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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5/05/31

신불자 실상 공개한 현직 판사 글 '화제'

헌법 재판관 이상경과는 질적으로 다른 사람

 

 

신불자 실상 공개한 현직 판사 글 '화제'
"모럴 해저드로 몰아선 안돼"... 카드 무분별 발급한 카드사에 분개
  박수원(pswcomm) 기자
▲ 문유석 서울중앙지법 판사.
ⓒ2005 한국법조인대관
신용불량자의 실상을 공개한 서울지방법원 파산부 문유석(36) 판사의 글 '파산이 뭐길래'가 화제다.

문유석 판사는 법원 회보인 <법원사람들> 5월호에 기고한 이 글에서 자신이 1년 동안 파산부에 근무하면서 경험한 사례들을 생생하게 공개했다. 문 판사는 특히 이 글에서 개인 파산자를 '모럴 헤저드'로 모는 사회의 잘못된 시각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문 판사의 글은 신용불량자 관련 사이트에 올라와 신용불량자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

문유석 판사는 '파산이 뭐길래' 에서 ▲연쇄부도가 난 중소기업 경영자 ▲큰 병에 걸려 카드로 병원비 충당했다가 신용불량자된 택시운전사 ▲친언니 빚보증 서줬다 카드 돌려막기 하다가 파산한 학원 강사 ▲채무자와 채권자가 법원에서 화해한 사례 등 파산부 판사로 근무하면서 자신이 맡았던 실제 사건을 소개했다.

"방탕한 생활 커녕 빚 절반은 병원비 나머지 반은 카드수수료, 연체이자로...

그는 방탕한 생활은 커녕 빚의 반은 병원비, 나머지 반은 온갖 카드수수료, 연체이자로, 결국 손에 한 번 만져보지도 못한 돈을 갚느라 심신이 다 황폐해진 채 비로소 법원을 찾은 이 답답한 아저씨를 보고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이 지경인 사람에게 끝도 없이 신용카드를 발급해주고 사용하게 한 카드회사들에게 화가 난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문 판사는 "아직까지는 파산자들은 대부분 세 가지 종류"라면서," 빠듯하게 먹고 살다가 실업, 질병 등으로 감당할 수 없게 된 사람들 ,먹고살아 보려고 이것저것 해 보다가 망해버린 사람들, 자기 앞가림만 겨우 하는 처지에 부모형제, 친지의 빚보증을 어쩔 수 없이 섰다가 같이 망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해 말 부모가 없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어린 소녀 20여명이 살고 있는 종교 시설을 찾았다가 "사채업자가 깡패를 보내서 돈 갚으라고 협박할 때 어떻게 해야 돼요?", "교통사고로 사람을 치어 다치게 했는데, 물어 줄 돈이 없으면 몇 년이나 감옥에 있어야 해요?","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내서 감옥에 가면 빚 다 갚을 때까지는 못 나오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며, "이 아이들에게서 가정을, 엄마 아빠를 빼앗아 간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바로 돈"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문유석 판사는 "우리는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이라고 쉽게 숫자로 이야기하지만, 그 한 명 한 명은 숫자가 아니고 피가 흐르는 '사람'이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가정이 있고, 부모형제가 있고 아이들이 있다"면서, "400만 명이 신용불량자면, 최소한 400만 가정이 빚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며, 그 중 상당한 수의 가정은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괴되어 아이들이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거친 세상에 던져졌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도덕적 해이는 어디있나" 도덕적 해이론 반박

그는 "도대체 '모럴 헤저드'의 표본인 남의 돈으로 흥청망청 신나게 쓰고는 자기 먹을 것은 다 숨겨 놓고 호화생활을 하며 파산 신청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가야 찾을 수 있느냐"면서, "골프장 '해저드' 안에 숨어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문유석 판사는 또한 개인 파산이 사회 구조에 기인한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는 미국 중산층의 몰락을 분석한 <맞벌이의 함정>이란 책을 소개하면서 "도시치안이 불안해지고 공교육이 부실화되자, 비교적 안전하고 좋은 학교가 있는 주택가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맞벌이에 필수인 유아보육비를 비롯 유치원비, 애들 교육비, 의료비가 모두 높아져, 사치는커녕 부부가 뼈빠지게 일해서 자식은 남들만큼 교육시켜 보려고 지출하는 돈이 소득의 거의 대부분이어서 미래의 위험에 대비할 여유자금이라고는 없고, 아슬아슬하게 꾸려가는 이 생활이 실업, 질병 등 충격에 쉽게 파산지경에 몰리고 만다"고 중산층의 파산이 구조적 문제임을 짚어내기도 했다.

문 판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근래 면책율은 99%이라면서, 손에 골무를 끼고 종일 기록을 뒤적이는 평범한 머글(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마법사 아닌 사람들의 총칭' 어리석은 자라는 뜻도 있음) 판사들이 할 수 있는 마법은 한 가지 뿐이라고 고백했다.

"주문, 파산자를 면책한다"

개인 파산은 사회구조의 문제...서울중앙지법 면책률 99%

문유석 판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글을 쓰게된 계기를 묻자 "글을 쓴 취지를 이미 '파산이 뭐길래'에서 충분히 설명했기 때문에 따로 이야기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문유석 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36회에 합격해 97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용됐다.

2002년 춘천지법 강릉지원 판사 시절 '성전환수술을 받은 자의 성별'이라는 연구논문을 통해 "성전환 수술을 받는 자들이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이상 법적으로 성전환을 인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교육과 병역의무 이행, 결혼 및 취업, 직장 생활 등 사회 전반에서 끊임없이 혼란이 반복될 수 있다"면서, "사회 일반이 인식할 만큼 성공적으로 성전환이 이뤄진 경우 법률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인도주의뿐만 아니라 공공복리에도 부합한다”면서 소수자 권리 보호 주장을 펴지고 했다.

다음은 문유석 판사의 '파산이 뭐길래' 전문이다.
<파산이 뭐길래>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문유석 판사

법원가족 여러분, 언론에서 신용불량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을 많이 들으셨죠? 법원의 파산사건, 개인회생사건도 많이 늘고 있구요. 쉽게 말씀드리면, 개인파산면책이란 가진 재산 모두 털어 빚잔치를 하여 나누어주고 남은 빚은 탕감받는 것이고, 개인회생이란 수입이 있는 사람의 경우 5년 내의 기간 동안 버는 돈으로 열심히 빚을 갚아 나가고, 남은 빚은 탕감받는 것입니다.

빚탕감이라.... 다른 법원가족들이 열심히 재판해서 빚갚으라고 판결도 해 놓고 했는데, 판결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앉아 있으니 파산부는 참 희한한 곳입니다. 저도 작년 이 곳에 전입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소시적 법대 1학년생 시절 민법 교과서에서 본 “Pacta Sunt Servanda”, 즉 일단 맺어진 계약은 준수되어야 한다는 근엄한 말씀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거든요. 그 후 1년여 파산면책항고사건 등을 처리하면서 나름대로 느낀 것들이 있어, 감히 두서 없는 글을 써 봅니다.

