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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스크에 나타난 북한군에서 재현된 항일유격대 전통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5/07/2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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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미국의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은 본지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이 어떻게 전투에 임했는지 보여주는 다양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를 통해 북한군이 현대전에 얼마나 준비되었는지를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무인기가 굉장히 많이 투입되어 장갑차 같은 장비를 쓰거나 여러 병사가 모여 있으면 위험하다. 결국 2~3명으로 편성한 소규모 병사들이 돌격해 작전을 펴야 했고 이 때문에 개별 병사의 정신력과 체력, 훈련 수준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정규전임에도 마치 유격전의 특징이 나타난 것이다. 

 

▲ 러시아가 공개한 북한군.

 

공개된 여러 증언을 종합하면 북한군이 ▲최고사령관을 향한 충성심이 강하고 ▲강한 전투 의지를 지녔으며 ▲임무 수행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아끼지 않았고 ▲포로가 되느니 자폭을 선택했으며 ▲동료를 위해 죽음도 불사했고 ▲강인한 체력과 높은 사격술을 지녔으며 ▲변화된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다는 주장이 반복해 등장한다. 

 

마치 북한이 이야기하는 일제강점기 항일유격대와 비슷한 모습이다. 

 

북한군의 특징을 자세히 분석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관련된 자료를 다시 정리해서 소개한다. 

 

NPR

 

6월 16일 자 미국 NPR(전국 공영 라디오)가 보도한 「우크라이나에 맞서 러시아를 위해 싸우는 북한군, 드론 전쟁에 능숙해져」에 나오는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 NPR


“그들은 2차 세계대전 전술을 사용하던 것에서 드론을 이용한 전장 관리로 전환했다.”

“그들은 매우 빠르게 배웠다.”

“우리는 군인들에게 북한군과의 직접적인 교전을 피하라고 지시했다.” (북한군과 교전하면서 피해가 커지자 내린 지침)

“북한군이 없었다면 러시아가 쿠르스크를 탈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제225독립강습여단 사령관 올레흐 시랴예프

 

“그들은 러시아군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신체적으로 준비된 상태였다.”

“건강하고 기동성이 뛰어나 보였다.”

“러시아군에게서 관찰한 것보다 훨씬 더 규율적인 전투 방식이었다.”

“북한 군인이 목숨을 걸고 들판에서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러시아군이 그러는 걸 본 적이 없다.”

-북한군을 드론으로 목격한 제8특전연대 의료 요원 ‘블라드’(호출 부호)

 

“바바야가(드론 종류)가 러시아 부대 위로 날아가면 러시아군은 크게 두려워한다. (크고 시끄러워서) 마치 헬리콥터가 바로 위로 지나가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군은 아무런 주의도 기울이지 않고 임무를 계속 수행했다. 그들은 엄폐물 없이 곧장 전장을 가로질러 나갔다. 근처 어딘가에서 포격이 있더라도 숨지 않았다. 우리의 FPV(일인칭 시점) 드론을 피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제61여단 공중 감시 부대 지휘자 ‘안드리’(호출 부호)

 

“부대에서 떨어져 나와 버려진 집에 숨어 있는 북한군 병사를 잡으려고 했다. 그는 젊고 체력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잡을 수 없었다. 그는 울타리를 넘었고 50살 먹은 우리 군인들이 따라잡으려고 내려왔을 때는 이미 사라져 버렸다. 나중에 군인들이 그가 배낭과 장비를 들고 달리는 것을 발견했는데 부상한 상태였다. 군인들이 접근하는 걸 본 그는 궁지에 몰렸다는 것을 깨닫고 수류탄을 꺼내 자폭했다.”

-제61여단 정찰 부대 지휘자 ‘볼로디미르’(호출 부호)

 

“북한 군인이 들판에 침착하게 서서 소총으로 드론을 매우 정밀하게 사격했다. 그들은 내 드론을 여러 번 격추했다.” (북한군은 드론을 만나면 3명 중 1명이 드론을 유인한다. 유인자가 멈추면 드론도 멈추는데 이때 다른 두 명이 조준 사격으로 파괴한다.)

-드론 조종사 ‘막심’(호출 부호)

 

NK 인사이더

 

미국 NK 인사이더가 1월 10일 보도한 「단독 보도: 쿠르스크주에서 북한군 병사 시신에서 발견된 문서 및 유품(1)」과 1월 9일 보도한 「단독: 쿠르스크주에서 북한군 병사 시신에서 문서 발견(2)」의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군 장교 시신에서 발견한 문서 「94려단 전투경험과 교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우리 맞춤법에 맞게 원문을 다듬었다.)

 

“모든 전투원을 사상과 신념의 강자, 높은 전투 정신으로 준비시킨다면 현대적인 무장 장비를 갖춘 적들도 정치사상적 우세, 전법적 우세로 능히 이길 수 있다. 작전 전투 2일간 전투원들은 적들의 포격이 우박치고 자폭 무인기가 벌떼처럼 달려드는 속에서도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의 전투명령을 목숨 바쳐 관철해야 한다는 높은 정신력과 전투 정신, 자기 희생정신을 발휘하면서 맹호와 같이 전장을 달려 최신 무기로 장비한 적들을 전율케 하고 플레호보지역을 해방하였다.”

 

“여단장, 대대장, 중대장, 전투조장들이 자기 위치에서 전투 지휘를 긴장하게 진행하면서 전투 과정에 급변하는 정황들에 대하여 정확한 판단과 결심을 채택하고 그것에 맞게 지휘를 진행함으로써 전투를 승리로 결속했다. 전투 과정 전투 지휘를 담당한 중대장들과 조장들이 희생되거나 부상으로 후송되는 정황이 발생하였을 때 신속히 참모부의 지휘성원들과 정치지도원, 부조장들에게 전투 지휘를 넘겨주고 전투를 중단없이 진행하도록 하였다.”

 

“대대들의 침투 지점들에 적들이 지탱점을 형성하고 완강하게 저항하였으며 이로 하여 전투 초기 성과를 확대하지 못하는 정황이 발생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역량으로 적을 경제 제압하는 한편 우회시켜 적들을 후미에서 타격하도록 하였다.”

 

“적들이 무인기로 아군의 이동을 정찰하고 포병 사격을 호출하여 타격하는 정황이 발생하였을 때 적 무인기에 대한 유인 및 집중사격을 조직하여 많은 무인기를 격추했으며 이미 수색한 건물들의 지하실에 은폐함으로써 인원 손실을 최소화하였다.”

 

“출발 대기 구역 공격 출발 진지까지 제1대대는 50킬로미터, 제7대대는 41킬로미터, 제10대대는 43킬로미터를 은밀히 진출하여 적이 상상하지 못하는 주거 지역의 북쪽과 동서쪽, 수림지에서 불의에 적들을 공격함으로써 31시간 만에 신속히 전투를 결속할 수 있었다. 특히 제1대대에서는 하차 지점으로부터 9킬로미터의 수림과 은폐지를 이용하여 은밀히 진행하였고 진출 노상의 프셀강을 2~3명씩 3척의 쪽배로 도하하였다.”

 

“구예보지역의 포병 무력과 적의 무인기 발진 지점들에 대하여 선제타격을 하지 못한 것으로 하여 그로부터의 인원 손실을 보게 되었다. 실시간에 의한 정찰 및 무인기 타격 행동이 진행되는 현대전에서 전투조(2~3명) 단위로 분산 행동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적의 무인기, 포병 타격으로 동시에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전투원들의 높은 사격술과 전진 속도에 겁을 먹은 일부 적 병사들 속에서 투항을 요구하고 포로가 될 것을 희망하였다.”

 

“일부 전투원들 속에서 전투 시 부상자가 발생하자 조급하게 그를 구원한다고 하면서 적의 사계와 포격, 무인기 타격을 고려함이 없이 접근하다가 적의 총탄에 맞아 함께 부상하거나 희생되는 현상들이 10여 건이나 나타났다. 부상자가 발생하면 냉정하게 사색하면서 주변의 적들과 화력을 제압하고 엄호하에 부상자를 구출해야지 무턱대고 들어가면 적들의 저격수와 집중 사격에 많은 인원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로씨야군항공특전사령부사령관과의 동영상회의」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드론 대응법이 담겨 있었다. 

 

“매 중대마다 적어도 1개의 무인기조를 조직하며 중대장은 지휘소에서 적정 감시를 24시간 조직하여야 한다. 정찰 없이는 그 어떤 전투 행동도 진행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첫 임무는 은폐하는 것이다. 매 대대에는 적어도 2~3개의 무인기조를 조직하며 주간 및 야간 정찰조들을 조직해야 한다. 또한 휴대용 전파장애기(재머)를 이용하여 전자전을 벌여야 하며 반드론총 탄알 6~8발을 장비해야 한다.”

 

또 다른 문서인 「진행 할 사업순차」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습격 개시 전에 정찰 및 습격대로 적 종심의 무인기, 포병, 전차 소멸할 것.”

 

정찰병이 정찰과 함께 습격 전투까지 하는 건 북한군 특유의 전술이다. 이들은 본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기에 사실상 목숨을 걸고 전투를 진행한다. 

 

“전투 진행 시 부상자는 자체로 처리하고 가능한 대로 도움 없이 은폐시키고 기본 역량은 자기 방향으로 전진하면서 임무를 수행할 것.”

 

속전속결을 위해 부상병은 혼자 버티며 후송을 기다리기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ABC뉴스

 

ABC뉴스가 4월 8일 보도한 「‘그들은 항복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사령관, 러시아에서 북한군과의 전투에 대한 자세한 설명」에는 쿠르스크에서 북한군과 전투를 벌였던 시랴예프 사령관의 증언이 나온다. 

 

보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을 쿠르스크에서 몰아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거의 8개월 동안 고전하며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고 하였다. 이때 북한군이 합류하면서 전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아래는 시랴예프 사령관의 증언이다. 

 

▲ 올레흐 시랴예프.  © Vyacheslav Ratynsky


“몇 달 동안 평양의 부대는 러시아가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 군대를 몰아내려는 노력에서 ‘정예’ 공격 부대가 되었다.”

 

“그들은 항복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을 포로로 잡은 사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미 부상한 사람들을 포로로 잡은 적도 있지만, 그들은 부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은 육탄 공격(보병 공세를 뜻함)을 했다.”

 

“북한군이 빠르게 러시아 공격의 선두 주자로 부상했다. 러시아군은 북한군이 점령한 땅을 확보하는 데 활용됐다.”

 

북한군이 마을을 점령한 뒤 러시아군에 인계하면 러시아군이 마을을 지키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신체적 준비 면에서 최고로 잘 준비되어 있다. 그들은 훌륭한 저격수다. 드론과 교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총으로 드론을 격추한다. 부상자를 버려두지 않는다. 항상 후송하려고 노력한다.”

 

“러시아군이 강제로 전투에 투입되는 것과는 달리 북한군은 헌신적이며, 전장에서 영웅적으로 죽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북한군과 싸우려면) 우리 병사들이 지뢰를 밟거나 미국이 공급하는 어떤 종류의 포탄에 맞아도 그 안으로 들어가 그들을 끝낼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뉴욕타임스

 

1월 22일 자 보도 「러시아와 함께 싸우면서 북한은 그들만의 전투를 벌인다」의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군은 러시아군과 달리 장갑차 지원 없이 전진한다. 이들은 러시아군과 달리 큰 손실을 보아도 재정비하거나 후퇴하기 위해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지뢰가 깔린 들판을 가로질러 맹렬한 포화 속에서 이동한다.”

 

“중상을 입으면 생포되지 않기 위해 한 손으로 수류탄을 쥐고 있다가 우크라이나군이 접근하면 폭발시켜 자폭한다.”

 

“눈 덮인 들판에서 8킬로미터를 이동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일부 병사는 부상했지만 후퇴하지 않았고 증원군을 기다린 후 공격했다.”

 

“그저 전진, 전진할 뿐이다. 동기 부여, 명령 그리고 엄격한 규율 덕분이다.”

 

“러시아군과 달리 전사자와 부상자를 후송한다.”

 

월스트리트저널

 

4월 8일 자 보도 「북한이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서 얻은 전장의 교훈」의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처음에는 최전선에서 참호를 파고 병참 지원을 했다. 그러나 정예 부대를 포함한 수천 명의 러시아군이 빠르게 파괴되자 북한군은 전장에 배치됐다. 북한군은 전술적 인식보다 훨씬 뛰어난 이념적 열정과 신체적 지구력으로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그들은 앞으로 돌진하면서 북한말로 소리쳤다. 함성이 엄청났다.”

