. 이는 런던과 워싱턴이 1945년 5월에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기도 전에 소련을 파괴하기 위한 '생각할 수 없는 작전'을 개발했을 때 계획했던 것과 유사하다"고 라브로프는 말했습니다.

"당시에는 엄격히 비밀로 유지되었지만 오늘날의 앵글로색슨 전략가들은 키예프의 불법적인 네오나치 정권을 통해 러시아를 물리치기를 바라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그들은 또한 유럽이 이 자살적 모험에 뛰어들도록 준비하고 있다. 나는 러시아와 같은 핵 강국에 맞서 끝까지 싸운다는 생각의 무의미함과 위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라브로프는 말했습니다. <Sputnik>

7. 러시아의 전략 핵탄두 무기고 총 5,580기 추정 <Sputnik>

- 1,710기 다양한 운반체에 배치

- 2,670기 보관

- 1,200기 퇴역, 해체 중

* 2010년 New START 협정 : 미사일과 폭격기 700기, 총 핵탄두 1,550기, 발사대 800기

→ 라브로프 러 외무 "러, 핵무기 증강 안 해...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조건 이행

→ 바이든, 올 3월 '중국 위협'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핵 전략 승인

→ 미 하원 군사 전략군 소위원회 위원장 더그 램본 "중국과 러시아, 초음속 무기 능력에서 미국보다 '훨씬 앞서'"..."중, 엄청난 양의 초음속 무기 배치"

→ 미 펜타곤 관계자 "미 육해군, 7월 초음속 시스템 시험 시작, 성공 여부 불확실"

□ 지상 기반 핵 미사일

- RS-24 야르스 : 200kt x 772기

- 토폴-M : 800kt x 78기

- 보에보다 : 550~750kt x 340기(46 x 10개)

- 사르마트 : 750kt x 46기(x 16개)

- 아방가르드 : 800~2000kt x 7기

□ 해상 기반 핵 미사일

- 불라바 : 100~150kt x 576기(x 6~10개)

- 레이너 : 100~500kt x 320기

□ 공중 기반 핵 미사일

- Tu-95MS : 200~500kt x 448기(x 6~8개)

- Tu-160 : 200~500kt x 132기(x 6개)

8. 중국, ICBM 시험발사 성공으로 얻은 4가지 효과

중국 국방부는 지난 9월 25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1발을 태평양 공해상으로 시험발사했으며, ICBM은 예정된 해역에 정확히 떨어져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험발사는 9월 10일부터 27일까지 중국 인민해방군 북부 전구 사령부가 주관한 '북부 연합-2024' 훈련에 러시아군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것으로 군사적 의미가 적지 않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1980년 5월 18일 둥펑-5 ICBM을 남태평양으로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이래 44년 만에 태평양을 향해 ICBM 시험발사를 전격적으로 한 것이다. 이번 시험발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이스라엘의 레바논 확전 ▲미국의 대만에 무기 공급 ▲지난 21일 미국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에서 남중국해를 겨눈 압박 ▲일본에 배치되는 일련의 군사적 배치 등 국내외 환경이 복잡한 상황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에 대해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중국이 발사 시험발사 전 중국이 미국에 통보한 사실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것이 긍정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이번 ICBM 시험발사는 ▲군사적 자신감과 힘의 표현 ▲국제사회에 대한 투명성 제고 ▲성공 ▲군사 안보 억지력 강화라는 4가지 효과를 얻은 셈이다. <자주시보>

☞ 한설 "조·중·러, 비슷한 시기에 모두 핵전략 수정 공동 대응...적어도 동북아 및 태평양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점점 더 약화될 것이다. 이미 힘의 중심이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더 이상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 노르웨이 남동대학 글렌 디센 교수 “세계가 확실하게 전환기를 맞았다. 대러 제재를 가하는 것은 어리석다. 서방이 러시아에 의존하는 게 90%라면 러시아가 서방에 아쉬운 것은 3%에 불과” <월드 리딩>

9. 라브로프 "한미 '핵동맹' 상황에서 조선 '비핵화' 의미 상실"

우리는 자신의 독립과 안전을 보장하는 기반이 핵미사일 방패와 기타 자위적 조치라는 조선 측의 원칙적인 입장을 이해합니다. 미국은 동맹국들의 지원 속에 이 지역으로 군사전략 인프라 요소들을 끈질기게 끌어들이고 있으며, 여기서 핵무기 운반체에 해당하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한국 및 일본과 함께 소위 '확장억제'라는 점점 더 도발적이고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체계를 훈련하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은 이미 공개적으로 나토와 같은 '핵동맹'으로 불리는 상황에 이르렀고, 이는 보란듯이 재군사화의 노선을 가고 있는 일본의 참여와 함께 분명히 삼자블록으로 전환될 것입니다. 이는 지역 안보에 대한 실제적이고 극도로 심각한 위협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조선에 대한 '비핵화'라는 용어조차 모든 의미를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이 문제는 종료되었습니다. <mid.ru>

☞ 라브로프 “IAEA의 유엔 총회 대조선 핵결의안은 유해하고 부적절하며, 파괴적”

☞ 그로시 IAEA 사무총장 "조선, 2006년(1차 핵실험으로) '사실상 핵보유국(a de facto nuclear weapon possessor state)'이 됐다" <연합>

☞ 미 하원의원 브래드 셔먼, 미 국무부에 “조선과의 평화협정 체결 촉구”...“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의 대북 정책은 명백히 실패했다”

 