1. 몇몇 사건들


전입초기, 한 사건을 심리하게 되었습니다. A씨는 어떤 중소기업의 경영자였는데, IMF 시절 거래처들의 연쇄부도를 못견디고 부도를 냈습니다. 그런데, 회사자금을 빌릴 때 대표이사 개인도 연대보증을 하도록 금융기관들이 요구하기 때문에 회사의 빚이 모두 대표이사 개인의 빚이 되었습니다. 살던 집은 경매로 넘어가고 실업자가 되어 친지 집을 전전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증채권자인 금융기관이 A씨가 재산을 은닉하고 있다면서 면책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록을 보니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정도되는 세 따님이 있길래, 심문 도중 자녀들은 어느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잠시 머뭇거리더니, 글쎄, 런던에서 음악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겁니다.


역시 흔히들 말하듯, 사업은 망해도 사업가는 다 재산을 빼돌려 잘 먹고 잘 살고 있구나 싶더군요. 그래서 저는 물었습니다. 남의 빚은 못 갚는 분이 무슨 돈으로 자녀들은 해외유학을 시키고 있느냐고. 어눌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애들이 장학금도 받구요, 애 엄마가 그곳에서 식당 일도 하고... 좀 믿기 어렵더군요. 그렇게 쉽게 처자식 영국유학을 보낼 수 있으면 대한민국 국민 누군들 안 보내겠습니까.

이후 재산은닉여부, 학비 등 조달경위에 대한 심리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사실이 속속 밝혀졌습니다. A씨의 어린 세 딸들은 세계대회에서도 여러 번 수상했던 음악 영재들로, 학비 및 기본생활비를 충당할 만한 금액의 영국정부장학금 등을 받고 있었고, 주말이면 교회에서 반주자로 일하며 생활비를 보태고 있었습니다. 애들 엄마는 식당에서 월 100만원 정도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고, 사는 집도 허름한 월세집이었습니다. 서울에 홀로 남은 애들 아버지가 재산을 숨기거나 처자식에게 돈을 보낸 어떠한 증거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 얼마 후, 또 다른 사건이 있었습니다. B씨는 택시기사를 한동안 하다가 그만두고, 실업자 생활을 한 지 오래 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록을 뒤지다보니 신용카드내역서에 ‘코코’ ‘발리’등의 야릇한 이름이 자주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술집인 것 같았습니다. 남의 빚은 안 갚는 주제에 술집에서 방탕한 생활을 하다니! 신문에 자주 나오는 소위 ‘모럴 해저드’가 이런 거로구나.
그런데, 심문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파산자는 그야말로 피골이 상접하고 병색이 완연한 병자였습니다. 중증 호흡기질환 장애인이며, 말하는 것도, 오래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 했습니다. 방탕한 생활은 커녕 일상적인 생활도 어려워 보였습니다. 사연은 이러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택시기사로 일하며 살아가던 B씨는 어느날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대수술을 몇차례나 받고, 1년 가까이 병원에 장기 입원해야 했고, 돌볼 친지도 없어 간병인까지 두어야 했습니다. 수천만원이 훌쩍 넘어가버린 병원비 등은 온갖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메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퇴원 후에도 살길은 막막했지만, 막연히 카드대금이 연체되어 신용불량자가 되면 큰일난다는 생각에 또다른 카드를 발급받아 앞의 카드를 막는 돌려막기를 반복하다보니 고액의 카드수수료와 연체이자로 빚은 금새 두 배로 늘어 버렸습니다. 더욱더 카드결제대금이 부족해지자 파산자는 예전 동료인 택시회사 노조원들에게 조합원 회식 등으로 단란주점에 갈 때 자기 신용카드로 계산을 하고 결제일에 돈을 자기에게 달라고 부탁을 한 것입니다.

사적으로 ‘카드깡’을 한 셈이죠. 결국 밑빠진 독에 물은 채울 수 없게 마련이고, 예정된 파국이 찾아와 더 이상 어떤 방법으로도 카드대금고지서를 해결할 수 없게 되었고, 신용불량자 낙인은 물론 채권추심원들 등쌀에 시달리다 못해 파산신청을 한 것입니다.


저는 솔직히 안타깝고, 화가 났습니다. 방탕한 생활은 커녕 빚의 반은 병원비, 나머지 반은 온갖 카드수수료, 연체이자로, 결국 손에 한 번 만져보지도 못한 빚을 나날이 키워만 가다가 심신이 다 황폐해진 채 비로소 법원을 찾은 이 답답한 아저씨에게. 그리고, 이 지경인 사람에게 끝도 없이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고 사용하게 한 카드회사들에게.


답답한 사람은 또 있었습니다. C씨는 학원강사로 일하던 여자분입니다. 결혼하였고, 어린 아들도 있습니다. 학원강사 수입으로 넉넉지는 못해도 가족들이 먹고 사는 데는 큰 지장이 없어 보이는데, 왜 파산부를 찾게 되었을까요. C씨의 빚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100% 친언니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C씨만큼 교육을 받지도 못하고, 이상하게도 식당이고 뭐고 먹고 살아보려고 시작만 하면 망하곤 하는 언니를 위해 C씨는 빚보증도 여러 건 서주고, 돈도 주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카드돌려막기를 하는 신세가 되고도 또 현금서비스를 받아 언니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저는 너무 답답해서 C씨에게 왜 이 지경이 되도록 대책 없이 언니를 위해 빚을 졌느냐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어려서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단둘이 자란 친자매였기에, 도저히 살아보려고 애쓰는 언니를 나몰라라 할 수 없었고, 자기도 너무 힘들어 모질게 맘을 먹어 보아도, 늙으신 어머니가 언니를 이번 한번만 더 도와 주라며 눈물을 보이면 견딜 수 없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되뇌이며 카드를 긁었다는 것입니다.