 

“12월에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에 포위된 북한군 병사 한 명이 ‘김정은 장군’을 외친 뒤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했다.”

 

이와 비슷한 증언으로 키이우 인디펜던트 1월 16일 자 보도를 보면 “북한군 포로를 잡을 뻔했지만 그들은 ‘김정은 장군 만세’ 혹은 ‘조선노동당 만세’를 외치며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CNN

 

1월 30일 자 보도 「자폭과 80년대 전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이 작전하는 방식」의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보병의 빠른 공격을 위해 방탄복과 방탄모를 벗었다. 그들은 기동성이 뛰어나고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 특히 드론으로는 잡기가 어렵다.”

 

“그들의 배낭에는 최소한의 물 등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 외에 탄약이 가득 들어 있었다. 따뜻한 옷, 모자, 목도리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탄창 약 10개, 수류탄 5~10개, 기관총 탄약, 지뢰를 소지하고 있었다. AK-47의 최신형인 AK-12 돌격소총을 쓴다.”

 

“약 100미터 거리에서 드론을 격추하는 데 뛰어난 사격 실력을 보였다.”

 

“그들은 부상으로 더 이상 싸울 수 없게 될 때까지 당당하게 전투에 나선다. 모든 항복 요구를 거부하고 계속 싸운다. 마지막에 수류탄을 사용해 자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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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 빠진 '윤희숙 혁신위'…국민의힘, '혁신안 패싱'하고 전당대회행?

 호우 피해에 의총 2차례 연기, '인적 쇄신' 논의 표류…전한길은 일단 '당원'신분 유지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제안한 혁신안 논의가 국민의힘 안에서 공전하고 있다. 당은 애초 전국 폭우 상황을 이유로 한 차례 연기한 의원총회를 21일 열어 혁신안 관련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또다시 호우피해를 이유로 취소했다.

 

윤 혁신위원장은 자신의 목소리가 당 지도부로부터 '매몰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선 패배 뒤 '쇄신'을 공언한 국민의힘의 혁신위 활동은 사실상 동력이 빠진 상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순연된 의총 개최 시점에 관해 "수해 현장 복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잡게 될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당장 내일 개최는 어려울 거 같다. 빠르면 수요일(23일) 이후에 의총을 개최할 수 있을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의총 최대 안건은 혁신위에서 제안한 혁신안에 관해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었다. '윤희숙 혁신위'를 둘러싼 당내 의견이 분분한 만큼, 혁신안을 수용할지 또는 부분적으로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등에 관해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윤 위원장이 발표한 혁신안에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윤 위원장이 지난 16일 송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을 당내 첫 인적 쇄신 대상자로 지목하며 분위기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지난 17일 지도부에 혁신안을 보고한 뒤, 당시 분위기를 "다구리(몰매를 뜻하는 은어)"로 요약한 윤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아주 무의미한 트집만 잡으면서 시간을 끌려고 하는 게 보였다. 그건 바로 혁신안에 대한 다구리"라고 항변했다.

 

윤 위원장은 "이 분들이 지금 우리 당의 어떤 위기 상황을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혁신하지 않고 그냥 전당대회를 연다는 게 국민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대해 너무나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거 같다. 굉장히 절망스럽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22일 전당대회를 열 예정이다. 본격적인 전당대회 국면에 접어들면, 당의 시선은 각 주자에게 쏠리고 혁신위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사그라질 가능성이 크다.

 

윤 위원장은 혁신안이 의총에서 묵살될 경우 "국민이 볼 때 (국민의힘) '의원 전체가 수구 세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극적인 지도부를 향해 "욕먹을까 봐 의총도 못 여는 지도부가 되는 것"이라며 "요즘은 온라인도 있고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의총을) 진행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당권 출마를 공식화한 인사들도 지도부의 '혁신 역행' 행동을 비판하고 나섰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윤 위원장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이 전당대회를 하고자 하면 사실 많이 바꾼 상태에서 해야 한다"며 "혁신에 대해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윤 위원장이) 인적 쇄신에 대해 1호를 발표했고, 나머지도 발표하려고 준비는 해놓았다고 한다. 의총이 열리지 않아 미처 발표할 기회를 갖고 있지 못하는데, 이러다가 바로 전당대회로 들어가면서 그런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면 발표할 기회를 놓칠 수밖에는 없지 않으냐는 우려의 말을 같이 나눴다"고 전했다.

 

조경태 의원은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국민의힘은) 온전한 정당이 아니다. 극우세력과 뒤죽박죽돼 있다"며 "진정한 인적 쇄신이 없으면 보수 통합이 안 된다"고 윤 위원장 혁신안에 힘을 실었다.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 중인 한동훈 전 대표도 안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비공개로 만나 당의 '우경화'에 관한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에도 지도부의 침묵은 길어지고 있다. 당장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해 온 전한길 씨의 '출당' 조치를 당헌·당규에 따른 "조사 및 확인"을 이유로 시간을 끌고 있다. 당 일각의 출당 요구에도 지도부는 전 씨에게 해당 행위가 있는지 우선 살펴보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전 씨 입당은 국민의힘 혁신의 '악재'로 꼽힌다. 윤 위원장은 "그분(전한길)에게 판을 깔아준 중진도 징계해야 한다. 제가 그분들(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에게 거취를 요구한 것보다 지도부는 더 세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송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종료 뒤 기자들에게 "전 씨 입당 문제와 관련해 여기저기 많은 의견이 있다"며 "오늘 또다시 비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서울시당으로 하여금 전 씨의 언행에 대해 조사하고, 검토해 별도로 보고하도록 다시 한번 지시를 내렸다"고만 했다.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왼쪽)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안철수 의원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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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 대통령, ‘내란 옹호’ 강준욱 즉각 경질하라”

[아침신문 솎아보기] 강선우·강준욱, 대통령실 인사 비판 계속

한겨레 “대통령실 지명 철회, 자진 사퇴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

조선일보 “강선우 임명? ‘을’ 위한 민주당 을지로위 문 닫아야”

‘800-7070’ 발신자 윤석열 인정한 이종섭… 2년만에 통화 확인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5.07.22 07:32

▲ 지난 19일 집중호우 대처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보좌관 갑질’ 논란에 이어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의 ‘일제 식민통치 옹호’, ‘비상계엄 옹호’ 논란 등 대통령실 인선에 대한 비판이 계속된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강 비서관의 인식을 ‘극우’로 규정하며 대통령실에 사설로 경질을 촉구했다.

강준욱 비서관은 2018년 대법원의 강제동원 관련 판결을 비난한 글에서 “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믿으며 강제징용이란 것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2022년 페이스북에선 “이죄명 지옥 보내기에 대한 열망”이라고 했다. 지난 3월 펴낸 저서에서도 12·3 비상계엄을 “민주적 폭거에 항거한 비민주적 방식의 저항”이라며 “의회 다수당의 횡포를 참을 수 없어 실행한 체계적 행동”이라고 내란을 옹호했다.

“극우 인사가 국민통합 책임지는 대통령실 비서관이라니”

경향신문과 한겨레 모두 강준욱 비서관 경질 촉구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은 22일자 사설 <‘윤석열 내란’ 비호한 국민통합비서관 경질하라>에서 “극우 편향적 시각을 가진 인사가 국민통합을 책임지는 대통령실 비서관이라니, 납득하기 어렵고 부적합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강 비서관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내란 종식을 외치며 탄생한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실 비서관 발언이 헌법을 부정한 내란 세력의 ‘경고성 계엄’ 주장과 다를 바 없다”며 “‘강준욱 파문’은 잘못된 인사 중용 수준이 아니다. 보수 인사도 껴안는 국민통합 정부일 수 있지만, 생각이 다른 것과 틀린 것은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 그 겨울 ‘빛의 혁명’을 일으키고 정권교체에 힘 실은 국민에게 ‘내란 비호자’ 중용은 관용의 선을 넘었다”고 했다.

▲ 22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22일자 사설 <‘내란 옹호’ 강준욱, 이재명 정부 통합비서관 자격 없다>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강 비서관은 국민 통합이라는 임무에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공직을 맡을 자격도 갖추지 못했다. 더 이상 논란이 확산되기 전에 경질하는 게 옳다”고 했다.

한겨레는 “헌정질서를 파괴한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대통령의 권한 행사로 정당화하는 지극히 위험한 극우적 주장이다. 이런 인물이 어떻게 내란 극복을 지상과제로 하는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실에 들어왔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나는 강제징용이란 것을 믿지 않는다”, “위안부도 마찬가지지만 길거리에서 아무나 무작정 잡아간 것으로 여기기에는 일본인들의 태도가 너무도 존경스러운 수준” 등 강 비서관의 일제 식민통치 옹호 발언을 소개했다.

한겨레는 “우리 민족이 겪은 역사적 비극마저 부정하는 왜곡된 식민사관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통합비서관은 반대 진영의 의견도 수렴해 국민 통합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재명 대통령을 비난했던 인물을 기용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상식적 사고를 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강 비서관은 단지 이 대통령에 적대적이었다는 수준을 넘어 헌정질서와 역사적 진실마저 부정해왔다. 이런 인물을 앉혀서는 국민 통합이라는 취지가 오히려 훼손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 22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

조선일보는 이날 4면 <李 지지한 정규재가 강준욱 추천… 그래서 안 자르나> 기사를 통해 강 비서관 관련 소식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강 비서관을 추천한 보수 인사는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정규재 주필은 조선일보에 “이 대통령이 국민 통합 차원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이를 쓰고 싶어 하기에 추천한 것”이라며 “만일 강 비서관을 공격해 무너뜨리면 다음에는 이런 실험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文정부 장관 강선우 예산삭감 폭로, 조선 “갑질 어디까지…”

조선일보는 강 비서관보다는 강선우 후보자에 집중하는 지면 배치를 보였다. 1면 <그의 갑질은 어디까지…>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당시 여가부 장관을 지낸 정영애 전 장관의 강선우 후보 관련 갑질 폭로를 주요하게 보도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21일 지인들에 보내 메시지에서 강 후보와 관련해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 해결 못 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갑질을 하는 의원을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는 입장을 밝혔다.

▲ 22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는 “2021년 당시 초선 의원이었던 강 후보자는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구에 성폭력 피해자 지원 시설 ‘해바라기센터’ 설치를 추진했는데, 정 전 장관이 산부인과 의사 확보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라며 “강 후보자가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으냐’고 화를 냈다는 게 정 전 장관의 주장”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22일자 사설 <갑질 장관 임명, 乙 위한 ‘을지로위’라도 폐지를>에서도 강 후보자를 향해 “이번에는 자신이 맡게 될 부처에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추가됐다. 우리 사회의 소수, 약자들을 위한 부서의 장이 될 수 있겠나”라며 “그런데도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강 후보자 임명을 관철할 태세”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은 사회적 약자 보호를 표방해온 당이다. 12년 전부터 당내에 ‘을지로위원회’란 기구를 만들어 을(乙)의 목소리를 듣고 갑질을 근절하겠다고 해왔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을지로위원회가 ‘민주당의 정체성’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최소한 을지로위원회는 문을 닫는 게 옳다. 그러지 않으면 을지로위는 희극이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 22일자 한겨레 1면 기사.

한겨레는 1면에 강 후보자와 강 비서관의 논란을 같이 보도했다. 1면 <갑질·망언 더 나와도 꿈쩍 않는 대통령실> 기사에서 한겨레는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빗발쳤지만, 대통령실은 지명(임명) 철회나 자진 사퇴는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두 사람의 과거 행적과 관련한 논란이 추가로 불거지며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라고 했다. 이어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비판 성명들을 인용했다. 경향신문도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 “강선우, 민원 안 들어주자 예산 삭감”> 등 강 후보자 관련 기사를 1면에 냈다.

