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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14
    이 여름의 더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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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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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6/06/25
    '구걸'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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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6/06/25
    '구걸'의 기록.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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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라 하네

 

행인님의 [언젠 위기가 아니었나?] 에 관련된 글.

새벽길님의 [민주노동당의 위기?] 에 관련된 글.

 

 

민주노동당이 위기를 맞았다. 그래서 언론까지 탄다. 이렇게라도 언론을 타야 민주노동당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겨레21>이 민주노동당의 위기에 대한 기획기사를 실었다. 말걸기는 잼나게 봤다. 구구절절 나름의 진실을 담은 기사들이었다. 이걸 두고 행인과 새벽길은 불만 혹은 비평을 토로했다. 왜들 이러시나, 기자란 그렇게 먹고 사는 족속인 걸 알고 있지 않았나. 대한민국 어느 언론도 문제를 보여줄망정 결코 그 해법의 고민은 보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었나들. 릴렉스! 릴렉스!

 

*

 

행인은, "우리 안에 위기는 언제나 존재했다. 문제는 위기가 아니다. 그 위기를 돌파해나갈 용기도 방향도 없다"고 민주노동당의 현실을 제대로 지적했다. 말걸기는 "조직의 능력은 위기를 피해가는 데에 있지 않고 위기를 관리하는 데에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행인과 새벽길의 글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비공감도 있다. 두 글이 <한겨레21> 기사의 뒤집기 버전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새벽길은, "민주노동당이 제대로 되려면, 이를 지지한다는 사람들, 그들이 참여해야 한다. 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물론 당에서는 참여의 통로를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교육과 토의를 일상화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하는데 그 방식에 대한 고민은 위 글에서는 찾을 수 없다.

 

진보진영의 운동권들과 민주노동당의 활동당원은 운동의 위기를 얘기하면서 수없이 이런 류의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몽땅 대안이 아니었다. 그리고 대안을 도출할 프로그램도 아니었다. 참여의 확대, 인식의 전환, 교육, 토론, 실천 등등. 모든 평가서와 사업계획에 들어 있는 단어들이다. 돌파구를 찾을 의지가 없거나 능력이 없거나. 아니면 돌파구를 찾으면 절대 안되거나.

 

*

 

새벽길은, "운동의 암적 존재들과는 확실하게 선을 그을 때가 되었다. 사안별로 연대할 수 있을지언정 당을 함께하는 것은 더이상 있어서는 안된다."라고 했고, 행인은 "한겨레21은 죽었다 깨나도 민주노동당 부진의 원인이 바로 오늘날 지도부를 뽑아준 특정정파의 몰지각에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즉, 총선 직후 민주노동당을 좌지우지했던 NL-국민파 동맹의 기막힌 행태가 제대로 평가받지 않으면 안되고, 그들은 이제껏 저지른 만행만으로 진보진영에서 퇴출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옳다. 그런데, 정치영역에서는 '진정한 진보의 가치'를 설정하고 그 기준으로 특정 정치집단을 단죄할 수가 없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가장 무능한 정파가 가장 거대한 정파라는 아이러니에서 알 수 있는 건, 머릿 속에 박힌 '진보라면 이래야 정상 아니야?'는 현실과 괴리된 관념 덩어리로서 현실의 정치룰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말걸기는 NL-국민파 동맹의 그 추악한 행태를 까발리면서 비판하거나 비난하거나 하는 일이 무용하다고 생각치 않는다. 꼭 NL-국민파 동맹이라는 특정 정치집단을 겨냥하지 않는 방식으로 민주노동당 위기의 책임을 따지는 것도 무용하다고 생각치 않는다. 다만, 이 모든 비판과 비난이 완벽하게 현재의 정파구도로 빨려들어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야 비판과 비난이 약발이 생긴다.

 

현재의 정파구도의 힘은 무지막지해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대책이 잘 서질 않는다. 사실 정답은 '무법자들'을 퇴출시킬 '의적단'을 창설하는 것이다. 즉, 새로운 진보정치의 주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진보정치 주체 형성을 열망하는 자들은 이미 기존의 정파구도에 편입되어 있는 골때리는 상황이다. 어떠한 '상식적' '진보적' '합리적' 움직임도 이미 정파의 한편에서 타정파를 공격하는 논리나 실천이 되어버린다. 이게 현재 정파구도 순환의 힘이다. 놀랍다. 이런 정파구도를 만들어 낸 운동권들. 위대하다!(매직이야, 매직.)

 

또 한가지 측면에서는 '무법자들'을 응징하기 위해서만 '의적'을 규합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왜냐면 '무법자들'을 응징한 후에는 뭘 해야 할지 모르니까. 진보진영 내 모든 정파들이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NL-국민파 동맹에 대항한 거대 동맹이 형성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 민주노동당 최고위 선거 때부터 서울시장 후보 선거까지 <전진>과 <혁신>의 유치 뽕짝 한심 퍼레이드도 이런 맥락과 닿아 있다고 본다. 당권 경쟁에서 자기 파벌이 승리해야 하고, 민주노동당이 갖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 중 최대한 많은 파이을 자기네가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정파로서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 패턴이긴 하다.)

 

이 두 가지(①모든 행동은 정파적일 수밖에 없다, ②이 조직에서는 우리 정파만이 제대로 할 수 있다)가, 그 순환의 폐해가 오래도록 지적되어 왔지만 어느 누구도 정파구도에 손대지 못한 배경라고 본다. 말걸기는 이 두 가지가 사실은 하나의 인식과 밀접하다고 본다. 그게 뭐냐면, "진보진영의 승자가 이 사회의 승자가 될 것이다."

