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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선봉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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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오 님에게 드리는 글입니다.

 

제가 통일선봉대를 처음 본 적은 1989년이었습니다. 그게 매해 계속되면서 자주계열 활동가를 양성하는 메커니즘이 되고 있지요. 저는 이런 식의 조직이 활동가 재생산 기제로서 의미있다고 봅니다. 몇박몇일을 교양을 받고, 서로 부대끼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알아가게 되는 과정은 정서적, 감성적인 유대감을 던져줍니다. 그래서 그 기억으로 몸을 담았던 선배, 동료들과 이를 꾸리게 해준 조직을 신뢰하게 되지요. 문제는 그 내용입니다.
   
우선 거기에 현재 한국사회의 여러가지 사안들에 대한 토론이 있는지, 자신이 발딛고 선 현실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일방적인 교양이 아니라, 단지 통일과 반미에 대한 신심을 불어넣어주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투쟁의 현장들을 경험하면서 이 땅의 민중들이 어떻게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를 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장이 되어야 합니다. 상식을 가진 제대로된 활동가로 설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통일선봉대는 그렇지 않았다고 봅니다.

 
둘째, 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좋습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판단해야할 꺼리도 있습니다. 통일의 주체로서 북한체제와 북한 인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장군님의 초상화가 당과 수령인가?'(http://blog.naver.com/gimche/150007519947)라는 제글을 참조하세요.

 
분명 북한 인민의 눈으로 북한사회를 보고 그 내재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인 행태들에 대해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수령님의 초상화를 인간의 생명과 인권보다 더 존중하도록 만드는 저 사회를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사회로 볼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이러한 북쪽사회를 단지 하나가 되어야 할 반쪽을 넘어서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사회로 은연중에 사고하는 이들에게서는 진보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바로 그들이 통일선봉대를 매년 꾸리고 있는데, 어찌 분개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셋째, 북에서는 북한이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북한, 남한, 북조선 등의 용어는 남북이 두나라임을 상정한 것이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굳이 구별해서 부르고자 한다면 북측, 남측이라고 하지요. 남한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이남, 이북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하나된 조국을 갈망하면서 용어 하나하나에도 섬세한 그들이 남한의 진보세력에 대한 아무런 고려도 없이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북은 7월 5일 단거리 스커드 미사일 4기와 중거리 노동 미사일 2기, 그리고 장거리 대포동 미사일 1기를 발사했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미사일 실전운용능력이 상당함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나아가 단거리 스커드 미사일은 주한미군, 노동 미사일은 주일미군, 대포동 2호는 미국본토를 공격지점으로 삼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중장거리 미사일은 제대로 되진 않았지만, 300~500㎞ 거리에 있는 대상을 공격할 수 있는 단거리 스커드 미사일은 그 위력을 충분히 과시했습니다. 바로 북한의 장사정포의 사정거리를 벗어나기 위해 미군이 용산에서 평택으로 기지를 이전확장하려는 것인데, 그래봤자 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지요.

 

한쪽에서는 한-미간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따른 대중 선제 전쟁기지를 만들려는 음모에 맞서 광화문에서 촛불시위도 하고, 틈나는대로 대추리 진입투쟁을 벌이면서 주민들과의 연대 속에 평택 미군기지 이전 확장에 반대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미사일을 쏘았습니다. 이 미사일은 평택을 조준하고 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결과적으로 그 미사일은 바로 남한의 평화운동세력의 활동도 겨냥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라고 목청껏 떠드는 목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남한의 이행노력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것에 대해 비판해야 합니다. 하지만 심심하면 이렇게 미사일 실험 같은 것으로 6.15 선언의 내용을 어기는 북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지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까요.

 

오늘은 8.15 행사가 진행되고 있을 겁니다. 그 행사가 통일운동세력만의 관성적인 달력투쟁을 벗어날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이상의 글은 저의 주관적인 의견으로 급박하게 쓴 것인만큼 부족한 점이 많을 겁니다.

앞으로도 자주 얘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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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5 12:39 2006/08/15 12:39

2 Comments (+add yours?)

  1. 에밀리오 2006/08/15 16:39

    그렇군요 >_< 일단 친절한 설명 해주셔서 감사하구요 >_< (행인님께도 똑같은거 여쭤봤더랬지요 ^^:) 말씀 듣고 보니 그렇구나 싶은 측면도 분명히 존재하군요. 제가 겪은 바로는 통일선봉대 활동 기간 중에 단지 반미만을 이야기하고, 615 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회 당면 문제들을 함께 연대하고, 풀어내고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한계성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내부에서도 비판으로 제기 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면 납득이 가게 되었습니다 ^^ (제 경험상으로는 단지 반미와 615만 교양, 토론하지는 않긴 하지만 말이지요 ^^:) 조금 더 공부를 해보고 해야하겠지만 말이지요 >_< 여튼 부족한 제 시야를 넓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자주 이야기 했음 좋겠어요 ^^*

    P.S. 체제 차이가 있다손치더라도,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 목숨보다 초상화를 중요시 여기면서 '수령님'을 찬양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통선대나 기타 통일운동 하는 분들이 이와 같은 (물론 그런 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식견이 아직 부족하여 그런 사람들을 몬 만나봤어요 ^^:::) 행태를 보이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지요 >_<; 편견을 버리는 것과, 이건 아닌데는 다른 거라고 생각하니까 말이지요 >_< 여튼 공부가 더 필요할 거 같군요 ㅠ.ㅠ (그... 근데 연합뉴스의 압박;; 연합뉴스를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서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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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새벽길 2006/08/15 18:28

    연합뉴스가 전달하는 것을 다 믿을 수는 없지요. 하지만,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것은 수용할 수 있을 겁니다. 연합뉴스만이 물난리속의 초상화 파동을 전달한 의도는 분명히 인식해야겠지만 말이죠.

     Reply  Ad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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