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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접경에 찾아온 평온, 나쁘지 않은 '시그널'

김진호 에디터

gino77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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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안보

  • 입력 2025.06.12 23:26

  • 수정 2025.06.13 01:35

  • 댓글 0

이재명 정부 1주 만에 남북 모두 확성기 방송 중단

통일부 대북 전단 살포 중단 요청 이은 화해 메시지

북한 외교관들 트럼프 친서 수령 거부 사실 확인돼

북, 내년 초 당대회까지 대남·대미 통로 차단 예상

소모적인 긴장 해소하되 대화는 장기 과제 불가피

작년 7월부터 남북의 확성기 방송 탓에 시끄러웠던 접경지역에 고요가 돌아왔다. 이재명 정부 출범 1주일 만에 벌어진 변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서신 교환을 재개하려는 정황도 드러났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안에 남북 및 북미 관계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2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접경지역 주민이 북한 개풍군 야산에 설치된 북한 대남 방송 스피커를 가르키고 있다. 전날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뒤 북한도 방송을 중단했다. 2025.6.12. 연합뉴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2일 브리핑에서 "(북한 소음 방송이) 어제 밤늦은 시간에 정지됐고 오늘 새벽이나 아침에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작년 5월부터 깨진 접경지역의 평화가 돌아왔다. 그러나 남북 간 확성기 전쟁 중단이 '분계선의 평화'로 이어질 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이 실장은 접경지 부근에서 우리 군이 계획했던 포사격 훈련 시행 여부에 대한 언론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합참은 전날 오후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일제히 중단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 지난 9일, 통일부가 최근 잇달아 대북 전단을 살포한 민간단체에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라면서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 데 이은 유화 제스처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6.15공동선언 기념사에서 "안타깝게도 지난 3년간 남북 관계는 단절됐고, 냉전 시대를 방불케 할 만큼 접경지역의 긴장이 고조됐다"면서 "(남북 간) 소모적인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대화와 협력을 재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우상호 정무수석이 대신 읽은 기념사를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고 사라진 평화를 복원해 가자"고 강조했다. "싸울 필요 없는 평화"를 강조한 지난 4일 취임사의 약속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달하는 국방비와 세계 5위 군사력, 또 한미 군사동맹에 기반한 강력한 억지력으로 북핵과 군사도발에 대비하되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연합 회원들이 2012년 10월 25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개곡리의 한 야산에서 미화 1달러 지폐 1000장과 대북 전단 20만 장을 풍선에 담아 북쪽으로 띄워 보내고 있다. 대북 전단 살포는 남풍이 부는 6월 이후부터 본격화된다. 2012.10.25. 연합뉴스

남북 간 소모적인 싸움은 작년 봄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풍선 부양→북한의 오물 풍선 부양→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7.21.)→북한의 소음 방송 재개로 악화됐다. 합참은 당시 "북한의 내부 동요나 탈북, 북한군의 기강이 흔들리는 등 다양한 효과와 함께 이에 따른 '2차 효과(탈영 등)'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북한이 소음 방송으로 응수하면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일상을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남이 먼저 손을 내밀자, 확성기 방송으로 얽힌 실타래를 푸는 데는 하루로 충분했다. 그러나 남북 간 소통 창구를 마련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5일 조선중앙통신 '국제소식' 란에 "한국에서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된 후 두 달 만인 6월 3일 대통령 선거가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리재명이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두 문장의 단신을 전한 것 외에 남측의 정권교체에 대해 어떠한 평가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20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에도 아무런 메시지도 내지 않고 있다. 미국이 내민 손도 뿌리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1일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 수령을 거부했다는 보도와 관련한 질문에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서신 교환에 여전히 열려 있다. 첫 임기 때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진전을 보길 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북한 전문 NK뉴스에 따르면 뉴욕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트럼프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려던 편지의 수령을 거부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남측은 물론 미국과도 당분간 담을 쌓고 지내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음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29일 서울 노원구의 한 중학교에 떨어진 북한 오물 풍선의 내용물. 온갖 쓰레기와 풍선 잔해가 보인다. 2024.5.29. 연합뉴스

북한은 2023년 12월 31일 당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한 뒤 어떠한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도로의 북쪽 구간을 폭파하고 대남 방책을 쌓고 있다. 작년 12월 말 제11차 전원회의에서는 미국에 대해 "반공을 변함없는 국시로 삼고 있는 가장 반동적인 국가적 실체"라고 규정하며 "국익과 안전보장을 위해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을 강력히 실시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결의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핵무력 고도화 및 국방력 강화 △대남, 대미 정책의 원칙적 전환 △당 중심의 통치체제 강화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 등 핵심 목표 달성에 주력하고 있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조선노동당 제9차 당대회 전까지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재명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읽고 있기에 상황 관리 태세를 보이고 있다.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하지 않되, 성급하게 남북 대화를 재개하려는 의도는 내보이지 않고 있다. 화해 메시지만 발신할 뿐이다.

 

2019년 판문점서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이 전화를 받지 않고 문을 잠그면 외부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다시 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준비해야 한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 로버트 칼린 미들버리 국제관계연구소 교수가 섣불리 문을 열려는 시도를 경계하며 한 말이다. 그는 다만 "언제든 대화에 나올 것이기에 우리가 대화할 준비가 돼 있음을 북한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아는 북한은 "대화가 필요하면 돌연 노크하거나, 문을 밀거나, 슬쩍 문에 부딪혀 시그널을 주는 데 능란하다"고도 했다.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도 지난해 시민언론 민들레 인터뷰에서 "민주 정부는 무엇보다 김정은이 말한 '가장 적대적인 관계'를 해소하고 협력을 통해 서로 이익이 되는 지점을 찾아가겠다고 공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을 통해 잇달아 내보낸 메시지와 같은 맥락이다. 대화와 항구적인 평화는 장기적인 과제. 일단 '접경의 평화'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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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과 달리 李는 '실용적 한국 중심주의'…트럼프, 한국 존중하고 동맹국 중요성 인정해야

최승환 일리노이대 교수 "이재명, 윤석열처럼 트럼프에 맞출 가능성 낮아…트럼프, 당근보다 채찍 우선시하면 갈등 직면할 것"

이재명 대통령이 전임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는 달리 '한국 우선주의'를 중시하는 실용주의자이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동맹국으로서 존중하고 동맹의 중요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10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리노이대학교 최승환 교수는 국제관계 및 안보를 전문으로 다루는 미 매체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게재한 '미국은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국의 새 대통령 이재명은 실용적인 '아웃사이더'로, 그의 '한국 우선주의' 정책은 AI(인공지능)와 북한, 그리고 잠재적 핵무기 문제를 둘러싸고 트럼프와 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정치적 아웃사이더이자 실용주의자인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 가지 과제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며 "그는 비엘리트 출신이라는 자신의 배경을 정치적 정통성으로 활용하면서, 국가 재건에 대한 그의 비전이 기존 질서의 규범 및 규칙과 충돌할 때 기존 규범·규칙에 맹목적으로 집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가 미국의 패권을 이용해 북한과 중국 관련 문제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을 압박하려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대통령은 여기에 순응할 가능성이 낮다"라며 "트럼프에게 더 나은 전략은 확고한 정치적, 경제적 근거를 제시하여 이 대통령이 두 적대적인 국가(중국·북한)에 반대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이 대통령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트럼프는 가능한 한 빨리 그를 국빈으로 초대해야 한다. 이는 미국의 국익을 증진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측면은 이 대통령에 대한 존중을 표시하고 두 동맹국 간의 정치적, 경제적 관계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이 대통령과 같은 정치적 아웃사이더는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미국의 리더십을 지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높은 관세 부과나 경제 제재와 같은 강압적인 전략은 의도치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안과 관련해 최 교수는 양 정상이 AI 분야에서 갈등을 보일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AI 분야에서도 데이터 센터 건설 등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런데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이 있을 수 있다고 최 교수는 내다봤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AI 인프라 구축에 5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등이 참여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한국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AI 역량 발전을 미국의 손실로 간주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AI 강점을 미국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교수는 "한국이 AI 인프라, 개발, 정부 전략, 확장성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제로섬 게임'이라는 사고방식을 벗어나 전반적인 가치를 증대시키는 '포지티브섬 게임'이라는 관점으로 전환하면 미국과 한국 모두 번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을 경제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안보 및 경제 동맹국이었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협상 과정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경우,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반하더라도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협력을 주저 없이 모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이 대통령은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정치적 안정과 평화가 필수적임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그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이 대통령이 경제 협력과 상호 평화 증진을 위해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진전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이 대통령은 덩샤오핑의 '고양이 이론' 채택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문제 해결에 있어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면서 "고양이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다"라는 말을 자주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러한 접근 방식은 북한의 안보 위협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상호 평화를 보장하는 대안으로 핵 선택지를 모색하게 할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이 독자 핵 무장을 고려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브로맨스'가 심화되고,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자체 핵무장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는 좌파 성향의 대통령에게 핵무장론의 주요 지지 세력인 보수층 사이에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 교수는 "다행히도 현재 이 대통령은 핵무장론에 반대하며, 한반도가 핵무기와 그에 따른 위험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실책은 이 대통령이 이러한 입장을 재고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달리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자신의 행동을 맞출 가능성이 낮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유사한 '한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정책에서 당근보다 채찍을 우선시할 경우, 두 정상은 갈등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좌), UPI=연합뉴스(우)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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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에 고함! 한국이, 한국 민주주의가 돌아왔다"

김진호 에디터

gino77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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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안보

  • 입력 2025.06.11 22:20

  • 수정 2025.06.1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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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국 캐나다 '믿음직한 파트너 국가‘ 정상들 초청

그러나 '미국 v. 유럽·캐나다' 대치 속 열리는 회의

중국 간섭 견제하는 흐름 속 곤란한 상황 예상 가능

트럼프 2기, 첫 다자회의 참석…2018년엔 '파국'도

한미 정상 간 첫 접촉은 성사돼도 상견례에 머물 듯

이 대통령 참석 자체가 '한국의 귀환' 묵직한 메시지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식 홈페이지 캡처. 2025. 06. 07. 시민언론민들레

"캐나다는 세계가 원하는 것을 갖고 있다. 다른 나라가 열망하는 가치도 있다. 카나나니스 G7 정상회의는 '믿음직한 파트너들'과 단합, 목적, 힘으로 '도전'에 맞서는 캐나다의 순간이 될 것이다." (7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오는 15~17일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뒤 첫 국제회의 데뷔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회의 어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회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관심을 높인다.

