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군 근황...

from 나홀로 가족 2008/12/03 14:20

오프에서 가끔 만나는 친구들은 동명군의 근황에 대해 물어본다.

왜 요즘 동명군의 소식이 블로그에 없냐구...

수능 시험을 '망친' 이후에 조금 의기소침해지긴 한 모양이나,

시험도 끝났겠다 해서 열심히 놀고 있다.

 

1. 토욜 밤 12시에 잠자려고 누웠더니, 동명군이 들어와서는..

 - 아빠! 낼 논술보러 00대에 가야하는데, 6시에 깨워줘.

 = 아직 논술 볼게 남았냐? 어떻게 가려는데..?

 - 친구랑 화정터미널서 버스타고 가려고.

 = 버스 시간은 알아봤냐?

 - 아니 지금 알아 보려고..

 = 그기 차도 몇대 없을텐데...

 - 있겠지...

 = 됐다, 내일 아침에 내가 태워 줄게..

 - 아니 됐어, 친구랑 같이 갈수 있어..

 = 버스가 몇시에 있는지도 알아보지 않고, 어쩌겠다고, 

    내가 깨워주고 태워줄테니까 친구한테 연락해둬. 글구 학교 약도나 하나 뽑아놔. 

 - 알았어...(태워 준대도 영 마땅찮은 표정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후다닥 준비해서 애 태워서 마두역으로 갔다.

가는 도중에 동명군이 그런다.

 - 아빠 그친구 여자야..

 = 어,,,( 어쩌라구?)

그렇게 두 놈을 수원까지 실어다 주고 왔다.

 

 



 

2. 화장실 변기 주변이 더러워서 도무지 앉아서 변을 볼수가 없었다.

   사내 놈 둘이 쓰니까 지저분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동명군에게 물었다.

  = 야, 너 담배 피고 꽁초는 어떻게 하냐?

     (그동안 이자식 책상에서 담뱃값은 무더기로 나오지만, 도대체 꽁초 나온걸 본적이 없었다.)

   - 그냥 변기에 버리는데..

  = 쨔샤...변기에 꽁초 버리면 변기 막히잖아. 그리고 잘 내려가지도 않을텐데..

   (안방 화장실에 이넘을 끌고 가서 보니까, 마침 변기에 꽁초가 하나 떠 다니고 있다.)

  - ......

  = 재떨이나 프라스틱 통이라도 갖다 놓고, 꽁초 그기다 모아서 버려라..

  - 어, 알았어

 

3. 엉덩이 종기를 핑계로 3일간 기말고사 기간 동안에도 학교를 안갔다.

   연일 학교 선생은 전화가 오고, 병원 간다는 얘기는 하지만(실제로갔고)

   학교 가야 재미 없다고 시험기간까지 빼 먹는 놈한테 어찌 학교 가라고 머라 할수가 있겠어.

   그래도 엄마는 매일 잔소리를 했고, 병원에서 병원간 확인서까지 받아서,

    학교에다 갖다 주라 했는데, 그걸로 무슨 효과가 있는지나 모르겠다.

   수능 즈음부터 "이제부터 졸업할때까지 학교 하루도 안가도 졸업은 할거다" 고 얘기하는 놈인데..

 

그러고는 시험끝나고는 학교에서 수업도 할게 없는지,

연일 무슨 공연관람에다 놀러 다니는 걸로 수업을 떼우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어느날 아침에 출근하려고 나서려는데, 이 놈은 아직도 퍼져 자고 있었다.

= 오늘 학교 안가냐?

- 롯데월드 가야 하는데, 엄마가 가지 말래서 안갔어.

=그럴리가 있냐? 네가 돈 너무 쓰니까 좀 적게 쓰라는 거겠지.

- 그게 아니고, 이미 돈은 냈는데, 그래도 오늘 쓸돈이 좀 있어야 하잖아.

   근데, 돈없다고 가지 말라 해서 안가기로 했어..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동명이방에 와서 큰소리로 싸움이 붙었다.

 

아내는 동명군이 밤 12시 반에 들어와서는 잠자는 엄마를 깨워서 돈이나 달라고 하니까,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그기다 돈 받아서 친구집에 가서 자고 간다 하고..

그래서 학교도 안가고 맨날 돈쓰며 놀러나 다닌다고 가지 말라고 했다나..

  

싸움 구경만 하고 있을 수도, 끼어들수도 없어서, 그냥 나왔다

저녁에 물어봤더니, 늦게 롯데월드로 갔단다. 

이 놈이 일주일동안 계속 돈만 쓰면서 놀러 다니니까 화 난다고 아내는 얘기했다.

어쨌거나 동명군의 판정승이다.

 

밤에 동명군에게 전화를 했다. 제발 엄마하고 싸우지 말라고..

조근조근 얘기를 하면 들어줄 건데, 왜 싸우고 그러느냐고..

알았다고 했다.

 

4. 동명군 휴대폰이 오래되고 깨졌다고 새로 사 줬단다. 휴대폰이 한두푼 아니고 엄청 비싸더군.