‘발신자 윤석열’ 이종섭 인정 대신 尹 입장문 상단 다룬 조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023년 7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의 처벌 얘기가 나오자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V 격노설’이 불거진 시점이다. 통화를 마친 뒤 이종섭 전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언론 브리핑 취소 및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당시 통화에서 격노로 느낄 만한 대통령의 질책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22일자 아침신문 다수가 이를 지면에 소개했다. 한겨레는 1면에 <이종섭, 채상병 사건 ‘VIP 통화’ 인정… “02-800-7070 발신자 윤석열 맞다”> 기사를 내며 “이로써 이 전 장관을 매개로 수사 외압이 시작된 진원지로 지목된 ‘02-800-7070’ 발신자가 윤 전 대통령이었음이, 이 전 장관 쪽의 의견서 공개로 사건 2년 만에 확인됐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통령 통화’ 부인하다 이제서야 실토한 이종섭> 사설에서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비롯한 안보실 관계자들도 특검 조사에서 그동안 부인해왔던 ‘VIP 격노설’을 인정했다. 지난 2년 동안 국민을 속여온 윤석열 정권의 뻔뻔함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부인해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방부 장관을 지낸 사람이 오로지 자신의 안위만 따져 사실을 선택적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22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 22일자 조선일보 10면 기사.

<“용산 800-7070 발신자는 윤” 이종섭, 2년 만에 시인> (중앙일보 6면), <이종섭 “‘800-7070’ 번호 발신자는 尹” 2년만에 실토> (동아일보 3면) 등 보수 성향의 신문에서도 이종섭 장관 관련 기사를 주요하게 다뤘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김건희 소환 통보한 날… 尹 “정치탄압, 나로 족해”> 기사에서 이 전 장관의 통화 인정을 한 문단으로 짧게 다뤘다.

관련기사

조선일보는 대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장문을 상단에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구속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말도 안 되는 정치적 탄압은 저 하나로 족하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이라며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김 여사 소환 조사가 임박하자, 윤 전 대통령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입장문을 낸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앞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은 오는 29일 오전 10시, 김건희 여사는 8월6일 오전 10시 특검 사무실에 나와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명태균씨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렀는데, 특검이 김 여사를 소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일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건진법사 청탁 의혹 등 여러 의혹에 대한 조사가 한꺼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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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없어서가 아니라 죄가 넘쳐서, 이재용 무죄

최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대법원이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지난 25년 넘게 이어져온 경영권 불법·탈법 세습 논란은 법률적으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 기사는 2000년 처음 이 사건을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린 주역 중 한명이었던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의 소회와 분석이다.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사진은 지난 2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연합뉴스

지난 17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의 상고심에서 이재용 삼성회장과 관련자 전원의 전부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이로써 에버랜드와 SDS의 신주 배임발행의 최대수혜자이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공정 합병 관련범죄의 몸통, 이재용 회장이 지난 25년간 지속된 경영권 무세세습 사법리스크의 멍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같은 동전의 이면이지만, 2000년 6월 29일 필자를 위시한 43인의 법학교수들이 그룹차원의 조직적 배임범죄로 형사고발한 삼성경영권 무세세습에 대한 형사법적 단죄노력이 정확하게 4반세기만에 초라한 무죄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재용 회장에게는 축제의 날일지 몰라도 43인 법학교수들의 입장에서는 비감한 통한의 날이다.

이번 대법판결의 핵심 문제는 법의 잣대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앞에서 갈대처럼 휘었다는 데 있다. 역사는 훗날 7월 17일을 법의 기술로 법의 정의가 난도질당한 삼성 발 법치(恥)일로 기록할 게 틀림없다. 명백하고 중대한 일련의 동종 범죄행위에 대해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질끈 눈을 감고 '묻지 마' 무죄판결을 진상한 사법정의 사망의 날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두 번이나 탄핵한 대한민국의 사법정의와 법치주의가 유독 삼성총수의 권세 앞에 무릎 꿇고 멈춰 선 날은 하필 제헌절 77주년 기념일이었다. 입헌주의와 법치주의의 날에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커피를 뽑아먹을 100원짜리 동전 8개, 총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버스기사를 해고한 버스회사의 손을 들어줬던 오석준 대법관이 모르긴 해도 그 10억 배도 훨씬 넘을 '경제대통령'의 배임혐의를 무죄로 판결한 주심이었다는 사실도 아이러니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30년 스토리 : 4단계 배임성 '무세(無稅)승계' 작전

2000년 6월 29일, 전국 법학과 교수 43명이 고발인으로 나서 삼성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 이사, 감사 전원 및 주주계열회사 대표이사 전원에 대한 형사고발장을 서울지검에 제출했다. 여기서부터 25년에 걸친 이재용 현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시작된다. ⓒ 이종호

지금 시점에서 정리하자면 문제의 삼성경영권 무세(無稅)세습 작전은 최소한 네 단계로 진행됐다.

첫째는 1996년 12월 이재용과 세 자매를 위한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헐값발행이었다. 이것으로 이재용이 단숨에 에버랜드의 지배주주가 됐다. 2년 후인 1998년 IMF외환위기로 주식과 자산가격이 반 토막 났을 때도 내부계열사끼리 에버랜드 주식을 주당 10만 원에 거래한 기록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1996년 12월 이재용과 세 자매는 에버랜드 지배지분을 어떤 프리미엄도 지불하지 않고 주당 9천원에 매입했다. 당시에도 에버랜드는 단순히 계열사의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사실상의 지주회사였다. 이재용 남매가 눈 떠보니 취득한 에버랜드 지배지분은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어 그룹전체의 지배권으로 이어지는 황금지배지분이었다. 참고로 당시 이부진, 이서진 등 세명도 에버랜드 지분을 이재용 보유지분의 3분의 1씩 취득해서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

1998년 12월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전현직 임원명의로 차명 보유하던 생명주식 344만주(지분율 20%)를 에버랜드가 헐값에 취득한 것이 두 번째 단계였다. 이로써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그룹지주사가 되고 이재용이 그 꼭대기에 앉아 이때부터 실질적인 그룹지배권을 갖게 됐다. 이재용-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다시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완벽한 순환출자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배지분 취득 당시 비서실은 차명주주들에게 주당 9천 원에 사들였다. 1년도 안 된 1999년 11월 4일 이건희 회장은 삼성자동차 파산책임을 지고 채무상환용으로 본인명의로 보유해온 삼성생명주식 400만주를 사재 출연한다. 이때 삼성생명 주당가치는 주당 70만 원이며 2조8천억을 사재 출연했다고 대서특필됐다. 주당 9천 원은 차명수수료와 명의개서료에 지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무튼 1999년의 에버랜드의 생명지분 인수는 다소 느슨했던 지배구조에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어 이재용 시대를 연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세 번째 단계는 에버랜드가 제일모직과 합병한 후 합병회사 이름을 제일모직으로 바꾼 것이었다. 법적으로 오염된 에버랜드 법인명을 대중의 기억에서 지우려고 했던 것 같다. 이제 이재용은 제일모직의 지배주주가 됐지만 그룹차원의 순환출자구조는 바뀐 게 없었다.

이재용이 지배하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한 것이 네 번째 단계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를 확실하게 지배할 목적이었다. 이렇게 되면 이재용이 덩치 큰 글로벌기업 삼성전자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었다. 특히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사망으로 부친소유 전자지분을 상속받으면 이재용의 직접소유와 간접소유 지분합계가 최소 6~7%에 달해서 안심이 될 것이었다. 그래야만 만에 하나 보험업법 개정으로 금산분리규정이 강화돼 삼성생명이 보유해온 전자지분 중 순자산의 3% 초과분을 처분해야하는 특단의 사정이 생기더라도 삼성전자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었다.

욕심 : 0.35 대 1

삼성물산은 오래전부터 상장사였지만 제일모직은 에버랜드 이래로 비상장사라서 삼성총수의 비서실이 이름을 바꾼 미래전략실은 먼저 제일모직을 상장시킨 후 삼성물산과 합병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제일모직이 분명한 지주사임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양사의 주가가 예상을 뒤엎고 엇비슷하든가 오히려 삼성물산 주가가 조금 높았다는 데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전략실은 양사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다들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시장가격에 의한 합병을 추진할 수 없었다.

여기서부터 뒤에서 간단하게 살펴볼 각종 어려움이 잉태되었는데, 이것은 철저하게 이재용와 세 자매의 뜻에 따라 미래전략실이 욕심을 부린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법원은 1심, 2심, 3심 모두 이재용은 물론이고 미전실장 장충기 등 관련자 14인 누구도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합리적인 경영판단으로 양사간 협의 합병을 추진했다며 면죄부를 줬다. 말이 되는지 살펴보자.

상법(회사법)에 따르면 합병회사는 상호 협의 아래 주식교환비율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전략실은 그 방법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이게 총수의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미래전략실의 의뢰를 받은 투자증권사들과 회계법인들이 양사의 기업 가치를 평가한 결과 협의비율이 제일모직 0.35주 당 삼성물산 1주로 맞춰졌다.

상장시가 기준으로 1대1이 둔갑한 것이라 누가 봐도 제일모직에 유리하고 삼성물산에 불리한 불공정한 합병비율이었다. 하지만 국내의 어느 투자자문회사나 회계법인이 삼성총수의 뜻을 알고도 거꾸로 가랴. 그랬다가는 모든 재벌총수로부터 일감이 끊길 판이다. 심지어, 제일모직은 이재용이 지배하는 회사라 그 임원들이 무슨 소리를 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기 때문에, 삼성물산의 대표이사와 사외이사들이 총대를 메고 명백한 자해성 합병비율을 옹호하는 웃지 못 할 코미디가 벌어졌을 정도다. 이거야말로 초현실주의적인 극사실주의 풍경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대법원 무죄가 확정된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덜미, 그리고 기이한 결말

이때 삼성물산 3대 주주였던 미국사모펀드 엘리어트가 튀어나와 소수주주들과 기관투자가들을 규합하며 합병반대캠페인을 조직해서 반대논리가 먹히기 시작한다. 다급해진 이재용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이자 제일모직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을 합병찬성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뇌물을 준다. 안종범 경제수석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받은 국민연금은 합병주총에서 찬성 표를 던지고 덕분에 간신히 3% 차이로 반대를 누르고 양사의 주주총회를 통과해서 양사의 합병이 성사됐다. 이에 격분한 소수주주들이 합병무효소송을 내고 참여연대가 배임죄 등으로 형사고발을 했다.

물산 1주 대 모직 0.35주 교환비율은, 삼성물산 기업가치를 정할 때는 모든 자산과 사업기회의 가치를 최소로 평가하고 제일모직 기업가치를 정할 때는 부동산과 사업기회를 최대로 부풀려 억지로 맞춘 결과였다. 구체적으로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에버랜드 토지가격과 이재용 시대의 플래그 십(flag ship)으로 만든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를 한껏 부풀리며 업무상 배임 등을 저질렀다.

삼성은 용인시청과 토지평가사, 건설부를 어떻게 구워 삼았는지 합병에 대비해 1년 전에 미리 에버랜드 공시지가를 대폭 올렸다가 합병성사 직후에 공시지가 재(再)인하를 요청해서 재산세를 아끼는 놀라운 재주를 부렸다. 또한 삼성 미전실은 삼바와 미국제약사 바이오젠의 합작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콜 옵션 회계처리와 관련해 회계부정을 저질렀고 이것을 덮기 위해 삼바공장의 콘크리트 바닥을 파고 대대적인 증거인멸 작업을 수행했으나 얼마 안 돼 덜미를 잡혔다.

윤석열-한동훈-이복현 검찰의 본격 수사 끝에 이재용과 하수인들은 2020년 9월 업무상 배임, 공시의무 위반, 증거인멸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다. 그런데 결말이 기이하다. 놀랍게도 2024년 2월의 1심에 이어서 1년만인 2025년 2월 2심도 이재용 회장과 하수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다시 불과 5개월 만인 지난 17일, 대법원 3부가 2심판결을 확정하며 삼성 이재용에게 완승을 선물함으로써 25년간 계속된 사법투쟁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삼바공장 콘크리트 바닥에 숨겨놨던 결정적인 핵심증거들을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배척한 후 물산 부당합병과 삼바 회계부정이 경영권 승계목적만으로 행해졌다고 볼 증거가 불충분하고 합리적 경영판단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는 것이었다. 재판부가 피고인을 봐주려고 마음먹을 때 동원되는 손쉬운 증거불충분 타령을 떼창했다.

