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일어나니 카트만두와 며칠전 여기서 만났던 여행가이드가 왔다. 이따 점심을 먹기로 했다. 책을 보러 한국식당에 갔다. 한 아저씨와 딸이 있다. 시원한 쪽으로 오란다. 몇마디 얘기를 나누다 내가 인도 살만해요라고 물으니 그 아저씨 왜 외국사람같이 얘기하냐고 받는다. 더 할말이 없다. 김밥과 물을 시키고 책을 보기 시작했다.
2.
인도전문가라는 이거룡씨가 쓴 인도사원순례라는 책이있다. 흰두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이 있었다. 왜 흰두인은 소를 안먹고 숭상하게 되었는가의 대목이 있다. 소는 농경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가축이다. 인도의 카스트가 형성되고 브라만 계층이 소를 재물로 바치기를 요구했다. 농민들은 처음엔 소를 바쳤지만 점차 불만이 쌓여가고 때마침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가 시작되면서 그 논리를 끌어들어 소를 지킬 수 있었단다. 왜 죽음을 관장하는 신인 시바가 인도에서 최고 인기인가도 눈길을 끈다. 창조주 하나님이 대인기인 한국과는 달리 인도에서는 창조의 신 브라흐만은 찬밥신세다. 인도 전역을 통틀어도 브라흐만을 모신 사원은 10개 미만이란다. 이미 카스트에 의해 태어났는데 창조신의 무슨 소용이냐 업보를 없에고 다음생에 어떻게 잘 태어나느냐가 중요하다의 논리다. 재미있는 해석은 경제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유지의 신인 비쉬누의 인기가 높아지고 경제 불황기에는 인기가 낮아진단다.
3.
식당에서 나와 근처 피씨방으로 갔다. 한국식품을 분양해준 그 가이드가 이미 와있다. 한시간 인터넷을 하고 골든카페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여기서 시킨 러시안셀러드는 아주 다른 셀러드가 나온다. 점심을 먹고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햄버거집에가서 망고주스를 먹었다. 러시안집시카드 얘기가 나와 이따가 보여주기로 했다. 이건 내가 점을 쳐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나와서 짐을 맡겨놓은 곳에 같이 갔는데 여행사가 옆에 있다.
4.
다음 여행지로 생각해왔던 마다가스카르를 경유해서 남아공가는 비행기표의 가격을 확인했다. 요하네스버어그가 16800루피다. 한국돈으로 41만원이다. 내가 가려는 케이프타운은 이보다 좀 더 줘야한단다. 델리에서는 마다가스카르를 경유해서 남아공가는 비행기가 없단다. 가격이 생각보다 더 나간다. 어짜피 이 비행기도 뭄바이를 거쳐서 간다. 아프리카에 인도인들이 많이 살아 그 출발지인 뭄바이에서 비행기표가 싸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뭄바이로 가는게 최선인거 같다.
5.
가이드와 숙소로 와서 러시안집시카드를 보여주었다. 러시아 집시들이 여행이나 기타 중요한 순간에 50개의 상징으로 이루어진 25장의 카드점을 친단다. 이건 광고카피다. 진짜 러시아집시들이 이 카드점을 보는 지는 모르겠다. 10년전 쯤에 산 이 카드는 내가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누구나 대면할 수 밖에 없는 개인사의 격변과 전환의 시기에 누구보다도 많은 힘을 주었다. 그 힘이라는게 상징카드가 맞고 안 맞고의 문제라기 보다는 내 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의 상황과 내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이 좋았던거 같다. 이 친구도 카드를 매개로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본다.
6.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인터넷을 두시간하고 아까 여행사에서 만난 두여행자와 저녁 먹기로 했던 골든카페로 갔다. 며칠전 우연히 내가 머물던 숙소를 소개했었다. 한 한국여성은 전북 출신인데 네팔 두달 인도 네달을 여행하고 있다. 네팔 포카라에서만 한달을 있었단다. 호홉이 좀 긴 스타일로 보인다. 다음엔 유럽으로 간단다. 유럽여행은 몇명이 모여 승용차를 랜트해서 여행하는게 가장 싸단다. 다음에도 관련한 카페가 있단다. 또 한 여성은 네달란드 인인데 포르투갈에서 집짓는 일을 한단다. 포르투갈 아주 좋은 동네란다. 김치찌게와 만두국 셀러드를 시켜 같이 먹었는데 이 네덜란드 여성 김치와 고추장을 아주 좋아한단다. 엄지손가락을 높이 쳐든다.
7.
식당에서 나왔다. 한 루프탑(옥상)레스토랑에 가서 그 둘은 차를 마시고 나는 킹피셔 맥주 한병 마시기로 했다. 한 노점 치킨이 30루피인데 아주 맛있단다. 사서 가기로 했다. 숫불 바베큐 방식의 꼬치인데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오면서 이 한국여자 망고를 산다. 아주 꼼꼼히 저울 추 무게를 확인한다. 인도주인이 웃는다. 한 숙소 루프탑 레스토랑에서 치킨과 맥주를 먹었다. 며칠전 100루피짜리 노점 탄도리치킨보다 맛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서 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망고를 먹었다. 아까 만난 가이드가 들어온다.
8.
내일 오후에 다람살라행 버스를 예약해두었다. 오늘이 델리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델리는 대부분의 인도 여행자들이 들릴 수 밖에 없는 곳이다. 보통 젊은 한국여행자들은 혼자 인도비행장에 도착해도 거기서 한국여행자를 만나거나 아니면 델리에서 마주쳐 여럿이서 뭉쳐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도가 그럴 수 있는 곳이란다. 가이드와 며칠전 같이 만나 인도의 럭셔리한 쇼핑상가에서 아이쇼핑 같이했던 맴버 셋이 다시 만나 이런저런 수다를 하다 다들 자기 방으로 흩어졌다.
050530 (월) 여행 186일차
(잠) 델리 파하르간지 욕실있는 더블 4775원 (175루피)
(식사) 아침 김밥 2000원 (80루피)
점심 김치찌게 러시안셀러드 토스트 후라이 3500원 (140루피)
저녁 김치찌게 만두국 셀러드 3000원 (120루피)
(간식) 맥주1병 1250원 (50루피)
(기타) 인터넷 1시간 500원 (20루피)
........................................................총 14,625원 (585루피)
Trackback URL : http://blog.jinbo.net/aibi/trackback/213
고양이
2005/07/12 11:17 Delete Reply Permalink
이 초록색 망고 노래지면 무지 맛나겠다. 한국선 비싸서 쳐다도 몬 보는데. 열대과일 많이 많이 사먹으소... 풍토병 예방에 그게 짱인기라.
Nomad
2005/07/13 14:39 Delete Reply Permalink
이제는 여행의 달인이 된듯...글과 사진에 여유가 넘치네요. 건강하세요. ...부러워라 행복한 방랑자~
aibi
2005/07/13 18:36 Delete Reply Permalink
고양이)이때 망고가 남인도쪽에서 올라온망고들인데 정말 맛있어요. 다시 델리로 와서 먹은 북인도 망고는 맛이 좀 덜하더군요. 그래도 과일의 왕이라는 망고죠. 3키로를 천원 남짓에 사서 셋이서 배부르게 먹어 보았답니다.
nomad)여행의 울트라베테랑께서 왜 이리 추켜세우시나요.^^ 난 아직 해외여행 초보자랍니다. 노마드님은 올해에는 계획이 없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