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이라는 오명

... 동성애가 '정신병'으로서의 오명을 벗은 것은 1973년 미국... 동성애가 공식적인 '정신병'의 목록에서 삭제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던 와중에 위와 같은 문장을 쓰고 있었는데 문득. '정신병'으로서의 오명, 이라는 표현 역시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명은 더러운 이름이다. 미친놈, 미친년, 또라이 등의 욕설도 모두 '정신병/정신질환'에 대한 비하와 편견에서 비롯된 말들이다. 그러나 정신질환은 그저 하나의 질병일 뿐이다. 얼마전, 사랑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지어 기다린 적이 있다. 내 뒤로 두 사람이 각자의 아들과 함께 줄을 서 있었다. 줄이 반대방향으로 감길 때쯤 백재현이 나타났다. lunatic이라는 뮤지컬을 홍보하기 위해 환자복을 입고 사람들에게 엽서를 나누어주었다. 두 사람은 한 시대를 풍미하던(나는 개그콘서트를 본 적이 없어서 솔직히, 모르지만) 개그맨이 등장하자 떠들썩해졌지만 아들들은 누군지 알 턱이 없다. 백재현이 엽서를 모두 나누어주고 사라진 후에 아들이 물었다. '엄마, 정신병동이 뭐야?' (그 뮤지컬은 정신병동에서 일어난 일을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당황한 엄마는 음, 음, 하며 말을 머뭇거리다가 '정신병자들, 그러니까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이 입원하는 병원이야'라고 대답해주었다. 정신이 이상한?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하다 말았는데 나 역시 별로 다르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그 아들쯤 되는 아이가 정신병이 뭐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해줘야겠다. '정신병은 정신이 아픈 거예요. 감기에 걸리면 기침을 하는 것처럼 정신병이 생기면 신기한 생각들이 콜록콜록 나오는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