 

*

 

마르크스주의건 주체사상이건 소위 '혁명이론'에서 이 나라 운동권들이 배운 것 중에 하나가, 오직 위대한 사상으로 무장한 주체(노동계급이라 하든, 민중이라 하든, 혹은 선진 혁명가라고 하든)만이 혁명을 완수하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어떤 '혁명이론' 책에는 한 줄도 인쇄되어 있지 않은 결론을 내려버린다. "위대한 사상으로 무장한 주체가 나(우리)네!" 책에 인쇄된 '노동계급이든 민중이든 대상으로 삼지 말지어다' 따위의 진리는 논쟁이나 후배 가르칠 때만 튀어나오는 말일 뿐이다. 머리와 진심이 분열되어 있는 오만함은 운동권들의 공통점이다.

 

재미난 건, 현실 진단과 문제의 발견, 앞으로의 사회상에 대한 견해에 앞서 진보(평등, 해방, 통일, 혁명, 뭐든)를 위해 뭔가 한다는 의식이 우선한다는 점이다. 이 의식을 공유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바로 운동권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한다. 운동권의 이런 공유의식은 '선민의식'이라고 비판받아왔다. 그래서 김정진이 말하는 '독수리 5형제 의식'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이런 태도는 진보진영 밖의 사회집단이나 룰(법 따위)에 대한 지나친 폄하를 낳으며 진보진영 내 경쟁에서의 승리가 진보의 최대 목표가 되도록 한다. 민주노동당의 급여 세탁이나 대표 부정 선거와 같은 범법이 쉽게 벌어진다는 점이 그렇고, 사업계획의 대부분이 진보진영 내 어떤 조직이나 단체와 어떤 일을 벌일까로 채워진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 모든 행동의 궁극은 각 정파들의 손익계산이다. 그냥 한 마디로 우물 안에서 논다는 것이다.

 

결국 NL-국민파 동맹은 위협받을 수가 없다. 미국과 북한에 대한 태도를 제외하면 한국 사회의 주류이데올로기와 한치의 오차도 없는 NL-국민파 동맹의 노선에 동조하는 운동권은 언제나 다수일 수밖에 없다. 진보진영이라는 펜스 쳐 놓고 그 안에서 싸우면 힘 센 놈이 계속 권력을 휘두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

 

오픈 프라이머리나 진보정치 인물론 따위가 진보의 이념에 부합하느냐를 미리 판단하는 것은 오류다. 말걸기는 김윤철이 '교과서 좌파에서 벗어나라'는 말에 동의하는데, 그가 글에 써 놓은 이런저런 거 하자는 게 아니라(해도 좋고. 어쩜 이미 하고 있고),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이념과 정책을 뽑아내서 새로운 '눈높이 교과서' 써야"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이 태도는 오픈 프라이머리나 진보정치 인물론을 진보의 이념에 부합하느냐를 미리 판단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들이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세력에게 유리한, 혹은 필요한 조치이냐를 판단하게 한다. 당이 정해 놓은 진보의 잣대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 정해 놓지 않고, 다양한 이해 관계를 가진 개인과 집단들과의 접촉으로 진보를 표방한 정당에게 요구되고 있는 조치를 도출하게 되기 때문이다.

 

*

 

말걸기의 정리되지 않은 긴 주저림의 요지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운동권들이 공유하고 있는 의식을 버리지 않으면 희망이란 없다. 스스로 정치조직이라고 한다면 훨씬 넓은 밖을 보고 정치를 하라는 거다.

 

 

이 여름의 더위

 

이번 여름은 무섭도록 긴 장마와 짜증스럽고 질긴 한국의 무더위와는 별로 인연이 없다. 날씨도 제각각인 동네를 돌아다녔으니 더위도 나름의 더위를 맛보았다. 집에 들어 앉아 맞은 더위가 아니어서 그런지 더운 것도 맛이다.

 

 

6월 말에 도착한 하바로프스크는 한국에서라면 이 계절 한낮에는 내려갈 수 없는 영상 12도였다. 밤에는 9도까지 내려갔다. 오후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오락가락하는 가랑비와 함께 돌아다닌 하바로프스크에서는 쌀쌀함, 혹은 약간의 추위를 느꼈다. 시원한 초여름이다.

 

그렇다고 동토의 땅이라 알려진 시베리아가 춥거나 서늘한 땅은 아니다. 오히려 '충분히' 더운 곳이다. 하바로프스크에서는 더위를 마주하지 않았지만, 비가 내리기 전 하바로프스크는 28도까지 올랐단다. 그리고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는 더위를 피할 수 없었다.

 

맑은 하늘 아래에서 하루 종일 달궈진 열차는 밤새 열이 가시지 않았다. 열대야의 더위는 이미 6월 말, 7월 초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맛보았다. 한 개의 차량에 4인실이 9개가 있는 '쿠페'라는 등급의 열차를 탔었다. 방마다 창이 있었지만 창문을 내릴 수가 없었다. 독특한 생김새의 열쇠같은 도구가 있어야 하는데 차장만이 갖고 있었다. 말이라도 통한다면 얘기라도 해보겠으나 러시아에서 영어란 별 소용이 없다. 한국어는 더더욱.

 

시베리아의 햇살은 따갑다. 그리고 햇살이 비치는 시간이 길다. 그리고 시베리아는 건조한 동네가 아니다. 강도 많고 짙푸른 녹음이 만연하다. 습한 기운과 따가운 햇살은 음료수와 맥주를 유혹하기 충분하다. 시베리아의 아저씨들은 낮부터 1.5리터 이상의 맥주 PET병을 끼고 산다. 그게 아무리 따뜻한 맥주라도.

 

 

바이칼 주변 도시인 이르쿠츠크는 7월초에 34도까지 올라가는 더위를 기록했다. 이렇게까지 더운 적은 없었다고 한다. 해가 거듭할수록 날이 더워진단다. 지구온난화가 이런건가? 이르쿠츠크 시내에서는 사뭇 떨어져 있는 앙가라강변 통나무집 호텔에서 몇 일 머물렀는데, 이 통나무집들의 창문들은 창틀에 제대로 물리지 않았다. 더위때문이란다. 이 통나무집들은 오래전 소비에트 시절 국가가 모든 인민에게 나누어주었던 여름 휴가 별장이었다. '다차'라고 한단다. 소비에트가 무너지면서 이 별장들은 이용하던 각 개인의 소유가 되었다. 개인이 소유한다는 건 개인이 팔아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의 다차는 숙박업자에게 팔렸단다. 말걸기가 방문한 곳은 한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작년에 이르쿠츠크의 모기업으로부터 인수한 것이란다. 어쨌든 오래된 통나무집들이, 올여름 더위 때문에 자기몸 구석구석을 늘이고 있다.