조약상 회의체가 아닌 G7 정상회의는 초청 대상부터 의제 설정까지 주최국의 의도가 깊이 투영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이번 회의에 두는 각별한 의미를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사안을 우리 입장에서만 보면 자칫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오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왜 ‘믿음직한 파트너’를 강조하나

G7 정상회의에 초청됐다고 새삼 감동할 이유는 없다. 벌써 세 번째다. 이번 초청 대상은 7개국 정상과 매번 고정 참석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와 브라질, 멕시코(미주대륙), 남아프리카 공화국(아프리카), 우크라이나 정상이 초청받았다. 캐나다가 '믿음직한 파트너(reliable partners)'로 선택한 국가 정상들과 EU 수장이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도 초청받았지만, 참석 여부가 불투명하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9일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전날 치른 총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2025.4.29. AFP 연합뉴스

카니 총리가 지난 7일 공표한 토론 주제는 '공동체와 세계 보호' '에너지 안보 구축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 '미래 동반자관계 확보' 등 세 가지다. 여기에 두 개를 더했다. 우선 우크라이나의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와 함께 다른 분쟁지역에 관한 토론을 제안했다. 마지막이 이 대통령을 비롯한 역외국가 정상들이 함께 토론할 주제다. 카니는 "우리의 장기적인 안보와 번영은 믿음직한 파트너들과 가치를 공유하는 연합을 구축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카니가 거듭 강조하는 '믿음직한 파트너'는 우리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아시아 주요국과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려는 카니의 선택은 우리에게 기회다. 무역 다변화의 한 갈래일 뿐 아니라 캐나다는 북극항로 이후 북극권 경제의 당사국이다. 그러나 그가 "'강한 캐나다(Strong Canada)'로 트럼프에 맞서겠다"고 다짐, 지난 4월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총리 취임 뒤 사상 처음으로 워싱턴이 아닌, 파리와 런던을 먼저 방문했다. 파리에서 "캐나다는 역외 유럽국"이라고 강조한 뒤 런던에선 "(프랑스, 영국 등)두 개의 가장 가깝고 가장 오랜 경제적, 안보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카니의 유럽 방문은 그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보란 듯이 나선 행로였다.

 

주요 7개국(G7) 국가들이 아시아 국가 정상을 초청한 사례. 2025.6.11. 김성진기자

돌발상황 ① 트럼프 v. 유럽·캐나다 정상 갈등

캐나다에 미국은 역사적, 경제적, 안보적으로 결코 떨어질 수 없는 나라다. UN COMTRADE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은 캐나다 수출의 77.4%(4350억 달러), 수입의 49.5%(2743억 달러))를 차지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이후 잠재적인 위협국이 됐다. 우선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라며 병합 의도를 공공연히 밝혔다.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50%의 품목별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양국은 G7 정상회의 전까지 무역협상 타결을 서두르고 있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캐나다는 협상이 결렬되면 미국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

이번 G7 정상회의는 미국 대 유럽의 갈등익 고조된 가운데 열리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EU산 의약품·반도체·고무를 제외한 상품에 20%의 일반관세를,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는 25% 품목 관세를 부과했다. 90일간 유예기간이 끝나는 7월 초까지 타결을 서두르지만, 아직 끝이 안 보인다. 트럼프는 되레 관세를 50%로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EU는 협상이 결렬되면 미국의 서비스 교역을 포함해 보복관세 부과를 거듭 다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도 계속 지원을 다짐하는 유럽과 조기 종전을 주장하는 미국 간 갈등이 깊은 상태.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2018년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혼자 팔짱을 끼고 앉아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를 비롯한 각국 정상이 선채로 대화하는 장면. 트럼프 시대 미국과 유럽의 불화를 상징하는 사진이다. 2018.6.8.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을 제외한 G7의 6개국 정상은 그동안 트럼프와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다자회의에서 대면하는 건 처음이다. 한국 역시 7월 초까지 트럼프가 부과한 관세 25%와 '비관세 장벽' 협상을 앞두고 있다. 통상협상 담당 라인의 인선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칫 미국 대 유럽+캐나다의 대치 사이에 놓일 위험이 있는 것이다.

돌발상황 ② 중국의 '빈자리'

카니가 공표한 3대 의제가 가운데 첫 번째 '공동체와 세계 보호'에도 지뢰가 있다. 글로벌 평화·안보 강화와 초국적 범죄 및 산불 공동대응 개선과 함께 '외국의 간섭 대응'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제도와 선거, 사이버 위협, 정치적 영향력 행사 등을 의미하는 '외국의 간섭'은 바로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이 이재명 정부의 중국 경도 가능성에 경고음을 내보내는 참이다. 백악관 당국자는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4일(미국시각 3일) 한국 대선과 관련, "미국은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는 내용의 '수상한 메시지'를 언론에 지침(PG)으로 전했다.

이번 회의에선 희토류를 비롯한 전략물자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출 방안도 논의된다. (요미우리 신문) 회의 탁자에 좌석이 없는 중국이 되레 G7 정상회의의 중심인 것.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 관계도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힌 이재명 정부가 미국·유럽의 의심을 살 위험도 있다. 2018년 6월 역시 캐나다 퀘벡지방의 샤를 부아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와 다른 지도자들은 무역협상과 나토 국방예산 증액 문제를 놓고 극한 대립을 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 않는다면,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분명 국가홍보의 좋은 기회다. 트럼프와 양자 접촉이 성사되더라도 아직 협상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은 만큼 심각한 논의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미국이 돌아왔다?"

12.3 불법계엄 이후 세계는 여러 번 놀랐다. 친위쿠데타에 놀랐고, 기어코 내란 수괴를 탄핵, 해임한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감탄했다. 이후 벌어진 혼란 상황에 다시 놀랐다. G7 회의에 초청된 외국 정상이 주목받은 것은 2022년 러시아의 침공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거의 유일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에도 초청됐지만, '미국 대 유럽'의 갈등 사이에 놓일 공산이 크다. 이번 회의 초청 지도자 중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후보는 단연 이 대통령이다. 대한민국이 혼란의 6개월에 마침표를 찍었음을 웅변하는 '상징'으로 비칠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21년 취임 뒤 처음 유럽 방문(뭰헨 안보회의) 길에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라고 외쳤다. 그러나 트럼프 1기 행정부 4년을 겪은 유럽 지도자들로부터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했다. 되레 "우리는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 유럽의 이익을 지키는 자기 능력을 키워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환영하지만, 유럽은 미국의 정치적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유럽은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 돼야 한다. 트럼프 때문이 아니고, 유럽의 미래를 위해서다. (샤를 미셸 유럽 상임위원회 의장)" 등 걱정어린 말을 들어야 했다. 유럽의 우려는 트럼프 재선으로 현실이 됐다.

이 대통령이 G7 정상들을 향해 특별한 메시지를 준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마디 한다면, "한국이 돌아왔다(Korea is back), 한국 민주주의가 돌아왔다"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바이든 때와는 반응이 꽤 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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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아이러니... 이 사람들 그냥 내버려둘 건가

김형남의 갑을,병정] 채 상병 특검, 수사 대상 군인·경찰 직무배제가 우선

25.06.12 06:54최종 업데이트 25.06.12 06:55

채해병 특검법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 본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일어나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남소연

지난 10일, 마침내 채 상병 특검법(채해병 특검법)이 공포되었다. 채 상병이 순직한 2023년 7월 19일로부터 2년 가까이 지난 시점이다.

국방부는 아직도 채 상병 변사사건 수사(고인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수사)를 종결 짓지 않고 있다. 변사사건 수사가 끝나지 않았으니 절차상 채 상병 유가족들은 국가로부터 공식적인 채 상병의 사인조차 통보 받은 바가 없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이하 여단장, 대대장 등의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수사 중인 대구지방검찰청도 1년째 기소 여부 결론을 내지 않고 개점휴업 상태를 유지하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당일 임성근 전 사단장을 부랴부랴 소환 조사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인 윤석열 수사외압 사건 역시 2년째 난항을 겪어 왔다.

그 사이 윤석열은 채 상병 특검법에 3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민의힘은 일부 의원 몇몇을 제외하고 꾸준히 특검법 통과를 반대하며 윤석열 정권을 엄호했다. 이번 특검법 통과 때도 대다수의 국민의힘 의원은 당론에 따라 투표에 아예 불참해버리는 방식으로 특검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지난 대선 시기 채 상병 묘역을 참배하고 묘비를 어루만지며 "국민의힘이 채 상병 수사 외압을 밝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조차 특검법 표결에 불참했다.

특검이 '대통령 외압' 수사하는데, 박정훈 대령은 '항명죄' 재판 받는 아이러니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지난 4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김종훈

한 군인이 지휘관의 명령으로 구명조끼도 없이, 상류에 있는 댐에서 물이 방류되고 있던 하천 속에 들어가 수해 실종자를 찾으라는 어처구니없는 작전을 수행하다 사망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나도록 사인도 확정하지 못하고, 책임자 한 명 법정에 세우지 못하는 나라를 정상적인 나라라 보기는 어렵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원인은 정상적으로 사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가려내고 있던 해병대수사단과 전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을 멈춰 세우기 위해, 국방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격노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에게 있다.

때문에 특검법은 1호 수사대상을 채 상병 사망 사건 원인 규명과 책임 규명으로 하고, 2, 3, 4, 5호를 윤석열과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사령부, 경북지방경찰청,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수사외압 의혹으로 삼고 있으며, 6호를 외압의 원인이 되는 임성근의 구명 로비 의혹으로 정하고 있다.

지난 2년 간 채 상병 사망 사건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은 황당하게도 채 상병의 사망과 직접 연관이 없는 박정훈 대령 한 사람뿐이다. 사인을 규명하는 변사사건수사를 맡았던 박 대령만 피고인이 되어 법정에 섰다는 점이 채 상병 사망 사건이 2년간 얼마나 난맥상으로 흘러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성근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는 외압에 순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 대령은 수사·기소는 물론이고 구속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으며 수사단장과 군사경찰 병과장 보직에서 모두 해임되어 올해 초까지 무보직 상태로 빈 사무실에서 면벽수행을 해왔다. 1심 군사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국방부검찰단이 공소장까지 바꿔가며 항소를 해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다.

