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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20
    채식(2)
    오리-1
  2. 2007/02/20
    베트남에서 호강하기(3)
    오리-1

채식

진보넷 블로그에서 요즘 채식에 관한 논쟁이 한창인가보다.

처음 블질할 때의 그 열정이 요즘엔 많이 식은지라(그래서 아는 사람들의 몇몇 블로그만 가고 있다는... -_-;;) 꼼꼼히 그 논의를 따라가보지 못했다.

 

그래도 EM님의 글은 어딘가 냄새가 난다. 그것은 채식가들이 보통 느끼는 과도한 예민함일 수도 있겠지만 체질적으로 고기나 생선을 먹지 못하거나 건강상의 문제로 채식을 시작한 사람들이 아니라 나름 정치적인 이유로 고기나 생선을 멀리하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종종(아니 자주) 가해지는 그렇고 그런 비판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나는 EM님이 뭐하러 과도하게 그런 식으로 '운동'으로서의 채식과 '취향'으로서의 채식을 나누려고 열심인지 모르겠다. 물론 주변에 평택미군기지확장에 찬성하면서 채식을 열씨미 실천하는 분이 계셔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아는 채식가들은 먹는 것만 중요하고 다른 소비생활은 자본주의적으로 살아도 좋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분들은 없기 때문이다. 왜 하필 채식인가 왜 먹는 것 같고 그러느냐는 것으로 보이는 EM님의 글은 채식가들을 존중하신다는 여러 번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걍 애초에 이런 말걸기는 왜 하신 걸까 하는 고갯짓을 하게 만든다.

 

물론 채식을 한다고 모두 진보적인 것은 아니다. 자전거를 탄다고 모두 진보적이거나 좌파적인 것은 아니다. 충분한 비판이 필요한 것도 맞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채식이나 자전거타기 등으로 일상의 소소한 실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폄하해선 안된다. 내 보기엔 최대한 검소하게 살며 분리수거 열심히 하려고 하는 우리 엄마의 소박한 실천들이 집회장 맨 앞줄에 앉아계신 분들보다 훨씬 위대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채식을 하자"는 것과  "육식과 마찬가지로 마음껏 채식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것은 따로 갈 수 있는 구호가 아니다. 다만 전자의 경우 말로 떠든다고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스킬(?)들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주변에 채식가들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일상에서 소소하게 채식가들의 존재가 늘어가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나 또한도 내 주변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채식가들의 영향으로 육식과 환경에 관해 고민해 봐야 한다는 자극을 받게 되었고 실천하게 되었으니까.

 

에고... 걍 끄적거릴라 했는데 잡설이 길어졌다. 아래 링크는 예전에 한겨레21에 기고했던 채식에 관한 글이다. 또 그 호에 여러 가지 채식에 관한 소개가 되어 있어서 혹시나 해서...

 

http://h21.hani.co.kr/section-021003000/2006/04/0210030002006040406040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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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호강하기

파리에서 베트남으로 왔다. 1달 여의 잔차 여행이 꿈처럼 흘러간다. 오랜 잔차 여행에 심신이 지친 우리는 베트남 항공의 스탑오버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서 베트남 바닷가에서 죽치고 놀기로 했다. 베트남도 잔차로 여행을 다닌다지만 우리는 바닷가 한 곳에 걍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잔차를 패킹한 박스 그대로 공항 수하물 보관센터에 맡겼다. 물론 돈은 내야 한다. 그리고 택시로 호시민 시내로 이동했다. 젤 먼저 한 일은 환전.

 

>> 한국에서 미리 달러 TC를 준비해 갔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1000동에 대략 70원쯤 했던 것 같다. 그러니 그리 큰 돈을 바꾼 것도 아닌데 아주 지폐가 다발이다. @.@

 

그리고 은행에서 그리 멀지 않은 팜응우 라오라는 여행자 거리로 향했다. 버글거리는 도시보다는 바닷가를 선호했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 날 바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으면 탈 요량이었다. 다행히 밤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어서 그 때까지 밥도 먹고 거리 구경도 하면서 놀기로 했다.

 

>> 팜응우 라오 여행자 거리의 모습. 베트남엔 진짜 오토바이가 많다. 근데 이 오토바이들 완전 폭주족들이다. 우리는 처음에 이렇게 거리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들에 적응을 못해서 고생했는데 베트남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오토바이 사이를 유유히 걸어다녔다. 나름의 질서가 있겠고 큰 사고도 없다고 하니 함부로 넘들 사는 모습을 폄하하거나 할 생각은 없지만 정말 오토바이는 그 소음과 매연... 증말 뷁~이다.

 

>> 불교 국가인 베트남에는 채식식당이 많다. 우리는 론리에 소개된 채식식당 중 한 곳에 들어가서 몇 가지 음식을 시켰다. 모두 아주 맛이 좋았다.



저녁에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무이네 바닷가로 향했다. 호치민 시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해변이다. 여행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한적한 곳이란 론리의 설명이 우리의 행선지 결정을 도왔다. 호치민 시에서 무이네 바닷가까지는 채 300km가 안된다고 하는데 저녁 7시 경에 출발한 버스는 자정이 되서야 무이네 바닷가에 내렸다. 너무 늦은 시각이고 해서 대충 내린 곳 근처에 있는 숙소에서 하루를 자고 다음 날은 론리에서 봐둔 숙소로 이동을 했다.