 

햇볕이 쨍한 이르쿠츠크 시내를 돌아다닌다는 것은 꽤나 괴로운 일이다. 이런 날은 바람도 잘 불지 않는다. 한겨울에는 코를 베어간다는 이르쿠츠크가 한여름에는 사람을 증발하게 만든다. 시베리아를 여름에 방문한다면 꼭 맥주값은 챙기고 가시라. 오후 늦게 카페에 앉아 시원한 맥주나 음료수를 마시는 일은 방문객으로서는 꼭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알콜은 오히려 더위를 부추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런 더위에도 불구하고 시베리아 한가운데 초승달 모양으로 난 깊은 웅덩이, 바이칼 호수는 차가운 기운으로 가득하다. 숲에 가려 호수가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호수가 주변에 있다는 건 몸으로 안다. 갑자기 찬 기운이 돌면 호숫가다. 강한 햇살에 끈적이는 몸이라도 호숫가에 있으면 문득 추위마저 느낀다. 바이칼 호수의 물은 한여름에도 평균온도가 4도란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경험 상 그럴듯하다.

 

해가 지기 직전에 바이칼 호수로부터 안개가 밀려온다. 무척 차가운 물방울인 이 안개가 호숫가와 알혼섬의 후자르마을을 뒤덮는 장면은 장관이다. 바이칼 호수에 떠 있는 알혼섬은 밤에는 춥다. 하루 종일 맑은 날이었어도 그렇다. 이틀밤 중 둘째날은 벽난로에 불을 때고 잤다. 재밌는 건, 벽난로의 불이 꺼져버린 이른 아침의 추위는 결코 방안에서 이겨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른 아침이 춥다면 밖으로 나와서 햇살을 쬐야 한다. 공기는 방안보다 차지만 햇살이 몸을 녹여준다. 잠에 취해 이게 싫다면 벽난로에 찰싹 붙어서 남아있는 온기를 빨아들이는 수밖에.

 

그렇다고 바이칼의 주변을 돌아다니는 게 덥지 않은 일은 아니다. 바이칼 위에 떠 있는 하늘은 새파랗다. 자외선, 적외선 만땅의 따가운 햇살은 부드러운 하얀 피부를 거친 붉은 가죽으로 바꾸고 머리까지 열이 오르게 한다. 호수로부터 불어오는 바람과 밀려오는 안개 속이라면 추위를 느끼겠지만 바람과 안개 속이 아니라면 덥다. 지치도록 덥다.

 

 

바이칼의 햇살 속의 추위와는 다르게 몽골의 초원은 그림자 속 바람의 추위를 선사한다. 몽골의 초원은 여름이 우기라고는 하지만 연 강수량이 300mm 밖에 되지 않는 건조한 땅이다. 올 여름에는 비도 많이 오고 구름도 많아서 사람들이 좋아한단다. 기상이 변하는 건 시베리아 뿐만이 아니라 몽골도 그러하다.

 

건조한 곳은 무더위가 없다. 햇살을 피한다면 열을 식힐 수 있다. 한국의 더위보다 좋은 건 이것이다. 초원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열 식힐 나무그늘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올 여름은 구름이 많아 수시로 그늘이 생겼다. 구름이 해를 가리고 그 순간에 바람이 분다면 싸늘함을 느낀다. 만약 뒤산 능선에 올라 계곡으로부터 불어 올라오는 바람과 마주친다면, 그리고 햇볕 아래임에도 불구하고 방풍자켓이 없다면 추위에 벌벌 떨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순간에도 따가운 자외선은 여전하다.

 

초원에서는 햇살 아래 오래 버티기 힘들다. 한낮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하루 종일 풀을 뜯는 양들도 한낮에는 그늘을 찾는다. 한 떼의 양들이 외딴 집이 만들어 은 작은 그늘로 다닥다닥 모여 있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몽골의 초원이 바이칼과 비슷하다면 밤에는 불을 때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몽골 초원의 게르 안에서 불을 때면 순식간에 더워진다. 그 온기가 새벽에는 다 사그라들어서 바이칼에서처럼 이른 아침에는 햇살로 몸을 녹이는 게 추위를 떨치기에 좋다. 한여름에 건조한 건 한국인에게는 낯선 일이기는 하나 사막이 아니라면 입술 찢어지는 일은 별로 없다니 약간 건조한 게 더위를 이기기에는 좋긴 한 듯하다.

 

 

태국과 일본은 한국 이상으로 무더운 곳이다. 7월 중순 태국에서는 운이 좋게도 구름이 많이 껴서 강렬한 남쪽 나라의 햇살을 피했다. 가이드는 진정한 태국의 여름을 맛보지 못했다고 서운한(?) 듯했으나 결코 맛보고 싶지 않은 더위다. 태국의 더위는, 뭐랄까, 텁텁하고 뜨거운 기운이 나를 감싸고 있다고나 할까. 한낮에는 걷는 것 자체가 싫다. 태국은 너무 더워서 집에 부엌이 없다는 얘기도 있다. 음식을 사먹는단다. 부엌이 없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고는 하는데 특히 여름이라면 불 댄 음식을 정말 만들고 싶지 않을 것 같다.

 

태국에서 길거리를 지나면서 딱 8대의 자전거를 보았다. 태국 여행을 시작할 때 가이드가 3박 4일 동안 자전거 몇 대 못 볼 거라고 해서 세어 봤는데 3대는 세워져 있던 것이고 5명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 걸 보았다. 이와 달리 오토바이나 스쿠터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이게 다 더워서 그렇단다.