특검법에 따라 수사외압이 범죄로 규정되어 수사 대상이 되었다. 외압의 대표적인 피해자는 박정훈 대령이다. 이제 특검이 외압 사건을 수사하는 동시에 박 대령은 외압을 거역했다는 이유로 계속 항명죄 재판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특히나 박 대령에 대한 공소를 유지하고 있는 국방부검찰단은 수사외압 당시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첩한 채 상병의 변사사건기록을 무단 탈취하여 아직까지 점유했으며, 허위사실로 영장신청서를 꾸며 박 대령을 구속하고자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즉, 이들은 특검의 핵심 수사대상이다. 박 대령은 재판을 받고, 공소를 유지 중인 국방부검찰단은 수사를 받는 해괴한 형국이다.

'박정훈 대령 외압' 관련자들 모두 직무배제해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석열 대통령,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 박진희 국방부 군사보좌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국정상황실에서 파견근무한 박현수 경무관(사건 당시 직위)남소연·연합뉴스·은평구청

이 난센스를 풀자면 일단 윤석열의 수사외압과 박정훈 대령 린치에 적극 가담한 군 내 주요 보직자들부터 물갈이해야 한다. 외압의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공소권을 휘둘러 린치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자면 김동혁 국방부검찰단장을 우선적으로 보직해임하고 박정훈 대령 수사·기소를 이끌었던 군검사들도 직무배제해야 한다.

수사외압 의혹에 연루됐거나 박정훈 대령 재판에 나와 위증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진희 육군 제56사단장(당시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 임기훈 국방대학교 총장(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이호종 해병대1사단장(당시 해병대사령부 참모장), 정종범 해병대 2사단장(당시 해병대 부사령관) 등 현직에 있는 군인들과 박현수 서울경찰청장(당시 국정상황실 파견근무) 등 현직 경찰관들도 특검의 수사대상이 되는 만큼 즉시 직무배제해야 한다.

이들이 군 내 주요 보직에 앉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이 제대로 된 진술과 증거를 확보할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뿐만 아니라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사단장과 같은 주요 보직을 맡길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이제 얽힌 타래를 풀어 다시 군을 정상화하고, 사망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때다. 유가족에게는 진상규명이란 국가의 책무를 다하고, 법정에 선 외압의 피해자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야 하며, 사망 사건의 원인을 왜곡하고 양심 있는 군인을 법정에 세운 외압의 가해자들은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 첫 단추가 관련자들에 대한 일괄 직무배제다. 특검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특검 출범에 앞서 서둘러 인사조치가 단행되어야 할 때다.

#채상병 #특검 #박정훈 #수사외압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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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찾은 이 대통령 “불공정거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6/12 09:08
  • 수정일
    2025/06/12 09:0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불공정거래 근절 위한 현장 간담회 진행... 배당 촉진 위한 세제 개편 추진도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한국거래소를 찾은 이재명 대통령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장 신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신종수법에 대응해 불공정 거래를 조속히 적발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엄벌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시장감시위원회 직원들과의 현장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간담회에는 한국거래소에서 정은보 이사장을 비롯해 김홍식 시감위원장 등이,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하준경 경제 수석, 강유정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여러분이 아시는 것처럼 너무 불공평하고 불투명하고 다른 나라가 보면 ‘저 시장을 어떻게 믿냐’ 이렇게 생각(한다)”면서 “시장의 불공정성, 불투명성을 해소하는 최소한 완화하는 게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개선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를 확립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불공정 거래 근절을 담당하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역할과 책임이 매우 막중하다”며 “신종 수법에 대응해 불공정 거래를 조속히 적발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신속한 조사를 위해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주식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방안 중 하나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가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해당 개인이나 기업을 즉시 시장에서 퇴출하는 제도다.

강 대변인은 “실제 주식시장 불공정 거래는 적발해도 조사가 신속히 이뤄지지 못하고, 제재와 처벌이 미흡해 재범률이 평균 29%를 넘을 정도”라며 “새 정부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부당이득에 과징금을 물려 환수하는 등 불공정 거래 행위자를 엄벌에 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은 배당 촉진을 위해 세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간담회 마무리 발언에서 “‘무조건 배당소득세를 내리는 것이 능사냐’ 이건 잘 모르겠다”면서도 “이소영 의원이 제안한 바대로 배당 성향이 높은 데만 배당 소득세를 깎아주는 그런 방식을 포함해서 정상적으로 배당을 잘하는 경우에 조세 재정에도 크게 타격을 주지 않는 정도라면 내려서 많이 배당하는 것이 좋겠다. 가능한 방법들을 많이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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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중지

대통령실, “남북 군사대치 완화와 신뢰회복 물꼬 트기 위한 조치”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06.11 18:00
  •  
  •  수정 2025.06.11 20:18
  •  
  •  댓글 0
 
11일 오후 브리핑하는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사진 갈무리-MBC 유튜브]
11일 오후 브리핑하는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사진 갈무리-MBC 유튜브]

군이 11일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오후 2시를 기해 전방 지역에 설치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라’고 군 당국에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6월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한다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지 1년만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남북관계의 신뢰회복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정부의 의지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국민께 약속드린 바를 실천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북한의 소음방송으로 피해를 겪어온 접경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덜기 위한 실질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중대한 도발이 없었던 상황에서 긴장완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이번 결정을 내렸고 이는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황을 완화하고 상호신뢰 회복에 물꼬를 트기 위한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재명정부는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과 한반도 평화라는 두 가지 원칙을 중심에 두고 관련 사안들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는 오늘 오후 2시에 중지됐다”고 확인했다. “(북한과의) 사전협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대남 소음방송 중지 등 북한의 호응이 없을 경우 대응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물풍선 살포’는 이미 중단된 상태다. 

이에 앞서, 10일 통일부 당국자는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에 유선으로 전단살포 중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구병삼 대변인이 “한반도 상황에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전단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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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을 모르나?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 개혁 의지 거스를 수 없어”

황준범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준범기자

수정 2025-06-11 07:40등록 2025-06-11 07:00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5선)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6·3 대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을 넘겼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등 인선을 시작으로 새 정부 진용을 채워가고 있고, 미국·일본·중국 정상과 순차적으로 통화하며 정상외교도 개시했다. 거대 야당에서 여당으로 위치가 바뀌어 국정의 견제자에서 공동책임자가 된 더불어민주당의 발걸음도 바쁘다. 오는 13일 새 원내대표 선출로 이재명 정부와 호흡맞출 1기 여당 체제를 구축하고, 7~8월엔 새 당대표도 뽑는다.

이 대통령의 38년지기로 민주당 내 원조 친명 그룹 ‘7인회’ 일원이자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5선, 경기 동두천·양주·연천갑)은 9일 이 대통령의 일주일을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준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 가장 유능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을 갖고 있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변호를 맡아온 이승엽 변호사가 헌법재판관 후보로 검토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이해충돌이 발생할 일 없다”면서도 “대통령실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차명 재산 보유 전력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참모는 대통령 책임하에 쓰는 것”이라며,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확고한 검찰 개혁 의지에 반대되는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1987년 사법연수원 18기 시절, 사회과학 서적을 읽으며 공부하는 ‘언더 서클’(이듬해 노동법학회로 공식화)에서 이 대통령과 함께 활동하며 연을 맺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문무일 전 검찰총장, 문병호·최원식 전 의원, 민유숙 전 대법관 등도 이 학회 소속이었다. 정 의원은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문재인 후보의 요청을 고사하고 현역 의원 중 처음으로 이재명 후보를 도운 이후 줄곧 이 대통령 곁을 지켰다.

온건 성향인 그는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려고 중도적 목소리를 내다보니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수박’(비명계를 비하하는 표현) 소리를 듣는다”고 자조한다. 지난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도전했다가 중도에 사퇴했던 그는 여전히 하반기(2026~2028년) 의장 후보로 꼽힌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뒤 일주일 행보를 평가한다면.

“역시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줬고, 이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어도 되겠구나 하는 느낌을 국민들에게 주는 시간이었다. 인사도 유능한 사람들로 했고, 특히 첫날 국회에 와서 취임선서 뒤 여야 대표와 대화하며 소통 의지를 보여준 점이 보기 좋았다.”

―그동안 진행된 인사에 몇 점을 주겠나.

“90점 주겠다. 정치·경제적 복합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국정 안정을 목표로 한 인사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나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등 모두 바로 투입해도 되는, 능력이 검증된 분들이다.”

―그 가운데 오광수 민정수석은 차명으로 재산을 보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공직기강, 인사검증, 검찰개혁 등을 책임질 사람으로 부적절하지 않나.

“언론 보도만 봐서는 적절치 않아 보이지만 고의적 땅 투기는 아닌 것 같다. 대통령의 참모는 대통령 책임하에 쓰는 것이고, 잘못이 있을 때 자르면 된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오 수석이 검찰 개혁 부적격자라는 우려도 여당 안팎에서 나온 바 있는데.

“이재명 대통령을 아직도 국민들이 잘 모르시는 것 같다. 검찰의 행태를 지난 3년 동안 대통령 본인이 직접 경험했다. 제1야당 대표를 표적수사하면서 없는 사실을 만들어 처벌하려고 들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수사 하나 제대로 못하고. 대통령이 확고한 검찰 개혁 의지를 갖고 있는데 민정수석이 자기가 검찰 출신이라며 대통령의 의지와 국민 뜻에 반해서 태만히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 체제에서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 변호를 맡은 이승엽 변호사를 대통령실이 헌법재판관 후보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해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

“그렇게 따지면 유명한 변호사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 있는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간다는 보장도 없어, 이해충돌될 일이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국민들이 어떻게 볼 것인지 대통령실도 고민하지 않겠나.”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윤석열 전 대통령 법률 대리인이던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했던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완규 지명은 윤석열과 친분의 문제가 아니라, 한덕수 대행이 월권해서 임명한 점과 이완규가 내란죄 피의자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 것으로, 이승엽 변호사 경우와는 다르다.”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중지하도록 민주당이 추진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지 않나. 또한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84조 해석도 헌재 심판대에 오를 수 있는데.

“그게 논란이 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헌법 84조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사법적 논란에서 자유롭게 함으로써 직무 집행의 안정성을 갖게 하자는 취지다. 그러니 ‘수사와 기소’는 물론이고, 진행 중인 ‘재판’도 당연히 불소추에 포함된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국민도 그 점을 알고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이다. 서울고법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 일정을 ‘헌법 84조에 따른 조치’라며 무기한 연기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위증교사 사건 등 이 대통령의 나머지 4개 사건 재판부도 서울고법과 같은 결정을 내릴 걸로 보나.

