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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아는 이야기겠지만, 나다가 이사를 왔어요. 5월 1일 함께 끙끙대며 짐을 날라서 홍대에서 합정 근처로 슬쩍 옮겨 왔답니다. 사실 그래봤자 걸어서 10분쯤 걸리는 곳이라 거기서 거기인거죠. 그렇지만 이번 공간은 참 넓고 좋아요. 옥상도 있고, 방은 세 개나 있고, 부엌에 베란다까지! 꺄호 우리 집보다 더 좋네요... 5층이라는 건물을 걸어서 오르내린다는 좀 안타까운 부분이 있지 만야 뭐 청소년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만족스러운 공간 이예요!
앗, 그리고 이사를 오면서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답니다. 교육공동체로 변화하기인데 말이죠.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이 청소년 자치예요. 하지만 전 이 말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물론 들어본 적은 무지 많죠. 대안학교에서도 청소년 자치라고 하고, 대안교육 쪽에서도 청소년 자치를 이야기하고, 초등학교 때도 학급회의 자치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말이예요. 정말 이것저것 공교육이며 대안교육들을 산전수전 겪어보았던 제 생각으로는 지금까지 청소년 자치라고 해봤자 늘 뒤에서 비청소년들이 버티고 서서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흘러가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도대체 자치라는 것이 뭘까? 하고 생각했던 저는 딱히 뭐 자세한 뜻.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어떻게든 사람들이 모여서 굴려가는 것이 자치라고 정리를 했어요. 거창한 회의를 해서 규칙을 정하는 것뿐이 아닌 그냥 우리가 모여 밥을 해먹고, 청소를 하고, 공간을 기획하는 그런 소소한 재미있는 것들. 정말 살아가기 위해 하는 당연한 것들도 자치라는 거죠.
하지만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던 청소년들의 자치는 비청소년들의 영역 안에서 어느 정도의 자율만 허용이 되는 상황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비청소년들이 함께하다가 그것이 어느 순간 권력이 되어버리는 상황을 미리 방지하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나다에서 어떻게든 굴려 가보며 청소년 자치라는 놈을 한번 해보겠다는 그리고 무엇이던 즐겁게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청소년활동모임 푸른달' 이예요. 그리고 지금도 나다라는 공간을 어떤 분위기로 어떤 느낌으로 사용하게 될지 고민들을 하고있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들은 푸른달 이라는 이름처럼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이 들고, 조금 어려울지도 몰라요.
첫 번째 모임을 하던 날.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규칙은 없었으면 좋겠어. 우리가 같이 배려한다고 생각하자"라는 이야기가 우리가 바라는 모임의 제일 첫 번째 항목이었어요.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유로운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자율이 아닌 자유롭게 사용하고, 규칙 따위는 없어도 서로를 이해하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배려라는 단어 말고는 달리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규칙이라는 것은 '여긴 우리공간이야 이곳을 사용하고 싶으면 우리가 만든 규칙에 따라서 행동해' 라고 이야기하는 폭력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도 우리는 나다라는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고, 꾸려나갈 것인가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 어쩌면 규칙이 아닐까? 라는 고민들을 안고 있어요.
그리고 공간에 대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바깥에서의 폭력성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서로에게 그 폭력성을 표출해 내는 것이 아닌 공간 자체의 분위기를 우리가 미리 만들어 두고, 그 누가 오더라도 그 분위기에 녹아들어 함께 놀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를 이해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인거죠. 정적이고,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두고는 그것은 절대 깨면 안 되는 것이라며 폭력성을 억제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게다가 나다의 사람들은 절대 조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분위기를 조성하게 되면 나다 활동가들과 청소년들은 숨 막혀서 견딜 수 없을 거예요ㅠ_ㅠ) 그저 함께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쪽으로 변하게 만들 수 있는 편안하고 즐거운 그런 분위기! 아, 생각만 해도 우린 웃음이 나더라고요. 히히
우리에게 제일 고민이 되는 문제는 조금 복잡해요.
이 공간을 청소년들이 정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싶고, 내 공간 이라고 생각해서 스스로 챙기고 싶어지게 만들고 싶어요. 그렇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청소년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고요. 게다가 공간을 소비하러 오는 것이 아닌 함께 공감하고 무언가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러 오는 것이 되게 하고 싶은데 말이죠. 좀 어렵네요... 공간을 소비 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기에는 말이 짧아서 되지도 않고, 우리끼리도 서로 명확히 정리가 된 상태는 아니거든요.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것들을 어떤 식으로 해나가야 할지는 몰라도 우선 부딪혀 보려고 해요. 지금까지 청소년은 주체성이 없다고 무시당하던 기억들이 있기 때문에 그냥 간단히 우리가 공간을 관리하고, 그들에게 공간을 대여하는 그런 손쉬운 방법을 사용하진 않을 거예요. 지금껏 당해왔던 억울하고 말도 안 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기는 부끄럽잖아요?! 앞으로 열심히 부딪히고, 깨지고, 변해가면서 우리는 청소년 자치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그 말을 계속 사용하던 사람들에게 우리는 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를 할 테니 많이들 기대해주세요.
(우리가 학교를 보고 느낀 건데 애들을 열심히 잡으니까 애들이 선생 말을 잘 듣더라? 근데 우린 애들 열심히 안 잡을 거잖아? 우린 아마 안 될 거야... 응?! 우린 절대 학교처럼 안 될 거라고~)
쩡열 | 요즘 나다의 활동가들을 노예로 부려먹는 뉴제너레이션 크크
해솔 | 쩡열의 횡포에 슬쩍 묻어서 함께 부려먹는 뉴제너레이션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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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어느새 지나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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