 

 

일본은 땅이 워낙 남북으로 길어서 동네마다 날씨가 제각각이기는 할 것이다. 8월 초순 서울과 동경의 여름은 비슷하다. 동경과 그 주변은 서울보다 조금 더운 정도인 듯. 무더위도 비슷하다. 다만 서울보다 공기는 깨끗해서 텁텁함은 훨씬 덜하다. 대신 햇살은 더 따갑다. 공기가 깨끗하면 그늘은 더 시원하기 마련이니 숲 속과 나무 아래에서 쉬어가며 구경다니는 건 할 만하다. 그러나 빌딩 숲에서는 그늘이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메탈릭한 분위기의 동경 어느 동네에서는 오직 더위를 피하기 위해 쇼핑센터만 전전했다. 그게 살 길이다 싶어서.

 

동경에서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무척 많은데 양산을 쓰고 타는 사람들도 많다. 한낮에는 그늘에서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도 목적지에는 에어컨이 있을 터이니 저렇게 달리겠지 싶다. 동경은 결코 에어컨 없이 여름을 보낼 수 없는 도시인 듯하다. 서울처럼.

 

 

6월 말부터 들락날락, 한 달 넘는 시간을 한국이 아닌 곳에서 보냈다. 집에 들어 앉아, 혹은 서울바닥 돌아댕기며 맞는 더위가 가장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맞닥드리기 싫은 더위인 것 같다. 재미가 없어서 그런가보다. 이제는 이놈의 서울 더위도 올 봄에 챙겨 놓은 에어컨 없이는 못 보낼 듯하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에어컨 없이 헥헥거리며 여름을 보냈는데...

 

 

또 나간다. 룰루루.

 

말걸기 평생 이런 시절이 다시 올까.

3개국 순방 후 잠시 쉬고 있는 말걸기,

또 나간다. 룰루루.

 

파란꼬리와 친한 선생님. 알고보면 말걸기의 학과 선배님의 초대로 일본 간다.

동경과 그 근처에서만 1주일 놀다 올거다.

 

슬슬 편하게 돌아댕기면서 사진 좀 찍어 와야지.

사진을 찍을 때마다 밀린 숙제가 생기는 것 같아 부담되기도 하나,

좋은 풍경을 한 컷이라도 담아 와야지.

 

흐흐흐. 부럽징?

 

 

PS. 오늘 저녁 8시 15분 뱅기다...

 

 

<괴물>의 매력

 

봉준호의 <괴물>이 흥행하리라는 건 개봉 전부터 모두가 알고 있었다. 말걸기도 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인기 좀 빠지면 여유 있게 봐야지 맘 먹고 있었는데, 자형이 보고 싶어해서... 지난 토요일 밤에 3시간이나 기다린 후에 맨 앞자리에서 고개 쳐들고 봤다. 개봉 3일 만에 포스트 올리면 재미 없을 것 같아서 이제야 올려 본다.

 

 

우선, <괴물> 안 보신 분들 함 보시길.

 

맨 마지막에 자막 올라가는 거 끝까지 보시고 끝에 무슨 장면이 있는지 알려 주시길. 영화 분위기 상 자막 끝에 뭔가 있을 듯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조카가 얼른 나가자해서 밖으로 나오니 괴물의 괴성이 들렸다. 단순한 효과음일 수도 있고.

 

그리고, 이 포스트 읽고 영화 보면 재미 없을 수도 있으니...

 

 

 

영화 <괴물>의 놀라움은, 대놓고 다 보여주면서도 일일이 설명조로 관객을 설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냥 벌어진 일을 주욱 늘어놓는다(물론 아닌 것도 있지만). 그런데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거랑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봉준호는 천재이거나 천재에 가까운 사람이다.

 

이야기의 뼈대는, 가족들이 괴물에게 잡여간 손녀=딸=조카를 구출하려 했다가 결국 딸=조카가 죽자 복수하는 내용이다. 만약 실제로 이런 일이 생겨서 할아버지, 아빠, 삼촌, 고모가 손녀=딸=조카를 구출하려 한다면 부딪힐 법한 상황을 보여준다. 놀라운 가족애를 제쳐둔다면, 그 있을 법한 상황이 너무나 현실적이라는 데에 또 감탄한다.

 

<괴물>은 사회에 대한 많은 명제를 보여준다. 극으로 보여줘서 그렇지 그 명제들은 진실이거나 진실에 가깝다.

 

- 미군이 한강을 오염시켰다(혹은 여전히 오염시키고 있거나 오염시키고 있을 것이다).

- 재수 없으면 죽거나 죽을 위험에 처한다.

- 가난하고 똑똑(이건 사회가 인정하는 똑똑)하지 못하면 남들이 믿어주지 않는다.

- 대한민국 정부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면 그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 미합중국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보다 가진 건 많을지 몰라도 그들의 문제 해결 능력은 대한민국 정부나 매한가지다.

- 불법 거래를 할 때는 바가지 쓰기 쉽상이다.

- 뭐 좀 해보려면 구청 과장하고 잘 지내야 한다.

- 핸드폰 좋은 거 쓰면 재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근데 안 도와주면 그것도 말짱 꽝).

- 한강의 괴물은 숙성된 먹이를 좋아한다(^^;).

- 기타 등등.

 

수많은 진실을 보여주지만 결정적인 건 이것이다.

"문제를 일으킨 요소(괴물)는 제거되어도 문제의 원인(한강 오염)은 밝혀지지 않는다."

 

갑갑한 현실을 보여주긴 해도 이 영화가 통괘한 건 괴물을 제거한 자들은 이래저래 무시당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힘 없는 자들이 통쾌하게 역전하는 내용은 이미 수많은 영화에서 보여주었기 때문에 새로울 건 없지만 그래도 좋다. 문제를 해결했어야만 하는 자들을 조롱할 거리를 주니까. 그리고 삼남매의 카리스마 넘치는 괴물 제거 전투는 아름답기까지하니 더더욱.