    문자를 얼마나 보냈는지, 자판이 다 닳았고, 폴더도 분리됐다. 당연히 사 줘야 하지만,

    모델 찍어와서 사달라고 하니까, 최신모델일수밖에..

    산오리가 할 말은 한마디밖에 없었다.

    = 짜샤, 이렇게 비싼건 니가 돈 벌어서 사라!!!

   (아내의 18번 투정이 이해가 된다.....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5. 동명군 얘기를 여기다 쓰고 있는 와중에 동명군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 아빠 아빠 회사에 알바할대 없어???

 =알바할 궁리하지 말고 대학 어떻게 갈건지나 고민해라

 - 돈없다고 맨날 싸우는데 알바라도 해야 될거 아니야

= 돈써가면서 논다고 엄마가 열받아서 그런걸 넘 과민반응하지 마라 시험봤으니까 놀아야지

 - 어차피 옷도사고 시계도 사고 해야되까 돈쓸데 많단 말이야 알바자리 없어?

 =없어 니가 알아봐라

 - 알아보지도 않고 없대... 알았어

  (그 정신으로 무슨 알바를 하겠다고....으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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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3 14:20 2008/12/0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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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부고] 고 김준 동지의 명복을 빕니다] 에 관련된 글.

40년을 살다 갔다.

할 말이 없다. 없었다.

첫날 잠간 들렀다 왔고, 다음날은 새벽 3시까지 마지막 남은 몇 몇 사람들과 술을 마셨고,

그바닥에 쓰러져 잠간 잠잤다.  머리가 계속 아팠고, 멍했다.

조문을 할때 그의 아내와 아들을 보고선 눈물이 났는데,

산기평 앞에서 영결식장에서는 내내 울었다.

잘 울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서럽게 느껴졌는지 나도 모르겠다.

좀 더 그의, 그들의 싸움을 적극적으로 함께 할수 는 없었을까..

그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비는 내리고, 그 비를 다 맞았다.. 끝났더니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렸다.

살아 있는 인간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살 것이고,

먼저 간 인간만 서러운 것일텐데, 왜 내가 그리 서러웠는지 모르겠다.

 

신길수를 시작으로 해서, 최명아, 김종호. 그리고 그 외에도 몇번이나

추모시를 썼는지 모르겠다.

시를 잘 쓰지 않는 탓도 있지만, 죽은 친구를 앞에 놓고 무슨 할말이 있어서

추모시를 써야 하는지 알수 없지만, 그래도 썼다.

날세동한테 들어야 할 핀잔도 들었다.

그 잘난 추모시 쓰는게 어려운게 아니지만,

추모시 쓸 일 없는, 서러움 남기는 죽음은 없으면 좋겠다.

 

당신의 수줍은 미소를 한 번 더 볼 수 있다면...

 

1.

당신이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동자로 하나 되자고 외쳤을 때

나는 우리는

일상의 안락에 빠져 있었습니다.

 

당신이 노동자를 위해 사용자 허수아비들과 힘겹게 싸우고 있을 때

나는 우리는

그 싸움은 당신의 몫이라고 애써 외면했습니다.

 

당신이 바람직한 출연기관을 위해 정권의 하수인들과 싸우고 있을 때

나는 우리는

그건 우리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 지레 포기했습니다

 

당신이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자고 힙겹게 정권과 투쟁하고 있을 때

나는 우리는

그 투쟁에 한쪽 손 한쪽 발만 내밀며 함께하는 시늉만 했습니다.

 

 

2.

당신이 어느 날 병마와 싸우며 하루 하루를 힘겹게 넘기고 있었어도

나는 우리는

그 아픔을 내 아픔처럼 느끼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그 아픔 속에서도 언제나 수줍고 따뜻한 미소를 보여도

나는 우리는

그 미소의 의미를 헤아려 보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나는 우리는

그 죽음의 늪에서 당신의 손을 잡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삶의 온기를 잃어가고 있는 그 순간에도

나는 우리는

삶의 피곤함을 핑계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3.

당신은 일상의 안락을 위해 싸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고 있었고,

부당한 권력과 폭력에 맞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그 보잘것 없는 병마와 싸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와 우리의 무관심과 싸우고 있었고

나와 우리의 패배의식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나를 우리를 원망하지도 않았습니다

힘겨워 하는 동지들의 고통을 나누려고 애썼습니다

작은 힘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힘쓰고 있었습니다

나와 우리의 살아 있는 실천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병마에 지지 않았습니다.

내가 우리가 당신을 외면했고,

내가 우리가 당신을 저세상으로 몰아 갔습니다

내가 우리가 당신을 죽였습니다

 

4.

당신의 따스한 마음과 아름다운 바람은

내게, 우리들에게 맡겨 놓고

편히 떠나십시오, 김 준 동지여!

 

당신이, 그리고 우리가

인간답게 살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건 당신이 먼저 가는 그곳일 거라 믿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당신의 수줍은 미소를 한 번 더 볼 수 있다면...

당신의 따스한 손을 한 번 더 잡아 볼 수 있다면...

 

2008년 11월 27일 곽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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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8 12:30 2008/11/2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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