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초콜릿 복근과 꿀벅지

예전의 "미남, 미녀" 수준에서 "섹시"의 강조로 넘어가다가 이제는 아예 "누구누구의 초콜릿 복근 공개", "누구누구 꿀벅지 과시" 같이 신체 부위별 감정 및 평가에 이르는 걸 보니 좀 무섭다. 이건 내가 두툼한 똥배에 짤막한 키, 원시인형 얼굴을 지녔기 때문만은 ... 때문이기도 하지만 ... 아무튼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TV없이 살고 있긴 하지만, 가끔씩 분식집에서라도 TV 쇼프로그램을 훔쳐보게 될 때면 어찌나 잘생기고 잘 빠진 사람들만 등장하는지 ... 일본만 해도 참 제멋대로 개성있게 생긴 분들이 자주 출연하는데, 한국에서는 웬만큼 잘생기고 예쁘지 않고서는 명함도 못 내밀 것 같다. 꼭 연예계가 아니더라도 길거리에 나서면 어찌 그리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넘쳐나는지 ... 외모가 달리면 밖에 나가기가 두려워질 정도다.

 

더 무서운 건 '부위별' 수준까지 나아간 외모의 지표들이 '건강' 담론과 접합되는 경우다. 초콜릿 복근이나 꿀벅지를 갖추지 못한 남녀들은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이들이 되고, 나아가서는 사회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한 이들이 된다. 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의 처절한 전쟁에 나선다.

 

이처럼 사람들을 자기 자신을 적으로 삼고 싸우게 만들면 죽는 날까지 승자와 패자는 없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스스로마저 적으로 삼는데, 옆 사람 또는 다른 누군가와 경쟁한다는 게 대수롭겠는가. 경쟁은 이미 내면화되었고, 개인의 내면 속에서도 복수의 자아들이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외모 신경 안 쓰고 좀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 없나? 당신의 마음가짐에 달렸다든지, 신경 안 쓰면 그만 아니냐라든지, 건강을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체형관리는 필요하다든지 하는 그런 되도않은 말들 말고 뭔가 다른 이야기가 있다면 듣고 싶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