도대체 왜 이랬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딜레마 아닌 딜레마 : 집행유예 없는 중형, 아니면 전부무죄

물론 지난 25년의 뒤틀린 사법과정에서도 때때로 희망의 순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나만 예를 들자면, 2019년 김명수 대법원은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2심의 가벼운 집행유예 판결을 파기하며 이 회장의 뇌물공여액수를 86억 8061만 원으로 올려서 확정짓고, 그에 맞춰 이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때가 최고법원이 처음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불법 대물림할 목적으로 국가권력을 동원한 거대한 국정농단의 실체를 인정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어떻게든 집행유예를 붙여주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던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종국에는 이재용 회장에게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해 잠시나마 법원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모두 마지막을 위한 서곡에 불과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지난 1, 2심의 전원무죄 전부무죄 판결에 대한 최종적인 추인이었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든 재판부는 도대체 무슨 이유와 배짱으로 전부무죄 결론으로 일관했을까? 그 답은 재판부가 느꼈을 심리적 딜레마에 있다고 본다.

만약 이 사건에서 단 하나의 유죄라도 인정된다면 뇌물공여 국정농단사건으로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이재용 회장은 5년 이상 실형을 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모든 정황과 증거를 고려해서 나온 정당한 법의 판단인 이상 재판부는 어떤 결론이 나와도 하등의 딜레마를 느낄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현실의 법관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 불공정합병 사건의 배임수혜액과 회계부정액수가 워낙 커서 이재용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최소 5년 이상의 징역형이 불가피했다. 더욱이 국정농단 뇌물전과로 누범 가중처벌을 적용받기 때문에 집행유예 선고마저 법적으로 불가능했다. 즉, 재판부의 선택지는 '집행유예 없는 중형' 아니면 '전부 무죄'라는 양자택일뿐이었다. 각급 법원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관계자 14인 전원무죄, 19개 혐의 전부무죄의 길을 택한 실질적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지배엘리트의 최상위층에 위치하는 엘리트 법관들 관점에서는, 물산-모직 합병 관련 뇌물공여사건으로 이미 2년이나 '국립대학' 생활을 맛보고 나온 이재용 회장에게 집행유예 없는 중형을 선고해서 다시 교도소로 보내는 것이 심리적으로 도무지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8년 2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뒤 석방되고 있다. ⓒ 이희훈

여기서 오해는 금물이다. 이 회장과 그의 하수인들에게 죄가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죄가 너무나 명백하고 중대해서 조금이라도 인정하는 순간 정서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중형을 선고해야하는 난처한 상황에서 엘리트법관들이 일제히 눈을 감아버렸다고 보는 편이 실체적 진실에 더 부합할 것이다. 실제로 1심, 2심, 3심 가릴 것 없이 무죄판결의 유일한 논거는 '증거가 불충분하고 달리 볼 여지가 없지 않다'는 소극적이고 전형적인 봐주기 면책논리뿐이었다. 그저 눈 질끈 감고 '원님재판'을 했다고 보면 맞다.

그러니 삼성과 이재용을 이제부터라도 정신 단단히 차리라고 훈계하는 대신 검찰수사를 맹비난하는 보수언론의 논설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헛소리에 가깝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번 1심과 2심의 무죄판결은 물론이고 대법원의 확정판결도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합병이 경영권 승계목적만이 아닌 합리적 경영판단의 결과일 수 있다고 강변한다는 점이다.

이는 이재용이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던 대법원의 2019년 국정농단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과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의 최고사법기관이 전원합의체를 거치지 않고 자신의 종전 판결취지를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면서까지 무죄판결을 내리는 모습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뒷배

이 지점에서 필자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은 사법부의 이런 흐름이 과연 조희대 대법원장의 존재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지 여부다. 대법원장이 직접 재판장이 되어 빛의 속도로 진행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유죄취지 대법판결, 기상천외한 논리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풀어준 지귀연 부장판사의 구속취소결정, 지 부장판사의 룸살롱 출입의혹을 감찰하고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대법원의 모습, 그리고 1심과 2심의 무죄판결을 거쳐 이재용 회장에게 최종 면죄부를 준 이번 대법판결까지가 모두 조희대 대법원장을 음으로 양으로 가리킨다고 하면 필자만의 지나친 억측일까. 그렇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상식과 법리가 뒤집힌 기이하고 씁쓸한 사법풍경을 목도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두 차례에 걸친 2년 영어생활을 이끌어낸 뇌물공여 국정농단사건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공정합병의 일환이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합병찬성을 유도할 목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집사 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처벌받았기 때문이다. 동일한 합병사건과 그 일환으로 이뤄진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바의 회계부정과 증거인멸 사건으로 이재용에게 다시 또 중형을 살리는 것은 가혹하다는 정서가 엘리트 법관들 사이에 팽배했던 것 같다. 이들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자신들의 무죄판결을 지지해줄 든든한 뒷배로 여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과적으로 공식세계에서는 삼성경영권 불법승계 역사와 이를 덮기 위한 삼성의 간단없는 국정농단 역사가 합법적 경영활동으로 세탁되고 면죄부를 얻은 셈이다.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또 고발교수들의 입장에서 깊은 비애와 통한을 피할 수 없지만, 대법원 판결은 최종심의 속성상 다시 뒤집을 도리가 없다. 다만 이재용 회장도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최종적인 역사의 심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5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나는 지난 30년의 지난하고 굴곡 많았던 장거리 경주를 다소 허탈하게 마감 당한 개인적 소회와 평가를 담아 이후 역사의 법정에 제출할 최후변론서 겸 재(再)기소장을 예비적으로 작성하고자 이 글을 썼다. 특히 <오마이뉴스>는 지금은 고인이 된 삼성해고자이자 삼성일반노조위원장 김성환님과 함께 삼성 사안에 관한 나의 첫 파트너였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시작한 '스탑 삼성' 캠페인의 최종 결말을 독자들에게 보고할 책임감으로 쓴 것이다.

교훈 : 금권 앞에 멈춰선 제왕적 사법부와 주권자의 직접 통제

이 글을 마치기 전에 두세 마디 보태고자 한다. 이번 무죄판결의 배후에는 국민의 동정여론이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이 우리나라를 먹여 살렸다'는 삼성성공신화도 '그냥 넘어가자'는 삼성편향 여론을 만들어내지만, 이번에는 이재용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2년을 감방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제 그만하면 됐다'는 국민정서가 더 강했던 것 같다.

담당재판부들도 이런 분위기를 정확하게 감지하고 이번에는 억지로 무죄판결을 내려도 별다른 비난이 쏟아질 것 같지 않다고 예측하고 눈 딱 감고 봐주기 무죄판결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이재용 회장은 이제부터 '돈 황제'를 우러르는 1심, 2심, 3심 법관들에게 고마워할 게 아니라, 동정여론을 만들어준 일반국민의 관용과 아량에 무한히 감사한 마음을 잊지 말고 준법경영과 사회책임에 앞장서야 마땅하다.

끝으로 이번 삼성무죄판결 스캔들은 사법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먼저 비뚤어진 엘리트의식을 길러주는 지금의 법조인양성과정은 인공지능시대를 맞아 발본적으로 혁신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법률가들이 모두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이미 유능한 법률가들도 인공지능만큼 고품질 변론서나 판결문을 쓰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중대사건을 맡은 법관이 대법원장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제왕적 대법원장제 역시 개헌할 때 영순위 혁파대상이다. 그밖에도 대법관과 하급심법관의 대폭 증원 및 국민의 사법참여(배심제, 참심제) 활성화를 포함하는 종합적인 사법개혁으로 더 이상 이중 잣대에 의한 자의적이고 선택적인 사법권 남용이 발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명색이 엘리트 법관이란 이들이 대한민국의 최강자들에게 법률상 요구되는 중형선고를 심리적으로 견디지 못하고 '묻지 마' 무죄선고로 도피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다.

요컨대, 이번 대법 판결이 우리 사회에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엘리트들로 구성된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가장 강력한 경제 권력을 제대로 견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주권자의 직접적인 통제가 필요하듯이, 제왕적 자본 앞에 꼬리를 내리는 제왕적 사법부를 바로 세우는 힘 또한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에게서 나와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이 시점에서 요구되는 사법개혁은 제왕적 대법원장제를 혁파하고 법관 수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 중대한 사법스캔들이나 엘리트 법관들의 중대한 비위에 대해 국민이 직접 조사하고 심판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추첨으로 구성된 사법개혁 시민의회에 법관인사시스템 개혁안 설계를 맡기거나 중대한 사법 불신을 초래한 법관에 대해 엄격한 요건 아래 국민소환제 도입여부를 논의하게 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렇게 사법부의 주인 역시 국민임을 헌법제도로 증명할 때 비로소 우리사회가 금권 앞에 멈춰선 사법정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6.1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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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다음 주부터 ‘피의자’ 윤석열-김건희 차례로 부른다

“김건희 조사, 하루로는 힘들 것…2주 뒤 부른 이유? 자발적인 출석 위해”

윤석열 전 2024.09.21.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씨에 대한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윤 전 대통령과 김 씨를 연달아 불러 조사한다. 특검팀은 각종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과 김 씨를 수사 개시 3주 만에 처음으로 소환 통보한 것이다. 

특검팀의 문홍주 특검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특검 사무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오늘 오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7월 29일 오전 10시 피의자로 출석하라는 수사협조 요청서를 서울구치소장에게 송부했다”며 “또한 오늘 김건희 씨에 대해서도 8월 6일 오전 10시에 피의자로 출석하라는 출석요구서를 주거지로 우편 송부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김 씨를 소환해 도이치모터스 및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조사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다. 윤 전 대통령 역시 명태균 씨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

문 특검보는 김 씨에 대해 여러 차례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문 특검보는 ‘김 씨 혐의사실이 여러 개인데, 당일 조사로 끝날 수 있나’라는 질문에 “하루로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씨의 소환일을 2주 뒤로 잡은 이유에 대해서는 “기한에 여유를 두는 것이 그분들이 자발적으로 출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김 씨의 소환은 공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 특검보는 “공개, 비공개라는 방침은 없지만 취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포토라인을 설치한다”며 두 사람 모두 기존 피의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출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내란 특검과 마찬가지로 평소 피의자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들어오게 하는 방법이 더 맞는 게 아닌가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씨 측은 특검팀의 소환과 관련해 “성실히 임하겠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한편,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소환해 조사 중이다. 문 특검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조사 중 인지된 변호사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조사하고 있으며, 오늘 조사 이후에도 이번 주 중 2차 소환 조사를 예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특검팀은 건진법사 등 의혹과 관련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사무실 등 7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기획재정부 등 일부 부처에 대해서도 관련 자료를 협조받기 위한 차원의 영장을 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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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이 '한풀이 이용 정치'라니

이득우 언소주 정책위원·조선일보폐간시민실천단 단장

mindlenews01@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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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검경수사단 약속 '뜬금없다' 비판

왜 거리 통제 안했는지, 긴급구조 왜 늦었는지

고인 이름 감춘 윤석열 괴기 행각 이유 밝혀졌나

'이태원' 대신 '핼러윈' 참사?…조롱부터 멈춰라

누군가 당신을 '진상'이라 불렀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진상은 하는 짓이나 겉모습이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우습고 거슬리는 사람을 칭하는 말로 주로 젊은 층에서 널리 쓰인다. 꼴불견과 같은 뜻이고 점잖게 가관이나 장관이라고도 한다. 매일 방씨조선일보가 저지르는 눈꼴사나운 짓거리를 지켜보다 보면 진상이라는 말도 아깝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중증의 자아도취에 빠져 아무 말이나 뇌까리는 모습 때문이다.

방씨조선일보는 사설(社說)을 핑계로 사설(邪說)을 들이대는 상습범이다. 즉 언론의 이름을 버젓이 내걸고 상습적으로 요설과 망발을 늘어놓는 집단이다. 그들이 7월 18일에 사설이라고 토해낸 제목은 "뜬금없는 '이태원' 검경조사단, 한풀이 이용 정치 그만"이다. 사설(社說)은 신문의 얼굴이고 목소리다. 체면을 내걸고 양심에 따라 진실을 말하는 자리라는 뜻이리라. 방씨조선일보에게 정상적인 언론이길 기대하는 일은 헛되고 헛될 뿐이다.

우선 방씨조선일보의 '뜬금없다'는 말이 생뚱맞음을 넘어 모욕적이기조차 하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000일이 되어 가지만 여전히 온갖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참사가 발생한 직후에 윤석열과 김건희 집단이 벌인 괴기스러운 행태는 슬픔에 빠진 희생자들의 가족은 물론 국민의 가슴에 대못질하는 만행이었다. 희생자의 사진을 금지하거나 근조 리본에 문구가 보이지 않도록 하라는 공문 하달 등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이제라도 진상을 소상히 밝혀야 하는 이유다.

