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할_권리

2017.8.19.

노동운동포럼 <현 정세와 민주노조운동의 전망> 토론회에 다녀왔다. 87년 체제를 넘어설 노동운동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조할 권리 쟁취와 조직화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런데 더욱 많은 노동자가 노조할 권리를 누리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노조할 권리를 가로막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노조 결성의 자격을 따지는 노조법과 같은 법제도의 문제도 있고, 삼성처럼 노조는 안 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게 용인될 정도의 반노조 정서와 이데올로기의 문제도 있다. 노동조합 활동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될까 하는 노동자들의 두려움도 현실이고 조합 활동을 하기에는 사회경제적 조건이 녹녹하지 않다는 점도 현실이다. 그런데 하나 더 짚어야 할 듯하다. 현재의 노동조합 자체가 노조할 권리를 가로막는 요인이기도 하다는 점.
토론회 중 인상적인 플로어 질문이 있었다. "민주노총 위원장은 왜 모두 남성일까요? 그리고 앞에 나온 분들도 모두 남성이네요." 모두들 현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은 동의했고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민주노총이 여성할당제 등 제도적 노력을 하고 있으나 부족하다는 점, 노동조합 외부의 사회적 조건의 반영이기도 하다는 점 등을 짚었다. 그러나 이런 진단으로는 부족하다. 민주노총은 여성주의적 공동체 되기/하기를 자신의 조직적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이해관계를 통해 결성된다고 여겨지지만 정확히 말한다면, 모임으로써 이해관계가 형성된다.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이고 싶어지도록 하는 것은 임금 얼마 올려보자는 동기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노동조합에 나가봤자 하나도 다르지 않게, 성희롱과 여성혐오, 각종 차별 관행들이 만연하다면 여성노동자가 그곳에서 활동하고 싶어질 리 없다. 젠더의 문제만은 아니다. 
87년 체제의 노동운동이 남성노동자 중심이라고 할 때, 이것이 이성애-비장애-한국인-남성 노동자 중심이라는 점을 동시에 인식해야 한다. 한국사회의 주류에 가까운 집단이 민주노총에서도 주류라는 사실은, 각별한 의지와 훈련이 있지 않고서는 노동운동이 직면한 현실을 파악하는 데에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일상에서 다른 경험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이 어울리기에 좋은 장소가 아님을 뜻한다. 
민주노총은 2017년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 쟁취를 핵심 요구로 내걸고 있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충분한가?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가 사라지면 충분한가? 노조법이 개정되면 충분한가? 누군가는 이성애-비장애-한국인-남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임금을 덜 받게 되고, 더 불안정한 고용을 감수해야 하고, 노동조합 활동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자본은 얼마든지 또 다른 분할/배제 전략을 시도할 것이다. 
경제를 전망하고, 문재인 정권의 가능성과 한계를 살피고, 노동운동의 역사를 되짚는 작업들 모두가 소중하겠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노동운동을 만들어가려면, 어떤 분할/배제 전략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스스로를 어떻게 갱신할 것인가를 주요 과제로 삼아야 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어울리는 노동조합이야말로,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인권의 조직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함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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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0 13:49 2017/08/2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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