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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심쩍은 사회

미심쩍은 사회

 

나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탈학교 청소년이다.

 그리고 인권활동이며 여러 활동들을 시작한지 그리 오래된 것도 너무 열심히 한 것도 아니지만 뭐 좀 해보고싶다는 마음만은 듬뿍 담긴 청소년 활동가이기도 하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과 활동가라는 지점에서 조금은 특수하지만 어쨌튼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청소년으로써 (공감이라는걸 전혀모르는 것만 같은) 2MB가 대통령이 된 후 있었던 ‘광우병 쇠고기’‘일제고사 등의 막장교육’‘삽질 대운하’‘비정규직 투쟁’‘용산참사’‘언론탄압’등의 너무 화가나고 말도 안되는 일들이 많지만 내가 잘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단 내가 함께 했던 (보통 교육 관련  문제들) 일들 에서 느꼈던 미심쩍은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 더 낳을 것 같아서 이 사회에 잘 보이진 않지만 분명하고, 어쩌면 보려고조차 하지 않는 문제이지만 수상하고 미심쩍게 느껴지던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촛불집회의 멋지고도 찝찝함느낌


  작년 5월, 모두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학생은 공부나 해!’라는 사회적 주문에서 스스로 풀려난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며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촛불에 처음에만 함께했을 뿐 명박산성이 세워지던 즈음 부터는 함께하지 못했다.

그 전에는 아직 광우병 문제에(어쩌면 사회문제들에) 관심을 많이 두고있진 않았기에 촛불문화제 라는 것에 두어번정도 그리고 어쩌다보니 가게됐던 처음으로 물대포가 등장하던... 내 생에 처음의 밤샘집회에 한번 참여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너무 멋지고 모두가 자랑스럽다’라는 감동과 ‘그치만 이건 좀 뭔가....’ 하는 찝찝한 이상한 감정을 가지고 돌아오게 되었다. 뭐 내가 착한 어린이라 집회에 처음가봐서... 불법집회라 혼날까봐.... 이런 이유 때문은 전혀 아니지만 집에와서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이 멋진 상황에서도 뭐가 그렇게 찝찝한 것이고 미심쩍은 것일까? 라며 고민을 해보니 다들 좋아하던 부분에서 나는 불편했다는것을 깨달았다!


  우선 비청소년들이 청소년을 하나의 주체로 보지 않는다는 것에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아이들이 무슨죄냐 어른들이 지켜주자’라는 타이틀을 걸고 보호주의를 발동시켜버려서는 ‘무한경쟁’‘학교체벌’ 그리고 ‘등교거부라던지의 권리’같은 건 전혀 보호하지 않으면서 이런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는것에 대해서는 ‘10시 이후 청소년 귀가’‘부모 동의서 받고 나오기’이런 식으로 청소년이 목소리를 낼 권리를 무시하고 아이들은 사회문제에서 함께 싸울수 있는 동지가 아니라 지켜줘야만 할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시니 그에 반대한 우리는 ‘어른들이 무슨죄냐 우리들이 지켜주자’라는 종이 피켓을 들고 나가기도 했었다.(도대체 어디서 지키겠다는 건지... 아마도 비청소년 그들의 권력이랄까? 그들의 권리만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이건 반쯤은 농담이지만‘미성년자 석방하라’라는 구호들 피켓들 물론 연행된다는 것이 그다지 유쾌한 것은 아니지만‘청소년은 연행당할 권리조차 없는 것인가?’이런거다ㅋㅋㅋㅋ.

 

  두번째는 촛불집회장에서는 청소년 보호주의 뿐만 아니라 여성들 역시 함께 싸우는 동지가 아니었다는 것.

밤샘 집회를 하던 날 그날 처음으로 물대포가 등장했고, 다함께 으쌰으쌰거리며 전경과 대치하던 상황이었는데 그렇다고 자신이 돕는것도 아니면서 인도에 서서는 내가 거기서 함께 힘을 더하고 스크럼을 짜지 못하게 막는 사람들이 있었고, 가서 함께 하려고 해도 비청소년들은 나를 자꾸만 인도로 올려 보낼 뿐이었다.

게다가 갑자기 등장한 예비군들은 전경과의 대치를 막으며 그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한다는 느낌을 주기 시작했다. 왜냐면 남자니까. 여자는 약하고 청소년은 미성숙하니까 싸울 수 있는건 우리 뿐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있는 것만 같았던 그런 기분. 그 때 옆에서 친구가 예비군에게 ‘너희만 사람이냐고, 군복이 벼슬이냐? 여자랑 청소년도 같은 사람이라고, 같이 싸우면 되는건데 왜 너희가 그걸 막고있냐’며 화를 내던 장면이 나에겐 정말 인상 갚은 장면이었고, 그 이야기가 나한테 그 이후로도 많은 걸 생각하고, 깨닿게 해주었다.

 

  그리고 주최측에서 언론홍보용으로 올려세우는 것만 같았던 청소년들의 발언들은 그냥 나를 슬프게 했다.

자신의 생각보다는 감정에 호소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학교에서 말도안되는 교칙에 너무 조심스러워야만 한다는 것에 많이 슬펐다. ‘학교 허락없이 집회,시위 참여등 사회활동은 퇴학 사유’라는 말도 안되는 교칙! 물론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사실 이것이 청소년이 자기목소리를 낼 수 없게 만드는 큰 문제다. 나는 해당되지 않았지만 촛불을 든 청소년들중 많은 친구들이 학교에 돌아가서 체벌과 폭언, 징계를 받는 등 겪고있는 너무나 부당한 일들을 전해 들을때마다 발언할 때 얼굴 찍지 말라는 그 들의 목소리가 계속 생각이 났다. 아무리 그래도 일부 언론들에서는 신경도 안쓰고 얼굴을 다 찍어가서는 청소년들이 ‘학교허락없이 시위,집회 참여는 퇴학사유’라는 말도 안되는 교칙으로 억압을 당하게 만들었지만 말이다. 함께 청소년 활동을 하는 친구들 중 기자회견, 퍼포먼스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하기도 하는데 그정도는 우리가 이야기를 함으로서 생기는 불이익과 부당한 억압을 방지하기 위한 최대한의 방어책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것 아닌건가?


