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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를 내는 동지들..

사직서를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13인의 민주노총 상근 활동가들이 민주노총 상근 활동을 접었고,

각종 지역본부장들이 사퇴의 변을 밝히고 있다.

오직 굳건하고 귀를 막고 있는 사람들은 조합원의 냉소를 느끼지 못하고 

그들만의 민주노총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 뿐이겠지..

 

* 민중언론 참세상["민주노총 지도부는 조직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라"] 에 관련된 글. 13인의 선택에 대해 난 적극 지지 한다. 그들의 선택이 옳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시작에 앞서 전노협 민주노총에 이어 계속 상근 활동만 했던 한 활동가는 "늘 기자회견 준비나 하고 뒷 치닥거리 하다가 이렇게 직접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라는 우스겟 소리를 했다고 한다. 참이나 안타까운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의 절박함을 느끼게 하는 말이었다.

 

말 그대로 젊음을 바친 그들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미래의 꿈이 싸잡아 뭉게지는 참고 있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비굴하지 않을까. 당당하게 살기위해 가난해도 견뎌내고 사람속에 희망 찾는 것이 이네들의 삶이고 꿈인것일진데.. 민주노총이 아니어도 노동운동은 계속 할 수 있다.



사실 저들은 아직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후문이 있는데..

어제 저녁 늦은 시간에 참이나 굴곡 많은 부부를 만났다. 그중 1인도 사직서를 낸 활동가다.  "관둘땐 관둬도 일은 마무리 해야 하지 않겠냐"며 비시시 웃는다. 참이나.. 어련하실라고..정신없이 치이다 보니 사직서 제출도 못했다고..그 시간까지 자료 보냈다는 문자를 날리고 있었다. 그 발걸음 그 애정이 그리 쉽게 떨어질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한명의 사직 소식을 들었다. 오늘 민주노총 게시판에서 본 동지의 사직의 변.

 

사직서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민주노총에 들어와서 능력은 부족하지만 진정한 노동운동이 무엇인지 제 능력껏 조금씩 느끼고 배워왔습니다. 제가 민주노총에 면접을 보러 왔을 때가 생각나는군요. 당시 사무총장이신 이수호 위원장과 사무차장이었던 오동진 선배... 어쩌면 두 분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렇게 민주노총에 사직서를 제출하지도 않았겠지요. 하지만 두 선배님 덕에 민주노총에서 많은 추억과 좋은 동지들을 또한 많이 만났습니다.

 

그러나 이젠 제 한계인 듯 합니다. 정파를 떠나, 더이상 노동운동의 선배들이 정도를 걷지 않는 모습을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복구하여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제가 변변히 못해 휴가를 쓰고 있었지만, 동지들을 생각하면 늘 죄책감에 마음이 편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더 두려운건 그렇게 바라던 나의 일터로 돌아가기가 두렵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일은 어렵고 힘들더라도 동지들을 만나고 함께 투쟁하는게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동지들을 만날 자신이 전혀 없습니다. 내가 만날 수 있는 동지가 없다면 저는 민주노총에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차라리 마음 편히 쉬면서 병을 치유하는 것이 나 자신에게도 더 좋을 듯 합니다.

저는 수석부위원장에 대한 사건을 지도부가 합리적이고 도덕적으로 풀어주시길 바랬습니다. 수석부위원장 개인으로는 인간인지라 실수를 했다손 치더라도, 민주노총의 지도부라면 그 책임을 함께 지고 민주노총의 도덕성을, 아니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회복시켜 주시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제 기대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노동운동의 한참 후배이지만 이제 제 앞길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에서 6여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참으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고 깨우쳤습니다. 제가 어떤 곳에서 다시 운동을 시작하더라도 그 경험을 살려 최선을 다하며 운동하겠습니다.

 

참이나 민주노총에서 보기 드물게 밝고, 맑은 동지였다. 직접 말을 나눈 적은 없지만 어찌나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칭찬에 칭찬을 하는지..

