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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난라디오 돌아보기

정말 별거 없이, 같이 모여 수다 떨다가 툭 튀어나온 한마디로 시작되었던 모난라디오.
처음 시작할 때는 그저 재밌을 것 같아서, 그리고 정말 방송을 시작하면서는 청소년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 중간에는 슬럼프도 빠졌었지만 이젠 다시 애정을 모락모락 키워가며 어느덧 5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잠시 쉬고 있는 우리들. 쉬어가는 이 시간이 되서야 모난라디오를 만나서 내가 변한 점이 뭘까? 하는 물음표를 던져보았을 때 나는 사실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이곳저곳 헤매다 작년부터 이제야 내가 마음에 드는, 나와 맞는 곳인 것 같았던 이쪽(뭐라고 설명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음,,, 청소년 인권활동판?)에 도착하고 난 뒤 부터는 난다 말처럼 늘 내가 변해가거나 변해야하는 것들이 정말 우르르르 쏟아져 내렸기 때문일테지. 되돌아보면 내가 모난라디오를 통해서 변했던 부분이 무언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무엇을 얻었는지는 단순하게 뭐 책임감을 얻었습니다. 이런 것이 아닌 내가 앞으로 남은 몇 년을 청소년으로 여전히 삐쭉빼쭉 모나면서도 다른 청소년들과 함께 살아나가기 위해, 그리고 아마 계속 계속 내가 이 세상을 지구마을의 한 주민으로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해나가야 하는 고민들을 얻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평가 기간이었나? 아마도 그 때 즈음이 모난라디오도 한참 뭔가 삐걱거리기 시작하던 참이고, 나 스스로도 불안불안 위태위태 거리던 시점이었는데, 처음에 청소년 활동판에서 여성들끼리 모여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내어보자 라고 이야기 할 때 가졌던 소중함, 즐거움 등등의 반짝이던 감정들이 내 코너에서 보호주의, 남성우월주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만, 늘 다른 에피소드에서 비슷한 이야기로 흘러가버린다는 매너리즘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것이 쌓이고 쌓이더니 귀찮음, 막막함, 재미없음 이런 식으로 퇴색해버렸다. 그리고 지금 내 마음의 상태는 여전하지만 그래도 다시 애정이 샘솟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코너 개편의 두근거림이 아닐까 싶다. 내가 방송을 하면서 갇혀 버렸던 매너리즘은 아마도 늘 새롭고, 또 고민 하는 게 아닌 습관, 일정이 되었다는 것이었는데 조금은 무책임하지만 즐거운 일은 열심히 빤짝거리는 나로서는, 그리고 내 마음이 즐거운 일을 하고 싶은 나는 앞으로도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현재에 안주하고 변하지 않는 것 이겠구나 라는 걸 무언가 은근하지만 조금 강하게 마음속에 박혀버렸다.

"앞으로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라는 커다란 화두도 머릿속에 꽉 박혀버렸고 말이다. 아마도 이 화두는 나뿐만이 아니고, 모난라디오 뿐만 아닌 지구마을의 모든 주민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일 테니 나는 너무 조급해 하진 않으려고 한다. 천천히 살아가면서 고민해가며 변해가야 할 문제일 테니까.

이제 몇 주 뒤에 막혀버린 고민들을 위해 잠시 쉬었던 모난라디오를 다시 시작 하게 되면, 지금까지 모난 것들이 함께 우왕좌왕 거렸던 것들 역시 빠짐없이 다시 시작하게 될 것이다. 조금 더 나아진 거? 그런 거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서로가 자꾸만 소중해지는 우리 모난 것들은 앞으로도 함께 만나가면서, 고민해가면서, 이렇게 또 막막해지면 잠시 쉬기도 하고, (나름)막내인 내가 20살이 되어 우리 모두가 청소년들이 아니게 되면 그 때엔 20대 라디오로, 어쩌면 라디오가 아닌 그 어떤 방식으로라도 '세상과의 소통' 이라는 것을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해 나갈 테니까. 난 그렇기에 모난라디오가 자꾸만 삐걱거린다고 걱정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우리가 즐겁고 싶어서 시작한 건데, 라디오가 삐걱거린다고 함께 보는 것이 즐겁지 않지도 않고, 또 그런 고민들을 같이 해나가는 것도 우리의 즐거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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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포럼때문에 써야되는건데 아 너무 늦게 썼어ㅠㅠ

그래도 응 정리가 좀 되네 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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