어렵고 힘든 것은 빚진 사람들만이 아닙니다. 돈을 빌려 준 사람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D씨 사건의 경우입니다. D씨는 자수성가하여 가구공장을 경영하던 분입니다. IMF 당시 부도를 냈다가 힘들게 재기하여 어렵게 어렵게 공장을 운영하다가 불의의 화재로 공장과 재고가구가 모두 불타 수억원의 피해를 입고는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된 그를 안타깝게 여긴 거래업체 분들은 대부분 그가 재기하기를 빌어주며 빚을 탕감하여 주었습니다. 그래도 남은 금융기관 빚을 감당할 수 없어 면책신청을 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금융기관들은 아무런 이의도 안하는데, 소액채권자인 자재대금 300만원을 못받고 있는 E씨가 강력하게 면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E씨는 화재 전까지 D씨와 형님아우하며 지내던 사이였다는데 말입니다. E씨가 주장하는 이의사유들은 법적으로는 면책불허가사유가 될 만한 것들이 아니었으므로 간단히 배척하면 그만인 듯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화재로 알거지가 된 사람도 억울하지만, 돈을 떼이는 사람도 억울할 것이라는 생각에 쌍방을 모두 불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로 감정이 상당히 악화되어 있었습니다. E씨의 말씀은 이랬습니다. D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은 안타까웠다. 하지만, 사고 이후에 좀처럼 연락도 없다가 면책신청을 했다기에 연락을 해서 그런 신청을 하려면 미리 상의라도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야박하다며 되려 화를 내기에 심한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감정이 많이 상하여 이의신청을 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는 D씨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화재 이후 좌절해 있다가, 살아 보려고 고시원 생활에 부부가 일용직을 전전하며 재기해 보려고 발버둥을 치느라 미처 E씨 마음까지 헤아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저는 D씨에게 물었습니다. 면책을 받게 되면 법적으로는 E씨를 비롯한 거래업체 사람들의 빚을 안 갚아도 됩니다. 하지만, E씨를 비롯한 거래업체 사람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인데, 그 마음의 빚도 안 갚고 사실 수 있겠습니까. D씨는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면책이 아니라 무슨 결정을 받던, 앞으로 열심히 일해서 아주 적은 돈이라도 벌게 되면 제가 피해를 끼친 분들께 갚으며 살아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D씨의 말씀이 E씨에게 겉치레가 아닌 진심으로 받아들여졌는지, E씨는 흔쾌히 이의신청을 취하하겠다고 하시면서 D씨의 재기를 빌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감정표현이 서투른 40대 후반의 이 두 아저씨는 바로 옆에 앉아 있으면서도 계면쩍어 서로 뭐라고 이야기를 건네지 못하고 각자 저에게만 이렇다 저렇다 어눌하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런 사건들을 하나씩 하나씩 거치며, 그렇게 저는 파산부 판사가 되어 갔습니다.



2. 천사들과의 만남


지난 연말의 일입니다. 동료들과 함께 한 작은 집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헌신적인 원장님과 선생님들, 그리고 네다섯살부터 초등학생, 일부 중고생까지 여자아이들 20여명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곳이었습니다. 이 곳은 부모님이 안계시거나, 계시지만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 아이를 돌보기 힘든 가정의 자녀, 결손 가정의 자녀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학교도 다니고, 함께 도와가며 살아가는 가정공동체입니다.

수녀님이신 원장님과 선생님들, 그리고 후원자분들의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들은 여느 아이들 못지 않게 밝고 맑게 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작은 집이지만, 깨끗하고 아늑했구요.
말로만 듣던 판사 아저씨들이라니 호기심이 가득하면서도 쭈뼛거리는 아이들. 한 판사님이 열심히 준비한 간단한 마술 몇 가지를 선보였더니 비로소 환호성이 터지더군요. 선물도 전달하고, 다같이 앉아 피자도 나누어 먹고, 서로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숫기 없는 판사들이 처음 본 여자아이들과 금방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기는 난망. 더구나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개별적으로 이야기를 하기도 어려웠고, 결국 다소 서먹한 채로 일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제게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머뭇머뭇거리기에 할 말이 있으면 해 보라고 했더니, 판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일어서기에 아쉬움이 많았던 저는 남아서 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판사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설명해 주고, 학교생활 열심히 하고 책도 많이 읽으라고 해 줘야지...정도 생각을 갖구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한 아이씩, 한 아이씩 제 주변에 아이들이 둘러 앉아 이것 저것 물어보고, 또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다투어 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하는데, 이 어린 여자아이들이 무엇을 판사에게 물어볼 것 같으세요?


사채업자가 깡패를 보내서 돈 갚으라고 협박할 때 어떻게 해야 돼요?
교통사고로 사람을 치어 다치게 했는데, 물어 줄 돈이 없으면 몇 년이나 감옥에 있어야 해요?
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내서 감옥에 가면 빚 다 갚을 때까지는 못 나오는 건가요?


.....저는 어리석게도 이 집에 흐르는 안온한 분위기와 밝은 아이들의 모습만 겉으로 보고는 이 아이들이 짊어지고 있는 어느 어른들보다 가혹한 삶의 무게를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 아이들에게서 가정을, 엄마 아빠를 빼앗아 간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바로 돈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신용불량자 400만이 어떻고 쉽게 숫자로 이야기하지만, 그 한 명 한 명은 숫자가 아니고 피가 흐르는 ‘사람’이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가정이 있고, 부모형제가 있고 아이들이 있습니다. 400만명이 신용불량자면, 최소한 400만 가정이 빚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며, 그 중 상당한 수의 가정은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괴되어 아이들이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거친 세상에 던져지고 있는 것입니다.

정신 없이 아이들의 질문에 가능한 한 알기 쉽게 답해 주려고 애쓰고 있는데, 아이들 중 가장 어려보이는 네 살 정도의 아이가 제 주변을 맴돌더니 괜히 제 어깨도 만지작거리고, 눈이 마주치면 웃음을 보이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언니들이 하는 이야기 같은 것을 알아들을 나이도 아닌 이 꼬마아가씨는, 여자들만 사는 이 집에서 기억조차 희미해지는 아빠의 모습을 제게서 찾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재작년 법원회보에 제 딸아이 육아이야기를 썼었는데 기억하세요? 이제 일곱 살, 다섯 살인 두 딸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이 예쁜 꼬마아가씨도 안쓰럽지만, 이 아이의 아빠 가슴은 어떨지 생각하니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맘 속으로는 억장이 무너지고 있었지만, 값싼 감상과 동정 따위는 필요 없어 보일만큼 아이들이 자기들이 짊어지고 있는 운명에 대하여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저는 이들을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어른에게 법률상담하듯이 제가 아는 것들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이 얘기 저 얘기 하다보니 헤어지기 전에는 보다 진지한 토론도 잠시나마 할 수 있었습니다.

- 동방신기에서 누가 제일 멋진 것 같니? 아저씨는 믹키유천이 모자 쓴 스타일이 멋지더라.
에이, 아저씨. 유노윤호가 최고예요.


3. 모럴 해저드?

아이들과 이야기하던 중, 파산면책제도에 대하여 제가 잠시 이야기해 주었더니 한 아이가 그러더군요. 에이, 그런게 있으면 누가 빚을 갚겠어요?

세상은 참 재미있습니다. 빚 때문에 남들과 다른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 순진한 아이가, 자기 빚을 떼일까 겁나서 목청을 높이는 돈 많고 힘 있고 유식한 어른들과 똑같은 말을 합니다. 저 말을 우리나라 유식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어로 하면 바로 모럴 해저드 아닙니까.

유식한 사람들은 숫자나 유식한 말로 모든 것을 자신 있게 결론 내리기를 좋아합니다.
그 말들을 실제 사람의 삶과 연관지어 보려면 통역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소비의 하방경직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득이 줄어든 주제에 종전 소비수준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여 빚이 늘어난다는 거죠.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도 유지하려 하는 종전 소비라는 것은 실제로 어떤 것들일까요? 외제차, 해외여행, 골프인가요?