'한풀이'라는 단어는 어떤가. 마치 한풀이가 무슨 죄라도 되는 듯이 종주먹대는 듯해 불쾌하다. 어찌 보면 정치인은 한을 풀어주는 사람이다. 부당함과 부패에 대한 울분과 분노는 늘 약한 자들의 몫이었다. 힘이 없어 제대로 풀지 못하는 그들을 대신하여 그 한풀이를 해주는 일이 정치인이 할 책무다. 특히 부패 기득권 카르텔이 갖은 수단 방법을 동원하여 한풀이를 막고 나설 때 당당하게 맞서라고 민중들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비롯한 대표자를 선택하는 수고를 마다치 않았다.

 

인터넷 조선일보 화면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진상 규명 조사단 편성이 문제라는 투다. 희생자 유가족과 국민이 지금까지의 조사나 수사에 대해 의심스러워한다면 마땅히 해소해야 한다. 제대로 실체가 드러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다시는 이런 대형 사회적 참사가 발생하지 않는다. 책임 소재를 가리는 과정에서 정쟁으로 흐르거나 본질이 훼손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은 언론과 국민의 몫이다. 방씨조선일보는 아예 자격 미달이니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라.

방씨조선일보는 "사건의 진상 자체가 조망이 안 됐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물고 늘어진다. 마치 대통령만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 갈라치려는 속셈이겠지만 대다수 국민 특히 유가족들이 한결같이 주장해 온 내용이다. 방씨조선일보는 '핼러윈 참사는 좁은 골목에 감당할 수 없는 인파가 몰려 넘어지면서 참사가 벌어졌다'는 경찰 조사 결과 외에 달리 나올 만한 '진상'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고 우겨댄다. '핼러윈' '누구나'라니 참으로 오만방자한 '진상' 방씨조선일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유독 방씨조선일보는 '핼러윈 참사'라고 고집한다. 선우정이라는 자가 했던 이태원 지역민을 고려했다는 알량한 변명이 민망하다.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짓이다. 그렇다면 10.29 참사라는 말은 어떤가? 핼러윈이라는 말로 그날 희생자들은 그저 놀러 갔을 것뿐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흉계를 모르리라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격이다. 국회에서 통과한 법조차 '10·29 이태원 참사'로 되어있다. 방씨조선일보가 희생자에 대한 의도적이고 노골적인 2차 가해를 하는 것은 아닐까? 놀러 가서 죽은 사람이 무슨 할 말이 있느냐고 우겨대려는 심보가 엿보인다. 방씨조선일보라는 독극물이라는 생각이 더욱 굳어진다.

방씨조선일보는 '코로나19'라는 공식적인 명칭에 대해서도 '우한 폐렴'을 고집하다가 슬그머니 내려놓은 전력이 있다. 아스팔트 극우들에게 극단적인 중국 혐오 정서를 선동하기 위한 술책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의도대로 일베를 비롯한 극단 세력들은 그 말을 즐겨 쓰고 있다. 방씨조선일보의 공작이 제대로 먹혔으니 자랑할 만한 일이다. 건강한 비판과 견제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분열과 갈등 그리고 혐오를 조장하는 자들이 언론일 수는 없다.

"유족으로선 애통한 일이고 이는 누구나 공감한다. 어느 정도 한풀이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도가 있어야 한다. 유족이 원한다고 없는 '진상'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한풀이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끝나야 한다"란다. 방씨조선일보의 위선적인 태도에 구역질이 치민다. 어르고 뺨치는 전형적인 2차 가해로 들릴 지경이다. 일말의 공감 능력이라도 남아있다면 방씨조선일보는 당장 '핼러윈'이라는 헛소리부터 폐기하라. 그리고 마음에 없는 말로 유족을 조롱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방씨조선일보에게는 가해자의 편에 서서 피해자를 괴롭히는 피가 흐르는 듯하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편에 서서 독립운동가를 욕보였던 자들이 방씨조선일보다. 전두환 살인마를 칭송하며 광주 민주화 운동에 나선 시민을 모욕했던 자들도 다름 아닌 방씨조선일보다. 윤석열의 12.3 내란 및 외환 시도에서도 그들의 입장을 옹호하며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을 지켜낸 시민을 바보로 취급하던 자들 또한 방씨조선일보다. 이번 기회에 이 모든 범죄에 대해 반드시 진상을 밝히고 처벌해야 한다.

그리하여 다시 '진상' 방씨조선일보는 폐간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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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윤석열이 박은 '부자감세' 대못 뽑는다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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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5.07.21 05:50

  • 수정 2025.07.2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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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원상복구' 가능성…'응능부담' 원칙 천명

배당분리 '당근'주고 대주주 양도세·거래세 회복?

근소세, 상속·증여세, 부동산세는 중장기 과제로

윤석열 정부 때 무너진 세수기반 되살리기 시동

이재명 정부가 전임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를 전면 원상복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전임 정부가 밀어부친 감세기조로 국가재정이 파탄나고, 세입기반이 붕괴했으며, 조세정의가 으스러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전방위적 '부자감세'를 추진하면서 내세웠던 '감세를 매개로 기업 성장을 촉발해 세수를 증가시키겠다'는 명분은 완벽히 파산했다.

이재명 정부는 우선 법인세 및 대주주 양도세 등부터 원상복구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소득세, 상속·증여세, 부동산세 등은 당장 손대지 않고 중장기 개편 과제로 남겨 둘 전망이다. 중요한 건 윤석열 정부가 세제에 박아놓은 '부자감세' 대못 뽑기가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응능부담 원칙 천명하며 법인세 원상복구 나선 이재명 정부

20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조만간 발표될 이재명 정부 첫 세법개정안에는 세수기반을 확대하는 여러 조치들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정부의 무리한 '부자감세'를 되돌리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증세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응능부담의 원칙(납세자 부담능력에 따른 과세 원칙)을 천명하며 법인세 인상을 예고했다.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 2022년 세법 개정을 통해 1%포인트(p) 인하된 최고세율이 원상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복합적인 경기둔화 요인이 적지 않게 작용하기는 했지만, 법인세수가 2022년 약 100조 원에서 지난해 60조 원 수준으로 무려 40% 급감한 데에는 윤석열표 감세가 결정적이었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판단과는 별도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에서 법인세 인상을 공식화하면서 이미 입법은 기정사실의 수순에 돌입했다.

 

이재명 정부 첫 세법 개정안 벙향

대주주 양도소득세도 원상복구하나?

주식 세제에서도 대주주 양도소득세부터 원상복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윤석열 정부는 상장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종전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대주주들이 과세 기준이 되는 연말 직전에 매물을 쏟아내면서 '개미투자자'들까지 손실을 보는 구조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였지만, 허무맹랑한 감세 명분과는 달리 극소수의 거액 자산가들만 감세 혜택을 집중적으로 누렸다.

증권거래세 인하분도 일정 부분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도입하면서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지만, 정작 금투세 도입이 무산돼 거래세만 인하하는 꼴이 됐다. 증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한 조치였지만, '유리지갑'으로 상징되는 근로소득과 달리 자본소득에만 과도한 비과세 혜택을 주는 기형적인 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증권거래세 정상화는 고(高)배당을 유도하기 위해 '배당소득 분리과세'라는 파격적인 당근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세수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현행 소득세법은 연 2000만 원까지 금융소득(배당·이자)에 15.4% 세율로 원천징수하지만, 2000만 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해 최고 49.5%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배당소득을 따로 떼어내 분리과세하면 그만큼 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이와 함께 '과세 사각지대'로 불리는 감액배당에는 과세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감액배당은 자기자본을 감액해 배당하는 것으로 순이익을 나눠주는 일반배당과 달리 과세되지 않다 보니, 대주주 조세회피에 악용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구윤철 신임 경제부총리도 관련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일반배당과 경제적 실질이 다르지 않다"며 개선 의지를 밝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7.17. 연합뉴스

근소세, 상속·증여세, 부동산세 등은 중장기 개편 과제로

한편 이재명 정부는 관심을 모았던 근로소득세, 상속·증여세, 부동산세 등은 이번에 개편하지 않고 중장기 개편 과제로 미뤄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초미의 관심사인 부동산 세제는 ‘6·27 대출규제’로 급한 불은 끈 터라 타이밍과 상황을 보며 변화를 가져갈 것으로 예측된다. 세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증세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있다. 예컨대 종부세 과세 기준일인 내년 6월1일 이전에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정시장가액비율(현행 60%)을 상향하면 과표가 높아지는 효과가 생겨 증세로 이어진다.

구윤철 부총리는 조만간 대통령실과 세부적인 세제개편 방향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거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종부세 폐지·완화 주장 거대양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이 세제에 박은 대못 본격 제거 시작

내란수괴 윤석열이 대한민국에 끼친 해악은 열거하기 힘들만큼 많고 심대하기 이를 데 없다. 윤석열은 세제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윤석열은 오직 부자들에게 감세해 줄 마음으로 조세정의를 파괴하고, 세입기반도 붕괴시켰다.

참여연대는 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025 세법개정안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여연대가 낸 의견서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상속세, 주택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 등의 전방위적 감세 드라이브를 통해 5년 동안 97조 3000억 원(누적법 기준)에 달하는 감세 방안을 발표했다. 감세혜택은 당연히 부자와 고자산가들에게 집중됐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부자감세는 세수결손을 통한 재정파탄으로 귀결됐다. 국세 수입은 2022년 395조 9000억 원에서 2024년 336조 5000억 원으로 59조 4000억 원(15%p)이 급감했고, 2023년 56조 4000억 원, 2024년 30조 80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세수 결손을 발생시켰다. 1990년 이후 지금까지 국세 수입이 감소한 해는 1998년 IMF 경제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3년 경기 둔화, 2020년 코로나 위기의 단 4차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볼 때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의 세수기반을 얼마나 궤멸적인 상태로 밀어넣었는지 알 수 있다.

이제 이재명 정부에 의해서 윤석열이 대한민국 세제에 박아 놓은 '부자감세'라는 이름의 대못이 차례차례 뽑혀나갈 것이다. 법인세 등의 복원은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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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3대 요구’ 확정, 복귀 논의 가속…입영 특례 등 쟁점될 듯

의-정갈등 수급 국면

환자단체 “형식만 바꾼 재요구”

손지민기자

수정 2025-07-21 06:00등록 2025-07-21 06:00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1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전공의협의회 임시대의원 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의-정 갈등으로 수련병원을 떠난 사직 전공의들이 의료정책 협의체 구성과 수련 연속성 보장 등 대정부 요구안을 확정하면서 ‘전공의 복귀’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9일 오후 5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참석한 138단위(총 177단위) 중 124단위(약 90%)의 찬성으로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를 위한 현장 전문가 중심의 협의체 구성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 기구 설치 등 3대 요구안을 결정했다.

대전협이 새로운 공식 요구안을 내놓은 것은 1년4개월 만이다. 대전협은 지난해 3월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등 ‘7대 요구안’을 발표한 이후 요구안을 수정한 적이 없었다. 전공의들은 이달 말 공고될 하반기(9월) 전공의 모집을 기점으로 복귀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협 관계자는 “3대 요구안이 선결 조건이라기보다는, 이런 부분이 반영된다면 더 많은 전공의들이 수련을 재개(복귀)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의-정 갈등이 해소된다고 해도 사직 전공의는 의대생처럼 ‘전원 복귀’가 쉽지 않다. 현재 사직 전공의 절반 이상이 다른 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고, 수련을 포기한 이들도 있어서다.

전공의가 얼마나 복귀할지 여부는 3대 요구안 중 ‘수련 연속성 보장’ 부분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련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원칙과 제도 등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특혜’ 시비뿐만 아니라 이미 수련병원으로 복귀한 전공의와의 형평성 논란 등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요구안인 협의체와 논의 기구 설치, 수련 환경 개선은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크게 이견이 있는 부분은 아니다.

