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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9일 새벽, 백병원 응급실 풍경

어젯밤 11시쯤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정조준해서 내려꽂히던 물살을 등짝에 맞으며 잠시 버텼지만 곧 쉬웅~ 슬라이딩하듯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충격으로 잠시 일어서질 못하다가 주변분들이 부축해줘서 일어났는데,

그때는 뭐 괜찮은 것 같았다.

근데 어떤 분이 괜찮냐며 물병을 건네시는데, 그 물병을 들어올릴수가 없었다.

 

'아, 오늘밤 촬영은 다했구만'하는 생각으로 뒤로 빠져서 바지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려고 하는데, 젠장 그게 잘 안되는거다.

왼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목에 걸고 왼손으로 그 일들을 해치우고

살살 오른팔을 움직이니까 통증이 와서 들어올릴 수가 없더라.

넘어지면서 손에 든 카메라를 보호하려고 오른팔 팔꿈치를 땅에 부딪치고 그 충격을 고스란히 어깨로 받아내면서 뭔가 문제가 생긴 듯 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고 만나서 다친 것 같다고 했더니 병원으로 가잔다.

그래서 터덜터덜 백병원 응급실까지 걸어갔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대책위분이 시위에서 다쳤냐고 하면서 이러저러한 처리들을 도와주셨다.

이미 여러명이 다쳐서 치료를 받고 있었고 방송국 카메라까지 와서 취재를 하고 있었다.

이때 부상자들은 대부분 경찰쪽에서 던진 물건들에 맞아서 오신 분들이었다.

(아주 여러가지가 날라왔는데 내가 본 것중에 젤 압권은 전경들 배식때 쓰이는 반찬통-금속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통-이었다. 내 앞쪽으로 날라와서 떨어졌는데 부피가 무척 커서 깜딱 놀랐다. 맞은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지.)

 

접수를 하고 의사가 간단한 문진을 하고 차례를 기다려 엑스레이를 찍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12시 30분이 넘어서자 부상자들이 떼로 실려오기 시작했다.

주로 태평로쪽에서 경찰이 침탈할때 맞아서 온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머리를 방패나 곤봉으로 가격당해서 붕대로 머리를 칭칭 감고 옷은 피투성이...

골목에서 경찰이 치고 나오면서 넘어졌는데 군화발에 밟혀서 어제, 오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지하철노조 조합원(자신이 왜 시청에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하시더라).

인도에 서있다가 함께온 남성이 먼저 경찰곤봉에 맞아서 '잠깐만요'하는데 뒤이어 다른 전경의 곤봉에 머리를 맞아서 피를 철철 흘리고 온 여성 커플,

팔로 방패를 막다가 골절이 된 이십대 청년,

구경하다가 어깨와 얼굴을 방패로 가격당해서 실려온 외국인 남성, 등등

너무 많이 들어와서 나중에 온 사람들은 세시간 이상 걸려야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택시로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도 했다.

 

젤 심했던 분은 코 위를 붕대로 칭칭감아서 얼굴을 못알아본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었는데,

남편에게 먼저 아는척을 해서 알아봤다.

나중에 결과를 들어보니 갈비뼈 두대가 나가고 안구뼈와 광대뼈가 부러지고 손가락뼈에도 이상이 있어서 수술을 해야 하는데 백병원에서는 수술을 할 수가 없어서 서울대 병원으로 긴급후송이 됐다더라.

두시가 좀 넘어서 내가 병원을 나설때까지의 상황이었다.

그렇게 다친 사람들이 줄을 이어서 오는데 고작 나처럼 별거 아니게 다쳐서 응급실 한 구석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게 너무 미안하더라.

 

그저 응급실에서 본 그 수많은 부상자들이 큰 후유증 없이 빨리 나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오늘 낮에 법무부 장관의 담화를 보니 이건 정말 한 번 막나가보자는 건데...

정말 맞장을 떠보자는 거지?

앞으로 쉽지 않은 날들이 한동안 지속될 거 같다.

모두들 좀 덜 다치고, 큰 불상사 없이 그날들을 견뎌냈으면 한다.

 



뼈에는 별 이상이 없다고, 약 먹고 월요일에 집근처 정형외과를 가란다.

 

근데 자고 일어나니 어제는 좀 무리를 하면 어깨높이까지는 올릴 수 있었던 팔이 지금은 45%정도밖에 올라가질 않는다.

손에 뭘 잡고 들어올리기도 힘들고... 흑

연서를 안아주거나 엎어주기가 힘들겠네, 생각했는데 그건 고사하고 음식해서 먹이기도 힘들게 생겼다.

게다가 목이랑 가슴근처랑 골반이랑 오른쪽 무릎도 아프다.

 

진짜 뭔 살풀이라도 하던가 해야지 원, 왜 이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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