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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사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 이 글은 야옹이님의 [아. 머리아파.]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누구나 무슨 일이 되었든간에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모습이 아릅답습니다.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의미있는 삶을 찾아 노조활동을 하는 모습이 참 보기좋군요.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지만 당시는 얼마나 고통스럽고 눈물이 나는지......

 

버스사업장의 노조선거에서 있었던 얘기를 하나 해볼까요?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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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형!


   형이 자꾸 저를 피하는 눈치라 이렇게 편지로 전합니다. 형이 00형 선거운동을 하면서 겪은 심적 고충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2차선거에서 3대1의 게임으로 진데 대한 울분도 말입니다. 저도 1차선거에서 00형이 3표차이로 떨어지고 나서 눈물을 흘렸지요. 제가 농민운동을 그만두면서 운 뒤로 꼭 10년만이네요. 그 눈물이 분노가 되어 터져나온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이고, 형이 쓴 3당야합이란 호소문에 대한 답변이 「노동조합은 하나입니다」이고요. 어째 노동운동은 그 첫 발을 내딛자마자 울게 되는 것일까요? 제 눈물의 의미는 관권・금권선거에 대한 분노이고, 이는 곧 회사개입과 금전살포에 대한 형의 고충이겠지요. 반면, 형의 울분은 부당담합에 대한 것이겠지요. “이래도 되는 겁니까?”라고 00형에게 항변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사결정방법 중 하나인 투표행위에서 단일안건(선거에서는 한 사람을 선출하는 안건)을 놓고 이해가 상반되는 3개 이상의 집단이 있을 때 그 중 소수파가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casting vote)은 일반화된 관행입니다. 2차투표에서 결정권을 행사한 경우가 서울시버스노조에서 우리가 처음이라는데, 그건 그들이 자포자기하였거나 결선투표제의 의미를 잘 몰랐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아니 있었겠지요. 이번에 나 얼마 썼는데 너 밀어줄테니 얼마 달라는 식의 돈장사는 어두운 뒷거래라 다들 쉬쉬하고 있을 뿐입니다. 공개된 비밀이라고나 할까요? 다른 얘기지만, 다수를 선출하는 대의원선거(복수안건)에서 후보끼리 너 찍어줄테니 나도 찍어달라고 선거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교차투표(cross voting)에 해당합니다. 대의원선거 연합공천은 교차투표행위를 약속한 것이지요. 부지부장의 경우는 특정인이 지명되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회사에 대항하기위한 안전장치와 노조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기위한 제도적 장치로 이해해주세요.

   00형!


   어째서 노동운동은 시작부터 눈물일까요? 제가 84년에 00에서 농민운동을 시작할 때는 농민대회가 원천봉쇄되고 경찰에 끌려가도 울지 않았습니다. 몇 십리 눈 덮인 산길을 걸어가서 만난 마을 어른들의 투박한 손길, 군불 땐 뜨뜻한 아랫목에서 마시던 시원한 동치미국물맛을 못 잊어서도 그렇고, 같이 사는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 불알친구들이 힘이 되고,  밤을 새워가며 토론하는 믿을 수 있는 동지들이 옆에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00군농민회를 조직하고 경상도, 전라도 , 충청도 등 팔도에서 농민운동가들이 모여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을 창립할 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00운수, 아니 버스노조가 원래 그런 건가요? 어용노조에다 활동가들의 상호불신, 견제, 기사들의 무관심과 기회주의적인 태도 등등. 바닥이 저질이다? 잘 모르겠어요. 형이 앞으로 노조활동을 안하겠다는 말을 듣고 생각나는 게 이런 거네요. 제가 한 마디해도 될까요? 장독을 푸는 데는 오줌이 최곱니다. 81년도에 안기부 남산지하실에 끌려가서 한 달 동안 고문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는데, 그 때 입은 정신적 충격을 푸는데 근 십년이 걸렸습니다. 학생운동에서 입은 상처를 농민운동을 통해서  치료받은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입은 마음의 상처는 노조활동을 통해서 풀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느 계보에 속해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충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동지만 있다면, 그리고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 사람의 일생은 행복할 것입니다.   



2004년 4월 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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