제가 보기에는 그것은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는 유치원을 그만두게 하느냐이고, 남들 고액과외시킬 때 아이들 동네 학원이라도 보내며 공부 잘해서 나중에는 부모보다 잘 살기를 바래 왔는데, 그나마 그만두게 하느냐이고, 노환으로 병원 출입이 잦으신 고향 부모님께 병원비와 용돈 보태시라고 보내던 10만원을 계속 보내느냐 마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에 봉착한 사람들이 경제학자들처럼 과감하게 ‘소비수준을 하강시키지’ 못한 채, 앞으로 열심히 돈을 벌어 갚을 수 있다고 믿으면서 마이너스대출을 받고, 현금서비스를 받아 학원비, 병원비, 유치원비를 내다가, 결국 월말 카드대금고지서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파산은 고사하고 카드대금 연체 1회라도 시작되면 인생 끝장이라고 두려워한 나머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잘도 발급해 주는 신용카드를 또 발급받아 돌려막기를 시작하고 카드깡을 해 가며 카드대금을 갚아도 원금은 난공불락, 연체료 갚기도 버겁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빚이 1억이라는데 그 중에 학원비, 병원비, 유치원비로 써 보기라도 한 돈은 반도 안 되고 나머지는 다 이자, 연체료인 상황이 되자 벼랑 끝에서 뛰어 내리는 심정으로 빚을 탕감받고자 법원을 찾는 것이 늘어난다. : ‘모럴 해저드가 우려된다’는 말의 통역입니다.


그런데, ‘모럴 해저드’라는 말에는 다른 뜻도 있더군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연구한 ‘신용불량자 증가의 원인분석과 대응방향’이라는 자료를 보니, 신용불량자의 증가는 1998년 소위 IMF 시대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을 거치며 시작되었지만(이는 실업과 불황 등 ‘소득 감소’를 원인으로 하는 것이겠죠),


이를 확대시킨 것은 1999. 5. 현금서비스 한도규제 폐지 후 신용카드 회사들이 길거리 모집 등 위험관리를 도외시한 치열한 자산확대 경쟁을 전개하여 잠재적 부실을 축적한 채 신용팽창이 계속되다가(통역: 소득이 줄어들었는데, 그렇다고 갑자기 전에도 빠듯하게 살던 생활수준을 더 낮출수도 없었던 사람들에게 일단 돈을 쓰게 해 주고, 다시 앞에 빌린 돈도 못 갚는 사람들이 돌려막기로 파산을 모면하며 버틸 수 있게 온갖 카드를 발급하여 주면서 업계 1위, 외형 1위가 되기 위해 노력하다가),


2002. 6. 이후 감독당국에 의해 건전성 감독규제가 도입되자 갑자기 카드회사들이 신용정책을 엄격화하여 잠재적인 부실이 현재화하게 된 것(통역: 더 이상 위와 같은 사람들이 돌려막기를 할 수 없게 돈을 빌려주는 것을 까다롭게 하자 곧바로 카드대금 연체가 시작되고,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사람이 급증하게 된 것)이라네요.

그러면서 2002년 3/4분기 이후 드러난 신용불량자의 급증은 주로 신용카드회사의 ‘도덕적 해이’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겁니다. ‘모럴 해저드’라는 말은 이럴 때도 쓰는 것이더라구요.


제가 요즘 자기 전에 읽는 책이 있습니다. 하버드 법대의 파산법 교수인 엘리자베스 워런 (Elizabeth Warren)교수가 따님인 컨설턴트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Amelia Warren Tyagi)와 함께 쓴 ‘맞벌이의 함정(The Two-Income Trap)'이라는 책입니다. 이는 하버드대학이 주관한 개인파산에 대한 통계적 분석과 연구성과를 기초로 미국에서의 개인파산의 증가(2002년에 200만명이 파산신청을 했다는군요) 원인을 알기 쉽게 분석한 책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파산자 중 상당수는 맞벌이로 상당한 소득을 올리는 중산층이라는 겁니다. 소득이 올라갔는데 웬 파산이냐구요? 요약하면 소득 올라가는 것보다 고정지출 늘어나는 것이 휠씬 높아서 여유자금은 과거보다 훨씬 줄어든 빡빡한 삶을 살아가다가 실업, 급여감소, 질병 등 변동요인만 발생하면 곧바로 파산상태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고정지출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냐? 그건 바로 자녀의 ’안전‘과 ’교육‘에 대한 지출이라는 것입니다. 도시의 범죄율 증가와 공교육의 부실화로 중산층 부모들은 안전한, 그리고 좋은 학교가 있는 학군 좋은 교외주택가(비벌리힐즈 같은 부촌과 귀족사립학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웬만한 평범한 주택가를 말하는 것입니다)로 너도나도 몰려가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그런 곳의 주택값은 천정부지, 대출금 이자 값는 데만도 허리가 휜답니다.

게다가 맞벌이를 하다보니 필수인 아이 봐주는 보육비와 유치원비는 대학등록금보다도 비싸지고, 자녀가 평범한 샐러리맨 생활이라도 하려면 대학교육은 필수라는데 대학등록금은 오르기만 하고, 건강보험료와 본인부담금은 늘어만 가고. 사치는 커녕 부부가 뼈빠지게 일해서 자녀 남들만큼만 교육시켜 보려고 지출하는 돈이 소득의 거의 대부분이어서 미래의 위험에 대비할 여유자금이라고는 없고. 아슬아슬하게 꾸려가는 이 생활이 작은 충격에도 무너져버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4월 14일 미국 하원에서는 부시 정부가 내놓은 파산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더군요. 파산신청의 남용을 규제한다면서 파산면책받기를 까다롭게 만들어 놓은 법입니다. 그것도 주 타겟은 바로 중산층인 것 같더군요. 지난 몇 년간 미국 파산법 개정을 위해 소비자신용업계 등 대기업들이 엄청나게 노력을 하고 있다더니 부시 대통령의 재선과 함께 결실을 보신 모양이네요.

4월 14일, 엘리자베스 워런 교수는 하버드 대학 연구실에서 어떤 심정으로 이 뉴스를 바라보고 계셨을지 일면식도 없는 주제에 전화라도 해 보고 싶어집디다. 이화여대 법대 오수근 교수님의 글을 보면 파산법의 역사는 영국의 1542년법 이래 450년 동안 발전해 왔다고 합니다. 빚 못 갚는 채무자 목에 칼을 씌워 구경거리로 삼고 감옥에 투옥시키던 때로부터 정말 오랜 세월을 거쳐 불운하나 정직한 채무자에게 채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된 것입니다.

그 오랜 역사동안 언제나 채권자들은 채무자들이 파산법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죠.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파산법 개정안 통과 뉴스를 반갑게 지켜 보았을 분들이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수백년 파산법 역사에 연간 200만명 가까이 파산신청하는 미국에서도 위 개정법에 대해서는 악법이라고 논란이 많던데,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로 1만건을 넘은 우리나라에서 이용도 하기 전에 남용부터 막으려 할 정도로 장래를 내다보시는 분들이, 왜 400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신용불량자가 되기 전에 진작 무분별한 소비자신용업의 남용을 걱정하지 않으셨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신용불량자 문제는 물론 미국에서의 중산층의 위기와는 달리 보다 서민층에게 집중적으로 나타난 문제이지만, 우리나라 중산층의 교육열, 사교육비, 강남 집값 등을 보면 위 책의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파산의 문제는 특정한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닥칠 수 있는 문제이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면책제도와 개인회생제도는 일종의 사회적 보험인 것입니다.