“법원이 통일적으로 그렇게 내부 논의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른 재판부도 이 선례를 따를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대통령 재판 중지’ 형사소송법 개정을 안 해도 되지 않나

“법적 안정성에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형사소송법을 신속히 개정해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게 깔끔하다. 대법원에서 일괄적으로 결정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개별 판사에 따라 판단이 바뀔 수 있다. ‘제2의 조희대’가 안 나온다는 보장이 있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의 구성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그대로 추진하나. 이게 통과되면 이 대통령은 처벌 근거가 사라져 퇴임 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면소가 되는데.

“이 문제는 여야 국회의원 모두가 해당되는 거다. 늘 선거 끝나면 허위사실 유포 때문에 기소되거나 수사 받는 의원들이 많지 않나. 어떤 평가나 주관적 ‘기억’을 갖고서 ‘행위’로 만들어서 유죄 판결을 하는 거다. ‘사실’인지 ‘의견’인지 늘 애매하다. 미국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토론할 때 실시간으로 언론이 팩트체크를 하지, 그걸 갖고 허위사실이냐 아니냐 논쟁하지 않는다. 이 문제 또한 차제에 명확하게 정리하는 게 좋다. 이미 이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제 내년 지방선거와 2년 뒤 국회의원 선거 나올 사람들에 해당하는 문제여서, 여야가 시간을 갖고 논의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 대통령 인선에서 좌우 통합이나 여성 기용이 눈에 띄지 않는데.

“인수위 기간 없이 곧바로 임기가 시작됐기 때문에 그동안 호흡을 맞춰 온 사람들 중에서 능력이 검증된 사람을 쓸 수밖에 없던 상황이다. 결국 국민통합은 어느 지역을 안배하겠다는 말로 일시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국가균형발전 등 정책으로 해결될 문제다. 여성 인재들을 더 기용하는 문제는 고민을 하고 계실 것이다.”

―대통령의 첫 100일 동안 무엇부터 집중해야 하나

“우선 공직사회의 분위기 쇄신 또는 공직기강 확립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야 빠른 시일 안에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생경제가 최우선이다. 이 대통령 취임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니까 코스피도 반등하고 있고 해외 전문가들도 올해 한국 성장률을 상향조정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비상경제점검태스크포스(TF)에서 지시했듯이 신속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집행해야 한다. 올해 국민들이 경제 회복 조짐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내란 청산도 핵심 과제인데.

“내란 심판과 경제 회복, 국민통합이 상충하는 게 아니다. 각 분야에서 내란을 방조·동조했던 세력이 있다. 청와대 경호처는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했다. 또 전임 대통령실이 필기도구 하나 없이, 컴퓨터 인터넷도 연결해두지 않고 싹 정리하고 떠난 것은 그 정도로 국정이 망가져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도 내란 세력을 확실하게 심판해야 하고, 그래야 경제 위기 극복에 집중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에도 내란 세력이 있다고 말했는데.

“만약 윤 전 대통령의 지시나 요청을 받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고 했다면 내란 공범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어떤 국회의원이 거기에 동조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대법관 증원도 그대로 추진하나.

“대법원의 재판 지연 문제는 너무 심각하다. 대법관 1인당 1년에 재판이 3천건이다. 대법원에서 좀 빨리 진행되도록 하려면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야 된다는 게 서초동에 다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대법원이 요구해온 대로 상고법원을 설치하더라도, 국민들은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관 증원이 옳고, 국민들도 이 사정을 알면 동의할 것이다. 다만 시기적으로 이게 조희대 대법원에서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결정한 뒤에 제기되면서 문제가 된 거다. 여야가 논의하면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다수 야당에서 거대 여당이 됐다. 여당의 역할은.

“대통령도 국회도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좀 대등한 위치에서 역할해야 된다. 여당도 무조건 대통령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국회의 역할, 건강한 협력관계가 필요하다. 윤석열 때의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 상명하복 관계였지만 민주당은 그럴 가능성 없다. 정부가 잘못 갈 때 여당이 국민 목소리를 대통령께 전달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매우 강해서 ‘쓴소리’를 제대로 못할 수 있지 않나.

“그동안 민주당 안에서 당 지도부에 대한 쓴소리가 부족했다는 면이 충분히 있다. 그런데 그것은 대통령 권력이 야당 대표를 구속해서 처벌하려 모든 공력을 기울이고 있어 야당 내부에서 다른 소리를 할 수 없던 사정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대통령이 됐으니 내부에서 할 말을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정부·여당과 야당 관계가 최악이었는데.

“여당이 야당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압도적 다수 여당이기 때문에 국민들도 그 점을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입법·예산 과정에서 소수 야당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고 협력하고 설득하는 관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도 야당을 존중하고 형식 따질 것 없이 자주 만나서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 그럼에도 야당이 대통령을 비난만 하고 모욕 주려 하면 국민들이 바로 심판할 것이다.”

―현재의 국민의힘을 야당으로 상대할 수 있다고 보나.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는데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 당론을 철회하거나 무효화하지 않았다. 정부·여당이 성공하려면 건강한 야당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어떻게 대화할지 걱정된다.”

―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걸로 확신하나.

“두 가지 측면에서 성공할 거라고 본다. 첫째, 이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을 제외하고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유능하다. 경제에 대한 식견과 상황 판단 능력, 문제 해결 방안을 바로 찾아내는 능력, 이를 집행하는 추진력이 탁월하다. 둘째는 사회 약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공감 능력이다. 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공할 거라고 본다.”

―정 의원은 이재명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국회에서 여야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는 게 대통령을 돕는 거라고 생각한다. 중진이니까 야당 의원들 자주 만나 대화하고,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국민들의 목소리도 전달해야 하지 않겠나.”

―후반기 국회의장에 재도전하나

“훌륭한 분들이 많다. 1년 뒤에 의원들이 뽑는 거니까 의원들이 하라고 한다면.”(웃음)

황준범 논설위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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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특검법 마침내 공포…속전속결로 '국가 정상화'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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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6.10 20:25

  • 수정 2025.06.10 23:14

  • 댓글 1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일만…'1호 법안' 상징적

"내란 심판, 헌정 회복 열망하는 국민 뜻 받들어"

"멈췄던 나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

윤석열 거부권에 망가진 국회 권한 복구 의미도

특검 이르면 이번 주 임명, 7월 초부터 본격 수사

역대 최대 규모 '윤건희' 정조준…"신속 단호하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사저로 향하고 있다. 2025.4.11 [공동취재] 연합뉴스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권력형 비리의 극단을 치달았던 '윤건희 정권'의 갖은 패악을 파헤칠 '3대 특검법'이 마침내 공포(公布)됐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일주일만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주 또는 다음 주에 각각의 특별검사가 임명되고 다음 달 초부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그간 진실과 정의에 목말랐던 국민들에게 해갈의 시간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을 심의·의결했다. 이어 대통령 재가를 거쳐 즉각 관보에 게재해 공포했다. 대선 이틀 뒤인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돼 전날 정부로 이송된 법안을 이날 하루 만에 심의, 의결, 재가, 공포까지 전부 완료한 것이다. 더 할 수 없는 속전속결이다. 시간을 끌지 않고 내란 종식 및 민주 회복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석열 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다.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면서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석열이 거부권 남발로 망가뜨렸던 입법부 고유의 권한을 복구한다는 의미도 담아 특검 출범의 정당성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 2025.6.10. 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상징성이 큰 '1호 법안'을 지체없이 공포함에 따라 특검 임명 절차도 곧바로 시작됐다. 3개 법안에 따르면 특검 임명까지 내란·김건희 특검은 최장 11일, 채상병 특검은 최장 12일이 걸린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법 시행일로부터 이틀 안에 이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특검 임명을 요청하면 이 대통령은 사흘 이내에 국회에 후보 추천을 의뢰해야 하는데, 우 의장은 시간 허비할 필요 없다는 듯 이날 바로 3개 특검 임명 요청서를 이 대통령에게 보냈다. 우 의장의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국회에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3개 특검 모두 국민의힘은 배제한 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서 후보자를 1명씩 추천하게 되고, 이 대통령이 이들 중 1명을 사흘 이내에 특검으로 임명하게 된다.

남은 단계별로 규정된 기간을 각각 하루씩만 쓴다고 가정하면 사흘 만에 특검이 임명될 수 있다. 금요일인 오는 13일 특검이 정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후 특검보 임명 등 수사팀 구성과 사무실 확보 등을 위해 최장 20일의 준비기간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초 본격 수사에 돌입하게 된다. 수사 기간은 내란·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본 90일에 30일씩 2회 연장해 최장 170일(준비기간 포함)이다. 채상병 특검은 최장 140일간 수사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의혹을 다루지만 최종적으로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정조준하고 있는 3개 특검의 수사 인력은 역대 특검 최대 규모다. 내란 특검이 최대 267명으로 가장 많다. 종전까지 가장 많은 인원이 투입됐던 국정농단 특검팀 105명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특검 1명에 특검보 6명, 검사 60명, 파견 공무원 100명, 특별수사관 100명을 둘 수 있다. 김건희 특검은 205명으로 특검 1명에 특검보 4명, 검사 40명, 파견 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이 투입된다. 3개 특검 중 인력이 가장 적은 채상병 특검은 105명으로 특검 1명, 특검보 4명, 검사 20명, 파견 공무원 40명, 특별수사관 40명으로 구성된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3대 특검법안(내란특검법·김건희특검법·채상병특검법)'이 10일 오전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연합뉴스

민주당도 '국가 정상화' 차원에서 3대 특검을 조속히 가동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최대한 빨리 특검 후보자를 추천해서 각 특검이 신속히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으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게 될 뿐이다. 3대 특검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제부터 특검의 시간이다. 왜곡된 정의를 바로잡고 새로운 대한민국,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 시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검 운영에 400억 원이 들어간다는 일각의 비판을 두고 "다시는 내란이 없는 나라, 군인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는 나라, 주가 조작을 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면 투입해야 할 예산"이라며 "검사 120명이 투입된다고 하는데 5개월 이내에 사건들이 다 종료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을 갖추고 있기에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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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님, 4년 전 '그 보고서' 다시 꺼내셔야 합니다

[이동철의 노동 OK] 경기도지사 시절 근로감독 권한 지방정부 위임 주장...임금체불·산업재해 예방에 효과적

25.06.11 06:36최종 업데이트 25.06.11 06:36

지금도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있다. 연합=OGQ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는 A씨는 원장에게 임금과 퇴직금 수천만 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고용노동지청에 원장으로 상대로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했습니다만 원장은 고용노동부 조사에 두달이 넘도록 한차례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원장은 전화로 근로감독관에게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인 만큼 고용노동부 진정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항변했다고 합니다.

