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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파 텔레파시를

제목을 나한테 초능력이 있는 거 같다라고 쓸까 하다가 '저주파 텔레파시'로 바꿨다. 왠지 음..초능력은 아닌 거 같아서..

 

중국에 다녀온 이후로 어찌나 변수도 많고 상황도 많은지..

중국 여행 다녀 왔더니 이미 몇몇 활동가가 활동을 접은 상황이었고..

참세상 활동가들이 몇몇이 연락도 없이 잠수 타더니 결국은 또 활동을 접는 상황을 맞이했고..

그들의 선택을 바라보면서 많은 고민도 하게 되고 많은 생각도 하게된다.

그리고 남은 사람은 그래도 어떻게든 해야 될 거 아니냐고 애써 섭섭하고 아쉽고 화나는 맘을 누른다.

 

내가 저주파([low frequency, 低周波) 텔레파시를 마구 마구 내 뿜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은 몇일 전 저녁과 근래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 때문이다.



애써 아쉬운 부분을 털고, 아픈 부분에 약발라 주고, 그간의 상황들을 안주삼아 이야기 하고 참세상 사람들과 의기 투합하고 집에 도착한 새벽.

운전중에도 문자를 날리는 배테랑 운전기사 아저씨를 만나 달랑 3천원으로 5천원 거리를 왔던 그 새벽.

엄마 숙제를 했던 그 새벽.

잠수 탔던 한 활동가가 '이제는 활동을 접는다'며 신변의 글을 남겼던 그 새벽이다.

 

잠이 부족해서 그랬는지

'잠수함은 언젠가 공기를 주입하기 위해 뜬다'라는 내 논리식의 기다림에 대한 허탈감 때문인지.

숙제가 너무 벅차서 그랬는지 ..

왠지 모르게 쫘~악 가라 앉는 그 새벽.

참세상 뉴스 페이지가 참이나 쓸쓸해 보이던 그 날....

 

요지인 즉.

다들 한번쯤 겪었을.. 모두 이렇게들 떠나나 싶은 상황에서의 허탈감이 쎄~~게 왔을 때 등불 처럼 나타나 "그래도 동지에겐 우리가 있잖소"라면 손을 건네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등장한 다는 것이다. 어쩌면 평소에도 그들은 늘 있었고, 늘 그렇게 내게 손을 내밀었던 사람들인지 모른다. 평소의 내가 몰랐을 뿐일수도..

 

"지금 내가 뭐하는 거지"

"나 때문에 그런건가?"

 

내가 졸라 쪼그라 든다는 느낌에 이런 생각들이 나를 떨어지지 않던 그 새벽에 부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너무 화가 나서 글을 썼다는 사회진보연대 활동가. '참세상에 실어줄 수 있겠냐' 라는 짧은 메일과 첨부 파일을 보내왔다.

 

뭐 다른 사람들은 그게 뭐 별거냐. '너 상태가 너무 안좋은 거 아니냐 '라 할 수 있지만..그렇지 않다. 그 순간 만큼은 내게 그 글은 잠시 길을 잃었다가 다시 내가 갈길을 찾은 '환희'의 느낌이었다. 참세상에 대한 말도 많고, 활동가들도 대거 떠나고 내가 남은 것이 오히려 내 고집으로 스스로를 합리화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 그 외로운 새벽에 참세상을 동지로 찾는 사람이 있었던 것은 내겐 눈물날 만큼 고마운 상황이었다.

 

"그래 이렇게 주저 앉으면 안되지. 내가 이렇게 망연자실할 필요가 없지"

 

냉큼 글을 등록대기에 올려놓고, 감사의 메일을 보냈다.

그 메일도 정말 짧은 내용이었지만 그 새벽녘의 방황을 단칼에 끈내준 고마운 동지에게 감사의 마음 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운동을 정리하면서 내게 '섭섭하다'고 말했던 선배한테 오래간만에 전화가 왔다.

 

"잘 니내냐? 살만해?"

 

아는 사람들은 다 알지만.. 학교 때 워낙 애뜻하게 내가 쫓아당긴지라. 활동을 안해도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선배가 갑작스레 밤 11시에 전화를 했다. 그녀 말이 "그냥 생각이 났단다"

 

어찌나 반갑던지.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현재의 상황을 잘 넘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상당히 외로웠던 거 같다. 그러니 그렇게 전화한통화 메일 한통이 눈물나게 고맙지..

 

"넌 그렇게 사는 게 잘 어울려"

그날 그 선배는 한번 영덕에 놀러오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한 녀석이 술에 취해 전화를 했다. 생각해 보니 이게 다 하루에 벌어진 일이군..요즘 참이나 상태가 좋지 않은 녀석이, 맨정신에는 말도 짧은 녀석이 그날은 술에 취해 이말 저말을 마구 늘어놓는다. 진작에 내가 같이 고민해 주고, 이야기 해 주고 했어야 할 말들을..내가 먼저 손 내밀었어야 하는데 그녀석이 먼저 SOS를 쳤다.

 

'내가 내 상황 안 좋다고 나만 보고 있었구나. 미안하다'

 

결국 전화기가 그냥 끊겨 버렸지만..  

 

고로 내가 저주파 텔레파시를 내 뿜고 있다고 생각이 든 것은 기타 이런 상황 말고도 여러 상황 들 속에서 '내 상태가 이러니 나한테 연락해~~연락해~~'라는 식, '내가 요즘 힘이 빠져 있으니 나한테 힘내라 문자보내 문자보내'라는 식의 남들이 인식할 수 없는 텔레파시를 보내고 있고, 그 주파수를 육감적으로 감지한 사람들이 나에게 가시적인 반응을 해 오고 있는 상황 들이 신기하게도 시기 적절하게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저주파 텔레파시를 내뿜는 것이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나, 내가 남들의 텔레파시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 부터 숨겨 놓고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나의 안테나를 높게~높게 세우기로 했다. 나의 갑작스런 연락에 놀라지들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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