파산면책을 이용해 남의 빚을 안 갚는다구요? 안 갚는 것이 아니라 못 갚는 것입니다. 면책결정을 하든, 안 하든 어차피 빚 갚을 능력은 고사하고 신불자로 취업도 안 되고 신용거래도 되지 않아 자기 가족의 기본적 생활도 꾸려나가기 힘든 사람들이 파산선고를 받고 면책을 받는 것이고, 그나마 수입이 조금이라도 있어 기본적인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라도 갚아 나간 후 남은 채무를 면책받는 것이 개인회생입니다.

경제적으로 말하면 이런 사람들에 대한 채권은 액면이 10억이던 100억이던 이미 가치가 제로나 다름 없는 부실채권입니다. 어찌 보면 법원의 면책결정이 별 게 아닙니다. 원래 가치가 0원인 채권을 0원이라고 공식확인해 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꼬박 꼬박 잘 갚고 있고, 앞으로도 갚을 수 있는 빚을 어느날 갑자기 법원이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갚지 못해 왔고, 앞으로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숫자에 불과한 채무의 노예로 묶어 놓고 취업도 못하게 하고, 빚독촉전화에 자살하고 싶도록 궁지에 몰아 넣어서 채권자들이, 이 사회가 얻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어차피 못 갚는 빚, 무의미한 숫자 지워주고 경제활동에 복귀하여 자기 앞가림이라도 할 수 있게 해 주지 않으면, 결국은 이 사람들은 국민 세금으로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는 사회복지의 대상자가 되거나, 심하면 홈리스, 범죄자가 되어 또다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전체에게 이익이 되는 것일까요?


물론, 빚을 갚을 수 있으면서도 재산을 숨겨놓고 파산을 신청하는 사례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면책불허가사유가 있고, 사기파산죄가 있는 것입니다. 빚진 사람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누굽니까. 돈 빌려 준 사람 아닙니까. 채권금융기관들이 신용관리를 제대로 해 왔다면 애초부터 돈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돈 갚을 재산과 능력이 있다고 파악되어 있는 사람이 이를 숨기고 면책신청을 하는 경우가 발견되면, 파악하고 있는 자료를 첨부하여 법원에 이의신청하면 당연히 법원이 참작할 것입니다. 그러나, 전체를 놓고 볼 때 이러한 경우는 매우 소수입니다. 물론, 파산사건의 증가와 함께 이러한 악용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은 저희들도 항상 염려하고 주시하고 있습니다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의 개인파산은 남용을 걱정하기보다는 이용하지 않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가 2004년도에 처리한 면책사건의 면책율은 98.6%입니다. 금년 1/4분기에는 99.3%입니다. 파산부 판사들이 우표에 소인 찍듯이 사건만 들어오면 곧바로 면책 도장 찍어주고 있냐구요? 물론 가능한 한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애쓰고는 있지만, 그래도 채권자들에게 온갖 이의신청 기회 다 주고 있을 뿐 아니라, 판사라는 사람들의 천성상, 기록이 아무리 쌓여 있어도 기록상 명백히 사치, 낭비, 투기를 일삼거나 재산을 빼돌리는 등 진짜 파산을 남용하는 흔적이 나타나는데 바쁘다고 안 보고 지나가지는 못합니다.


얼마전에 서울중앙지방법원장님께서 파산부 판사들에게 저녁을 사주시면서 건의사항이 있으면 하라시길래, 제가 그랬습니다. 파산부 쪽 전기배선이 안 좋은 것 같다. 밤 11시가 되어도 밤 12시가 되어도 도통 불이 꺼지질 않는다. 좀 수리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심리해서 면책한 비율이 99%입니다. 그럼 나머지 1%는 정말 흉악한 사기꾼들이냐구요? 솔직히 아닙니다. 그 1%도 비록 면책은 여러 가지 사유로 불허가되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놓고 보면 다 힘들게 살아 온 사람들입니다. 물론 사건이 급증하면서 남용이 우려되는 사례도 늘기는 하겠지만요.


제가 보기에는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의 파산자들은 대체로 세 가지 종류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자기 가족이 빠듯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을 가까스로 충당하다가 실업, 질병 등의 이유로 감당할 수 없게 된 사람들, 조금이라도 잘 살아 보고 싶어서 돈을 벌어보려고 이것저것 애쓰다가 망해버린 사람들, 자기도 자기 앞가림만 겨우 하는 처지에 그놈의 ‘정’과 ‘핏줄’에 목이 매인 한민족으로 태어난 죄로 부모형제, 친지의 빚보증을 어쩔 수 없이 섰다가 같이 망한 사람들.

도대체 ‘모럴 해저드’를 걱정하는 분들이 말씀하는 남의 돈 빌려서 흥청망청 신나게 쓰고는 자기 먹을 것은 다 숨겨 놓고 파산신청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가야 찾을 수 있는 것입니까. 골프장 해저드 안에 숨어 있나요?


바쁜 직장생활을 살다보면 들곤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도 돌려막기하며 살고 있는 것 아닌가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돌려서,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할 시간을 돌려서, 아름다운 음악과 책을 즐길 시간을 돌려서, 해야 할 일을 막아내는데 쓰며 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지난 주말에 친구를 만나서 주책 없이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내가 세 명이었으면 좋겠다. 일하는 나, 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나, 나 자신을 위해 놀기도 하고 공부도 하는 나. 그랬더니 친구 왈, 이미 세 명인지도 모르잖아.
....그런데 너는 그 중 일하는 쪽이고.

일만 하다보면 어느새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누구를 위해서 하고 있는지를 잊기 쉽습니다. 그게 진짜 중요한 것인데 말입니다. 언제나 조용히 야근을 하고 있는 올해 새로 전입한 판사가 있습니다. 대학교 동기인 친구인데, 제가 하루는 많이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즐겁게 일하고 있다더군요. 힘든 사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구하는 일인데 왜 즐겁지 않겠냐구요. 그렇습니다. 우리 법원가족들은 주로 잘못한 사람을 감옥에 보내거나, 누가 누구에게 돈을 주라고 하거나, 남의 집을 팔아 빚을 받아 주거나 하는 일을 합니다. 모두 사회를 유지하려면 꼭 필요한 일들입니다. 하지만, 파산면책․개인회생사건 한건 한건은 한 사람을, 한 가정을, 한 아이를 되살리는 일입니다. 회사정리나 화의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회사가 살아나면 주주도, 근로자도, 협력업체 사람들도 살아납니다. 파산부는 회생부이기도 한 것입니다.


4. 마법책


지난 연말 아이들과 만났을 때, 한 판사님이 보여준 마술 중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것은 마술그림책이었습니다. 한번 스르륵 넘길 때는 아무것도 없다가, 다시 한번 처음부터 넘기니 예쁜 그림이 나타나고, 또 다시 처음부터 넘기니 색깔이 칠해져 있고.

