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세면을 하고 우체국으로 갔다. 어머니에게 부칠 윈난성 사진집 3권과, 친구에게 부칠 중국관련책들과 일기장 그리고 어제 읽기를 포기한 영문판 마오전기를 가지고 갔다. 베트남에서까지 마오를 가지고 다닐 수는 없다. 호치민이면 몰라도... . 볼팬을 꾹꾹 눌러 주소를 썻다. 무려 7장에 묻어나와야 한다. 한참이 걸려 소포가 만들어지고 돈을 지불했다. 322원이다. 이곳의 20일치 숙박비다. 하지만 나에게는 처음 여행 2달동안의 소중한 자료들이다. 어머니에게는 나라마다 사진집이나 특산품을 부치기로 마음먹었다. 이로써 베낭에서 가장 큰 무게를 차지했던 책의 반이상이 줄었다. 짐을 줄여야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2.

만두와 쌀국수를 사먹고 얼하이 호수쪽으로 걸어갔다. 오늘 중국에서 마지막으로 마음껏 걸어보자. 고성 남쪽을 빠져나와 차길을 건너는데 저쪽에 큰 개가 차에 치어 죽어있다. 차들이 비켜 지나간다. 길 건너편에서 누가 그걸 치우는지 한 10분을 지켜보았다. 전봇대 전기공사직원 10여명이 지나가는데 구경만 하지 한 쪽으로 치우지 않는다. 누가 그걸 치우는 역할일까? 모르겠다. 뒤를 돌아 호수쪽으로 걸었다. 호수가 보인다. 북쪽으로 쭉 걸어가보자. 작은 관광용배 부두가 나온다. 호수가로 걷기는 쉽지 않다. 길이 군데군데 끊어져 있어 다시 돌아나오곤 했다. 이곳 다리는 150만의 바이족이 산단다. 호수 옆으로 죽 이어진 곳이 전통적인 바이족 마을 인가 보다. 마을 집 대문앞에는 거의 솔잎 혹은 향을 태우고 있다. 나쁜 기운을 없엔다는 의미인가 같다.

 

3.

한 사원에서 연주소리가 들린다.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사당 중간에는 장비나 관우와 비슷한 손을 치켜든 무인의 상이 모셔져 있다. 이채로운건 그 옆에 이쁘장한 소인지 말인지의 상도 같이 만들어져 있다. 기와처마인가 거기에 붙어있는 동물도 귀여운 느낌의 도룡뇽 같다. 상 앞에는 7-8명의 할아버지 합주단이 연주를 하고 있다. 약보를 서로 같추고 들을 만 하다. 그 옆에는 마작 테이블에서 할아버지들이 마작에 열중하고 있다. 한판에 2원씩 거나보다. 마작테이블은 정사각형의 테이블인데 자기 앞쪽에 돈을 넣는 작은 서랍이 사방으로 있다.

 

4.

계속 호수를 따라 북쪽으로 걸어나갔다. 작은 구멍가게들이 띄엄띄엄 있다. 한군데 들어가서 초코렛바를 달라해 얼마냐 물으니 0.2원이란다. 30원이다. 다른 웨하스도 0.2원이다. 두개를 사서 나오는데 저기서 한 아이가 1원 짜리 지폐를 손에 꼭 들고 오고 있다. 그도 뭔가 군것질을 하려는 모양이다. 마치 내가 어릴때 100짜리 동전인가 지폐인가 하나 들고 지금은 대형 불량회사에 의해 불량식품으로 규정되어버린 그 다양한 과자들을 사먹곤 하던 모습과 같다. 지금은 인사동에가면 그 추억의 먹거리가 다시 부활해 세트로 팔리고 있다. 좀 가서 다른 상점에 들어가 소세지, 콩엿버물림, 오징어채비슷한것양념을 샀는데 다해서 1.3원이다. 봉지를 하나씩 번갈아 입에 물어띁으며 계속 걸어나갔다.

 

5.

바람이 심하게 분다. 구름이 갖가지 모양으로 마치 자기를 과시하는 듯 하다. 잠시 앉아 쉬었다. 양복을 입고 긴 장화를 신은 아저씨가 일을 준비한다. 여기는 잘 차려입고 일하는 사람들이 간혹 보인다. 한 아줌마도 흰색을 좋아한다는 바이족 답게 흰 상의를 입고 밭일을 하고 계신다. 우리도 백의민족인데... . 한 4시간 정도 걸은 것 같다. 바람을 그칠 줄 모른다. 이제 돌아가자. 호수에서 다시 중간 차길 방향으로 올라갔다. 고성의 윗 길로 죽 걸어올라가 버스를 탔다. 한 참을 걸어왔나보다. 버스로 10분가까이 가서 다리고성 끝에 내렸다.