A씨는 자신이 원장의 지휘 감독 아래서 월급을 목적으로 일해온 근로자임을 충실히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담당 근로감독관은 고용노동지청 대면 조사에 한차례도 응하지 않은 원장의 주장을 이유로, '양 당사자의 주장이 엇갈린다'라며 A씨의 임금체불 피해를 곧바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가까스로 원장의 조사 일정이 잡혔지만, 사건은 이미 7월 초로 연기되었습니다.

근로감독관은 당사자의 주장이 엇갈려 사건이 늦어질 수 있으니,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을 도모해 보라고 권고했다고 합니다. A씨는 변호사 선임에 드는 비용이며 복잡한 절차를 생각하면 막막해집니다. 3월 말에 제기한 임금체불 진정이 한여름이 될 때까지 진척이 없습니다. 고용관계에서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의 노동 행정이 왜 이리 더딜까? A씨는 답답합니다.

윤석열 정권 3년 동안 민주주의만 무너진 것은 아닙니다. 노동자들의 기본적 권리도 훼손됐습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인 임금을 받지 못한 임금체불 피해액이 윤석열 정부 들어 연속으로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2023년부터 연간 임금체불액은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고용노동부의 연도별 임금체불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는 1조 5830억 원, 2021년에는 1조 3505억 원, 2022년에는 1조 3472억 원으로 감소하던 임금체불 피해액이 갑자기 2023년에는 1조 7845원으로 치솟더니, 2024년에는 최초로 2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해야 할 노동 행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임금체불 피해액은 그냥 자연적으로 증가하지 않습니다. 사업주의 임금체불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새롭게 탄생한 이재명 정부는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인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노동 행정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어찌 보면 가장 시급한 민생과제이기도 합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모두 노동자의 임금체불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대지급금의 한도를 높이는 것을 공약했습니다. '대지급금'이란 기업이 도산하는 등 임금 지급 능력이 없는 경우 임금을 체불당한 노동자에게 정부의 임금 채권 보장 기금으로 사용자를 대신해 체불임금액을 지급하고, 이를 나중에 사용자를 상대로 받아내는 제도입니다.

현재 퇴직 전 3개월의 임금과 3년 치 퇴직금을 기준으로 도산 대지급금의 한도는 2100만 원이고 재직 중 신청할 수 있는 간이 대지급금은 1000만 원입니다. 해당 금액 내에서 임금을 체불 당한 피해 노동자에게는 임금체불 피해 복구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상담을 하다 보면 임금체불로 고통받는 피해 노동자들 다수는 대지급금의 한도를 넘어서 장기간의 임금체불에 시달립니다. 한두 달을 넘어 길게는 수십 개월의 임금을 받지 못해 퇴직할 시점에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피해가 커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양당 대선 후보의 임금체불 공약, 좋지만 충분하진 않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6.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현재는 '퇴직 전 3개월'을 한도로 체불된 임금, '퇴직 전 3년'을 한도로 체불된 퇴직금만을 대지급금으로 구제해 줍니다.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모두 대지급금 한도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구체적으로 퇴직 전 3년의 체불임금 전액을 대지급금으로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는데요. 김문수 후보는 구체적 액수를 공약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만으로는 임금체불 피해의 확대를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습니다. 대지급금은 임금체불이 발생한 후 '대응 정책'에 해당하며 그 재원 역시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대지급금을 통해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를 구제하더라도 이를 체불 사업주를 상대로 돌려받는 회수율은 4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이는 임금체불 피해의 대부분이 영세한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감염병의 확산으로 인한 세계적 경제 위기와 저성장이 굳어진 뉴노멀 시대에, 중소 영세 기업의 어려움이 계속하여 가중되고 있습니다.

또한 중소 영세 사업장의 경우에는 비단 '임금 지급 능력 문제'만이 아니라, 사업주가 임금 지급에 관한 법률 지식이 부족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하여 노사 임금 분쟁이 발생하고 이러한 분쟁이 임금체불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퇴직금이나 법정 수당 산정에 있어서 사업주가 근로기준법의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갈등이 대표적입니다.

시급한 과제는 중소 영세 사업장의 근로감독을 상시화하여 임금체불이 악성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업주가 임금 지급에 대한 근로기준법의 규정을 제대로 이해시켜 노사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갈등을 예방하는 행정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노동 행정을 수행하는 핵심이 바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입니다. 근로감독관은 고용노동부 공무원으로 사업장의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지도 활동, 임금체불 진정과 같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에 대한 조사 등을 담당합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근로기준법 위반 사용자에 대한 강제구인과 구속영장 신청을 할 강력한 물리력도 부여받고 있습니다.

16년이 필요한 사건을 1년에 처리해야 하는 근로감독관

2024년 5월 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광역근로감독과 근로감독관들이 임금체불 단속에 앞서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A씨의 사건에서 피해 노동자인 A씨는 진정 사건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질질 끄는 담당 근로감독관이 원망스럽지만, 담당 근로감독관도 할 말이 있습니다. 피해자의 고통에 무관심한 나쁜 근로감독관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근로감독관이 A씨와 같은 피해 노동자들의 진정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지막지한 업무량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16~2020 사이 고용노동부의 신고사건 수는 연간 평균 42만 1697건입니다. 이를 처리해야 할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수는 2021년 정원 기준 3122명(산업 안전 근로감독관 포함) 에 불과합니다. 2015년 1675명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큰 폭으로 증원되었으나 여전히 근로감독관 1인당 연간 신고사건은 평균 135건에 달합니다.

2016~2020년 사이 5년간 신고 사건에 대한 평균 처리 기간은 47.4일입니다. 단순 계산하면 근로감독관 1명이 1년간 135건의 사건을 맡게 되고 1건당 평균 처리 기간 47.4일이 소요되므로 6402일이 필요합니다. 약 16년에 걸쳐 할 일을 1년 동안 해결해야 하니 구조적으로 A씨와 같은 피해 노동자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근로감독관은 신고 사건만 처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임금체불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지도 감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 6월 5일 이재명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증원 검토를 지시한 것은 잘한 일입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 증원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단기간에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17개의 노동관계 법령, 수사 능력 등 전문성을 갖춘 근로감독관을 적절하게 증원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설 중앙정부에 제안했던 '근로감독관 업무의 지방정부 위임 정책'이 좋은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적 특성에 맞는 다양한 노동정책이 요구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중앙정부의 역량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노동 행정의 과제들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임금체불 피해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근로감독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위임한다면 현지의 산업 특성을 잘 이해하는 지방정부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현지 특성에 맞게 예방적 근로감독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임금체불에 대한 조사와 처벌 사업장에 대한 지도 감독,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각종 의무 부여 등 노동법을 집행하는 노동 행정은 원칙적으로 국가의 사무에 해당합니다. 법률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인 고용노동부에 전적으로 권한이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역시 노동 행정은 전국적으로 통일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경기도가 2021년에 발표한 <지방정부의 근로감독 권한 공유협력 모델 도입 및 효과성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근로감독관의 업무 내용 중 현지성이 두드러져 지방정부가 수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업무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위임하는 방식을 제시합니다.

가령 법령 해석 등은 중앙정부가 담당하되, 지역의 산업 특성에 맞는 산재 예방 활동이나 영세 사업장에 대한 임금체불 사건 조사처럼 지역주민의 생활밀착형 업무는 지방정부 근로감독관이 수행하는 것이지요.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재선 의원 시절인 2024년에도 중앙정부의 근로감독 권한을 지방정부에 위임하기 위한 근거 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대통령께서 해당 보고서를 다시 꺼내 들고 지방정부와 진지한 논의와 검토를 하셔야 할 시점입니다.

#임금체불 #이재명대통령 #근로감독관 #대지급금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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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권한' 남발해 과잉 조치"…트럼프 LA 군 투입에 "권위주의" 비판 쇄도

 FT "트럼프, 목표 달성 위해 국가 전시 상태로 만들고 행정권 한계 시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벌어진 이민 단속 항의 시위에 주방위군에 이어 해병대를 파견하며 편법적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 시위에 대한 군 투입이라는 극단적 선례를 만들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비상사태를 남발하며 과잉 조치를 정당화하고 정치적 이득을 꾀해 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9일(이하 현지시간) 미 북부사령부는 해병대원 700명을 "활성화"했고 이들이 LA 시위에서 "연방 인력과 자산 보호"를 위해 기배치를 명령한 2100명의 주방위군과 통합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령부는 "활성화" 목적은 이 지역 연방 기관 지원을 위한 "충분한 수의 병력"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통령 명령으로 국방부가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2000명을 추가 동원"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LA에 배치되는 군 인력은 예비군 격인 주방위군 4100명에 현역 해병대원 700명으로 대폭 늘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에 군을 파견해 대응하는 것이 시위를 더욱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캘리포니아주 정치인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 가운데, 9일 시위대는 주방위군에 "나가라"고 외치며 정부의 과잉 대응에 반발했다. 영국 BBC 방송은 9일 LA 연방 청사 앞에서 시민들이 "주방위군은 LA에서 나가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이 지역 소재 의류업체 등 직장을 급습해 이민자를 단속한 데 항의해 시위를 벌여 온 시민들은 "이민국은 LA에서 나가라"고 주장해 왔다. 주방위군은 이날 청사 앞에 주둔 중이었다.

"정부 정책 반대 시위 땐 군 투입 우려스런 선례…트럼프, 목표 달성 위해 국가를 전시 상태로"

 

시위대에 대한 군 배치로 트럼프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결정이 "연방 권한의 도를 넘은 충격적 확장"이며 일부 학자들이 이것이 "정치적 규범와 헌법에 대한 공개적 거부"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대통령이 특정 주에 연방군 배치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스런 선례"이자 "(이민자) 추방을 막으려 할 경우 유사한 조치에 직면할 수 있다는 민주당 집권 주 및 도시들에 대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이번 조치는 "트럼프의 백악관이 주 정부의 위기 대응 방식에 동의하지 않으면 연방군을 배치할 수 있다는 전조"로 이민 뿐 아니라 "여행 금지, 환경 보호 철회, 과학 및 대학에 대한 공격 등 다른 대통령 정책에 대한 반대 시위"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많은 트럼프의 정책의 분열적 속성"을 고려할 때 이번 이민 단속 반대 시위 같은 "더 많은 분노의 폭발점"이 있을 것은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군 배치는 국내 법집행에 군인 투입을 제한하는 포세 코미타투스법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일단 이 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군 배치 목적을 시위 진압이 아닌 연방 인력과 재산 보호로 한정한 상태다. 군이 직접 시위대 체포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군이 시위 직접 진압에 나서려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이용한 미 연방법전 10편12406조(10 U.S.C. 12406·미국 정부 권위에 대한 반란이 있을 때 주방위군 파견 허용)가 아니라 국가 비상사태 때 군의 법집행 기능 수행을 허용하는 반란진압법을 발동해야 한다.

