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메디

from 우울 2003/06/05 23:08
요새 좀 한가하다 보니 엄청 바빠졌다.
대체 한가한 꼴을 보지 못하는 개토인 것이다.
한동안 멀리 했던 술과도, 조금은 서먹하지만 가까워져가고
그동안 못만났던 친구들을 만나고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이것저것 들쑤시고 다니느라

원래는 좀 쉴 생각이었는데...
맘처럼 되지 않는 것이다.

덕분에, 입안이 온통 헐어 버렸다.
혀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특히
아랫입술 아래쪽 입안에 난 허연 구멍에는 자꾸 이가 닿아서
넘넘 아프다.
아프다....쩝.

세상은 넓고 할 일은 지인짜 많다...

아, 어쨌든 그와중에
현재는 사라졌지만 지난주에는 볼안쪽 입안에도 구멍이 있었다.
내 옆 자리에서 일하는 형아가
오라메디를 바르면 좋아진다고 했다.
순진한 나는 굉장히 무서웠지만
형아가 괜찮다고 했다.
분명히 이상한 맛이 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형아는 그렇게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평소에 그다지 자상하지 않던 형이
직접 오라메디를 손에 들고 발라주겠다고 했다.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ㅠ_ㅠ
.
.
.

그것은 풀이었다.
초등학교때 색종이 붙이는데 이용하던 그 풀을 잘 굳혀서
입안에 넣는 것이다.
나는 답답해서 질식할 것만 같았다.
입안에 끈적끈적하게 철썩 달라붙어서 잘 떼어지지도 않았다.
닦아내도 닦아내도...오라메디는 무슨 플라나리아처럼
계속 증식하는 것만 같았다.
찝찌름한 그 맛도 매우 싱거운 것이 플라나리아를 먹고 있는 것만 같았다.
무서웠다.
나는 오라메디가 싫어...

그래도 입안에 구멍은 사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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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05 23:08 2003/06/05 2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