☞ 트럼프 재임 시절 국가안보보좌관 오브라이언 ""우리가 서둘러 핵무기 3축(전략 폭격기·전략핵잠수함·대륙간탄도미사일)을 현대화하고 우리의 능력을 확장하지 않으면 곤경에 처하게 될 것...큰 문제는 우리는 더 이상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지 않으며 러시아에 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조선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우리보다 앞서있다. 우리는 핵(무기) 게임으로 복귀해야 한다"

☞ 미 미들베리 국제연구소 제프리 루이스 "조선 원심분리기 최대 6천500기 추정"

☞ 미 랜드연구소 베넷 선임연구원 "조선, 핵무기 67∼112기 생산 가능 핵분열 물질 확보"

☞ 일 차기 총리 이시바, "아시아판 나토 창설, 미 핵무기 공유·반입 검토해야" 논란

10. 김정은,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 현지지도 “세계최강의 핵병기창”

조선, 신형 화성포-11-다-4.5 전술 탄도미사일, 개량형 전략 순항미사일 시험 성공

☞ 미 미들베리 국제연구소 제프리 루이스 "조선 원심분리기 최대 6천500기 추정"

☞ 미 랜드연구소 베넷 선임연구원 "조선, 핵무기 67∼112기 생산 가능 핵분열 물질 확보"

11. 해군 잠수함 프로그램의 '위기', 미국 군사력 쇠퇴의 최신 신호

미국이 자국 군대뿐만 아니라 영국과 호주의 동맹군을 위해 제작하는 잠수함 생산은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예상되는 전쟁에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미국 해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잇따르는 가운데, 해군 잠수함 건조 프로그램의 비용 초과라는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는데, 이는 군사 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쇠퇴를 보여주는 최근의 신호입니다. <Sputnik>

☞ 미 공화당 칼버트 의원 "미 해군 잠수함 프로그램 예산 약 170억 달러 초과, 건설 최대 3년까지 지연..해군 지도부, 위기 상황 은폐 노력"

☞ 유럽 언론 "미, 중국 해군 함대 확장에 따라 잠수함과 군함 건조에서 새로운 좌절 직면“

☞ WP “중국과 AI 경쟁하는 미국, 전력난에 허덕여”...“낡은 전력망 용량이 발전 저해”

☞ 미국, 서태평양 북마리아나 제도 섬 티니안 활주로 등 군사 인프라 복구로 지역 내 전력 투사...4억 달러 투입...히로시마, 나가사키 핵공격 시발지

12. 중동 저항의 축 전선

* 예멘 국방장관, 후티 민병대의 세계적 수준의 무기고 자랑 "많은 국가가 보유하지 못한 첨단 군사 무기고 보유...이스라엘과 그 동맹국에 대한 '장기간의 소모전' 준비"

* 예멘 안사룰라, 2,000km 떨어진 이스라엘 에일라트 항구에 초음속 미사일 발사...9월 15일과 27일 텔아비브에 탄도미사일 발사...이스라엘 200만 대피 <Sputnik>

* 예멘 후티, 업그레이드된 팔레스타인-2 미사일 개발...새 단계 작전 투입 시작

→ 후티, 네타냐후 귀국시 팔레스타인-2 초음속 탄도미사일로 벤 구리온 공항(텔아비브) 공격

→ 이스라엘 전투기, 1700㎞ 날아가 예멘군 폭격

* 후티군, 홍해 지역에서 미 군함에 '사상 최대 규모' 공격...미 해군 구축함 3척 표적23발의 미사일과 드론 발사

* 헤즈볼라, 텔아비브 근처 모사드 본부 탄도미사일 발사...하이파 근처 군사시설 미사일 발사

* 이라크 민병대, 에일라트 항구 드론 공격

13. 팔레스타인 '알-아크사 홍수 작전'과 이스라엘의 학살

* 유엔 총회, 18일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12개월 내에 불법 주둔을 지체 없이 종식하라는 결의안' 채택...찬성 124개국, 반대 14개국, 기권 43개국

→ 42년 만에 이스라엘 제재 권고도 포함

* 가자 보건부, 작년 10월 7일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가자에서 살해된 모든 팔레스타인인의 이름, 나이, 성별, ID 번호가 포함된 649쪽 문서 발표...총 4만여 명 중 3만4천여 명

* 이스라엘군, 제닌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 5명 사살...시신은 옥상에서 던져

14. 우크라이나 특수군사작전

* 김여정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추가 군사지원은 세계적인 핵재앙을 불러오는 기폭제로 될 것이다. 지난 세기 력사상 처음으로 핵폭탄을 터뜨려 수십만의 무고한 주민들을 학살한 미국이 지구 전체를 참혹한 핵재앙에 몰아넣으려고 무분별하게 날뛰고 있다."

* 우크라 전 분석가 텔리젠코 “키예프, 2022년 이후로 97만 명의 군인을 잃었다” <Sputnik>

* 트럼프 “푸틴은 천사가 아니지만, 바이든과 해리스는 어리석음으로 인해 이 전쟁을 초래했다...해리스가 당선되면 우크라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죽고, 더 많은 도시가 무너질 것이다”

* 러 방공망, 하루 새 우크라 드론 125대 요격

* 러, 2024년부터 140만개의 드론 군에 보급...2023년은 14만개

* 미국, 우크라이나에 사용기간 만료된 활공 폭탄 보내 연간 유지비 2천만 달러 절감

* CNN "미, 줄어드는 펜타곤 비축량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 덜 보내"

* 바이든 고향 '대호황'…우크라전 포탄 생산 배 불려...펜실베이니아 쇠락한 방산업 '돈벼락'

