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벽 2시쯤 되었을라나. 버스가 어디에 서서 먼가를 고치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그리고 차는 다시 좀 가다 다른 곳에 선다. 밖으로 나왔다. 시계는 3시를 넘어간다. 차의 타이어를 전기 드릴로 나사를 풀고 빼낸다. 몇명이 나와 구경한다. 나도 구경의 대열에 동참했다. 내가 이해할때는 바퀴에 구동력을 주는 작은 실린더하나와 내가 누운 오른쪽 뒷 바퀴가 부딪쳐서 바퀴에 손상이 간 거 같다. 바퀴에 커다란 기스가 나있다. 계속 더 그랬더라면 펑크가 났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수리를 마치는 데 두시간이 넘게 걸린거 같다. 사람들은 이런일을 일상적으로 겪는 것처럼 아무 불평 아무 반응이 없다. 차는 다시 출발했고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2.

다시 깨니 이른 아침이다. 산길을 넘고 있다. 산을 거진 올라가 옆쪽으로 내려가는데 낮은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산 밑으로 솜사탕처럼 촘촘히 가라 앉아 있다. 그 위로 해가 떠오른다. 나도 한국에서 지리산 등 좋다는 몇 군데 가보았지만 이건 비교가 안된다. 아마 우연이라서 버스 뒷자리에서 누워서 보는 그 맛 때문에 감동이 더 컸나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베트남 북부의 사파가 이런 낮은 구름으로 유명하단다. 버스는 다시 구름 밑으로 하강한다.

 

3.

허커우가 가까워 지고 있다. 바나나 파인에플 나무들이 줄을 잇고 길가에 열매들을 싣고 있다. 서울은 완전 한 겨울일텐데 나는 완전 한 여름으로 가고 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하고 작은 허커우 터미널에 도착했다. 내리니 더운 열기가 몰아친다. 나는 사계절의 옷을 다 가지고 가는 셈이다. 미지의 공간에 도착했을때 설레임도 있지만 당황스러움도 있다. 어디가 어딘지. 일단 주변을 걷는게 최고다. 가게들을 지나 강물을 한 번 쳐다보고 커브를 틀어 적당한 식당 앞에 앉았다. 만두 한 판을 시키고 죽을 한 그릇 더 먹었다. 주인 아저씨 아줌마와 몇 마디 나누고 나왔다. 여기 바로 옆이 베트남인데 강건너인지 어느쪽인지 아직 모르겠다.

 

4.

은행에 들어가 환전 되냐 했더니 옆으로 가란다. 나와서 옆 건물에서 환전되냐 물으니 왔던 옆으로 가란다. 보니 중간에 사설 환전 보따리 아저씨가 있다. 얼굴은 정직해 보이는데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베트남 동화는 1984년인가 외체를 돈을 마구 찍어 값아 돈 가치가 700프로가 하락했다 한다. 중국 위앤화 100원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전자계산기로 찍어 보여준다. 도대체 가늠이 안된다. 1000동짜리 지폐 한 다발과 50000동짜리 10000동짜리 지폐를 받았다. 18만 19만 동정도 될 것이다. 호주머니가 벌써 가득찼다.

 

5.

저쪽으로 택시를 타면 국경출국건물이 나온단다. 중국 잔 돈이 하나도 없어 위웬화 좀 바꿔달라하자 2000동이면 간단다. 택시를 탔다. 걸어도 5분이 안되는 거리에 내리는데 이 아저씨 내리니 10원을 요구한다. 실강이를 좀 하다 5원으로 하기로 하고 100원 위엔화를 내밀어 거스름 돈을 받았다. 출국 도장을 받으러 건물로 들어갔다. 홍콩에서 나와 12월 30일에 중국에 입국했다. 오늘이 1월 28일이니 거의 한 달을 채운 셈이다. 출국 도장을 받고 나오니 다리가 나온다. 국경을 넘는 다리인가 보다. 황토강물이 중국과 베트남을 나누고 있다.

 

6.

베트남 입국 도장을 받으러 건물로 들어갔다. 베트남은 재작년 부터 한국인은 14일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2주일이 넘으면 한 달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고 비자피로 30미국달러를 내야한다. 내가 얼마나 머무를 지 나도 모른다. 입국 양식을 쓰는데 한 베트남 남자가 와서 친절하게 도와준다. 알고보니 그 건물안에 하나 있는 여행사 직원이다. 뭐가 순수한 서비스가 없다. 다 뭔가 댓가를 기다리고 있다. 기차티켓과 환전을 한단다. 환전률이 어떻게 되냐 물으니 중국돈 1원에 1825동이란다. 은행보다 후하단다. 아무래도 아닌것같다. 은행에서 바꾸겠다고 하고 기차 티켓을 주문했다. 고개를 돌리니 나를 기다리고 있는 오토바이 운전수 7~8명이 보고 있다. 한 친구가 거기 여행사 아니라며 목에 칼을 긋는 시늉을 한다. 시안에서도 경험했고 얼마 띠어 먹겠지라 생각했다. 사람은 이렇게 친절에 약하다.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면서... .