대전협은 특혜로 비칠 수 있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수련의 연속성을 위해 입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들은 의무사관 후보생으로 편입돼 있어, 사직할 경우 자동으로 군의관·공중보건의사로 입영 대상이 된다. 사직 전공의들이 하반기에 복귀하더라도 수련을 마치기 전에 영장을 받으면 바로 입영을 해야 한다. 제대 뒤 원래의 수련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아 ‘입영 연기 특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 사직 전공의는 “미필 전공의 같은 경우 복귀를 한 다음 바로 군대를 가게 되면 수련의 연속성이 무너지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도 “수련 단축까지 되면 좋겠지만, 입영 연기만이라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내년 초에 실시하는 전문의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수련 기간을 줄여주는 방안이나, 전문의 시험 추가 시행 등도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대전협 관계자는 “(수련 연속성 보장은) 복잡한 사안이고, 여러 주체들이 논의할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대전협의 요구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회의를 통해 내용을 검토할 것”이라며 “(대전협) 요구안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큰 틀에서 입장을 정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자단체는 3대 요구안을 내놓은 대전협을 비판했다. 중증질환연합회는 20일 성명을 내어 “요구안 중 일부는 기존의 7대 요구안보다 범위와 강도 면에서 오히려 확대된 내용이며, 사실상 요구 조건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형식만 바꾼 재요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수개월간 환자들의 생명과 치료가 중단된 현실 속에서, 또 다시 복귀는 미루고 조건은 늘려가는 전공의단체의 결정은 환자의 생명을 외면한 무책임의 반복이자, 진정성 없는 협상 전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손지민 기자

안녕하세요 손지민 기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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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노조법 개정·노정교섭 복원 촉구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7/21 06:44
  • 수정일
    2025/07/21 06: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자명

  •  김준 기자
  •  
  •  승인 2025.07.19 19:50
  •  
  •  댓글 0
 
 

노조법 개정, 21일부터 국회 앞 농성 재개
반노동 정책 폐기 및 노정 교섭 복원 촉구
플랜트 건설노동자 “기계설비법 개정 촉구”
“노동자 시민이 함께 사회대개혁 이뤄야”

민주노총이 총파업 대회에 이어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을 벌이며 노조법 2·3조 개정 즉각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21일부터는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국회 앞에서 농성에 돌입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19일 민주노총은 중구 을지로입구 역 앞에서 총파업·총력 투쟁 대행진을 열었다.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 폐기와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하고 나선 거다.

19일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사거리에서 열린 광장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 쟁취! 2025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19일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사거리에서 열린 광장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 쟁취! 2025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늘 총파업 대행진에 대해 “퇴진광장 투쟁이 멈추지 않았음을 알리는 투쟁이자, 새롭게 들어선 이재명 정부에 노동자 시민 요구에 화답하라는 요구의 자리”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노조법 2·3조 개정 ▲노정 교섭 재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위한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월요일 국회에서 1천여 명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다시 국회 농성 투쟁에 돌입한다”며 “올여름 안에 노조법 개정을 쟁취할 수 있도록 함께 투쟁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이 파괴핟고 퇴행시킨 반노동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며 “이제 노동현장에서 윤석열을 지우고 노정 교섭으로 새로운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 가장 많이 참가한 플랜트 건설노동자들을 콕 집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이들을 향해 “고맙다”면서도 “취업과 실업을 반복해야 하는 불안전 고용은 노동자들을 고통 속에 살도록 강요한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사거리에서 열린 광장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 쟁취! 2025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에 참석한 플랜트 건설노동자들 ⓒ 뉴시스
19일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사거리에서 열린 광장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 쟁취! 2025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에 참석한 플랜트 건설노동자들 ⓒ 뉴시스

이날 플랜트 건설노동자들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기계 설비법 개정을 촉구했다. 지난 1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추락으로 사망한 60대 노동자를 언급하며, 다단계 하청, 일용직 구조 속에서 위험에 노출된 채 일하다 생긴 비극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엄정 수사를 지시하며 산재 사망률 개선을 약속했지만, 정작 노동조합의 사고조사 참여는 거부됐다. 플랜트노조는 “현장에선 영업자가 부담하게 되어 있는 유해화학물질 안전교육 비용마저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정부의 범부처 대책이 시급한 현장이 바로 플랜트건설현장”이라고 지적했다.

대회 발언대에 오른 이주안 건설산업연맹 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은 “지난 4월부터 대정부, 대국회를 상대로 ▲건설노동자 퇴직공제제도 적용확대 ▲유해화학물질 안전교육 제도 개선 ▲플랜트 노후설비 유지 관리 법제화를 위한 기계설비법 개정 ▲산업단지 경기 침해로 발생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업난 해소를 이재명 정부에 요구하기 위해 1만 명의 조합원이 현장을 멈추고 서울로 상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2.9%(290원) 향상이 결정된 2026년 최저임금을 지적하며 이재명 정부의 주권자 국민에도 노동자가 포함될까 하는 의문이 생기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위원장은 “화물안전운임제 복원을 비롯해, 노조탄압으로 악용된 회계 공시 의무화 제도 폐기, 양회동 열사가 죽음으로 고치고자 했던 고용안전대책 등은 이재명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노정 교섭 복원을 통해 일 하는 노동자 시민이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는 사회대개혁을 이뤄내자”고 말했다.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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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의 선택... 이진숙 버리고 강선우 구했다

우상호 정무수석이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장관 인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우 수석은 이재명 대통령이 이진숙 교육부 장관 지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기사보강 : 오후 8시 50분]

이재명 대통령이 고심 끝에 이진숙을 버리고 강선우를 구하는 선택을 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20일 오후 기자 브리핑에서 "고심한 결과, 이 대통령께서는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장관 후보자 낙마 사례가 됐다.

반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국회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여 조속히 후속 조치를 진행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가 끝난 후보자들의 청문보고서를 빨리 보내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 수석은 "이 대통령께서는 그동안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면서 고심에 고심을 계속하였고, 어제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그리고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만나서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다"며 여론 수렴 끝에 내린 결정임을 강조했다.

이 후보자의 낙마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자녀 조기유학', '소녀상 철거 요구', '제자 논문표절 등의 의혹 외에도 AI 디지털교과서, 유보통합(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사교육비 절감, 지역 균형 발전 등 기초적이고 주요한 교육 현안에 대한 질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 후보자는 '보좌관 갑질 논란'이 발목을 잡았으나, 지난 5년간 사직한 보좌진이 46명이 아닌 27명이었고 그보다 보좌진을 더 빈번하게 교체한 의원도 많다는 보도가 나온데다, 현역 의원을 낙마시킬 경우 향후 총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기한을 정해 국회에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으며, 이 기한까지도 청문보고서를 보내오지 않으면 그대로 임명할 수 있다.

"본인 명예 관련된 문제... 자세한 배경 설명 못한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 오마이뉴스 남소연

우 수석은 그러나 두 후보자의 낙마나 임명의 배경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그는 이진숙 후보자가 낙마한 이유에 대해서는 "본인의 여러 가지 명예도 관련돼 있는 문제이고, 인사상에 관한 문제라 자세하게 설명드릴 수 없는 것을 양해해달라"며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후임도 여성이냐는 질문에는 "(낙마가) 오늘 최종적으로 결정된 사항이라 적당한 경로를 통해서 다시 다음 후보자를 물색해야 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후임자를 찾아보는 일이 진행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강선우 여가부장관 후보자는 확실히 임명하는 거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며 "지금 현재 임명되지 않은 11명의 후보자 중에 이진숙 후보자에 대한 지명만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강 후보자의 임명 이유에 대해 "(이 대통령이) 자세한 배경 설명을 따로 하시지는 않았다"며 "고심한 끝에 최종 결정 사항을 저에게 전달해 주셨고, 저는 인사권자께서 결정하신 내용을 여러분에게 전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여러 의견이 있었던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인사권자로서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께서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두 후보자 가운데 이 후보자만 탈락한 것은 강 후보자가 현역 의원이기 때문 아니냐는 질문에는 "장관 후보자의 거취와 관련하여 그분이 국회의원인지 아닌지가 주요한 고려 사항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총 19명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고 이 가운데 17명에 대해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현재 이 중 6명의 후보자만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어 임명장을 받았다.

#이진숙#강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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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표 경선’ 정청래, 충청 이어 영남까지 2연승... 득표율 62.65%

충청 이어 영남서도 25%p차로 '당심' 우위 확인

영남권 합동연설회 정견발표하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영남권 순회 경선에서 박찬대 후보를 제치고 또다시 승리했다.

민주당은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전국 경선 두 번째 지역인 영남권(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부산에서 현장 순회 경선을 계획했으나, 전국적인 폭우 피해와 기상 상황 등을 고려해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연설회를 하고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이번 투표에서는 정 후보가 62.5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7.45%를 기록한 박 후보를 25%p 차이로 앞섰다. 전날 치러진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 권리당원 투표에 이어 2연승이다. 정 후보(62.77%)는 충청권 투표에서도 박 후보(37.23%)를 약 25%p 격차로 따돌렸다.

이로써 정 후보는 두 번의 권역별 경선에서 모두 승리하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중원 지역에 이어 영남에서도 우세가 확인된 것이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는 대의원 투표 15%, 권리당원 투표 55%, 일반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결정된다.

현재 진행 중인 권리당원 투표를 제외한 대의원 투표와 일반국민 투표는 오는 8월 2일 전국 대의원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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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개농

황대권 문명전환

bau100@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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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해법은 국민 모두 농사짓는 국민개농제

기후위기로 가장 먼저 타격받는 건 식량확보

국민개농제 3년만 실시해도 식량자급율 90%

국방비 1% 늘리면 탄소 배출량 2% 늘어

생태계 망친 대규모 단작 농업 국민개농제로 대체

해법은 인구 대다수가 농사짓는 소농전략

황대권 생명평화운동가 '야생초 편지' 작가

우리나라는 국민개병제(國民皆兵制, 국민 모두가 병역의무를 지는 제도.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전 세계에 개(皆=모두)병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연령대와 복무 기간이 다양하지만 대략 30여 개국 있는 것으로 안다. 가장 대표적인 나라로 한국, 북한, 이스라엘, 쿠바, 이란, 앙골라 등을 꼽을 수 있다. 대체로 강력한 적대국에 둘러싸인 나라들이다. 개병제는 전쟁이라는 비상 상태에 대처하기 위해 평시에 작동하는 국민 동원 체제이다. 우리는 끔찍한 전쟁을 겪었기에 개병제에 대한 다른 목소리는 없어 보인다. 누구라도 부정한 방법으로 군대를 면제받았다면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언제고 다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강릉 학산 오독떼기보존회 회원들이 6월 28일 강릉시 구정면 들녘에서 오독떼기를 부르며 김매기를 시연하고 있다. 이날 시연에서는 아이 김매기, 두벌·세벌 김매기, 질먹기 등 실제 농사에서 이뤄졌던 다양한 단계가 재현됐다. 2025.6.28. 연합뉴스

지난 6월 28일 열린 강릉 학산 오독떼기보존회 회원들의 김매기 시연. 2025.6.28. 연합뉴스

기후위기로 가장 먼저 타격받는 건 식량확보

그런데 기후와 관련된 또 다른 비상사태는 어떤가? 우리는 지금 기후 위기라는 듣도 보도 못한 위기 상황의 입구에 서 있다. 지구의 어떤 지역은 이미 위기의 한복판에 처해 있기도 하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이 식량 확보 문제이다. 농사라는 것은 일 년 내내 잘 짓다가도 단 한 번의 타격으로 망쳐버리기도 한다. 기후난민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앞으로는 홍수나 산불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생겨난 난민보다 식량이 없어 먹을 것을 찾아 고향을 등진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지금처럼 특정 장소에서 대량 재배하여 대형 마켓에서 식량을 구하는 시스템은 기후 위기에 대단히 취약하다. 단 한방에 대량 아사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러시아와 중국, 아일랜드, 북한 등의 나라에서 이런 일을 겪었다. 아일랜드는 이로 인해 단 몇 년 사이에 인구의 절반이 줄어들었다. 나머지 세 나라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개농제’와 닮은 정책을 쓰기도 했다. 국가가 다 먹여 살릴 수 없으니 국민 각자가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나라는 공교롭게도 모두 사회주의 국가여서 국가가 국영농장을 만들거나 혹은 강제로 사람들을 농촌으로 내려보내 농사를 짓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강제적 방법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보았을지 모르나 시간이 지나면서 모조리 재앙으로 끝나고 말았다. ‘국민개농’이라고 표현한 것은 국민이 모두 관심을 가지고 농사에 임하자는 것이지 국가가 강제로 농사를 짓게 하자는 말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한국을 부유한 나라라고 언급하면서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한국은 미국에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9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배치된 모습. 2025.7.9. 연합뉴스