→ 미, 우크라전 발발 이후 지금까지 1천750억 달러(약 230조원)를 우크라 지원에 배정

→ 미 노숙자 문제 해결에 약 200억 달러 소요

* 영국,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자체 무기 비축량 고갈

→ '우크라이나 지원금', 자해 제재로 영국 부채 GDP 대비 100%로 급증...1961년 이래 최대

→ 영, 우크라에 7억 달러 이상 추가 지원 약속, 영 연금 수급자 1천만 명 겨울 연료수당 19억 달러 지원 폐지

* 독일, 이스라엘에 무기수출 허가 중단

15. 부상하는 다극화 세계질서와 대서양동맹(미국-EU·NATO)의 몰락

* 러 연방안보회의 서기장 쇼이구 조선, 시리아, 이란 순방

* BRICS 상공회의소 부회장 샤스트리 "BRICS 회원국 간 거래에서 국가 통화를 사용하는 규모가 이미 달러를 앞지르고 있다"

* 이란, 러시아, 터키 유엔총회 일정에 맞춰 시리아 회담 개최...아스타나 평화 프로세스 초점

→ 러 항공우주군, 시리아 엘-탄프 지역 4개의 무장세력 기지 공격

* 중 국방부 "러-중 합동 군사훈련으로 전략적 협력 심화...9월 10~27일 동해와 오호츠크해 훈련 마쳐"

* 중, 미국 등 서방 국가에 불법적-일방적 對中 제재 즉각 철회 촉구

* 러, 47개 비우호국가 명단 발표...한국 포함

* 유럽연합(EU), 7월 러시아산 비료 수입 20개월 만에 최대치로 늘려...러 LNG 구매량도 2월 이후 최고치로 증가 <Eurostat>
* 독 녹색당 지도부 일괄 사퇴

* 500년 묵은 앙금…멕시코, 대통령 취임식에 스페인 국왕 초청 제외..."식민지 시절 학대 인정 안했다" 이유 <연합>

* 프랑스, 카리브해의 해외 영토인 마르티니크에 헌병 100여 명 파견...또 다른 해외 영토인 과들루프에서도 시위 시작 <Ria Novosti>

* 부르키나 파소 수상, 브릭스 가입희망 의사 표명

* 튀르키에, 브릭스 가입하면 나토와 관계 중단 의향 표명

〔단신〕

<한국>

* 미국 핵추진 잠수함 버몬트함 부산작전기지 입항

* "대북전단 살포는 위법" 유권해석 2개월…경찰 여전히 '고심'

* 김천 돌고개, 유해 32구 최종 수습...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74년 만에 10월 28일 첫 위령제 연다

<조선>

* 김정은, 말리 군정 수장에게 축전

* 김여정 "핵전쟁 억제력 한계 없이 강화"…미 핵잠 부산 입항에 반발..."미국의 전략자산들은 조선반도 지역에서 자기의 안식처를 찾지 못할 것"

* 최선희 "한반도 안보, 위험계선 치달아…적대행위 묵과 않겠다"

* "쿼드, 자주권 침해, 적대적 대결 기도 노골화" 비난..."미, 인태 지역 편 갈라 대결 부추겨"

* 10월 7일 최고인민회의 개최…개헌 등 논의

* 아사히 "신압록강대교 조중 수교 75주년 10월 6일 개통 관측"

* "러시아 하산-두만강역 오가는 열차 12월부터 주3회 운행“

→ 조-러, 도문강대교 재건 계획 발표

* 베트남 국방부 대표단 방북…국방분야 협력 강화 논의

* 조선, U-20 여자 월드컵 우승

<중·러·미>

*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5주년...2023년 중국 GDP, 1952년에 비해 223배 증가, 건국 이래 연평균 경제성장률 7.9% <울산함성>

→ 중, 창건 75주년 기념 드론 쇼 심천만공원 선보여...동시 10,197대 기네스 기록

* 시진핑, 달 탐사 프로젝트 창어 6호 임무 대표들 접견 및 달 샘플-달 탐사 프로젝트 성과전 참관 → "중, 달에 무선 네트워크 구축한다" <인민망>

* "中 최대 방산업체, 대만해협 횡단·美능가 자폭 무인기 공개"

* 중, 1~8월 상품무역 수출입 규모 6% 증가...28조 5800억 위안(약 5421조 원)

* "화웨이, '엔비디아 대항' 새 AI칩 샘플 중 기업들에 제공"

* 러, 고장난 보잉 우주선에서 미 여성 승무원 한 명 무사히 러시아로 귀환

* 미군, 140여년 전 대량 사망 초래한 알래스카 원주민 부족에 ​​공식 사과 절차 시작

<아시아>

* 중 외교부 "일본이 남긴 화학무기의 독성 제거는 일본 측의 회피할 수 없는 역사적-정치적-법률적 책임" <인민망>

* 백악관 "바이든, 7천400억원 규모 대만 방위지원 승인"

<중동·아프리카>

* 이란 투자기회 컨퍼런스, "30개국에서 72억 달러 이상 투자 의향"

<유럽·중남미 기타>

* "反中 외치던 아르헨 밀레이, 투자유치 위해 中에 다가가기"

[류경완의 국제평화뉴스]

- 후원계좌 : 국민은행 533301-01-160651, 코리아국제평화포럼

- 일시/정기 후원 신청 바로가기 ☞ http://bit.ly/joinkipf

- 후원금은 뉴스와 유튜브 방송 품질 제고, 코리아 평화 국제연대 활동에 소중히 쓰겠습니다.

☞ 전회 유튜브 보기

https://youtu.be/vkJsJx7IFP0?si=vKr6Bdw2gitrQCQF

https://www.youtube.com/live/438RJOLPVlU?si=_sBSBKQ_fOxz5W90

(사)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이 제공하는 평화와 통일 뉴스 모둠입니다.