 

7.

신청용지에 도장을 받았다. 여행사 직원과 나와서 여행사로 들어갔다. 2시 반쯤 티켓을 가지고 온단다. 나와서 중국돈을 환전하러 은행으로 나섰다. 한 젊은 오토바이 운전수가 계속 위치를 알려주며 따라온다. 은행에 들어가서 기본인사 신~짜오라 하니 은행직원들이 웃는다. 한 1600원정도를 환전했다. 2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다. 은행 환율은 역시나 1원당 1933동이다. 그 여행사에서 바꿨으면 1원당 100동, 1600원이면 160000동을 손해 볼 뻔 했다. 만원이 넘는 돈이다. 7시 기차고 지금이 12시가 다 되어간다. 그래 이 친구 오토바이를 타자. 한국돈과 동을 비교하니 1000동에 75원, 만동에 750원, 10만동에 7500원이다. 4시간을 오토바이를 대절해서 주변을 돌기로 했다. 10만동 달라는걸 7만동에 하기로 했다.

 

8.

큰 베낭을 여행사에 맡겨두고 이 친구 뒷 자리에 앉아 어깨를 잡고 출발했다. 천천히 가자했다. 처음 장소는 하노이로 향하는 고속도로인지 아직 완공되지는 않았는데 한 6차선은 되어 보였다. 옆으로 돌아서 인민광장 앞으로 왔다. 당 청사, 인민위원회 건물들이 있다. 날씨가 더워 광장에는 사람하나 없다. 옆에 노점이 있다. 거길 가자 했다. 대나무 속을 기계로 즙을 내서 얼음과 내 놓은 음료와 두 종류의 튀김 만두다. 대나무 속은 생각보다는 달작지근했다. 가격이 다해서 7000동이다. 아직 한국돈과 가늠하기가 힘들다. 가방에 넣어 둔 1000동짜리 돈다발을 꺼냈다. 운전사 친구와 일하는 여자가 좀 놀라는 눈치다. 예전 일본 잘 나갈때 일본인들이 돈 다발 꺼내 보이며 계산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내가 그 격인가. 좀 쑥쓰럽다. 그런데 이 한다발이 7500원 밖에 안된다.

 

9.

다음으로 라오까이 시장에 들어갔다. 옛날 우리 시장 모습이다. 호지민 시계가 눈에 띈다. 전자식으로 년월일시가 표시되고 얼굴라인에 불이 들어온 호지민에 햇살모양의 선이 그려져 있다. 당연히 그 선에도 불이 들어온다. 내가 그 운전사에게 너 호지민 좋아하냐고 영어로 물었다. 못 알아 들었는지 못 들은 체 하는건지 대답이 없다. 젊은 이 몇몇이 장기를 두고 있다. 나도 어릴때 외할아버지 어께넘어 배워서 알고 있다. 장기 알이 큼직해서 상대것을 먹을때 실감이 난다. 한 훈수두는 친구가 자기가 흥분해서 말을 옮긴다. 갑자기 1대 2매치가 되 버렸다. 나왔다.

 

10.

다음 간 곳은 무슨 기념탑이다. 혁명기념 탑인가 보다 생각하며 올라갔다. 운전사가 바닥에 1979년이라 쓴다. 이건 중국과 베트남의 작은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을 추모하는 기념탑이다. 사회주의 북 베트남이 1975년 전쟁에서 승리하고 통일한 직후 부터 러시아와 관계를 펴면서 앙숙이었던 중국과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했단다. 결정적으로 1978년 베트남 정부가 사회주의 이행이란 슬로건 하에 사유재산 몰수와 남부 지방에서의 상업적 기회주의를 배격하는 정책을 펴나갔다. 이는 베트남 남부의 돈줄을 잡고 있었던 중국 화교들에게는 결정적 타격을 주었고 중국에서는 반중정책이라고 이해했다. 180만명의 베트남 거주 중국 화교중 50만명이 탈출하는데 출국세를 1인당 미5천달러까지 지불해야 했단다. 중국정부는 베트남 원조중단, 개발 프로잭트 철회등등의 보복조치를 취했다. 결정적으로 1978년 베트남이 중국혈맹 캄보디아를 침공하자 79년 2월 중국은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북 베트남을 침공했다. 중국은 17일만에 철수하면서 대단한 성공이라 공표했지만 실제로는 중국측이 2만명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큰 상처를 입었다. 론리의 마지막 코멘트가 멋지다. 중국은 자기들이 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지만 중국 이외에는 아무도 이 말을 믿지 않는다. 미국을 이긴 베트남이다.