 

 

한편, <괴물>에서의 가족은 통념과 다른 느낌을 준다. 삼촌과 고모의 조카에 대한 사랑은 현실적이지 않은 듯하다. 사랑이 그렇다기 보다는 딸, 조카를 둘러싼 남매들의 관계가 현실적이지 않다고나 해야 할까. 모두 아빠고 엄마 같다는 느낌.

 

'결손가정의 청소년은 삐뚤어지기 쉽상(!)'이라는데, 먹이감이 된 위급한 상황에서도 어쩜 그렇게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발휘할 수 있는지. 그래서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탄생시키도 한다.

 

감독의 의도가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가족에 대해서는 현실보다는 지향을 보이고 싶지 않았나 맘대로 추측해 본다.

 

 

약간은 촌스러워도(돈발라치기한 헐리우드 영화에 비한다면) 특수효과로 탄생한 괴물이 너무나 익숙한 공간에 나타난 것도 재미다. 맨처음 괴물이 난동을 부린 서강대교 남단 시민공원 장면은 말걸기에게 기억이 있다. 그 장면을 찍기 위해 사람들을 여기저기 앉혀놓고 스텝들이 이래저래 설명을 하던 그날 잠시 그곳에 있었다. 잠깐 머물다 그 자리를 떴지만. 꽤나 더웠던 날로 기억한다. 촬영하는 거 구경이나 해둘걸...

 

 

대한민국 외교통상부장관

 

'대한민국 여권'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인쇄되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인 이 여권 소지인이 아무 지장 없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고 필요한 모든 편의 및 보호를 베풀어 주실 것을 관계자 여러분께 요청합니다.

 

대한민국 외교통상부장관"

  

세계 어느 동네를 가든 대한민국 국민이 살고 있고, 이 나라 무역규모 랭킹이 상당해서 이에 뒤지는 유럽국가들도 한바가지고, 이 나라의 주인 기업인 SAMSUNG의 상품 광고는 어느 나라 촌구석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잘 나가는 나라인 것 같긴 한데... 하필이면 이 나라 외교통상부장관은, '통상'적인 말로 'X도 아닌 듯'하다.

 

최근 대한민국 외교통상부장관이 발행한 여권 들고 몇 나라 돌아봤는데 '편의'나 '보호'를 베풀어 준 '관계자'는 없었다. 삥 뜯을 태세로 덤비거나 무례하기 그지없는 '관계자'만 줄창 만나고 왔다. 해당 나라의 '관계자'가 유독 예의 없는 족속일지도 모르겠다. 뭐 그렇기도 한데, 위 문구를 보고서도 여행객에게 아무렇게 대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대한민국 외교통상부장관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게 확실하다. 이유야 어떻든.

 

 

23일(화) MBC PD수첩에서는 지난 4월에 피랍된 동원호를 취재한 내용을 방영했다. 말걸기가 확실히 세상일에 관심이 없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말걸기는 동원호가 이미, 벌써, 일찌감치 풀려난 줄 알고 있었다. 뉴스마다, 협상이 어렵기는 하나 잘 진행되고 있다는 외교통상부의 발표를 전해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분쟁지역 전문취재 프리래서인 김영미PD가 피랍된 동원호를 찾아나서는 첫 장면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4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풀려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 놀란 건 '일개 PD가'(이 표현은 외교통상부가 PD수첩에 보낸 방영 방해 공문의 표현이다), 소말리아의 해적과 협상을 해서 그들이 납치한 배 위에서 버젓이 카메라 들고 사흘씩이나 돌아댕기며 별것 다 촬영했다는 점이다.

 

외교통상부는 소말리아가 분쟁지역이라 위험해서 현지에 가서 협상할 수는 없다고 하던데 김PD는 어떻게 찾아가서 직접 협상을 했지? 외교통상부는 해적과 대화할 수 없다면서 회사가 협상하라고 했던 모양인데 회사가 외교하는 곳도 아니고 무슨 재주로 대한민국 밖의 국가권력의 도움을 받아? 소말리아로 보자면 내전이 끊이지 않는 나라. 지역별로 각 세력이 분할하고 있는 나라. 그 와중에 작은 지역을 해적이 '다스리고(?)' 있는데, 소말리아 과도정부에게 문제 해결해 달라고 한 들 무슨 소용? 회사도 용기는 없던지 아랍에미리트에서 전화와 팩스로 협상을 하고 있더군.

 

해적두목 왈. 이 나라 저 나라 배 많이도 나포했었는데 돈 받고 다 풀어줬다. 동원호만 남았다. 또, 동원호의 17명의 외국인 선원 중 3명은 조선족인데, 중국정부는 이 셋을 빼내기 위해 해적과 접촉을 했었다는군. 해적이 선원 모두를 한 번에 풀어줄거라고 해서 무산되기는 했으나.

 

어쨌든 대한민국 외교통상부는 해적을 상대 못할 만큼 고귀한 존재시니, 해적이나 테러집단에게 붙잡힌 대한민국 국민은 장기간 억류될 운명이니 절대 잡히지 말지어다. 이미 잡혔다면? 운명이라니까. 외교통상부가 그러잖아!

 

 

대한민국 국민들이 여권들고 외국에 나가 봐야 푸대접 받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추잡한 대한민국 관광객, 혹은 오만한 차별주의자인 현지인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저들의 외교통상부는 저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군기지 반환 협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의 나라 군대를 위해 일을 하는 대한민국 외교통상부인데 그 부처의 수장인 장관직인 찍힌 여권에 누가 대접이나 하겠나.

 

자기네 식구는 4개월 가까이 황당한, 그리고 무지무지 위태로운 억류 생활을 해도 주둥아리로만 협상 잘 되고 있다고 뻥치는 외교통상부장관, 미군기지 반환 협상도 알고 봤더니 거짓말로 사기쳤던 외교통상부장관이, 지금은 UN사무총장 예비투표에서 1등 먹었다고 좋아하고 있다네.