 

 류경완 KIPF대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박희영 용산구청장, 1심서 무죄…유가족들 ‘통곡’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 대해서는 금고 3년 선고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는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를 받는 박 구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박 구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용산구청 관계자 3명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4.9.30 ⓒ뉴스1
이태원 참사에 대한 부실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 구청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해 온 유가족들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에 울분을 토해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30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구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정하게 운영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또한,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사고 현장 도착 시각과 재난 대응 내용 등을 허위로 작성해 배포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박 구청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구청장을 비롯한 용산구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행정 기관에서 사전에 특정 장소로의 인파 유입을 통제하거나 밀집된 군중을 분산·해산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수권 규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상 주의 의무는 자치구의 추상적인 주의의무에 해당할 뿐 피고인들의 구체적 주의의무를 규정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안전관리가 미비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재난안전법에 다중 운집으로 인한 압사 사고가 재난의 유형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았고, 용산구 안전관리계획의 상위 수립 지침인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안전계획수립 2022년 지침에도 그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며 “재난안전법령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서도 별도의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않아 피고인들에게 어떤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참사 이후의 대응에 대해서도 “구청 당직실에는 서울시 상황 전파 메시지 등을 수신할 때까지 압사와 관련된 별다른 민원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고 경찰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용산구청의 상황 대처가 다소 늦은 것만으로도 초기 상황 대응에 현저한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봤다.

허위공문서 작성·배포 혐의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박 구청장과 함께 기소된 유승재 전 용산구 부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들에게도 전원 무죄가 선고됐다.

 

 

 

이태원 참사 한 유가족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등의 혐의 선고공판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무죄선고를 받자 오열하고 있다. 2024.09.30. ⓒ뉴시스

유가족들은 판결 후 기자회견을 열고 “면죄부 판결”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법원은 안전사회를 위해 정의를 바로 세우는 역할을 저버렸다. 정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파렴치하고 무도한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며 “정부와 사법에 대한 불신 속에서도 끝까지 법원을 믿고 엄중한 처벌을 하길 간곡히 바라던 유가족의 믿음과 한 가닥의 희망마저 저버렸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이번 부당한 판결에 대한 검찰의 즉각적인 항소를 촉구한다”며 “항소심에서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고 피고인들의 죄책이 인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금고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 등이 참사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사전 대비를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 등에 대해 “핼러윈데이 치안 대책 수립 과정에서 인파 집중을 예방·통제 및 관리할 경비 기능의 참여가 필요했음에도 용산경찰서 경비과를 대책 수립에 관여시키지도 않았고 별도의 경비 대책을 세우지도 않았다”며 “마약류 단속과 교통 단속에만 치중했을 뿐 다중 운집으로 인한 안전사고 대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았고 사고 당일 혼잡경비와 정보 경력 전원을 집회·시위 현장에만 배치했다”고 판단했다.

이 전 서장과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용산경찰서 송병주 전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은 금고 2년을, 박인혁 전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3팀장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등의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159명의 사망자를 낸 2022년 이태원 참사에서 안전사고 예방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이날 1심 선고 공판에서 금고 3년을 선고 받았다. 2024.9.30 ⓒ뉴스1

“ 남소연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석열 정부의 퇴진? '후퇴'의 시간 위한 '퇴진'이어야 한다

[장석준 칼럼] 약자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후퇴'를 실현해야 한다

 
 
 
 
 

참으로 기나긴 여름이었다. 습기를 머금은 더위가 석 달을 꼬박 채우며 계속됐다. 중국과 일본을 덮친 역대급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가는 대신 초가을의 반가운 소식이 자꾸만 뒤로 미뤄졌다. 심지어 추석에도 무더위는 끝날 줄 몰랐고, 몸도, 마음도 이제 더는 견디기 힘들다고 아우성 댔다. 그러다 10월과 함께 드디어 가을 날씨가 찾아온 것 같다. 아직도 한낮 기온은 마치 한여름인 듯 뜨겁지만 말이다.

 

몇 년 전부터 매해가 그러했지만, 올해는 확실히 한반도에서 기후변화를 결정적으로 체감한 해다. 올해 여름부터는 누구의 입에서나 "이번 여름이 앞으로 가장 시원했던 여름이 될 것"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도 한국어의 세계에서 기후 문제는 여전히 경제와 얽히고 정치를 움직이는 소재와는 거리가 멀다. 일상의 푸념일 수는 있어도, 늘 어느 정도는 호들갑을 떨며 이야기되는 정치 쟁점에는 끼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보자. 덥고 습하고 춥고 비바람이 거센 것만큼 우리 삶에 당장 영향을 끼치는 현실이 또 무엇이 있는가? 이것만큼 지금 우리 생명과 생활을 직접 결정하는 요인이 또 무엇이 있는가? 이에 비하면 아파트 값이나 주식 가격 동향은 얼마나 '비현실적', '초현실적'으로 들리는가?

 

'진보'가 아니라 '후퇴'를 고민할 때

 

 

더위가 아직 기승을 부리던 9월 7일에 서울 강남대로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있었다. 심상치 않은 여름 날씨를 겪으며 더욱 위기감을 느낀 많은 시민들이 이 행진에 함께 했다. 또한 여러 진보정당들도 참여했다.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기후문제에 미적대는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에 결합한 정당들도 '진보정당'으로 봐야 하는가에 관해 아직도 곳곳에서 논란이 있지만, 아무튼 자칭 타칭 '진보정당'들이 대거 동참했다.