저도 호그와트에라도 가서 진짜 마술을 배워왔으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그 아이들에게 환하게 웃는 엄마아빠가, 친구들 집같은 평범한 가정이, 작지만 예쁘게 꾸민 자기 방 한 칸이 나타나도록. 그리고 빚갚으라며 아빠 멱살을 잡던 험상궂은 아저씨의 기억도, 엄마가 보고 싶어 남몰래 베개를 적시고 마는 눈물도, 소풍때 엄마아빠와 온 학교친구들 곁에서 느낀 부러움도 영원히 사라지도록 말이죠.


하지만, 평범한 머글인 판사들이 할 수 있는 마법은 한 가지 뿐입니다. 손에 골무를 끼고 기록을 뒤적이다가, 컴퓨터 자판을 눌러 주문을 외웁니다.

'주문,파산자를 면책한다'
2005/05/31 오전 9:10
ⓒ 2005 OhmyNews
박수원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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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바로 이런 경찰관때문에 그래도 살맛이 납니다&quot;

간만에 훈훈한 내용...

 

 

"바로 이런 경찰관때문에 그래도 살맛이 납니다"

“내가 가장 아끼는 은빈이가 전교 10등을 했다지 뭡니까. 내 자식이 잘한 것처럼 어찌나 기쁜지 모릅니다. ”

올해로 경찰생활 20년이 되는 광주 북부경찰서 운암지구대 동림치안센터 신명섭 경사(44)는 요즘 공부 잘하는 ‘아들(?)’ 때문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푼돈이라도…건네는 마음 소중”

신 경사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황은빈(진흥중 3년)군은 아버지가 2년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 어머니가 하루하루 날품팔이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치안센터 관내 영세가정의 학생이다.

신 경사는 지난 2003년 치안센터로 부임해 온 뒤 동네 주민으로부터 황군의 집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집을 방문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처음 집에 가 본 신 경사는 싸늘한 방에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던 황군의 아버지(당시46)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쌀이 떨어져 끼니도 잇지 못하던 황씨 가족을 위해 자신이 다니던 절에 사정 이야기하고 쌀을 구했다. 암 말기던 황씨는 그 해 세상을 등졌고 신 경사는 혼자 남은 어머니 밑에서 자라던 자녀들을 자신의 자식처럼 보살피기 시작했다.


신 경사는 “다른 아이들처럼 기죽이기 싫어 학원장을 찾아가 학원비를 거의 때를 쓰다시피 학원비를 깍아서라도 학원을 보냈다”며 “당시에는 반에서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황 군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공부해 ‘전교 10등’ 성적표를 가져 왔을 땐 눈물이 나왔다”며 말끝을 흐렸다.

목포가 고향인 신경사는 박봉에도 불구하고 올해로 10년째 동명동과 대성동 등 독거노인 6분에게 ‘용돈’을 드리고 있다.

독거노인들에게도 박봉털어 용돈

신 경사는 “나이들수록 군것질도 많이하고 싶고, 10원짜리 ‘심심풀이 고스톱’이라도 치실려면 용돈이 필요하지 않겠냐”며 “그리 큰 돈은 아니지만 그 분들을 위한 마음이다”고 부끄러워했다.

그는 또 2교대로 근무하는 치안센터의 특성상 관내를 순찰하면서 길거리 행상 할머니들을 그냥 지나치기 힘들어 꼭 나물 등을 한봉지씩 사들고 돌아선다.

길에서 만난 김덕선(67) 할머니는 “경찰이 오면 우리를 단속하러 나온줄 알고 무서운디 신 경사님은 우리헌티 의지가 되는 든든한 백이지라”며 집에서 손수 길렀다는 상추를 한봉지 건넸다.

신 경사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돕는 것도 좋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단돈 1천원이라도 건네는 마음이 더 소중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무등일보 김선균기자 ksk@honam.co.kr/노컷뉴스 제휴사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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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 그녀의 젖가슴이 노출됐을 때

요번주 단지 업데

대략 좋다

 

2005.05.20 00:17
29


< 출처 : interpara >


 

 

[소고] 그녀의 젖가슴이 노출됐을 때

2005.5.30. 월요일
딴지 문화생활부

 

지난 주 소피 마르소의 훈훈한 미담이 장안의 화제였다. 칸느 영화제 인터뷰 중 소피의 왼쪽 젖가슴이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전히 건재한 그녀의 젖가슴에 남자들 감지덕지야 말이 필요 없었고, 여자들 역시 그 탱탱하고 미끈한 쉐이프에 반할 지경이었다.

일반인들이 배우의 젖가슴을 보기 위해선 최소한 출연영화라도 봐야 한다. 관람비 혹은 비됴 대여료라도 발생하며, 다운 받으려 해도 시간비용이 들어감을 감안할 때 소피 마르소의 젖가슴 무료 노출은 투철한 대민 봉사정신 아니고 무엇이랴. 특히 자신의 선행을 스스로 수줍어 하며 방그르 웃던 그녀의 미소는, 가히 박애정신의 화룡점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년 11월, 미국 배우 타라 레이드도 비슷한 대민 봉사 활동을 한 바 있다. 파티장 앞 포토라인에서 포즈를 취하다 소피처럼 드레스 왼쪽 어깨가 쭉 내려가 버린 거다. 파파라치들 카메라 플래쉬가 작렬하는 가운데, 이 여성, 자신의 왼쪽 젖가슴의 본의 아닌 대민 봉사활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황급히 행사장 스텝이 달려와 옷을 올려주기 전까지는, 얼마 전 보형물을 삽입해 빠방해진 그녀의 젖가슴이 무방비 상태로 찍혀 나갔다. 성형으로 다소 일그러진 유륜 탓에 민폐 아니냐는 일부 소수 의견도 좀 있긴 했다만, 전형적인 선행의 하나임은 틀림없었다.

이 시점에서 국내 여배우들의 결여된 대국민 봉사정신을 질타하고 향후 이들의 육보시 활동을 장려해야 함이 마땅하다..만, 그 전에 잠시 눈을 감고 국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뒤따를 일련의 소동을 함 떠올려 보자.

청롱영화제 식전 포토타임.

이날 사회를 맡은 한 여배우 언냐. 80년대 청소년들의 아이돌로 소피 언냐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그 언냐, 주위의 기대에 한껏 부응,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섹시한 이브닝 드레스 입고 나왔다. 수많은 카메라 앞으로 포즈를 취하며 걸어가던 언냐. 헉.. 드레스 어깨 끈이 흘러내려 왼쪽 젖가슴이 봉긋이 뜀박질 쳐 나온 게 아닌가.

여기서부터 상황은, 빙긋 웃음으로 화룡점정 찍어 사태 마감해 버린 소피 언냐의 그것과 180도 달라진다. 언냐, 그 날 일정을 취소하고 황망히 돌아간다. 다음날 아침, 대한민국 모든 찌라시 프런트페이쥐는 유두 부분이 모자이크 된 언냐 사진들로 채워진다. 인터넷에는 모자이크 안 된 그녀 젖가슴 사진들이 돌아다니고 어떻게 구했는지 동영상 파일도 퍼졌다. 이윽고 해가 지면, 연예보도 프로에서 그녀 집 초인종을 열심히 누르는 리포터의 모습을 보여준다. 암만 눌러대도 열리지 않는 현관문, 어딨는지 모른다는 가족 목소리만 싸늘하게 되돌아 오고 졸라게 심각한 얼굴의 리포터, 자기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만날 수 없었다고 씨부린다.