 

6.

숙소에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일기를 좀 올리고 한국친구가 다행히 카드문제가 해결되어 빌려준돈을 받고 같이 멀 좀 먹으러 식당에 갔다가 왔다. 내가 내일 일찍 나가기에 미리 이별의 악수를 했다. 

 

7.

난 내일 아침 쿤밍가는 버스를 타고 5-6시간을 가서 쿤밍에서 바로 베트남 국경 허커우로 가는 14시간 정도짜리 침대버스를 탄다. 그리고 모래 아침에 국경도시 허커우에 도착하면 베트남으로 넘어가 10시경에 출발하는 10시간짜리 하노이 행 기차를 탄다. 이틀을 꼬박 이동하는 거다. 이렇게 잘 맞아 떨어질지 아니면 어긋날지 모른다. 리듬감이 필요하다. 바삐 움직일때는 순발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중국여행중 이 곳 다리에서 가장 오래 묵었다. 이제 발을 뗄 때가 되었다. 새로운 세상으로 출발이다.

 

 

* 050126 (수) 여행62일차

 

(잠) 1950원 (15원)

(식사) 아침 만두 국수 590원 (4.5원)

(이동) 버스 260원 (2원)

(간식) 구멍가게 음식들 5가지 220원 (1.7원)

(기타) 한국 보낼소포 2개 42760원 (322원)

 

  ..............................................................총 47,59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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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7 01:30 2005/01/27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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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양이
    2005/01/27 16:32 Delete Reply Permalink

    드디어 중국 대장정이 끝났구만요. 난 여행중독이 된듯. 매주 집을 벗어나 어디든 돌아다니고 있죠. 어디가 내 방황의 끝일지... 건강하세요

  2. 사막
    2005/01/29 15:48 Delete Reply Permalink

    저도 내일 네팔 카트만두로 떠남니다. 31일 도착해서 1일부터 4일까지는 이상한 회의에 가야하지만 5일부터 9일까지는 진정한 네팔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거예요. 근데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느라 여행계획은 오늘까지도 오리무중입니다. 잘 되겠지요.

  3. aibi
    2005/01/29 16:03 Delete Reply Permalink

    I arrived from china to vietnam by bus,bed bus,train
    today hanoi working now.Hanoi warm whether
    직원에게 물어보니 한글이 되네요. 오늘 새벽 4시 하노이역에 도착했답담니다. 이 또 새로운 생소함이란. 한 아줌마 오토바이 뒤에 타서 겨우 숙소를 잡았담니다. 베트남 넘어오는데 톡톡히 신고식을 치루었지요. 느지막히 일어나 길을 걸어 나와 길거리 음식사먹고 호수 갔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인터넷 되는 유스호스텔이 있군요. 오늘은 구시가지를 헤메는 것으로 끝내렵니다.

  4. 이슬이
    2005/01/29 17:05 Delete Reply Permalink

    영문 마오 전기는 그럴 줄 알았어요. 난 여기서 베트남쌀국수(포호아)로 하는 해장이 젤 좋던대. 베트남 갔으니 쌀국수 실컷 먹겠다. 길거리서 바가지로 파는 쌀국수가 있다는데 함 드셔보고 나중에 전해주세요. 맛과 분위기와, 느낌을. 건강!!!

  5. aibi
    2005/01/30 23:07 Delete Reply Permalink

    그럴 줄 알고 제가 오늘 제임스 아이보리 영화로 유명한 남아있는나날들 영문소설을 사지 않았겠어요? 책을 읽기 전부터 영화에서 엠마 톰슨과 앤소니 홉킨스의 그 절제된 사랑이 떠오릅니다. 100페이지의 얇은 책인데 다시 도전해 보렵니다. 국수 말인데요. 내 취향에는 중국 윈난성 쌀국수가 맛과 가격에서 최곱니다. 여긴 300원짜리 큰잎에 싼 주먹밥이 최고구요. 부슬부슬 흘러내리는 중국 쌀과 달리 여기 베트남 쌀은 아주 찰집니다. 여기에 김치주~욱 찢어 올려놓으면 음음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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