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만나다

from 우울 2004/08/06 12:52
동네 탄천에 어떻게 해서인지 스무마리쯤의 오리들이 살게 된 이후로
마음이 울적할때면 오리들을 보러가곤 한다.
탄천물가 작은 평지에 오리들이 모여앉아 털을 고르고
물을 마시고 수영도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오리들을 보러갔는데,
작은 고양이가 마치 사냥이라도 할 태세로 오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그마한 주제에, 배도 고파 보이는 녀석이
아마도 하루종일 오리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사냥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듯도 싶다.

사람이 부르면 다가오는 이녀석은
사람을 너무 잘 따른다.
손으로 안아올려도 발끝을 잘 오므리고 발톱을 절대 보이지 않는다.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멀리서 사람들이 뛰어오면 그들을 향해 뛰어가서는
괜스레 주변만 두리번거리다가 오리들쪽으로 되돌아왔다.

아무래도 불안해보여 집에 데리고 왔다.
들어오자마자 화장실 바닥의 물을 핥길래
물과 집에 있던 어묵을 주었더니 급해하지도 않고
얌전하고 우아하게 먹었다.
물을 아주 많이 먹었다.
적당히 먹고 나더니 제가 먼저 일어나서
쿠션위에 올라가 앉아 나를 부른다. 야옹...
내가 긁어주니 가릉가릉...
원래 제집이었던 양, 집안을 구석구석 뒤지지도 않고
소파에 자연스럽게 올라앉아서 털을 고르고
지금은 계단에 앉아서 자고 있다.

어찌하면 좋을까.......

다리가 길고 우아한 줄무늬를 가진 남자아이다.
정이 들까 무서워 이름도 아직 안주었는데
녀석은 많이 지친듯 늘어져서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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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6 12:52 2004/08/06 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