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추위에 깨서 파카를 입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아침에 세명이 나가고 이제 넓은 방에 호주인 클린턴과 나 둘이다. 자리를 저쪽 구석으로 옮기고 이불도 두개 끌어다 놓았다. 면도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쌀국수를 사먹고 야체만두도 사먹고 등산용 깔판을 살려고 둘러보는데 어떤건 무겁고 어떤건 비싸다. 그냥 좀 자보자.
2.
큰 슈퍼에 들렀다. 중국은 과일을 그대로 말린 과자가 많다. 당도가 아주 높다. 오랜지와 복숭아 절임을 샀다. 600미리에 2.2원하는 야체주스와 1원짜리 오랜지 주스를 샀다. 중국 주스는 잘못사면 물에 가루탄 맛이 난다. 한 번 쓸 것이 남아있는 하이타이 작은 거 한 봉지와 치약을 샀다. 안내하는 아줌마가 적당한 걸 골라준다. 골라주는걸 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포테토칩하나 해서 모두 13원이 나왔다. 쇼핑은 재미가 있다.
3.
오늘은 어디 돌아다니지 말자. 숙소에 들어와서 인터넷을 시작했다. 이제 중국관련 책들은 조만간 서울로 부쳐야 한다. 가지고 온 진순신의 중국문화기행을 그냥 떠나보내기 아쉬워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문장을 블로그에 남기기로 했다. 일기도 쓰고 책 발췌도 하고 오후시간이 흘러간다. 어제 지갑 분실의 악몽에서 벗어나 대책을 세우고 있는 한국친구와도 옆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4.
저녁이 되어 한국인 2, 호주인1, 뉴질랜드 커플 이렇게 다섯이서 숙소 근처 식당으로 갔다. 내가 꿍바오지딩(닭고기 야체 볶음)과 마파두부를 시키고 호주친구가 가지요리를 시켰다. 호주에서도 가지요리를 잘 먹는다 한다. 그리고 뉴질랜드 친구가 소고기 고추 볶음을 시켰다. 맥주 한 병씩을 시켜 먹기 시작했다. 뉴질랜드 커플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란다. 내가 최근에 잡지만드는 일을 했다고 하니 묻는다. 레프트나 라이트냐? 레프트라고 하니 또 묻는다 부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여기 싼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사람치고 레프트 아닌 사람이 없을 거 같다.
5.
호주는 3년마다 대통령인지 수상인지를 뽑는데 90년대 후반부터 한 사람이 계속 해먹고 있단다. 호주인 클린턴 말로 아주 별로 란다. 전에 말지에 정성일씨가 미국 좌파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에 대한 일화를 쓴 것이 기억에 남는다. 마이클 무어가 칸느에서 뭔 상을 받게되어 수상소감을 얘기했단다. 그 특유의 유머로 부시를 비판할때 유럽사람들 박수를 치며 동감했단다. 마이클 무어가 마지막 한마디를 했는데 너희들도 똑같다라고 했다나... . 하여튼 누가 말은 못하나?
6.
유럽식으로 돈을 나눠서냈다. 이런건 부담도 없고 참 편하다. 그런데 한국같이 좀 엉기는 맛은 없다. 숙소 라운지로 와서 한 잔씩 더 했다. 프랑스 여자가 합세했다. 최근 한국에서 잘 팔리는 프랑스 소설 작가, 아멜리 노통 얘기를 했더니 자긴 싫어한단다. 투신자살한 프랑스 철학자 질르 들뢰즈는 모른단다. 다른 사람들도 모른단다. 요즘 한국 철학계에서만 좀 인기인가 보다. 그렇게 그렇게 대화가 흘러갔다. 호주친구가 홍명보를 좋아한단다. 호주친구 아까 대화할때 내가 10대때 에어서플라이, ACDC를 들었다하니 나보고 몇 살이냐고 묻는다. 헤비메틀 오 리얼리?하며 장난끼 어린 표정이 마음에 든다. 내가 호주의 역사를 물으니 200년이 되었단다. 영국과의 관계에서 호주의 정체성을 물으니, 단호하게 있다고 한다. 자긴 영국을 싫어한단다. 자기 조상은 스코트랜드, 아이리쉬, 영국계가 섞었단다. 그 피 때문일까? 아주 개방적인 마인드다. 유럽인 특유의 자만심도 보이지 않는다. 두 뉴질랜드 커플도 스타일이 굿이다. 자연에서 오는 것도 있을 거 같다. 유러피안과는 다른 특성들이 좋게 느껴진다.
7.
좀 있다가 대화에서 슬그머니 빠져 인터넷을 했다. 영어권 사람들이 신나게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곳 다리는 시간이 슬금슬금 잘 지나간다. 내일은 산에 오르리라.
* 050122 (토) 여행58일차
(잠) MCA빈관 1950원 (15원)
(식사) 아침 쌀국수, 야체만두 650원 (5원)
저녁 중국음식 2600원 (20원)
(간식) 슈퍼 생필품, 먹을것들 1690원 (13원)
............................................ 총 6,89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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