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from 우울 2004/08/03 17:22
어렸을때부터 잘 알고 있었던 거지만,
나는 그다지 강한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언제나 '나'에 대해서 생각하기에 바빠서
타인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무지하고
어떻게든 혼자 잘 살아남는데 대해서 고민한다.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던 나는 이제 사라졌지만,
내가 선택한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자 한다는 것이 달라졌을뿐
더욱 철저하게
타인에 대해 무관심해져가고 있다.

처음부터 다른 사람을 사랑했던 것이 아닌 것이다.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어서

대학 시절에는 오만하게도
모든 사람이 평등하므로
누구나 내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서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 말하면
나도 그를 사랑하는 척 했다.

내가 벽을 허무는 척 하면
사람들은 쉽게 내 편이 된다.
나는 진솔하게 말한다.
그러나 그 진솔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

원하지 않아도
말이 먼저 나를 앞선다.
나는 때로 나의 말이 두렵다.
말은 내 행동과 관계를 오랫동안 행해왔던 습관대로 만들어낸다.

그래서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이다.
'말하는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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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3 17:22 2004/08/03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