 

대딩 시절 민주노총으로 실습 왔다가 졸업후 민주노총으로 삶의 방향을 정했던 사람

그 덕에 어린 나이에도 경력 6년차의 왕 고참이 되어 있는 사람.

현재는 우울증으로 병가를 내고 쉬고 있는 사람.

임진희 부장이다.

그 동지를 봤던 사람이라면 '정말 민주노총 분위기가 아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의 사람이다. (폄하 하는 것이 아니고, 부추겨 세우는 것도 아니고 그냥 느낌에..)

그리고 사직서에 드러난 그 동지의 선택이 안타깝고 안타깝다..

 

일전에 레이버 투데이가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을 인터뷰 한 적이 있다. 당시 이수호 위원장은 "최근 사무처 분위기가 좋아졌다"라는 말을 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이수호 위원장은 국어 선생 답게 사무처 회의때 시도 읽어 준다며 화기 애애한 분위기를 강조했던 것 같다. 그 당시 임진희 부장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고, 이후 병가를 냈다.

 

그리고 쉬고 있던 사람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심지어 이수호 위원장과 임진희 동지는 결혼식 주례까지 서주던 그런 관계였다. 그래서 이 글이 정말 안타깝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리고 오늘 민주노총 활동가가 사직의 의사를 밝혔다. 어제 굴곡많은 부부에게 들었던 그 활동가. 결국에는 사직의 변을 밝히며 '노동과 세계'에서 자신이 일구고자 했던 꿈을 이야기 한다. 아쉽지만 활동을 정리하면서..

 

누구는 자꾸 현 집행부의 사퇴를 주장하면 이게 선거로 연결되고, 선거는 결국 정파적 대결 구도로 해석되기 때문에 타격의 쟁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혁신, 노동 운동의 혁신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물론 다양한 주장도 있겠지.  

 

내 그릇이 작아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난 여기에 좀더 덧붙이고 싶다. 모두가 알고 모두가 이해하기 때문에 더 안타까운..현재 민주노총 집행부 유지하고 있는 자리로 인해, 그들만의 명분으로 인해 짓밟히고 있는 노동운동가들의 꿈과 미래, 그리고 부정되는 과거의 인내가 있다는 것이다. 13인으로 대표되는 전국의 수많은 활동가들이 민주노조로 대표되는 민주노총과 함께 투쟁하며, 조직된 노동자라는 과제를 받고 만들고자 했던 꿈들이 다 뭉게 지고 있다는 것이다. 발등을 찍을 만큼 분노스럽지만 다시 시작하기 위해 자신에게 주문을 외워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더럽고 어이없고, 주마등처럼 주변 사람들의 핀잔이 멤돌아도 ..

나 역시도 '니네 동네 시끄럽다메'라는 멋모르는 친한 지인들의 걱정스럽다는 말이 이렇게나 당황스러운데..

 

사무금융에서 해고 문제가 발생한 이후. 한동안 게시판이 시끌시끌했다. 노동조합에서 상근활동가를 부당 해고하는데 어떻게 사용자들한테 가서 부당해고 하지 말라고 얘기할 수 있겠냐고.. 물론 이어 이어 집행부는 사퇴에 관한 주장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연일 도배가 됐었다. 그러나 귀를 닫고 뭉게고 정파적으로 몰아세우던 집행부는 뭉게고 뭉게더니 유유자적하게 자리를 지켜 지금까지 오고 있다. 민주노총의 현 집행부도 정말 그런 행태와 비슷하게 이어지는게 아닌지 오히려 더 불안할 뿐이다. 민주노총은 좀 다르길 바랄 뿐이다.

 

그 들 중에 직접 아는 사람이라야 손으로 꼽는 정도 수준이지만..

난 그들의 선택을 지지하고

그리고 그들이 이런 선택으로 인해 운동판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오히려 제대로 하기 위한 선택이었기에 더 열심히, 곳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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