 

그런데 비례위성정당 합류 같은 쟁점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진보정당'이라는 말 또한 정색하고 다시 따져봐야 한다. 대한민국은 '좌파'나 '사회주의' 같은 말을 쉽게 쓸 수 없는 나라였고, 지금도 이 사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좌파를 '좌파'라 하지 못하고 다른 말로 에둘러 불러야 하는 시대가 지금껏 이어졌다. 4. 19 혁명 전후한 시기에는 '혁신계'라는 말이 그 자리를 채웠고, 제6공화국 시대가 시작될 무렵부터는 '진보파'가 그런 용도로 쓰였다. 고 노회찬 의원 같은 분들이 '진보'가 '좌파'의 대체어로 통용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나도 본래 '세계 좌파정당 운동사'라 해야 할 책을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서해문집, 2019)라는 제목으로 낸 바 있다.

 

그러나 '진보'라는 단어가 언제까지 이런 위상과 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의 '진보'는 어쨌든 "앞"이 있음을 전제한다. 그 "앞"을 민주주의의 더 나은 상태, 즉 민주주의의 확대와 심화로 본다면, 여전히 의미가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실은 "앞"에는 그런 민주주의의 측면 말고도, 아니 그것보다 더 명시적인 다른 가치들이 함축되어 있다. 생산의 확대, 그에 따른 경제 규모 증가, 과학기술의 무한 발전 등이 그것이다. 말하자면, '진보'는 '발전', '성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의미의 자장(磁場)에 속해 있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펼쳐진 기후정의행진에서 참가자들이 도로 위에 죽은 듯 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데 지금은 기후재난의 시대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기온 1.5도 이상 상승이 이미 기정사실화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진보'가 과연 얼마나 절실한 긍정적 가치가 될 수 있을까? 요즘 '진보정당'이 어느덧 좌파정당들을 일컫는 말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다른 이름이 된 세태를 한탄하거나 규탄하는 목소리가 있고, 혹자는 오히려 반대로 '진보정당'들이 제기한 과제가 더불어민주당의 몫이 돼버렸으니 이제 진보정치란 곧 더불어민주당 정치라고 호기롭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대의 풍향을 제대로 감지한다면, 지금은 좌파정당들 자신이 '진보정당'이라는 호칭을 재고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흔히 '진보'와 정반대되는 말로 이해되는 '후퇴'를 우리 시대의 정치적 지향으로 고민하자는 논의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후퇴학' 토론이 시작됐다는 것이었다. '후퇴'라니? '탈성장'이나 '포스트성장' 같은 말들보다 훨씬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그만큼 우리가 직면한 상황을 가감 없이, 솔직하고 용감하게 제기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논의를 발의한 사람 중에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상당히 친숙해진 우치다 타츠루(內田樹)가 있다. 본래 프랑스문학 전공자였다가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사상에 매혹돼 철학자라는 분류에 더 어울리는 저작 목록을 쌓아온 우치다 타츠루는 지금은 대학을 떠나 자유사상가로 활동한다. 우리말로 번역된 다수의 저작들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우치다 타츠루는 도발적인 주장을 던지길 주저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논객이지만 일본 사회의 모순과 궁지를 짚는 대목에서는 늘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든 깊이를 보여준다.

 

그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 '후퇴'라는 화두다. 우치다 타츠루 말고도 '후퇴학'에 공감하는 여러 필자들이 쓴 글을 담은 <한 걸음 뒤의 세상: '후퇴'에서 찾은 생존법>(박우현 옮김, 이숲, 2004)에서 이 말에 모여드는 고민의 가닥들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실린 글 "후퇴를 위한 두 가지 시나리오"에서 우치다 타츠루는 '후퇴학'의 배경이 되는 네 가지 큰 위기로 "팬데믹, 기후위기, AI 도입에 따른 고용환경 변화, 인구 감소"를 든다. 당연히 우리에게도 가장 중대한 네 가지 위기이며, 우치다 타츠루도 지적하듯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속도에서 한국은 일본보다도 더 앞서가는 형편이다.

 

우치다 타츠루를 비롯해 <한 걸음 뒤의 세상>의 집필자들은 하나같이, 이 네 가지 위기를 말끔히 '해결'한다거나 진행 속도를 '지연'시키면서 현재의 생활방식을 지속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못 박는다. 하물며 새로운 '성장'이나 '진보'를 고민하여 풀릴 수 있다고 보지도 않는다. 오히려 지금까지 계속된 '성장', '진보'의 필연적 결과가 이러한 거대 위기로 나타난다고 파악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현 경제 규모나 사회 수준에서 '후퇴'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진단한다. 중요한 것은 소수 강자가 아니라 다수 약자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후퇴'를 실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다음 같이 명쾌하게 정리한다.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최고령 국가 단계에 진입할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노인뿐인 나라'라면 어떤 제도를 마련해야 사람들이 나름대로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일본은 세계에 모델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일본이 후퇴 전략만큼은 피해를 최소화해 연착륙에 성공했다"고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대로라면 일본은 세계에 도움은커녕 후퇴에 실패해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는 사례로 남겠죠." (<한 걸음 뒤의 세상> 11-12쪽)

 

솔직히 말하면, <한 걸음 뒤의 세상>에 실린 글들은 이런 후퇴 전략의 내용으로는 아직 크게 미완성이다. '후퇴학'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와 몇몇 커다란 원칙의 선언에서 더 나아가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러나 '후퇴'라는 인기 없을 말로 현재 일본 자본주의가 도달한 막다른 골목을 가장 정직하게 의제에 올린 태도 자체는 높게 평가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후퇴'라는 화두를 꺼내들어야 한다. 한국 사회가 직면할 현실을 늘 일본 사회가 먼저 겪고 고뇌해온 지난 세기의 여정은 21세기에도 '후퇴학'을 둘러싼 대화로 반복될 운명인가 보다.