 

다만 <AP> 통신은 9일 국방부가 LA에 배치된 군의 무력 사용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입수한 지침 초안과 복수의 미 당국자 인터뷰를 근거로 해당 지침에 해병대가 법집행 기관에 인계할 때까지 민간인을 일시적으로 구금하는 조치가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해병대의 경고 사격은 금지되지만 자기 방어 행위는 허용될 수 있다고 알려진 가운데, 당국자들은 현재 반란진압법은 발동되지 않았으며 향후 발동될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국가를 전시 상태로 만들고 행정권을 한계를 시험할 의지가 있음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 주지사 체포 위협…"정치적 반대자 위협은 권위주의" 반발

 

이번 조치가 권위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 하버드대 정부학 교수 라이언 에노스가 이를 "명백한 권위주의적 힘의 과시"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레드스테이트(공화당 집권 주)가 아닌 (민주당이 집권하는) LA를 겨냥해야 할 정책적 이유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현 상황이 "2025년에 미국 대통령이 현직 주지사인 정치적 반대자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현대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며 전세계 권위주의 정권에서 목도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로부터의 감시를 없애고 판사 탄핵을 위협해 사법부 감시도 없애고 법원 명령 관련해선 한계까지 도전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여러 전쟁에서 명예롭게 복무한 미 해병대"가 "독재 대통령의 정신 나간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미국 땅에 자국민과 마주해 배치돼선 안 된다"고도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뉴섬 주지사 체포를 위협하기도 했다. 미 ABC 방송을 보면 9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뉴섬 주지사 체포에 대해 "내가 톰(호먼 국경 차르)이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 뉴섬 주지사가 체포될 만한 범죄를 저질렀냐는 질문을 받고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게 주요 범죄"라고 답했다.

 

이날 앞서 호먼은 폭스뉴스에 뉴섬 주지사 체포 가능성 관련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없다. 선을 넘어 범죄를 저지르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언급하고 "뉴섬 체포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관련해 소셜미디어에서 "권위주의를 향한 명백한 발걸음"이라며 반발했다.

 

9일 캘리포니아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지사를 우회해 LA에 주방위군을 배치한 것이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다수가 위기가 아니라고 보는 상황을 '비상사태'로 선언하고 광범위한 조치 취하는 패턴 구축"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 상황을 과장해 비상사태를 남발하며 정치적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국내 군 배치는 역사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위기"가 있다는 신호였지만 이번 LA 주방위군 투입 시점은 지역 당국이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고 밝힌 때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러한 움직임은 점점 더 뚜렷해지는 패턴을 반영한다"며 "트럼프는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다고 보는 상황에서 비상사태나 위기를 선언해 광범위한 조치를 취하고 지지자를 결집하며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정치적 지형에서 싸울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관세, 에너지, 이민 정책 등에 비상사태 선포가 폭넓게 활용됐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들이 침을 뱉으면 우린 때릴 것"이라며 LA 이민 정책 항의 시위에 대한 강경 입장을 밝혔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1년 1월6일 미 의사당 폭동에 가담한 이들은 경찰관 구타 등 더 심한 폭력을 저질렀는데도 사면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 투입 등 과잉 대응으로 상황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를 보면 미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이민 연구 책임자 데이빗 비어는 "그들(트럼프 정부)은 이민자들이 매우 많이 거주하는 도시들에서 대량 추방을 단행하면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것을 명백히 알고 있다"며 "그들은 이런 종류의 반응을 충분히 예상하고 바라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왜냐하면 이것이 그들에게 유리한 정치이며 대량 추방과 다른 권력 장악을 더 정당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 LA 시장은 이번 혼란이 정부의 이민 단속으로 촉발됐고 군 투입으로 격화됐다고 주장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미 CNN 방송에 이민국 급습이 있던 6일 이전 LA는 "평화로웠다"며 정부가 혼란을 초래했고 주방위군 투입은 "불에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그는 LA가 연방 권한에 대한 "실험장"이 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 파견 결정을 한 전날 밤 시위가 "다소 다루기 힘든" 상황이 돼 27명이 체포됐지만 군이 배치될 "이유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9일 시위는 대체로 전날보다 차분했고 밤 11시까지 LA 시내 및 인근 산타아나에서 시위가 대부분 해산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LA 연방청사 앞에서 늦은 오후까지 비교적 평화로운 시위가 진행됐지만 저녁 6시께 시위대 안쪽에서 경찰을 향해 물병이 날아왔고 다른 시위 참여자들이 "평화 시위"를 외치며 자제를 촉구했지만 경찰이 이를 계기로 비살상탄을 발사하며 대응해 상황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텍사스주 댈러스 및 오스틴, 뉴욕 등에서 LA 시위에 대한 연대 시위가 열렸다. 신문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1000명 이상이 평화로운 행진을 벌였다고 전했다. 다만 이후 일부 시위자가 기물 파손 행위 등을 저질러 여러 명이 체포됐다고 샌프란시스코 경찰이 밝혔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미션 지구에서 정부의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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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종식은 사회대개혁 1번 과제”.. 광장과 함께한 ‘비상행동’ 7개월

기자명

  •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5.06.10 18:06
  •  
  •  댓글 0
 
 

비상행동 활동 종료.. “주권자 시민의 승리”
“가장 중요한 사회대개혁 과제는 ‘내란종식’”

여의도에서, 광화문에서, 남태령과 한남동에서 광장시민들과 함께 내란수괴 윤석열을 탄핵·파면하고, 내란세력의 재집권을 저지한 ‘내란 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임무를 마치고 활동을 종료했다. 1700여 단체가 함께 한 7개월 대장정의 마무리다.

비상행동은 광장에서 외친 ‘내란청산’과 ‘사회대개혁’의 관계에 대해 “가장 중요한 사회대개혁 과제는 ‘내란종식’”이라고 강조하면서, 새 정부가 광장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도록 “새 정부에 대한 개입과 연대 전략을 만들어가야 할 숙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지난 박근혜 퇴진 투쟁 이후 문재인 정부가 촛불시민의 적폐청산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전례를 반복하지 않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비상행동은 “완전한 내란청산과 사회대개혁은 어느 것 하나도 마무리되지 않았다”면서 “광장의 힘이 필요할 때 언제든 다시 모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내란 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활동종료 선포 기자회견 ⓒ민주노총
▲ ‘내란 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활동종료 선포 기자회견 ⓒ민주노총

“위대한 주권자 시민의 승리”

“주권자 시민이 이겼습니다. 고맙습니다.”

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은 광장투쟁 7개월의 소회를 밝히며 “주권자 시민의 승리”를 치하했다.

박석운 공동의장은 “윤석열을 파면하고, 극우내란세력의 재집권을 저지했다. 위대한 시민들의 승리, 한국민주주의 승리”라고 말했다.

정영이 공동의장은 “농민들도 주권자 시민의 연대행동으로 남태령을 넘었고, 마침내 함께 승리할 수 있었다. 광장시민과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12.3 비상계엄 직후 전국 1,739개 단체가 함께 모여 만든 연대기구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윤석열의 불법 계엄쿠데타 이후, 전국 곳곳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이 타올랐다. 비상행동은 전국에서 들끓는 민심을 하나의 촛불로 모으는 디딤돌이자 투쟁체였다.

비상행동 출범 후 광장은 100만, 200만의 응원봉으로 더 크게 타올랐다.

비상행동은 광화문, 한남동, 남태령 등 서울에서만 70여 차례 집회를 열었고, 시민총파업, 각계각층의 시국선언, 100만 시민 긴급 탄원 등의 활동을 벌였다. 전국 각지에서도 지역 비상행동의 이름으로 연인원 1천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광장을 메웠다. 3월8일 윤석열 석방 직후 내란수괴 파면의 시간이 지연되자 광화문 앞에 농성장을 차렸고, 공동의장단은 목숨을 건 단식까지 불사했다. 시민들의 동조단식이 이어지며 광장을 지킨 결과, 마침내 내란수괴 파면에까지 이르렀다.

윤석열 파면 후 비상행동은 ‘내란 청산·사회대개혁’의 기조를 담아 명칭을 변경했다. 내란세력의 재집권을 막아낸 6.3 대선까지 윤석열 재구속을 비롯한 내란 청산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광장의 과제.. 잊지 않고 투쟁”

 

“윤석열 즉각 퇴진(탄핵·체포·구속)”, “내란청산”, “국민의힘 해체와 내란 동조자 처벌”, “국민주권실현과 한국사회 대개혁”... 광장에서 울려 퍼진 목소리다. 아직 실현하지 못한 과제가 남아있다.

공동의장단은 “광장의 과제, 주권자 시민들에게 남겨진 과제를 잊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이나영 공동의장은 “내란 청산, 민주주의 수호 염원으로 하나가 된 광장에서 파면과 재집권 저지라는 첫 번째 우선과제를 달성했을 뿐”이라며 “지난 시기 광장의 역사를 기억하고 계승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윤복남 공동의장은 “비상행동 활동은 종료되지만, 남은 숙제에 대해 책임을 다해갈 것”이라며 시민들을 향해 “새 정부가 내란 청산, 사회대개혁이라는 광장 목소리에 벗어나지 않도록 끝까지 관심과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광장의 단결된 힘을 확인한 비상행동은 ‘광장의 힘을 잊지 않고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은정 공동의장은 “파면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게 아니듯, 내란청산과 사회대개혁이라는 남은 과제 역시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며 각계각층의 더욱 가열찬 투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하 공동의장은 “각계각층의 차이를 넘어 단결할 때 승리할 수 있다는 걸 광장에서 확인했다”면서 “더 큰 단결 더 강한 연대정신으로 내란을 종식시키고 사회대개혁으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사회대개혁 과제.. “내란 종식”

△연인원 1000만명 △1천개의 발언 △시민행진 145km △220여개 공연 1100명의 예술인 △1천명이 넘는 자원봉사자 △166명의 수어통역사 △2천여 의료지원단(연인원) △1천명의 변호인 인권침해감시단, 그리고 끝도 없이 이어진 △푸드트럭과 난방버스, 생수와 핫팩 지원 등. 전 세계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주며 내란세력의 재집권을 저지하고 내란 주범을 심판대에 세운 7개월간의 기록.