 

일본 육상자위대가 2025년 7월 14일 호주 록햄튼 인근 숄워터 베이 훈련장에서 열린 합동 군사훈련 "탈리스만 세이버 2025"의 화력 시범에서 CHU-SAM 3형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탈리스만 세이버 훈련은 호주 방위군, 미군, 그리고 참여국 및 참관국 간의 양자 간 계획 및 다자간 훈련으로 진행되는 최대 규모의 훈련이다. 2025.7.14. EPA 연합뉴스

국방비 1% 늘리면 탄소 배출량 2% 늘어

2025년 대한민국의 국방부 예산은 61조 5878억 원인데 비해 농림부 예산은 18조 7416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이 국방 안보에 비해 식량 안보를 가벼이 본다는 증거이다. 둘 다 비상상태가 전개되면 괴멸적인 타격을 받는 건 같은데 왜 식량 안보는 가볍게 볼까? 국방 안보가 무너지면 순식간에 나라가 결딴날 수 있다는 긴박감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긴박감을 핑계로 사회 깊이 뿌리 박은 군산복합 체제의 농간과 외세의 간섭으로 인해 예산 삭감이 쉽지 않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우방국에 국방 예산을 늘리라고 끊임없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자기네가 너무 많이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지들더러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라고 했나? 자기네 이익을 위해 벌인 일을 두고 남의 나라 예산을 늘리라고 협박하는 것은 이치에도 안 맞고 도리도 아니다. 그렇게 남의 나라를 들들 볶아대며 세계가 불안에 떨게 할 것이 아니라 그냥 세계의 경찰 노릇을 그만두면 될 일이다. 트럼프의 계획대로 한다면 세계의 전쟁 위기와 기후 위기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기후 위기에 대처할 돈이 계속 국방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최근 이탈리아의 한 대학에서 발표한 군사 활동과 기후 위기의 관계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국방비를 1% 늘리면 연간 탄소 배출량이 2% 늘어난다고 한다. 군사 활동이 강화될수록 기후 위기는 곱절로 심화된다는 얘기다. 생각해 보면 이는 어려운 얘기도 아니다. 전장에서 쏘는 미사일 한 방이 방출하는 탄소가 일 년 동안 도로 위를 달리며 배출된 자동차의 매연보다 많으니까. 지난번에 있었던 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단 며칠 사이에 수 백기의 미사일이 난사되었다. 전쟁하려고 안달이 난 사람들이 국가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한 기후 관련 협약 따위는 종잇장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 위기와 기후 위기는 함께 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기후 위기를 나중의 문제로 보고 국방 안보에만 매달린다면 인류는 전쟁으로 멸망하기 전에 기후 위기로 먼저 지구 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기후위기 대응 특단의 방법 국민개농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님에도 그에 대한 대응이 영 신통찮은 이유는 글로벌한 현상 앞에 선 한 국가나 개인의 무력감 때문일 것이다.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한가하게 우리 집 울타리를 손본다고 해서 재앙을 피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전쟁의 경우는 상대보다 더 많은 군대와 우수한 무기를 갖추면 안심할 수 있지만, 기후 위기는 눈에 보이는 적이 없어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애매하다. 물론 전문가들이 내놓은 기후 위기 대처 매뉴얼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나 매뉴얼 대로 하는 것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있으나 마나 한 지침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그 매뉴얼이라는 것이 자본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면 우리는 특단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특단의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국민개농이다. 감히 말하건대 국민개농은 식량 안보 문제와 함께 생태 보전과 국민 행복 증진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이다.

농사를 법으로 의무화 해야 할 때

국가가 법을 통해 국민의 행위에 간섭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금지법’이고, 또 하나는 해야 한다는 ‘의무법’이다. 금지법은 너무 촘촘해도 너무 느슨해도 안 되는데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금지 목록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민의 사회의식이 높으면 사회가 복잡해져도 금지 목록이 늘어나지 않는다.

의무법으로는 국방의 의무가 대표적이다. 이제 우리는 심각한 기후 위기 앞에서 농사의 의무를 법에 박아 넣어야 한다. 농경 시대 지난 지가 언제인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얘기 하면 반드시 공산당이 어쩌고 하는 무리가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복잡한 반론이 필요 없다. ‘의무’와 ‘공산당’을 혼동하지 말라고 하면 그만이다. 의무로 규정하지 않고도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기후 위기 경고가 발동한 지 수십 년이 흘렀어도 전혀 개선의 징후가 없다면 달리 생각해야 한다. 사태가 이 지경임에도 계속 공산당 타령하는 사람들은 기후 위기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람이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생태계 거덜낸 대규모 단작 농업

그러면 농사로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전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거짓일 테지만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왜냐하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가장 큰 인자가 농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간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대규모 단작 농업에 의존한 결과 지구 생태계가 거덜 나고 말았다. 산림과 습지가 파괴되었고 이것은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와 생물다양성 감소, 토양 침식 등의 문제로 이어졌다. 석유와 화학 비료에 의존한 관행 농업은 수질 오염과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6~34%가 농식품 산업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정부는 6월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하였다고 한다. 만약 농업 분야만이라도 생태적으로 전환된다면 이 목표치는 당장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첨단 기술을 이용한 공장식 재배를 권장하고 있다. 만약 공장식 재배가 전면화되면 인간은 자연과는 무관한 ‘GMO 공산품’을 먹게 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위기가 자연으로부터 멀어짐으로써 빚어졌는데 자연과 완전히 결별하는 전략을 채택한다면 그때의 인간은 아마도 현생 인류가 아닌 새로운 종의 인간으로 진화한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은 공장에서 재배한 채소 정도를 먹고 있지만 단계가 고도화되면 알약 형태의 식품이나 공기 중에서 에너지를 뽑아먹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해법은 인구 대다수가 농사짓는 소농전략

만약 우리가 현생 인류와 결별하고 싶지 않다면 대규모 공장식 농업이 아니라 소농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소농 전략은 절대다수의 인구가 농사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구 대부분이 도시에 사는 상황에서 불가능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면서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해 그 방법밖에 없다면 어찌하겠는가? 대규모 단작 농업에 의해 파괴된 지구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 그 방법밖에 없다면 어찌하겠는가? 도시 거주 인구 대부분이 농사를 모르거나 농사짓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정부는 어쩔 수 없이 ‘국방의 의무’처럼 ‘농사의 의무’를 법에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기후 위기의 결정적 순간이 오려면 아직 30년 정도의 시간이 있으므로 그사이에 농업 사회의 면모를 단계적으로 갖추어가면 된다. 그 옛날 사회주의 국가에서 실시하여 실패한 강압적 농업화가 아닌 설득과 계도를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법에 따른 강제가 적절히 버무려진 방법을 사용하면 연착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래의 글은 필자가 15년 전에 먹거리와 관련된 한 시민단체에서 발행하는 소식지에 발표한 것이다. 지금 읽어보아도 유효성이 있다고 생각되어 칼럼의 마무리를 대신하여 그대로 옮긴다.

 

지난 6월 28일 열린 강릉 학산 오독떼기보존회 회원들의 김매기 시연 중에 회원들이 잠시 쉬면서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2025.6.28. 연합뉴스

국민개농제 3년만 실시해도 식량자급율 90%

외국인 인권보호 단체에서 상근 일꾼으로 일하는 홍길동 씨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사무실에서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인권 관련 정보를 취합하고 틈만 나면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확인 취재를 하느라 바쁜 나날이지만 늘 주말이 기다려진다. 단체에서 2년 전에 어렵게 마련한 생태농원으로 일하러 가는 게 즐겁기 때문이다. 아내와 아이들까지 함께 가서 마음껏 떠들며 일하다 보면 일주일간의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지는 건 물론 가족 사이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지는 듯했다. 게다가 농원에는 다른 회원들의 가족까지 오기 때문에 어떤 때는 가족들 간의 예기치 않은 친선마당이 벌어지기도 한다. 생계를 책임지는 농사가 아니다 보니 악착같이 일할 필요도 없고 잘 못 한다고 해서 남에게 잔소리들을 일도 없다. 그래도 무시 못 할 것이, 그렇게 설렁설렁 농사를 지어도 한 가족의 부식은 완전 자급이 가능했다. 가끔 동물성 단백질이 그리워질 때면 근처 샛강에서 그물질하든가 아니면 이웃에 있는 또 다른 시민단체에서 운영하는 축산농원에 가서 자신이 가꾼 채소와 물물교환으로 고기 몇 근 얻어오면 그만이었다.

홍 씨의 고교 동창인 장길산 씨 역시 주말이 기다려지기는 마찬가지이다. 장 씨는 종업원이 30명밖에 안 되는 작은 유통 관련 회사에서 일하는 월급쟁이이지만 얼마 전 선친이 물려준 시골의 농토를 개간하여 조그만 개인 농장을 만들었다. 주말이면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시골집에 가서 노부모를 뵙고 동네 어른들과 인사를 나눈 후 농장에서 땀 흘리는 것이 너무도 행복했다. 돌팔매 한 번에 세 마리 새를 잡는다고 농장을 만든 후 효도와 먹을거리, 아이들의 자연 교육이 한꺼번에 해결되었다.

획기적으로 높아질 국민 행복지수

홍 씨와 장 씨뿐만 아니라 대도시에 사는 직장인 대부분이 이렇듯 주말을 농장에서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수년 전 있었던 식량 대란 덕이다. 해마다 기후 이상으로 세계 식량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더니 급기야 몇몇 식량 수출국들이 식량을 무기 삼아 국제사회에 무리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에 한국은 농업인구가 전체 인구의 3%에 지나지 않았고 식량자급률은 20%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물론 공산품을 수출하여 많은 돈을 비축하고는 있었지만, 국제시장에서 양질의 식량을 확보하는 일은 더 이상 돈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이에 한국의 국회는 들끓는 여론에 힘입어 식량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농업 관련법을 통과시킨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은 누구든 쉽게 농지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과(물론 농지에 대한 부동산투기는 절대 금지) 가족 소농에 대한 지원 확대, 100인 이상의 종업원을 가진 사업장의 의무적 농장 소유, 일반시민단체의 농장 소유에 대한 지원, 모든 국영기업체와 군대, 병원, 학교, 수용기관 등의 의무적 농장 운영, 주4일 근무제와 휴무일의 자율 조정, 농업 관련 물품 생산에 대한 감세, 국공립 생태농업전문학교 신설, 토종종자 확보와 재배 및 육종, 농업 관련 미디어, 농민 시장 신설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다. 일단은 법률을 통해 강제하였지만 한번 농사를 경험한 국민은 점차 농사짓기에 빠져들어 갔다. TV에서는 연일 농사 관련 현장 르포와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으며,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에는 농사를 함께 지을 파트너 찾기가 대유행이었다.

이렇게 사실상의 국민개농제가 실시된 지 3년 만에 대한민국의 식량자급률은 90%를 훌쩍 뛰어넘는 기적을 연출한다. 그 모든 기적 가운데 가장 큰 기적은 국민의 행복지수가 획기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직장생활에 갇혀 다람쥐 쳇바퀴 생활을 할 때와 비교하여 자신의 계획에 따라 농사를 짓고 이웃과 어울려 살다 보니 시민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지고 자기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진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세계 곳곳에 몰아닥친 식량 위기를 식량 자급의 기회로 삼은 대한민국의 저력이 다시 한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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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검, 윤석열 전격 구속 기소…“조사 거부도 양형에 반영되도록 할 것”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7/20 08:45
  • 수정일
    2025/07/20 08:4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참고인 조사, 증거 수집 충분…구속기간 연장해도 실효성 있는 조사 어려워”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밤 서울중앙지법에서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2025.7.9 ⓒ뉴스1

 
내란 특별검사팀이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청구한 구속적부심이 기각된 다음 날 추가 조사를 시도하지 않기로 하고, 곧바로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이 수사에 착수한 지 31일 만이자, 윤 전 대통령이 재구속된 지 9일 만이다.

특검팀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서울고검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금일 오후 2시 40분,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등으로 공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기소한 주된 혐의는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이뤄진 국무회의에 참여하지 못한 국무위원들의 심의 의결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이다.

