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지고있는 것들을, 아니 져야만 하는 것들을 다 토해내고 싶은 걸까? 끊임없이 속이 메스껍다. 하루에도 몇번이고 속이 메스꺼워 인상을 찌푸리고, 전보다 잦아진 오한에 시도때도없이 온몸을 부르르 떨고있다.
조금은 괜찮은 것같았다. 아니 조금은 괜찮아졌다. 그냥 내가 점점더 끊임없이 한심해지고 도망가려하는 것 뿐이겠지. 정말 하나도 짊어질 자신이 없다. 정말 모든걸 다 버리고 내 몸에서 흔적도 남기지 않고 게워내버리고 싶다. 지금은 새벽이라 조금 더 예민한 것도 없지 않겠지만 간만의 폭주라고 하자.
이번 주 안에 끝내야하는 일들이 눈앞에 마구 닥친다. 그렇지만 그 시간을 내야하는 것 또한 급하지만, 얼마전 들었던 가족을 위해서는 희생할 줄도 알아야한다는 말이, 아니 그렇게 해야한다는 말이 또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한다. 시간은 정해져있고, 나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맞춰서 함께 해야하는 일들 투성이다. A가 지금 나에겐 사실 너무 중요한데, A를 택하면 B를 하찮게 여기는 것이 되어버린다. 마음이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급했던건 A였던 거겠지.
연애는 즐겁다. 정말 너무 좋다. 근데 뭐가 이렇게 무거운거지? 나 즐거운대로만 하기때문에 주변에서 들려오는 불만들. 내가 안그러지 않으면서 그 불만들은 무겁다. 불만들이 무겁지만 또 그러고있다. 그리고 그러고 싶다. 나쁘다는 거 안다. 모른다. 안다. 모른다.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살려고 하는 나의 특성이겠지. 내가 해를 끼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혼란이다. 너무 좋은데, 옆에 있고싶은데, 꽤나 이리저리 사람들에게 Ok 거리는 녀석의 옆에서 나는 또다시 그녀석을 Ok 거리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휘두르고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집에와있다. 그러기로 했다. 그래야한다고 했고, 100퍼센트 동의하지 못하지만 그러겠다고했다. 어쩌겠는가, 그리고 이정도는 해야되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까운 사람들이니까, 참 오랫동안 봐왔고, 함께살았고, 앞으로도 보게될 가족들이니까. 말마따나 나는 사실 날아가고싶은데 잡아두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잡혀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말마따나 나는 곧 떨어지게 될거다. 그 곧이 1년인지 2년인지 아니면 3년인지 모르지만, 나에게 곧은 1년정도인데, 그 기간에 대한 생각은 늘 '곧' '얼마남지않았다' 등등 구체적인 말은 없었으니 서로 꽤나 다르겠지.
집에서 있는게 서러웠다. 나다에서 걸려온 전화에 깔깔거리는 그들의 웃음소리에 괜한 박탈감을 느껴버렸다. 뭐 복에 겨운줄 모르고 배부른 소리하는 건데, 어쨌든 그 순간 그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도 같이 웃고 떠들고 이야기하고, 할 일들도 하고 있고 싶었는데 나는 집에있다. 여긴 안산이다. 경기도 안산. 거긴 서울이다. 마포구 서교동. 멀다. 갈수가 없다. 순간 서럽다. 전화하겠다던 녀석은 1시간을 훌쩍넘기도록 연락이 없다. 나 정말 애정결핍멍청이인지 누군가가 연락하겠다고한다면, 하염없이 기다린다. 모든 곳에 끼고싶어하는 욕망일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 내가 놓친 전화에서 무언가 나만 빠질지도 모른다는, 혹은 그 전화로 생길수있었던 새로운 무언가를 놓쳐버릴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라는 걸 새삼 내가 스스로 생각하니 무섭다.
결국 아직도 기다리고있다. 아즈 전화를. 아마 안걸려올거라는 걸 나도 안다. 재밌게 놀고있겠지 뭐, 그치만 기다리고 있는, 기다리고 싶은 이유는 뭘까 모르겠다. 그냥 자기 싫은건가. 놀고싶은건가. 혼자가 외로운건가. 다 필요없이 그냥 한심할지도.
이제 곧 자야겠다. 여전히 속은 메스껍다. 높은 곳에 차타고 올라갔을때만큼이나 속이 울렁거린다. 도망치고싶다. 다 도망치고싶다. 아니면 예전의 나처럼 메스꺼우면 메스꺼운대로 다 게워내버리고, 속을 시원히 비운다음 다시 시작하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예전의 나가 아니니까. 그러면 안되니까, 하기 싫은 것도 해야하니까. 그렇게 쉽게 책임같은거 슝슝 버려두던 거 못하겠는 때가 왔으니까.
어차피 게워내봤자 흔적은 남는다. 입가에 묻은 토사물마냥 그 부담들을 버리고 도망친 나에게는 끊임없이 도망만 치는 버릇이 점점더 굳어지겠지, 그리고 신뢰도 잃겠지, 노력하지 않은 만큼 내가 잡았어야할 관계들도 다 놓쳐버리고, 언젠가 무척이나 후회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