 

'후퇴'의 시간을 열기 위한 '퇴진'이어야 한다

 

그래도 역시 '후퇴'는 께름칙하다. 굳이 이렇게까지 표현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탈성장'보다도, '수축'보다도 더 자학적인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후퇴'의 영어인 retreat의 여러 의미를 곱씹어 보면, 꼭 부정적인 어감만 있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retreat는 '뒤로 간다'는 뜻이지만, '물러선다'는 의미도 있다. 지금 전개되는 어떤 상황에서 한 걸음 물러선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파생된 의미가 '피정(避靜)'이다. 우치다 타츠루도 '퇴수(退修)', '정양(靜養)', '정사(靜思)' 같은 일본식 번역어로 retreat의 뜻 가운데 이 측면을 지적하는데, 한국 가톨릭교회가 retreat를 옮긴 말은 '피정'이다. 번잡한 일상이나 무거운 번뇌에서 벗어나 묵상이나 수련을 위해 칩거한 상태를 '피정'이라 한다. 좀 더 일반화하면, "일상을 벗어나 차분한 환경 속에서 영성을 충만히 하는 시간을 갖는 것"(<한 걸음 뒤의 세상> 13쪽)이다.

 

이렇게 본다면, 정말로 지금 한국 사회와 그 모든 구성원에게 시급하고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후퇴'인 것 같다. 지금이야말로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사회가 성공에 도취해 내닫고 있는 질주를 일단 멈추고 "한 걸음 뒤"에서 이 여정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우리는 정말, 지난 세대가 GDP 몇 만 불 시대 달성을 내세우며 총력전을 벌였던 것처럼 인공지능 개발 경쟁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자는 윤석열 정부의 구호에 발맞춰 나아가야 하는가?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의 '개미' 투자자들을 위해 현 정부와 감세 경쟁을 벌이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을 다음 권력의 주인으로 만들어주기만 하면 되는가? 기왕에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시작됐으니 아예 인구를 더욱더 수도권으로 집중시키고 부와 권력을 능력 있는 소수에게 더욱더 몰아주면 되는 것인가?

 

최근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확실히, 하루라도 더 빨리 퇴진해야 할 정권이다. 그러니 2016-17년 촛불시위의 쓰라린 기억에도 불구하고 '퇴진'의 목소리는 더욱더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절대로 '퇴진'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후퇴'를 위한 '퇴진', '후퇴'를 동반하는 '퇴진', '후퇴'를 여는 '퇴진'이어야 한다. 한국 사회가 처음으로 '후퇴'의 시간을 갖기 위한 '퇴진' 투쟁이어야 한다. 모든 시민이 지금까지 달려온 길에서 한 걸음 물러나 그 길을 돌아보고 서로를 마주보며 새 방향을 짚어보는 시간. 이때에는 이제껏 '진보' 세력이 주장해온 대안들조차 원점에서 재논의되고 재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진보'보다는 '후퇴' 혹은 '피정'에 값하도록 말이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기후위기 대응 촉구 대규모 집회 참가자들이 삼성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재명, 3년 구형한 검사 향해 "왜곡 조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관련 1심 결심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사보강 : 30일 오후 9시 30분]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358호 법정. 검찰의 3년 구형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후 7시 27분께 최후진술 기회를 얻자 자리에서 일어나 건너편 검사석에 앉은 4인 검사들을 응시한 채 15분 동안 질책하듯 말을 이었다.

"(검사석에 앉은) 네 분 검사 중 어떤 분이 쓰셨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상습적인 거짓말을 한다고 공식의견서에 썼다. 참으로 이해가 안 간다. 다른 사건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검사들은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최소한 나와 관련된 사건에서는 대한민국 검사들이 증거를 숨기는 것이 다반사고, 증거를 왜곡하거나 심지어 조작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수십 년 변호사로서 법정을 드나들었지만 요즘처럼 검찰이 이렇게 구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불리한 증거는 감추고, 표지갈이 해서 짜깁기하고, 8명 사진에서 3명 사진만 잘라서 제출한다. 중요한 증거 목록에서 삭제하고, 참고인 진술조서를 인용해서 써 놓고 슬쩍 빼서 없다고 한다. 이런 검찰이 어딨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나는 법률가로서 용어, 조사 하나가 매우 의미가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면서 "(김진성이) 정말 100% 믿을 수도 없는 사람인데, 혹시라도 그렇게(위증교사) 알아들을까봐 유난히 '있는 대로' '기억나는 대로' '기억을 상기해보라' '기억을 되살려 보라'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위증을 교사했다면 내가 원하는 걸 (김진성이) 한마디도 안 해줄 이유가 뭐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나는 (김진성과 통화할 때부터) '고소 취소 약속'과 '고소 취소 협의'를 명확히 구분해서 말했다. 그런데 검사는 기소할 때부터 마지막 구형하는 자리에서도 '고소 취소 협의'와 '고소 취소 약속 또는 합의'를 구분하지 않고 일부러 뒤섞었다"면서 "명확한 증거, 상식에 부합하는 이야기를 (검사들이) 다 뺀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심공판 후 이 대표는 법정을 빠져나가며 기자들에게 다시 한번 "이 사건은 녹취록도 검찰이 편집, 조작하고 중요한 증거도 숨기거나 왜곡하고 없는 사실을 만들어서 억지로 만든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구형이야 5년, 7년도 할 수 있다. 그거야 검사 마음 아니겠나. 재판이란 실체적 진실에 따라서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 현실 법정에서의 재판뿐만이 아니라 국민과 역사의 심판도 반드시 뒤따른다는 것을 이 나라 역사상 최악의 정치 검사들은 깨우쳐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관련 1심 결심공판을 마친 뒤 차량에 타고 있다.