그 다음날에도 흥분은 물론 가라앉지 않는다. 네티즌들은 사건의 고의성과 우발성을 각각 주장하며 반으로 나뉜다. 해도해도 안되니까 이제 생쇼를 하냐, 아니다 언냐가 불쌍하다.. 또 일각에서는 그녀 왼쪽 젖가슴 품평이 한창이다. 많이 쳐졌삼, 나이 비해 수준급이셈, 성형한 거자나, 오른쪽은 언제, 내년에도 기대하께염 등등..

이 때쯤이면 전문가집단이 등장한다. 시사평론가들은 그간 언냐가 입고 나온 의복들의 노출도를 감안할 때 이런 대형참사는 이미 예고된 인재였음을 논의한다. 또, 의상학계는 해당 드레스가 구조적으로 흘러내릴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며, 국내 스타일리스트와 코디의 자질 문제를 성토한다. 언더웨어 업계는 각종 홈쇼핑 채널에 태스크포스팀을 특파, 안전사고를 막아줄 접착식 브라 특수를 노린다.

여성계에서는 불의의 사고로 그 언냐가 입었을 트라우마를 언급하며 남성 중심의 폭력적 관음증을 비판한다. 그녀의 젖가슴 사진으로 보도경쟁에 나선 남성 사진기자들의 마초기질도 도마에 오른다. 언냐 너를 지지한다며 이제 이 질곡의 가부장제에 함께 맞서 싸울 것을 주문하기에 이른다.

청소년보호우원회도 이 즈음에 나선다. 아슬아슬한 옷차림부터가 청소년에게 악영향이었다고 설파하고, 이를 앞다퉈 보도한 언론도 선정주의라고 꾸짖는다. 언냐의 젖가슴이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불법음란 젖가슴으로 등극하는 순간이다. 불법음란 젖가슴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방송위원회에 연예인 복장 규제법안을 마련해 노출 정도를 규정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젖가슴에 탄복한 검찰 중 일부는 언냐가 제 정신으로 그러지는 않았을 거라며 마약 복용 혐의로 수사할 방침임을 천명하고 언냐를 실물로 볼 궁리를 한다.

이 대목 즈음에서 언냐는 기자회견을 연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나와 절대 고의가 아니었고 이 사건으로 인해 스스로도 충격이 엄청났음을 호소한다. 자숙하는 심정으로 당분간 활동을 중단하고 양로원에 가 봉사활동을 하겠으며, 동시에 공인으로서 이번 일과 같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기자회견을 고비로 여론은 이제 그만 그녀를 용서해주자며 마무리에 들어간다. 2580이나 추격 60분 등에서 이번 젖가슴노출사건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사건당사자 언냐나 이를 바라보는 대중 모두 피해자라는, 내나마나 한 결론으로 사건을 얼렁뚱땅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세상은 다시 돌아간다. 여배우 언냐만 잠시 쉬어야 할 뿐...

아, 벌써부터 피로가 몰려온다.

지난 해 초 미국에서는 니플게이트(nipplegate)가 큰 화제였다. 미식축구 03/04 시즌 결승전인 수퍼볼 공식행사장. 해프타임 쇼에 공연 나온 초대형 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자넷 잭슨. 한창 둘이 노래를 부르다가 팀버레이크가 자넷의 상의 가슴 쪽을 당겨 뜯어내자 어느 여자나 그 자리에 응당 있는 게 나와 버렸다. 젖가슴. 그러나 응당 거기 있어야 할 것이 응당 확인됐을 때 사람들이 응당 당황했다.

이 사건 파장은 엄청났는데 그도 그럴 것이, 넓은 미국 땅땡이 전역으로 송출된 공중파 방송인데다가, 어린이들도 보는 방송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 더해, 자넷의 신보가 곧 나올 예정이었기에 그녀의 사전 각본에 의한 연출이 강하게 의심됐다. 파문은 일파만파. 이 사건으로 수퍼볼 공연을 사전심의 하자는 등 보수여론도 들끓었다. 자넷은 팀버레이크 얘가 친 사고였다고 항변하고 유감을 표했지만 대중은 믿어주지 않았다.

그러다 자넷은 두 달여 뒤, 유명한 티비쇼 에 나와 그 모든 상황을 잠재우는 인상 깊은 한 방을 대중과 사회를 향해 날렸다. 이 쇼에 출연,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슴을 노출한 것. 물론 방송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됐다만, 시청자들은 그녀의 젖가슴이 또 한번 카메라 앞에 노출됐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자넷은 그 난리법석을 조소해 버렸다.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거냐고. 웃긴다는 식으로.

어쨌거나.

소피 언냐, 그녀의 경우에는 미소 한 방으로 상황 종료됐다. 사과할 필요도 없고, 관음증의 피해자는 더더군다나 아니었으며, 울 필요도 없다. 자넷이 욕 먹은 것도 젖가슴 노출 자체가 용납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음반홍보를 위해 그랬다는 상업적 의도에 대한 혐의 때문이었다. 어느 사회나 어쩌다 튀어나온 유명인의 젖가슴에 대중과 언론이 환장하는 건 당연하다만, 딱 거기까지면 충분하다.

우리의 경우 이 정도 사건을 받아넘길 사회적 탄력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다 보면, 심히 피곤해진다. 그 촌스러울 사회적 호들갑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진이 다 빠진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건가. 그들 젖가슴이 더 이뻐서? 그들은 몸을 함부로 생각해서? 젖가슴 노출은 아무 것도 아닐 정도로 그들 사회가 문란해서? 아니면 우린 동방예의지국이라서...?

소피 언냐의 좌측 젖가슴으로 대한민국을 들여다 본다.

 

이에 상응하여 남자배우들의 대민 봉사활동도
전세계적으로 즉시 활성화할 것을 촉구하는
   시포(shepoor@ddanzi.com)

185en_041.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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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본받자! 두환옹의 인본주의 정신!

음... 간만에 딴지일보 히트!

 

 

[미담] 본받자! 두환옹의 인본주의 정신!

2005.05.27. 금요일
딴지 미담사례발굴단
 

현대산업개발 정세영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범인들의 가슴을 적시게 하는 한아름 조화가 있었다. 이 조화를 보낸 주인공은 최근 드라마 제 5공화국으로 다시금 회자되는 두환옹.

그런데 문제는 당연히 감읍해 마땅해야 할 현대 관계자들이 배은망덕하게도 그 조화를 어디 배치해야 할 지 몰라 우왕좌왕했단 것. 알토란 같은 전재산 29만을 쪼개 헌사한 조화라는 건 이 땅의 국민들이면 다 아는 사실 아닌가. 본 기자 이 패륜적 상황에 비분강개해 마지 않을 수 없다. 이 땅의 도의가 우짜다가 이토록 땅으로 곤두박질쳤단 말인가.

