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힘을 빌어

from 우울 2003/06/25 14:31
이 곳에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곳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외롭다.
이 곳에 온다는 것이 증명해 주는 것은 그것 뿐이다.
새벽 4시 46분,
외로움을 증명하고 있다.

의미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냐고 묻는다면
왜 그 무언가가 있지 않냐고 하고 싶지만
그 무언가는 없다고 다들 그러지 않는가

외로움의 농도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농도 이상인 경우에
누군가가 자신의 외로움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허용되는가

자기검열에 대해서

허용치를 한참 밑도는 외로움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는 것은
검열이 부족한 탓이다.

이 곳에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자기검열이 부족한 고토는 허용치 이하의 외로움에도 불구하고
익명의 힘을 빌어 외로움을 증명하고 있다.

혹은

살아있음을 인정받으려하는 것이다.
의미와 마찬가지로
내가 있다는 사실은 존재하지 않고
내가 있음을 증명하는 인간들만이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의미의 부재와 같은 현상히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누군가 내가 있음을 진실로 증명해주지 않는다면
너무나 외로운 것이다.

'그가 매혹적이었고, 웃었고,
양 한마리를 갖고 싶어했다는 것이
그가 이 세상에 있었던 증거야.
어떤 사람이 양을 갖고 싶어한다면
그건 그가 이 세상에 있다는 증거야.'

꺽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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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5 14:31 2003/06/25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