ⓒ 연합뉴스

위증범죄 양형기준 최고형 구형한 검찰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재판장 김동현) 심리로 이 대표의 위증교사 결심공판이 열렸다. 이 대표는 2018년 12월 22∼24일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검사 사칭 사건' 관련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위증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위증 범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고형이다.

검찰은 "위증교사 범죄는 사법 정의의 심각한 불신과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중대 범죄다. (이 대표는) 고의적이고 계획적, 적극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이 대표는 증인신문 하루 전날 변호인을 통해 김씨에게 신문 사항을 사전 제공하고 숙지하도록 했다. 이는 수험생에게 답안지를 제공해 만점을 받게 한 것과 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은 이미 검사 사칭의 공범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음에도 31개 시군을 관할하는 광역단체장 선거 기간에 당선되기 위해 누명을 썼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라고 비판했다. "본인이 만든 거짓 주장이 기정사실인 것 마냥 김진성에게 여러 차례 반복 주입하고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는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은밀히 본인의 주장을 보냈다. 수법이 주도면밀하고 계획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가 증언을 의심할 경우에 대비해, 이 대표는 재판부가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게 100% 완벽한 위증을 요구한 것"이라며 "현직 도지사라는 우월적인 권력을 악용해 집요하게 김씨를 회유했다"고도 강조했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 변호인 김희수 변호사는 "검찰에서 증인 김진성을 숙지시켰다고,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위증범죄라 하는데 증인 신문 사항을 보내주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라면서 "신문사항을 보내달라고 한 것도 김진성이다. 법정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놀랍다"라고 했다.

또 김 변호사는 "검찰에서 김진성 증언이 없었으면 (2018년) 재판 결과가 달라졌다고 할 것이라고 하는데 판결문에는 (김진성의 말이) 단 한마디도 안 나온다"면서 "판결 결과가 달라질 정도라면 판사님들이 왜 단 한 줄도 쓰지 않았나. 법조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냐"라고 따져 물었다.

한편, 재판부는 선고공판을 오는 11월 25일 오후 2시에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지난 20일 진행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선 검찰이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는 선고 기일을 11월 15일로 잡았다.

이렇게 되면 11월에만 이 대표에 대한 1심 선고가 2건 나오게 된다. 만약 이 대표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위증교사 혐의는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나오고 이 가운데 하나라도 확정되면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게 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이재명#김진성#위증교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진중권은 왜 알지도 못하는 일에 나대나?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진중권은 왜 알지도 못하는 일에 나대나?

 
2011년 11월 재보궐 선거날, 선거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당했다. 이와 관련해 나꼼수(나는 꼼수다)와 진중권 광운대 교수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해석을 두고 양측이 판이한 시각 차이를 보인 것이다.

문제는 진중권이 이 과정에서 아는 척을 엄청 했는데 진짜 전문가로부터 반박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진중권은 당시 트위터에 “어떤 때는 값이 없다가, 다른 때는 다른 파일이 뜨다가, 어떤 때는 검색결과가 늦게 뜨다가, 어떤 지역은 검색이 되다가, 다른 지역은 검색이 안 되게 만들려면, 기술적으로 어떤 조작을 해야 하나요? 이건 뭐 거의 카오스 이론에 따른 복잡계 컴퓨팅이 필요한 일 아닌가요?"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그런데 이에 대해 윤복원 조지아공대 연구원이 “기술적으로는 웹페이지 코드에 한 두 줄 삽입으로 원하는 모든 장애가 가능합니다. 간단한 DB연동 장애 실행의 예입니다”라며 그 사례를 직접 보여줬다. 그랬더니 진중권의 반응은? 그냥 그를 차단시켜버렸다!

사람들이 진중권에게 “왜 그 기술자를 블록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진중권의 대답은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 그런 뻘소리 하면 바로 블록입니다. 그분 어디 외국대학의 교수 같던데, 용서가 안 돼요”였다.

벌써 이상하지 않은가? 상대의 지적이 왜 뻘소리인지 반박은 못하고 그냥 상대를 깔아뭉갠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이 “왜 진 교수님이 윤 선생님을 블락했는지 모르겠네요. 자신의 주장에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블락 하실 분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라고 묻자 진중권의 답은 “잘 생각해보세요. 그분의 오류가 뭔지”였다. 아니, 니가 대답을 해야지 왜 우리한테 잘 생각해보래?

이 사태의 압권은 이 부분이었다. 한 트위터리안이 “이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술적인 공방이 예상됩니다. 진 교수님은 이 건에 대한 언급을 이제부터라도 줄이시는 게 좋아 보입니다. 너무 깊게 들어오셨어요”라고 조언하자 진중권의 뭐라 답했을까? 그의 답이 이랬다.

“육갑 떨지 말고 꺼지세요.”

알고 떠들어라

내가 이 사건을 회고한 이유가 있다.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항소심 결과가 발표되면서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유죄인지 무죄인지에 대한 논란이 가속화됐다. 김건희의 유죄를 100% 확신하는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유튜브 ‘경제의 속살(링크)’에서 두 차례에 걸쳐 해설 방송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진중권 또한 과거 이 문제에 대해 페이스북에 언급을 한 적이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게 그가 남긴 글이다.