 

 

그 새끼 얼굴만 봐도 역겨워, 씨발!

 

 

제대로 바보가 되다

 

말걸기가 요즘 바보가 된 건 사실이지만, '제대로 바보'가 된 건 말걸기가 아니라 말걸기의 컴퓨터이다. 울란바타르에서 전화했을 때 파란꼬리가 컴이 이상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별 것 아니겠지 했다. 근데 태국까지 다녀와서 살펴보니 제대로 바보가 되었다.

 

뭐, 컴퓨터라는 게 제대로 바보가 되어봤자이긴 하다. 하드디스크에 있는 데이터만 멀쩡하면 된다. 부품이야 갈아치우면 끝이니까. 그러나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제대로 바보가 된 부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돈이 많이든다는 점. 또 하나는 진단과 진단에 따른 대책을 세우려면 발품과 시간을 들어야 하다는 점.

 

두 가지 모두 말걸기에게는 꽤나 큰 어려움이다. 일단 돈이 별로 없다. 발품 들이는 건 귀찮은 일이지 어려움은 없다. 다만 시간이 압박이다. 다음 주 금요일 일본으로 날라가기 전에 시베리아-몽골 사진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루어두면 절대 정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돈이 있어야 컴을 고치는데 그 돈은, 컴으로 작업을 해야 생기니 말이다.

 

이것 참. 내일부터는 비가 쏟아진다하니 이 비가 그칠 때까지는 컴 들쳐업고 어디 가기도 힘들텐데... 이번주가 다 지나서야 컴 데리고 병원에 갈 수 있다니. 돈 벌긴 글렀네.

 

 

이 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컴은 파란꼬리의 컴인데, 이 컴으로는 결코 이미지 보정이 불가하다. 비디오카드도 후졌고. 인터넷 하기조차도 좀 버겁다. 이미지 많이 뜨는 사이트에만 가면 겔겔겔. 파란꼬리가 말걸기에게 선물을 주겠다면 단연 1위! 그대 컴 좀 업그레이드 해주삼.

 

 

심신이 피로해...

 

24일 동안 여행 다녀왔더니 피곤하다.

이렇게 긴 여행은 처음이라 컨디션 조절하는 게 젤루 힘들더라.

울란바타르에서 인천으로 들어오기 직전에,

도착하자마자 하루만에 5일짜리 태국 여행을 가야한다니 힘이 쭈욱 빠졌었다.

 

"울란바타르에서 서울 경유해서 방콕 간다고 생각해라."

"차라리 그게 낫겠군."

 

 

잠을 많이 잤더니, 지금은 시공간에 대한 감이 둔하다.

오늘이 22일(토)이니 어제 오전에 태국에서 돌아온 게 맞다.

어제 오후 내내 잠을 잤고, 저녁 먹은 후에 또 밤새 잤다.

오늘도 늦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을 먹었고 잠시 졸 듯하다 이제야 점심을 먹었다.

그래도 더 쉬고 싶다.

 

 

2주 후에는 일본에 간다. 일주일쯤.

이 여행은 방문이 목적이다. 가장 맘편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어쨌든 일본에 가기 전에 할 일이 많다.

D200에 가득한 먼지를 제거해야 하고,

시베리아-몽골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보정해야 한다.

그 전에 바보가 된 내 컴퓨터를 고쳐야 한다.

아무래도 집 청소와 정리도 해야 할테고,

어디다 맡겨 놓은 짐도 집에 들고와 정돈해야 한다.

2주만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듯하다.

 

 

20GB 가량의 사진을 찍어왔는데, 의외로 사진이 이쁘지가 않다.

먼지도 많이 껴 있어서 더 그렇다. 좀 실망이긴하다.

이걸 극복하려면 '보정'만이 살길인데 그건 내가 좀 약하다.

 

시베리아의 두 도시와 몽골에서 만난 인연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와 나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슬프기도 하고 분노하게 만드는 이야기들도 있다.

걱정과 우려, 연대감을 솟게하는 말도 들었다.

흥미롭고 재미나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듣고 생각하게 만든 거리들이 많아 글로도 풀고 싶다.

사진과 잘 어울리지는 않겠지만 적절히 조합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번 시베리아-몽골 여행은 나만의 비밀스런 목적이 있었는데 그건 아무도 모른다.

아직 그 목적의 일이 끝나지 않아서 밝힐 수는 없는데,

그 목적과 관련한 나의 사정에 도움이 된 분들이 몇 있다.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그 분들에게 특별한 감사 선물, 누추해도 준비해야 할 듯하다.

비밀스런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이유는

'Special Thanks Gift'을 받게 되는 분들이 알게 해야 할 듯해서.

일일이 설명하기도 그렇고.

 

 

그리고, 세상에 대한 감도 사라졌다.

FTA 문제는 잘 풀리고 있는건지, 포스코건은 또 뭐인지, 물난리는 어떻고.

이왕 잘 모르겠는 문제가 널린 김에 내 사정이나 챙기며 살아볼까나.

 

 

놀아도 노는 게 아닌 생활이네...

 

 

여기는 울란바타르

 

휴업 중인데 찾아주신 분들이 꽤 많이 계신 듯.

부러워서 어쩌려구 그리 많이도 찾았을까... ㅋㅋㅋ

 

 

여기는 울란바타르 시내 모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가 첨이라 좀 어색하기는 하나, 이미 적응했음.

벌써 이곳에서 세 밤을 지냈으니...

 

 

지난 달 28일에 '초록도시' 하바로프스크로 떠날 때와는 다른 말걸기가 된 듯.

일단 얼굴과 팔과 다리가 시커멓게 탔고, 살도 좀 빠졌기 때문.

무엇보다 몸이 지쳐서 이 시간까지 게스트하우스에서 빈둥대고 있음.

어제 맥주도 1리터'나' 먹었으니 더 그렇겠지.

