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졌다는 소식일랑 부디 전하지 마시고
일단 중얼거리다가
2004/09/01 13:44
효자동 사랑방 다녀왔다.
김재복 수사님(몇 번씩이나 '스님'이라고 부르는 실수를 --;)은
익살스러움과 세상에 대한 조롱이 적절히 섞인,
예의 그 웃음으로 반갑게 맞아주셨다.
사실, 적적하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다녀가는 것이 좋지,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멀뚱멀뚱 있는 것이 불편하실 만도 한데
싫은 내색 없으시다.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기로 약속했다며
얇게 자른 나뭇가지 한편에 도롱뇽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
반대편에는 아이들이 평화를 그려넣을 것이라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으셨다.
수사님의 홈페이지에서 본 '얼짱수사'를 두고, 유언비어가 돌고 있다며 슬쩍 눙쳐보았더니
원래 얼굴이 커서 얼짱이었는데... 그러신다.
수사님 얼굴이 처음 뵜을 때보다 정말 많이 작아졌다.(작아졌다? 작아졌다니!)
가만히 들어보면 목소리도 예전만큼 우렁차지는 않으신다.
말씀은 여전히, 힘든 내색없이 장난기섞어 툭툭 던지시지만
수사님도 이제 거의 단식 40일째로 접어들고 있다.
그런 데다가 3일 금요일에는 기자회견을 하고
단식순례를 떠나신단다.
울진에서 단식을 해오고 계셨던 동화작가 박기범씨와 함께
울진에서 출발해 여기저기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실 꺼란다.
도움을 줘서 고맙다고 하셨지만
혈압, 혈당 같은 거 재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었겠나.
오히려 수사님 뵈면서 몰래 힘을 얻고 돌아오는 내가
더욱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한달이 넘도록 단식을 하고 계신 분을 뵈면서 힘을 얻는다는, 희망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못돼먹은 경우인지. 이런...
사진이나 한 장 찍고 가라시는 것을,
무슨 라면박스 던져놓고 기념사진 찍는 것 같은 느낌에 도망치듯 빠져나왔는데,
혹시
언젠가 수사님과 함께 있는 사진을 보면서 못내 부끄럽지는 않을까
두려워했던 것은 아닌지.
쓰러졌다는 소식일랑 부디 전하지 마시고
단식 마치시면 막걸리나 한 사발 대접해주시라고.
방명록에는 이렇게밖에 쓸 수가 없었다.
민중전범재판운동부터, 어쨌든 고민을 정리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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