지난번엔 한겨레, 이번엔 뉴스타파. 또 다시 (윤석열을) 묻어버리려다가 실패한 듯. 이거, 청문회 때 내놨지만 영양가 없어 아무도 먹지 않아서 그냥 물린 음식이죠? 그걸 다시 리사이클링하더니, 명백한 식품위생법 위반입니다. 게다가 정말 우스운 것은 윤석열이 이분(김건희죠)과 결혼한 게 2012년. 그 전의 일로 엮으려 한들 어디 제대로 엮이겠어요?

당시 그 글을 읽고 든 생각은 ‘진중권 니가 주가조작에 대해 뭘 알아?’라는 것이었다. 보통 저 정도 강도로 말을 하려면 그 분야에 대해 식견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살아오면서 진중권이 주가조작에 대해 언급한 경우를 그때 처음 봤다. 이외에 그는 주가조작에 대한 일말의 식견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가조작 전문가라도 된 양 김건희 무죄를 확신하는 멘트를 달고, 식품위생법 위반 운운하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비아냥거리는 건 좋다. 나도 진중권을 비아냥거릴 거니까. 그런데 나는 최소한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을 이해하고 비아냥거린다. 너는 뭘 알고 비아냥거리는 거냐?

이게 바로 앞에서 언급한 디도스 사태 때 보여준 진중권의 태도다. 뭘 모르는 게 확실한 분야에서도 그는 뭔가를 다 아는 것처럼 나댄다. “너는 뭘 안다고 나대냐?”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는데, 나는 적어도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절대 안 나댄다.

예를 들어 2011년 정명훈 당시 서울시향 지휘자에 대한 특혜 의혹이 일었을 때, 나는 정명훈이 받은 대우가 좀 과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진중권은 정명훈을 옹호하며 길길이 뛰었다. “시민의 덕목은 무식이다”라는 폭언까지 내뱉으며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한 적이 없다. 왜냐? 나는 클래식에 대해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진중권 교수 ⓒ출처 : 화면캡쳐

반면 진중권은 미학자이므로 그 문제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했다. 당시 진중권의 주장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건 전문가의 견해로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웃긴 이야기긴 한데 그의 누나 진회숙 평론가가 쓴 책 ‘클래식 오딧세이’에 보면 ‘클래식을 꽤 아는 척하던 미학 전공의 한 대학생’ 이야기가 나온다. 당연히 진중권 이야기다. 진중권의 클래식 수준은 드뷔시의 ‘월광’은 모르고 베토벤의 ‘월광’만 아는 수준이었단다. 그런데도 하도 아는 척이 심했단다.

그리고 전공시간에 교수가 ‘드뷔시의 월광’을 언급하자 진중권이 손을 들고 “선생님 ‘월광’은 베토벤 아닙니까”라고 질문했단다. 그래서 자신의 수준만 드러내고 망신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진중권의 클래식에 관한 조예도 고작 그 정도 수준이었다는 거다.

하지만 나는 드뷔시건 베토벤이건 월광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므로 이걸 가지고 진중권을 비웃지는 않겠다.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모르는 분야에 대해 아는 척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무지의 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자연주의 의사결정론의 창시자인 게리 클라인(Gary Klein) 두 거장이 공동연구를 한 적이 있었다. 연구의 주제는 ‘전문가의 직관’이었다.

카너먼은 “전문가라도 많은 편향 탓에 형편없는 결정을 자주 내린다”고 주장한 반면 클라인은 “전문가의 직관은 이성을 뛰어넘는 매우 훌륭한 것이다”라고 반론해왔다. 보통 학계에서 이 정도 거물들이 정반대의 의견을 가지면 서로 지면을 통해 피터지게 싸우다가 사이가 틀어지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두 거장은 이견을 좁혀보자며 함께 품격 있는 공동 연구에 나섰다.

두 사람은 공동 연구를 통해 중요한 오해를 하나 풀었다. 두 사람이 말하는 ‘전문가’가 각각 서로 다른 전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클라인이 말하는 전문가는 소방지휘관이나 임상 간호사 같이 오랫동안 현장에서 경험을 누적한 진짜 전문가들이었다.

반면 카너먼이 연구한 전문가들은 속된 말로 야부리만 터는 전문가, 즉 정치평론가나 주식 감별사, 50년 뒤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 등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대상을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차이를 인식한 두 사람은 공동 연구 끝에 하나의 중요한 합의에 도달한다. 전문가의 직관이 뛰어날 수도 있고(클라인의 견해), 엉망진창일 수도 있는데(카너먼의 견해), 확실한 점은 잘난 척 하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틀렸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카너먼의 회고다.

“클라인과 나는 마침내 중요한 원칙에 동의했다. 사람들이 자기 직관을 확신한다고 해서 그 직관이 타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바꿔 말하면 ‘내 판단을 이 정도는 믿어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일지라도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

한마디로 전문가인 양 야부리 터는 자들의 말은 믿을 바가 못 된다는 이야기다. 진중권 씨, 어디 보세요? 지금 너 이야기 하고 있는 거잖아요!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라는 가르침을 내렸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다른 사람보다 절대로 뛰어나지 않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보다 한 가지 나은 점이 있다면, 나는 적어도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를 ‘무지(無知)의 지(知)’라 부른다.

그래서 제발 부탁인데 진중권은 모르는 분야에서 나대지 좀 마라. 그냥 모르는 건 모른다고 인정하면 어디 덧나냐? 괜히 아는 척 했다가 나중에 윤복원 박사 같은 전문가한테 걸리면 찍소리도 못 할 거잖아. 아 참, 찍소리는 했던가? 육갑 떨지 말고 꺼지라고? 진짜 육갑은 네가 떨고 있는 거다.
 
“ 이완배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