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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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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에 민주노동당 특집기사가 실렸다.

민주노동당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기사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분명하게 잡히지 않는다.

기사의 일부분과 그에 대한 코멘트.



민주노동당을 ‘충격’에 빠뜨려라 (한겨레21 류이근 기자, 2006년08월10일 제622호)
지지율 반토막나고 국민과의 소통 실패한 가운데 무기력의 늪에서 헤매다… 대안정당의 면모 갖추려면 단순 시스템 정비 넘어 당을 확 흔들어버려야

  

지방선거가 끝난 지 석 달이 다 돼가는데도 아직 선거 패배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평가작업은 진행형이다. “다음 지방선거 때까지는 결론이 날지 모르겠다.” 한 당직자의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지방선거 평가작업 과정은 민주노동당의 현주소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울산 북구를 잃은 10·26 재선거의 반성 차원에서 나온 당 혁신안도 아직 매듭짓지 못했다. 혁신안의 내용마저도 당의 조직과 인력 체계의 개편에 관한 내용이어서 쇄신을 바라는 당 안팎의 관심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민주노동당은 지금 당의 의사결정 구조가 느린 것은 접어두고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종합평가서 격인 선거 결과 검토·분석, 그에 따른 대안과 미래 비전 제시를 덮어둔 상태다.

       

민주노동당이 처한 위기의 징후들이다. 징후들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여의도 민주노동당사 5층에 마련된 기자실은 텅 비었다. 당이 주도적으로 정국의 의제와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만들어진 풍경이다. 소수당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그냥 넘기는 사람도 있지만,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은 당에 “들썩거림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당원 게시판도 조용해졌다. 열정에서 나오는 토론과 논쟁이 잦아든 것이다.

          

지지율이 한계 상황에 이른 원인은 뭘까? 구조적이고 복합적이다. 지도부의 리더십과 인물난, 조직의 난맥상뿐만 아니라 당이 취해온 노선의 문제까지 다양하게 지적되고 있다. 한 중앙 당직자는 “총체적 위기다. 난국이다. 지도부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위기 상황에서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를 꼬집는 얘기일 뿐만 아니라, 리더십 부재가 위기를 악화시켰다는 인식은 정파를 떠나 당내에 지배적이다. 지방선거의 첫 번째 패인으로 꼽히는 “중앙당이 없었다”는 것도 결국 지도부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았다는 말이다.

         

 → 민주노동당이 직면한 위기들과 그 문제들을 잘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그 해결책이다. 나아가 문제의 진단에 있어서도 약간은 차이가 있다.

      

당은 내부에선 분열적이면서도 외부로는 폐쇄적이기도 하다. 당직·공직 후보 선출권이 당원에게만 주어진 상황에서 일반 대중이 참여할 틈이 없다. 정치권에서 대선후보의 방식으로 국민참여경선제를 넘어 ‘오픈 프라이머리’까지 검토하며 대중참여의 공간을 넓히는 것과 대조된다. 대중과 당의 거리감이 큰 요인이기도 하다.

           

 → 당직·공직 후보 선출권이 당원에게만 있는 것을 근거로 폐쇄적임을 이야기하나, 이는 유럽식의 대중정당과 미국식의 선거정당이 구별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말 그대로 국민이 참여하는 정치를 단지 선거로만 한정시키고, 일상에서의 정치 구현을 외면한다. 인물정당인 보수정당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대중참여를 확대한다는 것은 의미있을 수 있으나, 대중정당인 진보정당이 이와 비슷한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당의 기반을 허무는 것이다. 오히려 당원들이 진보정당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교육받는 동시에 자신들의 활동공간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진보적’ 정치 성향을 지닌 응답자의 13.7%만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진보층에서도 대안정당으로 선택받지 못하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선 열린우리당 지지층의 표도 끌어오지 못했다. 무능한 참여정부와 집권여당에 등돌린 진보 성향의 표심이 민주노동당으로 쏠릴 것이란 낙관적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당이 적극적으로 대안정당으로서 모습을 갖추지 못한다면 반사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현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서민 정당을 표방하면서 저소득 계층을 끌어오지 못하는 것도 당이 풀어야 할 난제다.

    

 → 그만큼 민주노동당 또한 무능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은 '진보적' 정치 성향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인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진보개혁세력으로 뭉뚱그려진 상황에서 왜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의 실정을 뒤집어쓰는 것은 바로 민주노동당의 무능을 의미한다. 확실한 분리정립이 필요함에도 그러하지 못했다. 10만 당원, 2012년 집권론 등은 자신들의 무능을 양과 장미빛 전망으로 호도하는 것이었다. 제대로된 실속을 차릴 필요가 있다. 극우광풍에 맞서 '막대구부리기'를 시도하는, 제대로된 진보변혁정당으로서의 역할 만으로도 충분하다.