 

11.

강가로 갔다가 너무 더워서 멀 좀 먹자고 했다. 다시 아까 갔던 시장으로 갔다. 이 친구말이 길가의 레스토랑을 비싸고 여기가 싸단다. 시장안의 한 식당에 들어갔다. 내가 밥을 먹겠다하니 주인이 앉아 있으란다. 밥과 국 반찬 3가지가 나온다. 정식같다. 그런데로 먹을 만하다. 이제 세가지 단어를 배웠다. 씬짜오(안녕하세요) 캄언(감사합니다) 안뇽(맛있습니다) 이 단어 3개로도 베트남 여행하는데 지장은 없다. 아 두가지가 더 있다. 뚜이(나) 한꿔(한국인). 옆자리에서 술을 먹고 있던 한 남자가 온다. 이름이 남이다. 술을 권한다. 먹어보니 중디엔 치커주 같이 좀 독한 술이다. 나도 권하고 그가 플라스틱 컵에 가득따라 반씩 먹자고 호기를 부리고 내가 먹어주고, 운전사도 한번 먹이고 내가 먹고 그의 차례가 되었는데 꼬리를 내린다.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마지막으로 강가 사당 두군데를 들렀다. 치장이 화려하다. 다시 여행사 앞으로 와서 운전사와 헤어졌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괜찮은 친구다.

 

12.

여행사로 들어가 표를 받으니 12만2천동짜리다. 한 5만동 정도를 수수료로 챙긴 셈이다. 덕분에 짐도 놓고 샤워도 했다. 샤워하고 앉으니 두 직원이 한국어 가르쳐 달라고 앉는다. 기본인사 숫자 등등을 한 번씩 불러주면 적으면서 따라한다. 오래있을 곳이 아니다. 간다하고 인사하고 나서는데 한 오토바이가 붙잡는다. 만동에 역까지 가기로 했다. 다시 먼지를 뒤집어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역앞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 역 티비에는 예전 개그맨 서경석이 무슨 드라마에 출연한 그 드라마를 한다.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고있다. 특히 내 옆의 아줌마와 한 여자는 완전히 빠져있다. 다시 역을 나와 큰 나무앞의 간이 까페에 앉았다. 이 곳은 날씨가 덥다보니 여기저기에 목욕탕에서 앉는 의자를 몇개 놓고 장사를 한다. 주스하나를 사먹었다. 

 

13.

시간이 얼추되어 개찰을 하고 좌석을 찾았다. 이게 왠 일. 4인실이라고 두 번이나 그들이 얘기했는데 3층 6인실이다. 중국 3층 침대와는 또 다르다. 진짜 딱딱한 바닥에 돋자리 하나 펼쳐져있고 창문도 다 철망으로 막혔다. 베트남아이들이 열차에 돌을 던지는 심한 장난을 일삼아 다치는 사람이 속출하여 철망을 쳐놓는다 한다. 이건 완전 거짓말이다. 돈 얼마 수수료로 챙기는 건 그렇다 치고 사회주의 베트남에서 사기를 당했다. 그 녀석들에게 한국인에게 더 사기치라고 한국말까지 가르쳐주었다. 신고식을 톡톡히 치룬것이다. 다행히 옆자리 베트남 부부는 좋아 보인다. 오늘은 피곤한 날이다. 국경을 넘었고 많이도 돌아다녔다. 스르르 잠이 들었다.

 

문제의 하노이 행 기차티켓. 위의 6자는 6인실이란 뜻 같은데 받을때는 알 수 없었다

 

 

* 050128 (금) 여행64일차

 

(잠) 기차

(식사) 아침 만두 죽 650원 (5원)

          점심 베트남 시장 정식 1800원 (22000동)

(이동) 허커우 국경 택시 650원 (5원)

          라오까이-하노이 6인실 침대하 11700원 (90원)

          4시간 오토바이 5250원 (70000동)

(간식) 베트남 길거리음식 525원 (7000동)

          베트남 음료 375원 (5000동)

(기타) 화장실 입장 중국 70원 (0.5원)

                           베트남 75원 (1000동)

 

......................................... 총 21,09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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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2 22:05 2005/02/0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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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양이
    2005/02/03 00:37 Delete Reply Permalink

    드뎌 베트남을 드갔구만요. 난 지난 토욜 눈 맞고 밟으며 운악산 다녀왔슴다. 여튼 건강하시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계속 쭈욱 잘~

  2. aibi
    2005/02/03 01:04 Delete Reply Permalink

    고양이님은 산을 아주 좋아하는 분인것 같아요.^^
    잘은 모르지만 서울에서 무신일을 도모하는 분인걸로 알고 있는데 운악산에서 눈을 맞으며 그 구상을 어떤 모양으로 그리는지 궁금할 따름이네요. 돌아가면 한 수 가르쳐 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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