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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와일드 스피릿은 한번쯤 보고싶다

 

이번 달 <뉴타입> 한국판은 11주년 특집호다. 로리물에 음악이란 소재를 끼워넣은 <케이온!>으로 표지는 물론 지면 사이사이에 유이, 미오, 아즈사, 리츠, 츠무기의 일러스트를 대문짝만하게 끼워넣은 것은 영 탐탁지 않지만, <안녕 절망선생>, <히다마리 스케치>로 주목을 받아온 신보 아키유키 감독의 '다리밑 루저 공동체 생활일지'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릿지>도 소개되고 ... 이케부쿠로 도시전설물이자 방황하는 청춘일지인 <듀라라라!>도 살짝 소개된다.

 

뭐, <코드기어스> 새 시즌 소식 등등 까지는 좋았는데, 전대 등장에 입맛이 구려진다.작년에는 일본에서 2007년에 방영된 수권전대 게키렌쟈(獣拳戦隊ゲキレンジャ―, 파워레인져 와일드스피릿)와 2008-2009년에 방영된 염신전대 고온쟈(炎神戦隊ゴ―オンジャ―, 파워레인져 엔진포스)가 스크린에서 만난 "엔진포스 대 와일드스피릿"이 국내 개봉하더니 ... 아, 백수전대 가오렌쟈(百獣戦隊ガオレンジャ―, 파워레인져 정글포스)의 국내 방영예정 소식을 보니, 전대물이 횡행하는 경찰국가 닛폰을 따라가는구나 싶다.

 

백수전대 가오렌쟈는 무려 '오르그'라는 좌빨 삘의 이름을 지닌 '악의 무리'를 헬멧과 제복을 착용하고 곤봉을 든 '정의의 용사들'이 때려잡는 설정이다. 일본에서 방영된 시점이 2001년 고이즈미 총리의 등장과 더불어 '잃어버린 10년' 어쩌구 하면서 일본사회가 사정없이 우경화되던 시점이었는데, 이명박 정부의 행패가 작렬하다가 지방선거 후 잠시 주춤하는 상황에서 7월부터 국내 방영이라니 이런 퇴행에 뒷맛이 씁쓸하다.

 

 

 - 1975년에 방영된 최초의 전대물 <비밀전대 고렌쟈>(秘密戦隊ゴレンジャ―)

 

아, 건프라가 나온 지 30년이 되었다고 한다. 2009년부터는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와 마크로스 프론티어를 보며 전쟁, 폭력, 일상, 사랑,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어 왔던 메카물 전통이 이제 진정 쇠락하는구나 싶었다. 이제 와 남은 게 건프라라면 조금은 슬퍼진다.

 

무엇보다 눈에 띠는 소식은 <강철의 연금술사>의 종결이다.  원작만화는 6월 11일에 나온 <소년 간간> 7월호 연재분을 마지막으로 9년간의 연재가 마무리되었고, TBS에서 1년 3개월째 방영되고 있는 미즈시마 세이지(水島精二) 감독(중간에 이리에 야스히로(入江泰浩) 감독으로 교체)의 리메이크판 애니메이션도 이제 7월 4일로 종영이다.

 

일전에 살펴본 바와 같이 <강철의 연금술사>는 제한된 원소로 사물을 연성해 낸다는 테마를 비롯하여 순환론적 세계관으로 가득차 있다. 주인공들의 삶에 대한 의지가 좀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타나긴 했지만, 곳곳에서 '혁명적 전통주의'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미 웹에서는 끝자락에 등장한 '국토 연성진'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비유한 각종 패러디물이 나돌고 있다. 역시나 원작자의 인터뷰를 보니 전원의 향기가 물씬 풍겨난다.

 

 

**원작자인 아라카와 히로무(荒川 弘)와 <뉴타입>의 인터뷰(<뉴타입> 2010년 7월호) 中

 

-언제나 그려진 건 삶에 대한 확고한 의지

 

"그건 아마도 고향에서 낙농업을 했을 때 갖게 된 생각이 강하게 드러난 것 같습니다. 농가에서는 먹는 게 곧 삶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삶에 대한 집착이 굉장히 강합니다. 그래서 저 자신도 죽는 게 너무 무섭습니다."

 

- 나중에 그 가치관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기회가 되었다.

 

"생산자였던 제가 도쿄로 나와 지금은 소비자로서 슈퍼마켓에 있는 채소나 고기, 우유를 보고 아, 이거 너무 싼 거 아니야? 혹은 너무 비싸! 하는 등 제3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똑같은 일이라도 보는 시각에 따라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시점이 있어야 사람은 사람의, 호문쿨루스는 호문쿨루스의 살아가는 방식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현재 <강철의 연금술사> 외에 <백성귀족>도 연재중인데, 가혹한 농가의 현실을 매우 시니컬하면서도 호쾌하게 그린 걸작이다.

 

"일본 농가는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있으니까요. 예전에 우유가 부족해서 버터를 못 산다고 난리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넘칠 정도로 남아돌아 결국에는 남는 우유를 버리기까지 했는데, 높은 사람들이 갑자기 우유가 부족하니까 어떻게든 해보라며 말하더군요. 채소가 부족했을 때에도 농림수산대신이 농가 여러분은 채소를 앞당겨서 출하해주세요 하고 말했습니다. 들쭉날쭉한 날시 속에서 열심히 기르고 있는데 앞당겨서 출하하라니, 말도 안 돼 하고 저도 모르게 욱했습니다. 다음 번 농림수산대신은 반드시 농가 출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입니다."

 

- 하지만 밝게 웃어넘기는 강인함과 용기도 있다.

 

"그거야 소가 바로 코앞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 알려지지 않은 낙농가의 삶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건 태어나서 한 번도 서본 적이 없는 송아지를 어떻게 대했는지에 대한 이야기,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현실이 담담하게 그려진 것이엇다.

 

"저도 아직까지 그게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잘 모르겟습니다. 선택해야 하는 갈등이나, 입장에 따라 그것이 '정의'가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는 부분이 말입니다. 하지만 선택하고 나면 그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릴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결정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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