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메세지

from 우울 2009/05/19 12:38

일단은.

 

이 글에 메세지는 없다.

 

일단은 그렇다.

왜냐하면 나는 아무런 메세지도 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쟁과 기아에 대한 가슴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와 공포라던가 반대의 목소리같은 것,

보이지 않는 거대한 감옥으로써의 자본주의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내는 신랄하고 예리한 목소리같은 것을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내 안에는 그런 메세지가 들어있지 않았다.

 

물론 나에게도 관점은 있다.

 

핸들을 뽑아서 목에 끼워넣고  프로메테우스처럼 쇠사슬로 코카서스 바위에 묶어놓은 다음

매일 하루 동안 만마리쯤 되는 독수리들이 한번씩 경적을 누르고 가게 하고 싶을 만큼

자동차 경적을 울리는 사람이 싫다.

 

이정도의 소심하고 소극적인 관점은 메세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정도는 알고 있다.1)

 

무엇보다,

 

나는 실체로써의 인간들을 만날때마다

그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무 의미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서

그리고 사실은,

내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돌아오는 길의 나를 괴롭혀서

가능한 한 인간을 만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기 때문에

 

실체로써의 인간이 아닌 인간 존재로써의 인간을 상정하고 메세지를 전달하려하는 것은

너무 비겁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인간이 싫더라도, 싫은 인간이 하는 짓들을 똑같이 하고 있는 나일지라도

죽어버릴 수는 없으니 삶을 합리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더더욱 비겁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 수록, 내 안에 메세지는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디자이너가 되었다.

 

1)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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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9 12:38 2009/05/19 1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