'다른 말걸기'라는 말에는 '철학적' 혹은 '성찰적' 의미는 전혀 없음.

말걸기는 '여행을 통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그런 인간 아님.

 

 

말걸기의 '기대'와 주변분들의 '성원'답게 여행 전 별별 꼬라지들은 '액땜'이었던 듯.

아직 하루가 더 남긴 하였으나 '억세게 운 좋은' 여행임.

하바로프스크에서 우연히 만난 쏘샤와,

이르쿠츠크-바이칼의 가이드 김명희-김수진 자매와,

이곳 몽골의 가이드 툭스씨를 만난 것.

진짜 둘도 없는 여행의 행운!

이들의 앞날에는 영원한 복이 자리잡길 기원함.

(죽어서도 복이 지속된다면 불운인가?)

 

물론 억세게 운이 좋긴 하나 여행 중 세 번의 액땜이 있긴 했음.

한번은 무지무지 화가 나서... 집으로 가버릴까도 싶었으나 인내하길 잘 했음.

(물론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무슨 재주로 비행기표 사겠나...)

 

 

러시아, 최소한 시베리아와 몽골은 너무나 아름다운 고장임.

아름다워서 눈물이 다 남. 과장이란 조금도 없는 표현임.

진짜루 몽골 초원의 나즈막한 산 위에 혼자 올라 눈물 뚝뚝 흘렸음.

바이칼 앞에서는 왠지 '시선' 땜에 눈물은 흘리지 못했으나 가슴 터지는 줄 알았음.

'초록도시' 하바로프스크에서 하룻밤밖에 지내지 못한 건 아쉬움이 큼.

아무르강의 석양도 아름다움.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행자의 짧은 스침이지만

시베리아와 몽골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있거나 계속 상처를 받고 있어 안타까움이 그지없음.

그리고, 관광객 중 예의도 없는 씹쌔들 땜에 무지 열받은 적도 있었음.

이르쿠츠크에서 울란바타르로 오는 열차 안에서의 국경 통과는,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음.

 

 

여행 중 있었던 얘기 다 털어놓으려면...

(아냐 다 털어놓겠다고 큰소리치면 안돼!)

 

뭐, 나중에 할 말 있으면 여기다 올려놓겠음.

그리고 사진이 걱정임. 20기가 정도 찍었는데 건질만 한 게 얼마나 있을지...

그나저나 사진기 안에 먼지가 꽉 껴서 대부분의 사진이 점박이가 되었음.

이거 보정이나 할 수 있을까 싶음.

 

에이, 몰라몰라, 어떻게 되겠지.

 

 

 

 

 

 

 

<지저분한 일기>, 잠시 휴업

 

말걸기는 여행을 간다.

결국 간다.

처음에는 오지 않을 날같이 꿈꾸듯 시작했고,

조금 지나서는 일처럼 준비했고,

나중에는 짜증나서 죽는 줄 알았다.

지금은...

다시 꿈같다.

 

 

■ <지저분한 일기> 휴업 일정

 

○ 사유 : 여행

○ 기간 : 2006년 6월 28일(수) ~ 7월 21일(금)

 

※ 중간에 잠시 문을 열 수도 있음.

 

 

말걸기의 여행에 관심을 가져주신 여러분들께 감사.

답례로, 볼 만한 사진 몇 컷 있으면 바탕화면용 이미지 파일로 보답하겠음.

이 답례는 범용이라 특별한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분들께는 부족한 답례일 수도 있음.

그러나 '쩐'이 안되는 말걸기라 마음으로 받아주시길 간곡히 부탁함.

 

 

[뱀말]

짐 대따 부겁다. 배낭이나 사진 장비나 또이또이하다. 에궁~. 찍사의 비애여.

 

 

'구걸'이 남긴 것

 

말걸기['구걸'의 기록. 업데이트.]에 관련된 글.

 

퇴직금 지급의 법정 시한을 1달 반 넘겨(3월 20일) 퇴직금을 처음으로 요구했다. 이런 방식의 요구는 '공식적'이지 못한가 보다. 7명을 꼬셔서 8명 명의로 법정 시한 2달을 넘겨(4월 13일) '공식적'으로 퇴직금 지금을 요구했다. 8명 중에는 3개월이 된 이도 있었다. '공식적'인 요구 2주만에 약속을 받아냈지만 한 번은 이행되었고 한 번은 이행되지 않았다. 두번째 지급 약속은 9일 후에 마무리가 되었을 뿐이다.

 

 

1.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의 권리를 가벼이 여긴다는 것을 확인했다. 민주노동당에서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은 '노동자'가 아니라 '활동가'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권리를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노동과 자본의 갈등의 산물인 노동법에 따르면 당에서 일하는 상근자는 노동자임에도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기준을 들이댄다. 상근자의 노동자성은 도적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위험한 주장'이다.

 

이 위험한 주장은 창당 초기부터 있었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언제나 소수였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중앙당 상근자의 노동자성은 단지 '활동가'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시도당(지부)과 지역위(지구당)의 상근자와의 형평성을 근거로 심히 제약되어 왔고, 과거의 제약은 현재 당권파인 NL-국민파 동맹이 아니라 현재의 해방연대와 전진에 의한 것이었다.

 

'활동가'의 '노동자성'을 딜레마로 만들어버린 건 운동권 전체이다.

 

 

2.

 

가장 짜증나는 싸움은 운동권 상대로 하는 싸움이라는 걸 확인했다. 운동권은 '싸움'을 통해 성장해왔기 때문에 온갖 치사한 싸움의 방법도 잘 안다. 상대를 괴롭히는 방법을 잘 안다.

