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보러가는 길이다.
그런데 난 매우 자유롭지 못하다.
뼛속까지 깊은 나의 빈곤감.
그 빈곤감은 나를 차갑고 메마른 구두쇠로 만들어버렸다.
물질적 풍족함이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내가 그에게 해 줄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해 줄 수 있으리라
나는 누구를 만나야 하나?
나는 가난한 이를 만나야 한다.
나처럼, 가난해서 늘 분노해야 하고
열등의식으로 똘똘뭉친 울화를 가져야 한다.
세상에 적대감을 느끼고 세상에 겁을 먹어
표범처럼 날카롭게 경계하는 눈빛을 지닌 맹수여야 한다.
나는 가난해서 누구를 사랑할 수가 없다.
철저하게 물질적으로 가난하기 때문에.
인간이란 아무리 반항해도 세계의 일부분이다.
조건부 사랑이란 얼마나 위대한 물질의 힘인가.
누구나 다 조건부 사랑을 하고 있다.
극구 부인하더라도. 그들은 행복할 것이다.
나도 행복하고 싶었다.
이제 나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이란 부르주아지들의 언어이다.

결국은 내탓이다.
내가 바다처럼 넓고 깊지 못해서
세상에 적대감을 갖지 때문이다.
내가 못났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이 싫다.

나는 세상이 지겹다.
내겐 자유가 없다.
나는 빈곤한 자로써 열등한 자로써 세상을 증오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3/06/25 15:14 2003/06/25 1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