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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마지막

이래서 진보넷 블로그가 무섭기도 하고 좋기도 한가보다. 어떤 블로거들의 눈에는 채식과 관련한 나름 열띤 논쟁이 그저 말싸움인 것처럼 비치기도 하는가 보지만 나는 마지막이라는 EM님의 글을 보고 있으니 괜시리 미소가 띄어졌다. 소중하고 좋은 문제제기라고 생각한다.

 

'냄새가 난다'는 표현을 사용했던 사람으로서...

 

그건 누군가의 말걸기를 넘겨짚거나 검열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채식가로 5년째 살면서 채식에 관한 질리도록 많은 비판을 들었었고 대부분 그런 비판의 요지는 '운동'이 아닌 '취향'으로 (여기서 말하는 운동과 취향은 EM님이 사용하시는 운동과 취향을 말하는 것이 아니예요. 채식가로서의 취향이 존중되는 것이 개인성의 확대이자 진보라는 EM님의 말씀에 동의. 여기서 말하는 취향과 운동은 지극히 개인적인 실천으로 별반 중요하지 않은 취향 VS 보다 상위의 거룩한(지송, -_-;; 제 한계이옵니다) 운동) 폄하하려는 시도였다. 지극히 부르주아적이고 적들에게 전혀 타격을 줄 수 없는 유약한 운동방식이다 등등. 처음 EM님의 글을 접했을 때 그런 느낌을 팍 받았었다. 채식가 특유의 예민함(혹은 맨날 비판받는 입장에서의 자격지심 -_-;;)이 그 안에 작동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운동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운동의 크기(혹은 선후, 혹은 권력관계, 혹은 헤게모니 -_-;; 역시 지송...)로 봤을 때 EM님의 의도가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충분히 그렇게 읽을 수 있는 맥락이 있다고 본다. 늘 먼저 말걸기를(많은 경우 돌을 던지는 시도를) 하는 쪽은 정해져 있다(있었다). 물론 EM님의 의도가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것은 알겠다. 훌륭한 말걸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비판의 맥락은 지금까지 내가 들었던 내용들과 본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생각이다.

 

내가 보기에 세상에서 인간이 하는 모든 운동은 어딘가 모순적이고 모두가 인정하고 긍정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진리란 없으며 조금씩 모자라고 조금씩은 허술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에 marishin님이 글 1번에 쓰셨던 내용도 모든 운동이 다들 그렇고 그런 것인데 왜 유독 채식에 관해서만 딴지를 거시나 라고 말했다기 보다는 인간이 하는 운동 모두가 그렇다는 것, 그것 자체가  당위이고, 그것 자체가 보편타당하다는 얘기라 생각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지송... -_-;;) 하기에 일정한 "보편타당성"을 기반으로 남에게 "강요"할 수 있어야 한다는 EM님의 생각은 나와 같은 운동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도 않는(혹은 일부에게만 존재하는) "보편타당성"을 향해 가도록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된다. marishin님이 사용하신 근본주의자 혹은 환원주의자라는 표현은 계급모순으로의 환원주의 혹은 근본주의가 아니라 그것이 계급이 됐건 무엇이 됐건 완벽한 운동을 상정해 두고 끊임없이 그것을 향해 가야 한다는 이런 운동의 경향성에 대한 비판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것도 아니라면 또 지송... -_-;;)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운동과 애초부터 다른 레일에 서 있는 분들과는 운동을 개념화하고 비판해서 더 나은 대안을 찾기가 힘들다.

 

기존의 운동에 대한 비판과 더 나은 대안을 위해서 나는 무엇보다도 개인성에 기반한 자유로운 사고와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운동에 대해 성찰하고 진지하게 고민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가를 가르칠 필요는 없다. 그것은 그 사람들의 몫이다. 토론이나 논쟁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사실 모두가 합의하는 결론을 내 본 기억이 없다. 나의 토론 능력이 딸리기 때문이라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아직도 그렇다고도 일면 생각하지만) 애초부터 다른 레일에 서 있는 사람들끼리는 어떤 결론에 도출하기 힘들다, 그런 토론은 무의미하다, 운동을 위해서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는 채식이란 실천을, 병역거부란 실천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이런 비협조, 불복종이라는 실천의 방식이 일반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법론적인 운동을 강조하는 방식이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지점이 없는지를 고민하고 성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운동의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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