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
6년쯤 전에,
은행은 우리에게(사실은 그에게) 알량한 천만원어치의 신용이 있다며
천만원을 빌려주었고
우리는 그 돈으로 신림동에 천에 삼십짜리 원룸을 빌려 한동안 살았다.
그가 회사를 한 2년쯤 다니고 나니 그 신용이 3천만원이 되어서
우리는 삼천에 삼십짜리 투룸을 빌러서 또 한동안 살았다.
지금 우리는 전세 8천쯤 되는 아파트에 사는데 4천은 신용이고
4천은 아파트 전세금이 담보로 걸린 돈이다.
우리는 처음에도 지금도 한푼도 없는데
이 신용의 규모는 회사 근속년수와 비례해서 커지고
살고 있는 공간도 그에 비례해서 커진다.
미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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