 

>> Full Moon Beach라는 곳인데 여기서 우리는 일주일을 묵었다. 원래는 3~4일 경 있다가 호치민으로 다시 돌아가 메콩델타 투어를 하려고 했으나 숙소와 여기 바닷가의 분위기가 넘넘 맘에 들어 하루 종일 밥먹고 수영하고 술마시고 수다떨고 했다. 론리에도 소개되어 있는 곳이다. 별로 큰 규모의 숙소는 아니나 작은 수영장이 딸려있고 바로 옆이 바닷가라 운치있고 편리한 곳이다.

 

>> 우리가 묵은 방. 패밀리룸이다. 더블침대가 두개 있어 extra bed를 한 개 놓아주었다. 자그만 홈바, 화장대, 티테이블 등이 소박하게 놓여있는 곳이었다. 화장실이 오픈인 것이 에러였으나 그것두 나름대로 재미를 주었다. ^^*

 

>> 여기 숙소에서 먹었던 베지테리언용 식사들. 이 숙소 레스토랑에도 채식 메뉴가 따로 있었다. 역시 아주 맛남. 아침은 숙박비에 포함되어 나오고 점심과 저녁을 사먹었다. 아침은 부페식으로 나오고 주문을 하면 오믈렛이나 바나나팬케잌 등도 먹을 수 있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매일매일 좋아하는 물놀이를 하고 가람이가 준비해온 방수팩에 디카를 넣어서 수중촬영 놀이도 했다. 공도 구해다가 바닷가에서 공놀이도 했는데 그것도 잼있었다. 밤마다 맥주와 칵테일을 홀짝거리면서 수다떠는 것도 좋았다. 볕이 너무 뜨거울 때면 바닷가에 놓인 썬텐배드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다 졸기도 했다. 같이 여행간 친구들 사이에 친밀도도 더욱 높아졌다. 행복했다. 물론 찍어놓은 사진은 많으나 수영복 차림이 참으로 거시기 하여 패쓰~

 

>> 하루는 근처 유명하다는 모래언덕(Sand Dune)에 반나절 놀러갔다. 어떻게 이런 모래언덕이 생겼을까 싶을 정도로 희안한 곳이었는데 현지인들은 이 곳을 웨딩사진 찍는 장소로 많이들 활용한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도 마침 1쌍의 부부가 웨딩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저 모래언덕이 이런데 진짜 사막이었다면 기분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다.

 

>> 동아시아 쪽 나라들 관광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풍경을 여기서도 볼 수 있었다. 어린 꼬마에서부터 1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까지 모두 모래언덕에서 모래썰매(비료푸대)를 타라고 거의 강제로 사정을 하고 있다. 사진을 같이 찍어주고 돈을 달라고 한다. 안타겠다고 하면 끝까지 따라오면서 혼자 고즈넉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없게 만든다. 하도 사정을 하길래 썰매를 탔는데 생각지도 않은 큰 돈을 달라고 한다. 줄 수 없다고 하니 어떤 아이는 울고 어떤 소년은 불같이 화를 낸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슬픈 풍경이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이제 이번 여행의 막바지로 접어들려고 한다. 정겨웠던 무이네 해변을 뒤로 하고 우리는 출국하기 하루 전 날 호치민 시로 돌아왔다. 그래도 전쟁박물관 정도는 봐야하지 않을까 해서...

 

>> 팜응우 라오 지역 한 숙소에 짐을 풀고 우리는 전쟁박물관으로 향했다. 베트남 하면 씨클로인데 한 번 타보자 해서 숙소에서부터 전쟁기념관까지 씨클로를 이용해서 갔다. 걸어서 가도 그리 먼 거리는 아닌 듯.

 

>> 전쟁박물관의 전시물들. 베트남 전쟁의 잔혹성을 사진과 설치물들로 표현해 놓고 있었다. 미군의 잔혹한 전쟁 범죄와 피해자들의 끔찍한 사진이 아주 많았다. 단두대는 실제로 사용되던 것이라고 한다.

 

>>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만찬. 역시 채식요리들.

 

생전 처음 베트남이란 곳에 여행을 갔는데 이렇게 놀다와도 되는건가 싶었다. 다음 번엔 이런 관광지가 아니라 진짜 베트남의 모습을 보러 다시 오고 싶다.

 

이렇게 나와 친구들의 40일 간에 걸친 대장정은 끝이 났다. 글로 사진으로 다 쓰고 담지 못한 고민과 느낌들은 온전히 내 몫으로 남기겠다. 아무래도 총명탕을 지어먹어야겠다. 이제 보니 나이 먹으면서 내가 극복해야 할 것은 떨어져가는 체력이나 고집불통의 성격이나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아니라 아차 하는 건망증이란 맨날 뭔가를 흘리고 다니는 칠칠맞음이었던 것이었다. 뮌스터와 파리에서의 사고의 여파가 워낙 커서 이번 여행 베스트를 정리하긴 쉽지 않지만 좋은 친구들과 더욱 가까워진 것을 꼽고 싶다. 여행 중엔 서운하고 섭섭하고 징글징글 하다는 생각이 없진 않았으나 내 맘을 더 활짝 열어놓고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생긴 것 같아 기쁘다. 다음 여행은 또 어떤 모험이, 어떤 깨달음이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내 안에 쳐진 금 중의 하나인 혼자 여행하는 프로젝트도 조만간 호흡을 깊이 들여 마시고 실천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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