교육감은 청소년과 가장큰 연관이 있는 사람인데 우리는 출마할 수도 뽑을 수도 없다니?!


  촛불집회의 보호주의로 인한 불편함들을 나열하려면 사실 끝이 없을 것 같다 히히

혹시 아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청소년들이 서울시 교육감 투표때 출마를 했었던 일이 있었다.

에이 ‘선거법 위반이다’‘참정권도 없는데 무슨소리냐’며 생각하겠지만 그들은 거기에 반대하기에 그런 퍼포먼스를 했었었다.‘못 뽑으니까 나와봤다. 현장경험 풍부, 시험만 골백번’‘이딴 교육 받으면 2MB 된다’등등의 타이틀을 가지고나왔던 기호0번 청.소.년 ㅋㅋㅋ

사실 교육감 이라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인 것이고, 그들의 생활의 거의 전부를 지배하는 사람이 되는 것인데 왜 우리에게는 출마할 수 있는 권리도 심지어 투표할 권리 조차도 없는게 당연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청소년들도 스스로 이야기 할 것이다. ‘청소년들은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에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내가 묻고 싶은건 그 미성숙과 성숙의 기준은 누구의 눈으로 정하는 것인지 알수가 없다는 것 정도?


활동을 하면서도 느끼는 답답함

 

  나는 일제고사 활동에서 참여를 했었다.

그리고 그때 다른 사회단체들과 연대를 맺어 활동을 하면서도 그냥 답답함을 느껴 버렸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작년 10월 등교거부 당일 기자회견을 하는데 건너편에 ‘학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분들이 기자회견을 하시더니만 학생들은 어서 학교로 돌아가라고 하는데... 난 정말이지 청소년을 학생이라는 신분에 가둬버려서 생각하는게 너무 싫다. 정말 학교를 사랑한다면 우리가 학교를 사랑할수 있게 좀 만들어 주시던지말이다. 뭐 사실 활동을 할때 머리에 피도안마른 것들이 뭐하는거냐 공부나 해라 라는 식의 이야기들은 너무 많이 들어봐서 별일 아닌 취급 할수 있다.

그렇지만 함께 활동을 하는 비청소년들의 불편한 행동들은 우리를 많이 화나게 했었다. 원래3월10일에 예정 되어있었던 일제고사에 반대하기 위해 했던 청소년 농성이 교육청 앞에서 2월 23일 부터 있었다 (정부에서 훼이크로 일제고사를 31일로 미루는 바람에 농성이 21일까지 했었다). 거리농성이라 길바닥에서 밤도 새야하고 빡센 일정이지만 첫날 기자회견 하고 시작할때 우리도 물론 정말 중요한 반대의견이기 때문에 농성이란 것을 시작한 것이었지만 적어도 다같이 있으면서 즐겁게 농성하면 좋잖아? 라는 생각에 기타도 치고 이야기도 하며 농성을 하던중 옆에 원래 있었던 농성하시던 분들과 마찰이 일어났다.

놀꺼면 여기있지말고 저기 나가서 놀라고, 농성 할꺼면 제대로 해야지 이게 뭐냐며 말을 하는데 우리들은 아까도 말했듯이 우리도 절박하기 때문에 거리로 나온것인데 기왕 하는거 웃으면서 즐겁게 하고 싶어서 즐겁게 하는 방식인것인데 미성숙하다는 식으로 할꺼면 제대로하라는 비청소년들의 방식을 우리에게 강요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살짝의 마찰이 있었고 그 이후로도 우리는 늘 즐겁게 농성하려고 노력했다.

무겁게 앉아만 있는 비청소년들의 방식이 있는 것이지만 바닥에 분필로 일제고사 반대 낙서도 해가며 노래도 부르고 피켓도 만들고 하는 우리들의 방식이 있는 것이기 때문인 것이다. 사실 청소년을 주체로 인정한다면 서로의 방식도 당연히 존중할 수 있는 것일텐데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도 결국 함께 활동하는 단체들의 비청소년들 조차 우리를 깔아 본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는 것은 내가 비청소년들에 대해 크게 회의를 느끼게 했었다.


마지막 이야기


  흐음 내가 불만이 너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사회에서 불만을 품을 수 있는건 당연한거아닌가?ㅋㅋㅋㅋ


  나는 사회가 청소년을 하나의 주체로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무조건적인 보호는 그저 우리를 무시할 뿐인 것이다. 청소년이 이 사회의 약자인건 분명한 사실이고, 약자를 배려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에 청소년이 경제적 약자이기 때문에 교통비를 적게 받고 하는 이런 배려들은 당연히 필요하다.


(아 그리고 내가 자꾸만 비청소년이라는 말을 사용해서 이건 뭐야? 라는 생각이 드는 분도 있었겠지만 이건 그냥 사회에서 자꾸만 성년과 미성년. 이런식으로 청소년은 성숙하지 못하다 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처럼 우리의 입장에서 만들어낸 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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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5월에 삶창에 썼던건데

진짜 북흐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대박 북흐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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