         

민주노동당의 성역으로서의 민주노총과 북한이 당의 언어를 제약하고 있다는 것은 일정정도 사실이다. 이창우 부산시당 사무처장의 말처럼 “민주노총은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으로 고립되고 공격받았다. 그 와중에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사건들이 터지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실망감이 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민주노총 등 조합 운동세력의 그늘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계급운동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전진 또한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북한의 문제는 심각하다. 최근 일련의 상황 속에서도 매년 있었던 것처럼 통일선봉대를 꾸리고 조직화에 나서는 저들에게 근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북한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지 통일이 되면 진보의 탈을 쓴 이 세력들이 없어지지 않을까. 나는 그래서 하루속히 통일이 되길 바란다. 이들이 있는 상태로는 한반도에서 진보란 '미션 임파서블'이다.   

     

이 위기의 순간에, 아니 바로 지금 이 기회의 시기에 당은 확실하게 뒤집어져야 한다. 그래서 원하는 방향이 아니면 깨끗하게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기득권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참신했었는데… 현실성이 없네요 (한겨레21 김보협 기자, 2006년08월10일 제622호)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거나 관심이 많은 20·30대 9명의 표적집단좌담회(FGI)… 대표 공약은 ‘구호’일 뿐… 지지자 4명 중 3명 “대선 지지 안 할지도”

“민노당이라 카믄 학을 띤다카이” (한겨레21 최은주 기자, 2006년08월10일 제622호)
5·31 지방선거 이후 잃어버린 ‘텃밭’ 울산 동구와 북구 민심 르포…“8년간 과반 의석을 확보하더니 관성에 젖어 ‘만년 여당’처럼 굴더라” 

   

→ 좌담에서 나오는 참신함, 현실성은 도대체 무엇일까. 당의 지지자들을 이렇게 방기한 것도 민주노동당의 무능함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울산의 민심에서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시설, 비정규직 투쟁이 그렇게 영향력이 컸는가. 자원화시설문제와 비정규직 투쟁 등에서 당이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주민들이 참여의 주체가 되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의식과 문화를 끌어올리지 않고서는 선거에서 몇번 승리한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민주노동당이 제대로 되려면, 이를 지지한다는 사람들, 그들이 참여해야 한다. 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물론 당에서는 참여의 통로를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교육과 토의를 일상화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또한 다시 언급하지만 정파간의 갈등이 해소되어야 한다는 말은 하나마나이다. 운동의 암적 존재들과는 확실하게 선을 그을 때가 되었다. 사안별로 연대할 수 있을지언정 당을 함께하는 것은 더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교과서 좌파’에서 벗어나라 (김윤철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 한겨레21, 2006년08월10일 제622호)
화이트칼라의 ‘열정’ 대신 ‘피해 대중’에게 효능감을 주는 게 민노당이 살 길…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이념과 정책을 뽑아내서 새로운 ‘눈높이 교과서’ 써야

  

정당의 존립에 직결돼 있는 세 가지 요건에서 전반적으로 부실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첫째, 충성도 높은 핵심 지지층 형성이 여전히 미약하다. 민주노동당 지지자 중 70% 이상이 인물투표에서는 다른 당의 후보를 선택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둘째, 다수 보통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양대 정당(한나라당, 열린우리당) 주도의 의제 지형을 흔들 만한 고유한 의제를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 가능성에서 여전히 의심을 받고 있다. 셋째, 당을 대표하면서 세상을 바꿔나갈 지도자감이라고 기대되는 인물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많은 보통 사람들의 인지 및 지지 정도에 바탕한 리더십이 아니라, 당내 정파들 간의 경합 혹은 담합 구도에 바탕한 ‘정파적 리더십’만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 민주노동당이 핵심 지지층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대안정당으로서 인정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적 효능감’을 선사해야 한다. 자신들의 이러저러한 이해관계와 관련해 ‘쓸모 있는 정당’이라고 체감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 민주노동당은 정체성의 차원에서조차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정체성에 대한 ‘자기 회의’ 없는 자기 혁신은 없다. 물론 피해 대중의 이해 대변 혹은 이해 충족을 제일 우선으로 하는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은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정체성을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 즉 이념과 정책 만들기에서 민주노동당은 기존 좌파의 교과서만을 참조해서도, 또 그것을 우선적으로 참조해서도 안 된다. 즉, ‘교과서 좌파’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피해 대중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고 충족시키기 위해서 ‘당분간’ 집중해야 할 문제는 의료 재벌, 부동산 재벌, 사교육 재벌 등 ‘거대 이익집단들의 이기주의’를 제어하고 그들의 사회적 책무 수행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노동당은 조세의 공평성에 대해 “공평하지 않다”고 보는 ‘67%의 국민’을 배경으로, 그리고 “증세를 통해 사회복지를 늘려야 한다”고 보는 ‘35%의 국민’을 중심으로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으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 대중들의 ‘행복추구권 보장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즉, 민주노동당은 ‘조세 개혁’을 중심으로 진보적 의제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기업 노조의 적극적인 역할도 이끌어내야 한다. 이때 민주노동당은 최근 산별 전환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노동계에 대해 피해 대중들의 고통 해소를 위한 ‘사회연대임금’의 도입 등을 적극 권유해야 한다.

