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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2

진보신당의'3대세습' 비판과 같은 북한 체제 비판을 중국이나 쿠바 등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그런 비판에는 모종의 외부적/자유주의적 시각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중국의 인권운동가 유소파의 노벨상 수상 및 구속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대만에서도 석방 요구를 위한 서명에 서명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가지고 좌/우가 불분명한 우리 선생님들이 편을 가르기도 했었다. 북한에 비해서 훨씬 개방된 중국에서도 이 문제를 파악하기는 그다지 간단하지 않아 보였다. 이유는 그것을 자유주의적 법적 권리의 차원에서 보면 간단하지만, 이를 중국 내부의 주체화와 이데올로기의 차원으로 확장해서 보면 그다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자유주의적 중국 체제 비판은 일정한 역사적 전통을 갖지만 현재 미미한 세력으로 남아있는 중국 내부의 ‘민주적 사회주의’와 대립적 측면을 갖는다. 현재의 역학관계에서는 ‘민주적 사회주의’는 무시할만한 수준이지만, 중국 당대 역사를 관통하는 모순이 독재체제와 자유주의 개혁세력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기층 민중과 국가주의적 착취체제 사이에 있다고 할 때, 후자의 모순과 관련한 진보의 이념은 여전히 ‘민주적 사회주의’를 계승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 정치의 계급투쟁이 진정한 모순이 아니라 독재와 자유주의의 모순으로 왜곡되어 표상되는 것이다. 물론 북한에서는 이러한 왜곡적 표상 조차도 그다지 뚜렷하게 표면화되지 않는 상황인 듯 하다.

 

그런데, 북한이 '후진적 사회주의 독재 체제'라고 하더라도 그 사회가 유지되고 재생산되는 데는 일정한 동의와 강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의가 조금 오래된 것이고 강제가 지배적이게 되면서 화석화되고 있다고 해도. 이 전제가 있어야 진정으로 북한의 주체적 민주주의적 변혁을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보기에 이 체제의 내부적 구조, 즉 계급관계 및 이데올로기적 모순 등에 대한 분석이 없이는 조망되지 못하는 북한에서의(사회주의적)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순수히 이념적 차원에서 외부적 시좌를 가지고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다.

 

진보신당의 비판은 '북'에 대한 민주적이고 좌익적 ‘개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진정한' 사회주의의 가치를 제시하면서 그 역사적 비판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을 경우'북한'의 붕괴를 지향하는 자유주의 우파의 논리와 전혀 차이가 없게 된다. 이는 북한에 대한 상당한 역사적 연구를 전제해야 하는 것이고, 거기에서 정치의 가능성을 도출해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진보신당은 얼마나 북한을 연구하고 이런 입장을 제시하는 것일까. 내가 보기에 합의문에 적힌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물론 다 같이 합의한 것이지만) 사실상 자의적 필요에 따라 빌려 쓴 남한 우파의 자유민주주의 또는 반공주의 논리인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는 북한을 거의 중국에 비유해 놓고, 즉 북한을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혁명 경험을 가진 타국이라는 전제로 전개된 것이다. 이 논의 구도는 북한과 남한이 각각 민족국가로서 일정한 현실성을 가진다는 측면에서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논의는 분단과 통일이라는 역사적 문제가 잠정적으로 배제된 것이다. 문제는 분단과 통일을 배제할 경우, 남한과 북한 모두 분단과 통일 등의 역사를 거쳐 왜곡되어 형성된 현재 남북한 사회를 역사적으로 성찰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공동체의 변혁이 그 역사적 구성의 내적 논리를 극복하고 전환하는 것이라 할 때, 현재의 남한과 북한 사회의 구성의 기초를 놓은 분단의 극복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분단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역사화하지 않는 한 남한사회의 개별적 특수성은 드러나지 않을 것이고 이는 정치의 불가능성의 원인이 될 것 같다. 이는 남한의 진보적 연구자들이 착목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운동과 이론에 있어서 NLPDR이 NL과 PD로 분리되는 과정은 일정하게 이러한 개별적 특수성에 대한 인식을 포기하는 보편주의와 특수주의의 외부적 관점으로의 분기를 내포하는 듯 하다. 물론 이 극복이 반드시 맹목적 통일이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통일이 된다고 분단이라는 내적 논리의 외화가 자동적으로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분단을 초래하고 공고히 했던 자본주의의 국가와 자본의 논리들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올바른 통일을 지향할 것이다. 북한을 타국으로 놓고도, 남한의 사회운동은 현재적 갈등과 모순을 중심으로 일정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정한 문턱을 넘지 못하는 원인은 바로 북한과 관련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역사적인 것’ 없는 ‘정치적인 것’, 즉 ‘민족’ 없는 ‘민중’이 갖는 한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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