 

퇴직금을 요구한 8인으로 말하자면 대체로 민주노동당 창당 멤버이며 당초기부터 기가막히게 헌신했던 사람들이다. 각자의 인생에서 수년 간은 오직 민주노동당만을 위해서 살았던(일만 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다. 민주노동당이 쪽팔리는 건 이들에게도 쪽팔리는 일이다. 그래서 퇴직금을 요구하는 싸움은 격렬할 수도 없고 시끄러울 수도 없었다. 조용히 기다리는 인내가 기본일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퇴직금을 요구할 때마다 들은 얘기는 '니들은 활동가 아니냐?' '당 간부 출신이 어찌 그런 걸 요구하느냐?' 따위였다. 소위 아픈 곳 팍팍 찌르는 공격법. 치사한 싸움이란 건 이런 것이다. 당연한 권리는 무시해 놓고선 권리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면 마치 당을 해하려고 하는 자들로 만든다. 돈 달라고 하니까 '니들이 돈 가져가면 당 사업비 없어진다'는 소리를 줄창해댔다. 퇴직금 요구에 돈이 없어 걱정이라는 소리를 한 건 NL-국민파 동맹 뿐만이 아니다. 전진과 혁신네트워크에서도 그런 소리 해댔다.

 

막판에 진정으로 가려고 하자 말리는 전화를 한 것 전진 쪽 인사인 듯하다. M이 누군지 밝히지 않는다.

 

민주노동당 상대로 퇴직금 달라고 수개월을 쫓아다니는 게 얼마나 쪽팔린 일이던지. 당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화가 나는 일이다.

 

 

3.

 

현재 민주노동당의 지도 체제는 아주 골때리는 상황인 게 밝혀졌다. 상식적이지 못하다. 한심할 정도가 아니라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4월에 퇴직금 문제가 시끄러워지자 4월 21일에 최고위원회는 '결정'을 내렸다. 퇴직금을 주거나 안주거나, 얼마를 주거나, 언제 주거나 등등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결정은 문성현 대표가 주도했다. 김기수, 심재옥, 홍승하 최고위원들도 지지를 했을 것이다. 법이 정한 바대로 주기 주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돈이 걸려 있으니 퇴직자와 협의해서 지급 시점을 정하자는 결정도 함께 따랐다.

 

이 최고위 결정에 따라 사무총장은 말걸기 등과 4월 25일에 만나 협의를 했고 몇 가지 약속을 했다. 요약하자면 두번에 걸친 지급 약속이었다. 첫 약속일은 4월 27일 지급은 지켜졌지만 두번째 기한이었던 6월 14일은 지켜지지 않았다. 의아한 점은 총장의 지급 의사에도 불구하고 총무실장이 9일 동안 지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게 가능한 체제라는 것이다.

 

총무실장은 6월 16일 말걸기와의 통화에서, 지급해 주겠다는 약속은 '총장의 생각'이라고 표현했다. '최고위의 결정에 따라 당헌 기관인 사무총장이 약속한 바'가 총무실장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더욱 우스운 것은 총무실장 자기의 편의, 독단에 대해 사무총장은 손을 대지 못한다는 것이다.

 

 

말걸기 등의 입장에서 보면 최고위 결정에 따라 사무총장이 한 약속이 어겨졌을 경우 대표와의 담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퇴직금 미지급 문제가 법적으로는 당대표의 책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연한 절차에 따라 당대표에게 보낸 내용증명은 당대표에게 보고되지 않았고 총무실장 선에서 꿀꺽했다. 대표 비서실장이 이 사실을 알고 총무실장에게 내용증명 존재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대표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퇴직금 지급 요구를 담은 내용증명을 당이 수령한 후에도 당은 총무실장이 임의대로 처신을 했다. 즉, 전액 지급을 받아야 하는 5인 중 4인에게만 1/3을 지급했다. 약속 불이행에 따른 진정을 준비하자 전날 밤에야 총무실장과 비서실장이 전화를 돌렸다. 퇴직자들에게 사정해 봐야 소용이 없자 총장에게만 연락을 해서 셋이 의견을 나누었다. 그리고 다음날 퇴직자들이 여전히 수용할 생각이 없자 퇴직금을 지급했다.

 

이들은 그들의 애초의 약속이 어떤 지위를 갖는지를 알지 못한다. 이들은 퇴직금 지급 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을 이런 식으로 할 것이다. 최고위에서든 어디에서든 어떤 결정이 나든 실제로 일을 처리하는 실장들이 그들의 입장과 생각대로 처리할 것이다.

 

 

당대표가 처리할 일과 처리하지 않을 일이 있다. 그래도 상황이 예민해지고 심각해지면 당대표가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한다. 말걸기가 내용증명을 보냈을 때 당대표에게 퇴직금을 지급해 달라고 조르려는 목적은 아니었다. 지급이 안되었으니 조만간 진정을 내겠다는 뜻이었다. 즉, 최고위 결정에 따른 총장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음을 알고나 있으라는 뜻이었다. 그래도 내용증명을 보내면서도 누군가 중간에서 가로챌 수 있으니 김기수 최고에게 대표 만나서 이 사실을 알려달라고 했던 것이다. 몇 일 후에는 홍승하 최고에게도 대표에게 직접 얘기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홍승하 최고는 늦은 시간에 대표와 통화를 못하고 비서실장과 통화를 했는데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말만 한 모양이다. 어쩌면 최고위원 입장에서는 이게 중요한 게 아닌데. 그렇다면 김기수 최고는 당대표에게 사실 정보를 전달했을까? 또 김기수가 아닌 적어도 한 사람 이상의 전진 회원이 진정을 만류하기만 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당대표는 알아야 한다. 지가 NL-국민파 동맹에 갖혀 지내는 꼬라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문성현이 정치적 '적'이어도 당 꼬라지가 개판이면 이건 벗어나려고 해야 한다. 그런데 김기수 최고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홍승하 최고는 그냥 퇴직금 지급 문제로만 보는 것 같다.

 

 

가장 궁금한 건 문성현 대표다. 무엇을 알고 있었을까? 전부 알고 있었으면서 정식 경로로 보고되지 않아서 가만 있었나? 둘러싼 이들이 많아 기회는 없겠지만 한 번 만나게 되면 물어나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