    

→ 전반적으로 김윤철 실장의 문제인식에 동의한다. 하지만 교과서 좌파에서 벗어나라고? 민주노동당이 교과서에 나오는 것들을 실천이라도 해보았던가. 지금이 과감하고 창의적인 실천이 필요하긴 하지만, 김윤철 실장이 제기하고 있는 것 또한 교과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문제는 그 설득력과 실천력이다.

     

이 모든 것은 진보정치의 대표적인 인물로 총화돼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로 “대선 후보감이 있어서”를 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제라는 정치제도적 환경은 물론이고 고대, 중세, 근현대 할 것 없이 세계 정치사는 훌륭한 인물에 의해 움직여왔다. ‘인민의 벗’으로 불리던 장 조레스가 한국에서, 민주노동당에서도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 인물은 로마의 빈민층 등 가난한 무산자 계층을 위해 부유한 실업가층과 원로원 계층에 맞섰던 영원한 호민관 그라쿠스 형제와 같은 활약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간의 ‘집단지도 체제에 바탕한 당 중심성’의 신화에서 벗어나 영웅의 출현을 허하는 ‘간지’가 요구된다.

      

→ 진보정치 인물론이라. 이것만큼 구태의연한 것도 없지 않은가. 그렇게 해서 획득되는 것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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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5 03:11 2006/08/15 03:11

3 Comments (+add yours?)

  1. 행인 2006/08/15 05:45

    답답한 마음에 댓글을 달다가 기냥 트랙백으로 돌립니다.... ㅜㅜ

     Reply  Address

  2. 에밀리오 2006/08/15 08:19

    아직 민노당에 가입을 하지 않았기에 (물론 가입 할 생각입니다 ^^:)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최근 일련의 상황 속에서도 매년 있었던 것처럼 통일선봉대를 꾸리고 조직화에 나서는 저들에게 근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북한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지 통일이 되면 진보의 탈을 쓴 이 세력들이 없어지지 않을까." 라고 말씀하시는 것에는 선듯 동의를 못하겠습니다 >_<;

    제가 통일선봉대에 참여해서 그 속에서 살아봤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쉽사리 납득이 안되네요 >_<:

    따지는건 아니구요 ^^; 그렇다구요 >_<;; (정확히 말씀 드리면 잘 모르겠사오니 알려주십사 하는 말씀입니다만서도 (쿨럭;;) 제가 뭔 소리하고 있는지 영 감이 안 잡히는 ^^::)

     Reply  Address

  3. 티코 2006/08/15 10:14

    답은 있다.. 조선일보가 민노당 민노총 물어뜯을때 어떻게 물어뜯는지 보면 민노당 민노총의 길? 보이지 않나??? 솔직히 '진보'가 '소수특권계급' 귀족노조 대변체 소리 들으면 억울하지도 않나?아니 억울한거 둘째치더라도 그건 진보에 대한 모독이다 누가 진보야??? 결국 마름이길 포기하는것만이 살길이다.... 소수를 위해 악다구니 쓰지말고 다수의 복리증진을 위해 헌신할 마음은 없으실까??? 어차피 마름은 자본이 포섭한 것에 지나지 않잖아???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무서운 마약은? 돈... 물질 맛 들인 사람은 결코 인간의 길을 찾기 힘든법.... 오죽했음 자본주의 맛 들인 사회에서 사회주의하는건 어렵다고 하겠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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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언젠 위기가 아니었나? Tracked from 2006/08/15 05:40

    새벽길님의 [민주노동당의 위기?] 에 관련된 글. 가끔 한겨레를 보면, 특히 한겨레21을 보면, 소설쟁이 연합뉴스와 어떤 면이 다를까, 또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불철주야 삽질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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