박 특검보는 “우리 헌법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관련해 이를 견제·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사전에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은 국무위원 일부에게만 소집을 통지해, 그 통지를 받지 못한 국무위원들의 헌법상 권한인 국무회의 심의 의결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또한, “비상계엄 해제 후 비상계엄이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부서한 문서에 의해 이뤄진 것처럼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또한 폐기했다”며 “윤 전 대통령은 헌법상 마련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전 통제 장치를 무력화했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한 차례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지만,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의 조사를 전면 거부하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구속 된 뒤 특검팀의 소환 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 시도도 3차례나 불발됐다.

박 특검보는 “구속적부심사 기각 결정 후 내부 논의를 통해 구속영장 발부 이후 참고인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 및 증거 수집이 충분히 이뤄졌고, 구속기간을 연장하더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사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공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특검보는 “구속영장 발부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관련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윤 전 대통령의 수사 과정에서의 일련의 행태는 재판에 현출시켜 양형에 반영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환 혐의는 이번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박 특검보는 관련 조사에 대해 “외환 관련 수사를 할 때 당연히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며 “출정 요청을 할 텐데 안 한다고 하면 그때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이 기소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 의해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됐으며, 파면으로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지난 5월에는 비상계엄 당시 군과 경찰 등에 자신의 임무가 아닌 일을 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된 바 있다.

내란 특검의 이번 기소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1심 구속 기한인 최대 6개월 동안 서울구치소에서 수감된 상태로 재판과 수사를 받게 된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적부심사 심문을 마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탑승한 호송차량이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25.7.18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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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 개최

양경수 위원장 ‘광장의 힘으로 사회대개혁 실현’

  • 기자명 김래곤 통신원 
  •  
  •  입력 2025.07.19 23:46
  •  
  •  댓글 0
 
민주노총이 7월 19일 오후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광장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 쟁취!’를 슬로건으로 내건 ‘2025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을 개최하고 서울 명동 세종호텔 농성장까지 행진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이 7월 19일 오후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광장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 쟁취!’를 슬로건으로 내건 ‘2025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을 개최하고 서울 명동 세종호텔 농성장까지 행진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이 19일 오후 3시,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광장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 쟁취!’를 슬로건으로 내건 ‘2025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을 개최했다.

전국에서 상경한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집결한 가운데, 본대회와 행진을 통해 이재명 정부에 노동권 보장과 사회대개혁을 강력히 촉구했다.

대회는 오후 1시 30분 건설산업연맹의 총파업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2시 서비스연맹의 결의대회를 거쳐 오후 3시부터 민주노총 본대회가 을지로 입구, 본무대에서 진행됐다.

대회 사회는 엄미경 사무총장 직무대행이 맡았으며, 이후 서울 도심 행진도 이어졌다.

“윤석열 반노동정책 폐기하고, 노정교섭 복원하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기후위기, AI와 플랫폼 노동의 증가, 인구소멸의 위협도 노동조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서 “노조법 2·3조 개정은 자본의 탐욕을 견제하고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을 지키기 위한 필수 과제이며, 특히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과 권리 보장을 위해 반드시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석열 정권이 파괴하고 퇴행 시킨 반노동 정책을 이재명 정부가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 사회를 설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양 위원장은 이어 “시민과 노동자가 함께했던 촛불광장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자”며, “민주노총이 앞장서 사회대개혁의 길을 열어 나가겠다”고 표명했다.

플랜트건설노조, “총파업으로 정부에 실질 대책 요구”

이주안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주안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날 대회에 대규모로 참가한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이주안 위원장은 “우리는 일용직으로 전국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라며, “퇴직공제부금 인상 및 확대적용, 유해화학물질 안전교육제도 개선, 노후설비 유지관리 법제화를 위한 ‘기게설비법’ 개정, 고용대책 수립 등 과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총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특히 “윤석열 정권 3년간 건폭몰이로 현장에서 쫓겨나고, 추경예산으로 지자체와 대기업에 지원금 몇 억 내려주는 것 외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 이재명 정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화물안전운임제 복원, 회계공시의무 폐지, 건설노동자 고용안정 대책 마련, 노조법 개정 등은 지금 당장 실현돼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YTN 전준형 지부장, “방송법 개정으로 공영방송 되찾겠다”

언론노조 YTN지부 전준형 지부장도 현장발언을 통해 언론 노동자의 투쟁을 호소했다. 전 지부장은 “윤석열 정부가 YTN을 천박한 자본 유진그룹에 강제로 넘기면서 공영방송의 핵심제도를 무너뜨렸다”며, “정치인 블랙리스트, 낙하산 인사, 보도 외압 등으로 YTN은 내란세력의 선전도구로 전락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어 “유진강점기 1년 만에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고 두 달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사장추천위와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법으로 명문화하기 위한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과방위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전 지부장은 “정치권력과 자본에 빼앗긴 노동자의 권리를 투쟁으로 되찾고, 유진자본을 반드시 몰아내어 YTN을 권력 감시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진짜 보도전문채널로 거듭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도심 행진 이어져… “함께 싸워야 바꿀 수 있다”

대회 후 참가자들은 본무대에서부터 남대문로, 한국은행, 회현사거리를 지나 세종호텔 농성장까지 행진을 전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대회 후 참가자들은 본무대에서부터 남대문로, 한국은행, 회현사거리를 지나 세종호텔 농성장까지 행진을 전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대회 후 참가자들은 본무대에서부터 남대문로, 한국은행, 회현사거리를 지나 세종호텔 농성장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별도로 건설산업연맹은 SK서린빌딩 앞까지 행진을 전개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대회를 통해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사회 대개혁과 내란세력 청산이라는 과제를 분명히 하고, 노동자·시민 등 광장 연대의 힘으로 새 정부에 이를 촉구했다.

한편 전국민중행동, 자주통일평화연대,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은 ‘2025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에 결합하여 “내란·외환 완전 청산! 사회 대개혁 실현! 트럼프 경제·안보 위협 저지!”를 외치며, 노동자와 함께하는 시민 대행진을 개최했다.

박미자 ‘국가보안법 7조부터폐지운동 시민연대’ 대표가 오늘 오후 3시, 을지로입구에서 열린 ‘2025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 현장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5만 입법청원용 QR코드가 인쇄된 명함을 1만 명의 조합원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미자 ‘국가보안법 7조부터폐지운동 시민연대’ 대표가 오늘 오후 3시, 을지로입구에서 열린 ‘2025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 현장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5만 입법청원용 QR코드가 인쇄된 명함을 1만 명의 조합원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전국노동자노래패협의회가 노래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전국노동자노래패협의회가 노래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전 비상행동 자원봉사단이 율동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전 비상행동 자원봉사단이 율동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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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자' 윤석열의 반달리즘, 대한민국을 때려 부수다

 [박세열 칼럼] 우리 안의 '윤석열들', 반지성주의를 경계한다

'반지성주의자' 윤석열은 2022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입니다.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축제인 선거에서 승리한 뒤 첫 일성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한 것도 '쌔'한 느낌이었는데, 윤석열의 '반지성주의'에 대한 이해가 너무 반지성주의적이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반지성주의의 의미도 제대로 모르는 윤석열의 연설은 마치 초등학생 아이가 형태소의 나열이 주는 느낌대로 언어를 구사하는 것과도 같았다. 반지성주의자들이 '유아기적 특성'을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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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것이 반지성주의라고 봤고, "과학과 진실"의 대척점에 있는 말로 해석한 것 같은데, 영 거리가 먼 설명이다. 반지성주의는 거칠게 말하자면 '교육'을 불신하고, '엘리트' 통치를 거부하는 일련의 태도를 말한다. 그들은 배움과 지식을 경멸하고 '경험'을 최우선으로 둔다. 일시적 현상을 영원한 모습으로 착각한다. 내 경험 바깥의 세상이 있다는 걸 부인하거나, 그걸 모른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한다.

 

윤석열은 보수 언론이 말하는 '광우병 시위대'나, '사드 반대 시위대', '조국 수호대' 따위를 반지성주의자로 생각한 모양이다. 한미쇠고기협상의 굴욕적인 불공정 '딜'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인간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외면하는 이들의 떼쓰기로 축소 치환하고, 중국을 겨냥한 사드 배치로 인해 한반도 안보가 불안해지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을, '참외 튀기는 레이더' 공포증에 걸린 무지한 사람들로 둔갑시킨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의 윤리적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 앞에선 "후쿠시마 바닷물은 안전하다", "내가 마시겠다"고 대꾸하는 행태들이 오히려 반지성주의의 좋은 사례들이다.

 

 

특히 윤석열은 자신의 (대부분 특수부 검사로서 한) 경험을 인류가 쌓아온 지적 성찰의 결과물이나, 윤리적 사유보다 우위에 놓는다는 점에서 '반지성주의자'다. 반지성주의자들은 내면이나 내력보다 피상적이고 즉각적인 것에 집착하면서 지적 전통을 무시하고 역사를 재해석하려 한다. 오늘, 나, 눈앞의 현상 같은 것에 절대성을 부여하며, 과거, 내일, 당신, 우리, 그리고 역사와 윤리를 부정한다.

 

여성가족부를 없애버린다거나, 노조를 사회의 '악'으로 규정하거나, 국회를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를 없애야 할 장애물로 인식한 윤석열의 계엄은 이 사회가 쌓아온 지적, 윤리적 성취에 대한 반달리즘이었다. 그는 내란을 일으켜 국회를 없애려 했고, 그 지지자를은 법원을 때려 부쉈다.

 

윤석열이 옥중에서 접견하려다 실패한 모스 탄 이라는 인물은 윤석열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나님께선 여전히 주권자 되시며 저는 진심으로 하나님께서 대한민국을 구하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썼는데, 윤석열은 답장을 통해 '반지성주의 음모론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윤석열은 "모스 탄 교수와 미국 정부가 세상의 정의를 왜곡하는 세력, 그리고 그들이 구축한 시스템과 대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하고 "글로벌리즘은 완전히 배신 당했다. 공산주의 네오막시즘, 완전히 구축된 권위주의 독재체제, 초국가 경제권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면서 "글로벌리즘은 거대한 기득권 카르텔을 구축해 국가도, 주권도, 자유도 거기에 매몰되고 이제는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윤석열의 사상은 이렇게 거의 '큐아난' 급으로 진화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질 낮은 수준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게 지금 윤석열이 가진 지성의 현 주소다. 이런 사람들이 세계를 움직이는 '엘리트 카르텔'이란 음로론적 망상에 빠지고, 교조주의와 낡은 복음주의 신앙에 천착하는 것이다. 광화문 광장의 '윤어게인' 세력이 주로 반지성주의적 엘리트 혐오 개신교도들의 음모론에 빠져드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윤상현과 같은 부류 정치인들이 전광훈의 세례를 받고 보수 정당을 반지성주의 속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소아성애자 '엘리트 카르텔'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믿는 '큐아난'들, 현대 의학을 거부하고 자연 치유를 믿는 '백신 음모론자'들, 기독교 창조론으로 과학과 역사에 도전하는 사람들, 수백년 쌓아온 페미니즘의 역사와 맥락을 거세하고 기계적 불균형을 내세워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들, 그들은 인류의 사유를 통해 공고히 해온 논리를 역으로 이용하고 전복시킨다.

 

무지에 대한 부끄럼이 없는 세상이다. 약자 혐오를 '평등'과 '공정'으로 포장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기성 세대에 대한 혁명'이라 변호하는 이들이 이준석에게 몰려가고 난민 문제를 고민하자는 연예인을 조롱하며 자신들이 겪는 이 고통만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라 여긴다. 그 반지성주의의 정점을 찍은 윤석열은, 우리 사회의 반지성적 모자이크에 다름 아니다.

 

물론, 반지성주의와 지성주의는 동전의 양면이다. 지성과 함께 반지성 역시 '평등'을 향한 열정과 '민주주의'가 낳은 쌍생아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겐 '반지성'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파괴적 속성을 갖는 건 용납될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지식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매카시즘 광풍과 미국 복음주의 전통의 '반지성주의'를 추적한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테터는 <미국의 반지성주의>를 통해, 반지성주의가 또렷한 그룹을 형성하거나 운동(Movement)을 벌이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일상'에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성에 의해 끈질기고 섬세한 방법으로 선의의 충동에 기생하는 반지성주의를 잘라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윤석열과 이준석도 우리 안에 있다. 우리에겐 더 많은 성찰과 노력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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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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