사실 두환옹도 심각하게 고민 하셨을 거다. 극빈층인 두환옹이 지불해야할 시중 조화가격 만만치 않다.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부랴부랴 조화가 풍납동 장례식장에 도착한 점은 두환옹의 하루동안 인간적 고뇌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예상했던 거보다 0자는 하나 더 들어간 세뱃돈 액수로 새배한 사람에게 무한감동을 줬던 두환옹도 꽃 몇 쪼가리때문에 그토록 고민했던 거다. 그런데도 조화가 난처하다니! 천륜을 저버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어려운 결심을 해서 조화를 선뜻 내놓기는 했다만 이제 남은 여생을 도대체 뭐 해드시며 사시려고 저러나하는 생각이 미치자 본 기자 가슴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본 기자 너무 심란하고 답답한 마음에 두환옹이 보냈다는 그 조화의 시중 가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고, 다급하게나마 서울의 여러 꽃집을 수소문해 자료착수에 들어갔다. 그 결과는 이랬다.

                                <화환 견적가>

화환 종류

장구형 근조화환 1단 바구니형

최저가

80,000
(가정의 달맞이 20% 대폭 세일시 64,000)

최고가

150,000
(역시 20% 대폭 세일시 120,000)

리본값

5,000 (2M 기준, 보통 화환값에 포함)

판넬값

6,000원 (추가옵션사항)

최저가 적용시

64,000

최고가 적용시

161,000

서울의 몇몇 꽃집을 뒤져 이 1단짜리 조화의 가격을 조사해본 결과, 최소 6만 4천원에서 최대 16만 천원 정도의 견적가가 도출되었다. 그럼 남은 두환옹의 전재산은, 최소가 적용시 29만원 빼기 6만 4천원 하면 22만 6천원이 되고, 최고가 적용시에는 29만원 빼기 16만 천원 하면.. 허거걱, 12만 9천원밖에 안 나온다. 충격적이다! 난다모 2종 세트도 14만원대인데..

이제 두환옹 지인 두 사람만 더 장례를 치른다면 쪽박 차시게 생겼다. 이제 두환옹 조화를 헌사할 때마다 온 국민들 가슴 졸이게 생겼다. 아,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그런데도 두환옹은 이 모든 걸 감수하시면서 조화를 기꺼이 헌사하셨더란 말인가.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극소수의 언론에서만 이 사건을 지나가는 뉴스로 다뤘지만 이런 미담사례는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게 마땅한 일, 어째서 이런 필요성을 정녕 본지만 느낀단 말인가. 특히 공영방송 KBS의 사장 직위 해제를 강력히 촉구한다.

고인에 대한 예의를 초개같이 지키는 저 인본주의정신! 쪼들리는 살림살이에도 재산 절반 가까이를 뚝 떼어 조화로 쾌척하는 저 배포! 머리 나쁜 국민들이 또 까먹을까봐 12대 대통령이라는 걸 굳이 써넣는 저 배려! 앙증맞게 이단 띠를 두르는 귀염성까지!

이런 두환옹을 그냥 보고 있자니 숙연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질라구 한다. 안되겠다. 두환옹 자택근처 도로화단에 조화용 국화를 심어 현금을 세이브하도록 도와드려야 한다. 아, 그걸로도 안되겠다. 12월달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부터라도 당장 온 국민들이 불우이웃돕기 성금이라도 내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 전국민은 한 마음으로 성금대열에 참여하라 ! 어흑.

두환옹의 신규 퍼포먼스에 코 끝이 찡해진
  술탄(sultan@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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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나는 더이상 한국 택시운전사와 얘기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택시 운전사들 정말 대책없다. 서민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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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나는 더이상 한국 택시운전사와 얘기하지 않는다”
[교육 토론회] “한국 교육은 승자만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복종만”
2005-05-30 21:52 김유정 (actionyj@dailyseop.com)기자
지난 1995년 발표한 5·31 교육개혁안 시행 10주년을 맞아 현 교육 현안 진단과 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교육이 본래의 의미를 떠나 계층상승의 미끼로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교조를 비롯한 5개 교육단체의 공동주최로 3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교육개혁안 10년, 한국교육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는 시종일관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문제점 지적과 함께 올바른 교육방안에 대한 참석자들의 주장들이 이어졌다.

전국공무원노조의 이태기 교육기관본부장은 인사말에서 “교육을 상품이라고 하는 생각이 (김진표) 교육부 장관에 의해 입증됐다”며 김 장관이 주장하는 대학개혁의 시장성 문제를 지적했다.

▲ 홍세화 씨. (자료사진) ⓒ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각 학교에 상생이 아닌 경쟁을 강요하며 여기에서 살아남지 못한 학교는 도태시켜 시장경제에 순응하는 학교만 육성하고 있다”며 교육당국의 정책을 비판했다.

“한국 교육,승자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복종만”

첫 발제자로 나선 홍세화 학벌없는 공동사회 공동대표는 “일제시대부터 구조화돼 있던 국가주의 교육에 대한 반성적 성찰없이 신자유주의를 그대로 접목시킨 기형적인 대안이 (김영삼 정부시절의) 5·31 교육개혁안 이다”라고 혹평했다.

홍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교육이) 계층상승의 미끼를 던지고 있다”며 “본래 국가주의와 시장주의는 대립적인 개념이지만 학교가 사리추구 집단으로 변질되면서 국가주의 교육에 투철한 학교만이 밥그릇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학교가 민주적인 시민의식을 가진 사회구성원을 길러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홍 대표는 사진의 경험했던 프랑스와 한국 학교를 비교하면서 우리 학교는 아직도 민주화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 학교는 교육 주체가 학생과 학부모에 있는 게 아니라 교장한테 있고 교육과정을 통해 경쟁과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면서 경쟁에서 이긴 소수자의 질서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시스템이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한국 택시기사들의 가치관은 군국주의 산물”

한때 프랑스에서 택시운전기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홍 대표는 한국에 돌아온 이후 택시기사들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그 이유에 대해 “그들이 갖고 있는 정치 가치관과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항상 갈등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택시기사)의 가치관은 독서나 열린 토론의 산물이라기보다는 군국주의 시대부터 지속적으로 국가권력이 장악하고 있는 학교에 사회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복종하면서 나온 결과다”라고 나름대로 진단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과연 한국 교육은 사회구성원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있어 인간성을 담보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교육개혁안은 국가주의 교육과 신자유주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교육관련 입장이 비슷한 단체들이 모여 주최한 만큼, 토론에 있어서 반대되거나 서로 반박하는 등의 논쟁이 벌어지지 않았으나 현재 논란을 빚고 있는 김진표 교육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대학개혁에 대한 반대 입장을 참석자들 모두 분명히 했다.

동시에 공동체적인 교육과 민주주의 시민 양성에 벗어나는 현 우리나라의 경쟁위주의 교육현장에 대한 비판이 주종을 이뤄, 추후 지속적인 대안모색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 김유정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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