하루하루 위대한 기록을 남기며, 광장의 위력을 확인한 비상행동과 시민들.

비상행동은 “내란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위한 발걸음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극우내란세력을 뿌리 뽑고 윤석열 내란일당의 최후를 맞이해야 한다”면서 “내란종식은 사회대개혁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비상행동에 소속 단체들은 앞으로 지역에서, 일터와 현장에서, 학교 등지에서 각 단위별 활동을 통해 완전한 내란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위한 투쟁을 이어간다.

이지현 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1700여 단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더 큰 목소리로 연대할 것임을 약속하며 “광장의 힘이 필요할 때 언제든 다시 모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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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알아야 할, 트럼프의 미국을 상대하는 법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신뢰가 아닌 거래, 미국 외교의 새로운 패러다임

25.06.10 06:53최종 업데이트 25.06.10 06:53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저지주 모리스타운공항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는 것을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듣고 있다.연합뉴스

"미국은 동맹국을 지키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

최근 맬컴 턴불 전 호주 총리가 외교전문매체 <포린어페어>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이 말은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는 선언이다. 미국 중심의 전후 질서가 해체되고 있는 오늘, 동맹국들은 '우정'이 아닌 '이익' 위에 외교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2025년 6월,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외교무대의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그는 조만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며 이미 미국과의 첫 정상 통화를 마쳤다. 취임 초기의 외교 행보는 단순한 의전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국제 환경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향후 수년간의 전략적 지형을 규정할 정도로 긴박하다.

가장 주목되는 상대는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두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이며, 그의 외교 노선은 첫 임기보다 훨씬 급진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한미동맹이 여전히 그에게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공동의 가치가 아니라 철저히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가 여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 한국이 마주한 외교적 과제는 단순히 예의와 신뢰를 지키는 것을 넘어, 시대 변화에 맞는 외교 전략을 능동적으로 새로 짜는 일이다. 우리는 '동맹은 신뢰로 작동한다'는 말에 익숙하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동맹을 신뢰가 아닌 거래의 조건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계의 경찰'에서 '정글의 지배자'로

무엇보다 미국은 더 이상 과거의 미국이 아니다.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미국 내 헌정 질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연방의회, 사법부, 독립기관에 대한 압박을 노골화하고 있다. 대통령령과 비상명령을 통해 입법 기능을 우회하며, 정치적 충성도를 기준으로 주요 요직을 교체하고 있다. 2025년 초부터 진행된 연방대법원 개편 논쟁은 그 전형적 사례다.

입법·사법·행정이 상호 견제하며 작동하던 삼권분립이 지금 미국에서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정치학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헌정 쿠데타의 점진적 진행'이라 부른다. 미국은 지금, 우리가 오랫동안 이상적으로 바라보던 자유민주주의의 원형이 아니다. 구조가 흔들리는 거대한 선진국일 뿐이다.

둘째, 미국의 재정 상황은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5년 현재 연방정부의 연간 이자 비용만 1조 달러를 초과하며, 이는 국방 예산과 맞먹는 수준이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은 "미국의 부채가 2027년까지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지금의 부채 위기는 과거와 달리 정치적 시간표가 빠듯하다"고 분석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지금의 미국은 군사력이나 달러 패권으로 세계를 압박하는 데 몰두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경로를 걷고 있다. 과거의 미국이 '강하면서도 이성적'이었다면, 오늘의 미국은 '강하지만 자기파괴적'이다. 이 점은 미국과의 외교에 있어 가장 중대한 전략 포인트다.

셋째, 통상정책에서도 미국은 스스로를 해치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알루미늄·철강 관세는 그 직접적인 예다. 캐나다산 원자재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서 미 제조업의 생산 비용이 상승했고, 이는 다시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우방국들은 이 조치를 '경제적 배신'으로 해석했고, 그 결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같은 미국 배제 다자무역 질서가 본격화되었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를 반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거래 외교'를 밀어붙이며,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모든 관계를 정리하려 한다. 문제는 이런 외교가 단지 다른 나라만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자신에게도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통상의 기본 원리인 비교우위를 무시한 채, 강압적 수단을 남발하면 결국 시장은 미국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넷째, 미국은 자신이 만들어온 전후 국제규범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 파리기후협정, 세계보건기구,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 탈퇴는 단순한 정치 제스처가 아니라, 제도적 리더십 포기의 신호다. 이는 단지 '세계의 경찰'이라는 역할을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규범의 수호자에서 '정글의 지배자'로 스스로를 전환하는 선언이다.

한국 외교의 자립을 위한 유일한 길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에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한미동맹을 신뢰와 헌신의 문제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그런 접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은 '미국이 보호해야 할 약소국'이 아니라, '더 많은 방위비를 부담하고 미국산 무기를 사야 하는 부유한 동맹국'으로 간주되고 있다.

즉, 신뢰가 아니라 거래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미국이 신뢰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거래의 테이블 위에서 우리 몫을 확보해야 한다. 더 이상 '미국이 우리를 도와줄 것이다'라는 믿음에 기대어선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우리를 돕는 것이 미국에게 이익이 되도록' 만드는 실용적 전략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외교 기술은 '상대의 약점을 읽고 기민하게 협상하는 능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충성에 신뢰를 주는 지도자가 아니다. 그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조건에서만 움직인다. 그렇다면 한국 외교는 '우리가 미국에 어떤 전략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기존 외교 관료 시스템은 이러한 전환에 익숙하지 않다. 지금까지의 외교는 주로 워싱턴 외곽의 싱크탱크와 공화·민주 양당의 인맥을 통해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한미동맹의 상징성'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에서는 그런 접근이 무력하다.

이재명 정부는 과거의 관성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계 유지형 외교'가 아니라 '관계 전환형 외교'다. 대통령의 외교 데뷔 무대가 G7이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G7에서 디지털 무역 규범이나 글로벌 기술 협약 분야에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을 수 있다. 또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구상에 참여하되 유럽이나 중견국과 공동 입장을 통해 주권적 이해를 함께 지켜나가는 시도를 할 수 있다.

또한, 통상 문제에서 미국의 일방주의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들을 국제무대에서 지지하고, 중견국 연합체로서의 발언권을 높이는 전략도 필요하다. 이는 반미가 아니라, 미국조차 스스로 파괴되지 않도록 돕는 전략이다. 미국이 더 강한 동맹이 되려면, 비판적 동맹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가 바꾸어야 하는 것은 '미국 중심 질서에의 종속'이 아니라, '국제 질서 속에서의 자율'이다. 이 자율은 충돌이 아니라 균형과 조율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중견국 외교의 미덕이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커다란 국제질서의 변화 앞에 서 있다. 외교무대의 첫 발걸음이 관성의 반복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의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 그 길은 외롭고 위험할 수 있지만, 결국 그것이 한국 외교의 자립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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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이재명 대통령, 국민에게 장·차관 인사 추천받는다

10일부터 일주일간 ‘진짜 일꾼 찾기 프로젝트’

고경주기자

수정 2025-06-10 09:33등록 2025-06-10 09:25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2차 태스크포스(TF)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10일부터 일주일간 국민들로부터 각 부처 장·차관 등 주요 공직자들을 직접 추천받는 ‘진짜 일꾼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히며 “‘진짜 일꾼 찾기 프로젝트’는 국민주권정부라는 국정철학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인사 추천제다. 국민 여러분의 집단지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민을 위해 진정성 있게 일하는 ‘진짜 인재’를 널리 발굴하겠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이번 인사 추천 대상은 장·차관과 공공기관장 등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주요 공직”이라며 “인사혁신처가 운영하는 국민추천제 홈페이지에 추천 글을 남기거나, 이재명 대통령의 공식 에스엔에스(SNS) 계정 또는 이메일(openchoice@korea.kr)로 의견을 보내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접수된 인재들은 데이터베이스화되고,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인사검증과 공개검증을 거쳐 정식임명된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 정부는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 추천 시스템으로 국민을 섬기는 진짜 인재를 발굴해서 국민주권정부 문을 열겠다”며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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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사유] 정보은폐 윤정부는 끝났다. 무너진 알권리, 불가역적으로 개혁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광장에서 열린 칸 영화제 수상기념 영화 관계자 초청 리셉션 및 만찬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06.12. ⓒ뉴시스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었다. 반헌법적 비상계엄으로 인한 민주주의 퇴행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절박함이 만들어낸 선택이었다. 그러나 진짜 변화는 지금부터다. 윤석열 정부 3년간 시민의 알권리는 체계적으로 무너졌다. 대통령비서실은 공공기관이라면 당연히 공개해야 할 직원 명단이나 업무추진비, 업무규정 등을 숨기며 정보공개라는 행정의 기본원칙을 외면했다. 최고 권력기관의 이러한 인식과 태도는 정부 전체에 ‘정보는 감추는 것이 당연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며, 정보은폐를 묵인하는 분위기를 고착화시켰다. 그 결과 많은 공공기관들이 정보공개 의무를 방기한 채 무책임한 비공개 관행을 따르게 되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았고, ‘윤석열 사단’으로 불렸던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은 임기 내 업무추진비 내역조차 비공개해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특수활동비에 대해 수차례 법원이 공개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례들은 특정 기관의 일탈이 아니라, 정부 전반에 걸쳐 정보공개 원칙이 무너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법원의 판단마저 외면한 채 시민의 알권리를 구조적으로 무력화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던 것이다.

이제 새롭게 수립된 정부가 이러한 관행을 허물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과제는 정보공개법의 전면 개정이어야 한다. 현행법은 정보부존재 통보에 대한 불복 절차가 없고, 행정심판은 1년 넘게 걸리는 등 권리구제 수단이 지나치게 지연된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에서 제출한 개정안조차 ‘과도한 청구는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오히려 알권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공공기관이 법률이나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자의적인 비공개 결정을 반복해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아무런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정보공개법에는 위법하거나 반복적인 비공개 처분에 대해 조사하거나 시정조치할 수 있는 권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고, 담당 공무원에 대한 책임 규정조차 모호하다. 이로 인해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사실상 자의적으로 청구를 무력화하는 관행이 공공기관 전반에 만연해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보공개심판원을 별도로 설치해 신속하고 독립적인 판단을 보장해야 하며, 공익 목적의 정보공개 소송에서 패소한 시민에게 과도한 소송비를 떠넘기지 않도록 비용 감면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행정안전부 소속의 정보공개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의 독립기구로 격상돼야 하며, 실질적인 조사권과 시정명령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위법한 비공개에 대해 행정적 책임을 명확히 물을 수 있어야만, 정보공개법은 권리를 보장하는 실질적 도구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이 먼저 달라져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관저 이전 비용이나 직원 명단 등 언론과 시민이 요구하는 정보에 대해 철저히 숨겨왔다.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실 조직도, 직원 명단, 주요 업무를 즉시 공개해야 하며, 보안상 문제가 없는 계약 내역은 나라장터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대통령과 관련된 정보는 지지율과 여론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 헌법이 보장한 시민의 권리를 실현하는 기본 정보다. 대통령실이 먼저 나서서 정보공개의 모범을 세우고, 투명한 공개를 국정운영의 기본 원칙으로 선언한다면, 그것 자체가 정부 전반의 메시지가 된다. 다른 공공기관들 또한 더 이상 비공개의 관행에 안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 행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2025.06.04 ⓒ민중의소리


정보공개법의 전면 개정과 대통령실의 투명한 운영은 시작일 뿐이다. 이재명 정부는 무너진 국가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선택받은 정부다. 그렇다면 이제는 흩어져 있는 알권리 침해의 지점을 면밀히 짚어내고, 각 영역에 고착된 정보은폐 구조를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국가정보원의 비밀기록 해제와 불법사찰 피해자에 대한 정보 제공, 공공기관 회의의 실시간 공개, 판결문 열람 접근성 확대, 산업재해 정보공개 강화 등은 모두 시민의 안전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과제들이다.

또한 공공데이터를 기계가독형 형식으로 개방하고, 성별임금공시제 대상을 확대하며, 반복적으로 청구되는 정보는 AI를 통해 사전 공개 대상으로 전환하는 등, 정보공개를 데이터 기반의 민주적 인프라로 전환하는 행정 혁신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정부가 먼저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시민은 보다 정확히 감시하고, 사회는 더 안전하고 평등하게 변화할 수 있다.

시민이 묻는 사회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부, 감추지 않고 설명하는 권력만이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킬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진심으로 그 길을 선택하려 한다면, 정보의 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정보공개는 개혁의 수단이 아니라 개혁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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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이민 시위에 주방위군 보낸 트럼프. 결국 해병대까지 투입했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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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5/06/10 10:06
  • 수정일
    2025/06/10 10:0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캘리포니아 주지사 "주방위군 불필요·트럼프 개입 전엔 아무 문제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3일째 일고 있는 이민 단속 항의 시위에 예비군 격인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해병대 투입 가능성까지 언급했는데 실제 해병대 투입이 이뤄졌다.

 

8일(이하 현지시간) 미 본토 방위를 담당하는 북부사령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로스앤젤레스 광역권 내 로스앤젤레스, 패러마운트, 콤톤에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약 300명이 배치됐다고 밝혔다. 북부사령부는 국방장관 지시에 따라 약 2000명의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이 연방 지휘 및 통제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나 폭력 행위가 법 집행을 직접적으로 저해하는 경우 미국 정부 권위에 대한 반란으로 간주한다"며 로스앤젤레스에서 6일 시작된 이민 단속 항의 시위에 최소 2000명의 주방위군을 투입해 개입할 것을 명령했다. 주방위군은 일종의 예비군으로 대부분 다른 민간 직업을 갖고 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훈련을 받고 필요시에만, 주로 홍수·산불 등 심각한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투입돼 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7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결정을 지지하며 "폭력이 지속될 경우 현역 해병대를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남쪽으로 160km 가량 떨어진 캠프 펜들톤의 해병대원들이 "고도의 경계 태세"에 있다고 덧붙였다. 8일 북부사령부는 약 500명의 해병대원이 배치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병대원 배치 준비는 "정신 나간 행동"이라고 비판했지만 결국 해병대 투입은 현실화됐다. 미 북부사령부는 9일 발표한 성명에서 "주말 동안 경계 상태에 있었던 해병 보병 대대를 활성화했다"며 "제1해병사단 산하 제7해병연대 제2대대에 속한 해병대원 약 700명은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연방 인력과 재산을 보호하는 '태스크 포스(TF) 51' 산하에서 운영되는 '타이틀 10' 부대와 원활하게 통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령부는 "해병대의 투입은 주요 연방 기관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태스크 포스 51'에 해당 지역을 지속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충분한 병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령부는 "'태스크 포스 51'은 미 육군 북부의 비상 지휘소로, 국토 방위 및 국토 보안 작전에 대응하여 민간 당국 및 국방부 기관과 신속하게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사령부는 "'태스크 포스 51'은 '타이틀 10'에 속한 약 2100명의 주방위군 병사와 700명의 현역 해병으로 구성되어 있다"며 "태스크 포스 51 병력은 병력 증강, 군중 통제, 그리고 병력 사용에 대한 상비 규칙에 대해 훈련받았다"고 설명했다. '타이틀 10'은 미 연방법전 10편으로 미국 군대의 역할을 명시한 연방법 조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해병대 투입에 대해 뉴섬 주지사는 소셜미디어 본인 계정에서 "미 해병대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여러 전쟁에서 명예롭게 복무해 왔다. 그들은 영웅"이라며 "이들은 독재 대통령의 망상을 실현하기 위해 자국민들에 맞서는 미국땅에 배치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은 미국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에도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남부 국경에 군을 추가 투입해, 현역 군인을 법집행에 투입하는 것을 제한하는 포세 코미타투스법(Posse Comitatus Act) 위반 우려를 받은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국방장관이 현역 군인의 경계 태세를 강화할 순 있지만 실제 배치는 대통령만 할 수 있고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반란진압법(Insurrection Act)이 발동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해병대가 법집행 목적으로 배치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1992년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요청에 따라 로스앤젤레스 폭동 진압을 위해 캠프 펜들톤의 해병대를 파견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뉴섬 주지사는 8일 국방장관에 보낸 서한 및 이를 공개한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통해 주지사 권한을 우회한 주방위군 배치는 "불법"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그는 "트럼프가 개입하기 전까진 아무 문제도 없었다"며 "로스앤젤레스엔 현재 주방위군을 배치할 필요가 없고 이러한 장기적인 불법 배치는 주 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며 상황을 악화시키려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연방법전 10편12406조(10 U.S.C. 12406)를 이용해 주방위군을 배치했는데, 이 조항은 "외국에 의한 침략이나 침략 위험", "미국 정부의 권위에 대한 반란이나 반란 위험"이 있을 때 주방위군을 파견할 수 있게 한다. 다만 그 파견 명령은 주지사를 통하도록 돼 있다. 대통령이 주지사 요청 없이 주방위군을 동원한 마지막 사례는 1965년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앨라배마주에서 시민권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견한 주방위군 역할을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을 포함한 연방직원 및 연방재산 보호로 한정했다. 군의 법집행 투입을 제한하는 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8일 미 조지타운대 스티브 블라덱 법학 교수는 포세 코미타투스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주방위군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민국 요원들에 대한 일종의 방호 및 물류 지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블라덱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방위군이 이민국 직원 "보호"를 명목으로 결국 무력을 사용하게 될 수 있어 군 주둔이 "폭력 고조 위험을 높인다"고 우려했다. 또 이 경우 정부가 이번 조치가 '실패'했다며 더 공격적인 군 배치를 할 구실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민자 직장 급습이 시위 촉발…LA 시장 "행정부가 혼란 유발" 비판

 

8일까지 사흘째 이어진 시위는 6일 이민국 요원들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민자 대량 단속을 위해 직장을 급습하면서 촉발됐다.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을 보면 6일 로스앤젤레스 시청 인근 패션거리에 위치한 한 의류업체 등 이 지역에서 최소 세 건의 이민자 단속 작전이 벌어졌다. 이후 수백 명이 이에 항의해 로스앤젤레스 연방 청사 밖에서 시위를 벌였고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시위는 7일 이민국이 히스패닉계 주민이 80%에 달하는 로스앤젤레스 인근 패러마운트에 위치한 소매업체 홈디포를 급습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며 이 부근에서 격화됐다. 패러마운트에서 시위대는 법집행 차량을 발로 차는 등 당국과 충돌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사용해 이들을 저지했다.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 파견 각서에 서명한 뒤 밤 늦게 시위는 더욱 격화돼 시위대는 경찰에 돌, 유리병, 폭죽 등을 던졌고 경찰은 고무탄과 섬광탄을 사용했다. 이날 저녁 로스앤젤레스 시내 메트로폴리탄 구치소 밖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이 시설엔 단속된 이민자들이 구금돼 있다.

 

주방위군이 배치된 8일에는 로스앤젤레스 곳곳으로 시위가 더 확산됐고 500km 떨어진 다른 도시 샌프란시스코까지 번졌다. 이날 아침부터 로스앤젤레스 메트로폴리탄 구치소 앞에 시위대가 모였고 오후엔 그 규모가 수백 명으로 불어났다. 주방위군 20명이 아침부터 구치소 앞을 지켰고 경찰은 최루탄, 후추탄 등을 이용해 시위대를 해산하려 시도했다. 시위대 일부는 한때 고속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이 지역 패서디나에서도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에서 27명, 7일엔 29명이 체포됐다.

 

8일 로스앤젤레스 시위와 연대를 표명해 일어난 샌프란시스코 시위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최소 60명이 체포됐다. 로스앤젤레스 시장 캐런 베이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로스앤젤레스에서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혼란은 행정부가 유발한 것"이라며 "직장을 습격하고 부모와 자식을 갈라 놓을 때" 시민들이 "공포와 공황"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뉴섬 주지사는 소셜미디어에서 "폭력 행위"를 저지르는 일부 시위자들을 향해 "도널드 트럼프가 도시를 군사화하고 민주주의를 우회하기 위한 구실로 당신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체포"를 압박했다. 그는 "많은 평화적인 시위자"를 향해선 "기본권"과 "안전"을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8일 시위 상황이 악화되며 로스앤젤레스 경찰 당국이 "통제 불능"을 호소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소셜미디어에서 이를 인용해 로스앤젤레스에 "군을 보내자"고 주장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로스앤젤레스 시청에서 이 지역 연방 청사까지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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