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from 우울 2009/09/04 23:59

우울이구나....

오랫만에 블로그에 들어와서 글을 쓴다.

제목을 쓰고 카테고리를 설정하는데,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를 편히 늘어놓을 공간을

'우울'로 정해놓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밖에 나가서는 또 허풍을 늘어놓았다.

나는 누구든 만나면 말이 많아진다.

똑똑해보이려고 그러는 거다.

똑똑해 보이면 예쁘게도 보인다는 걸 바닥 저편으로부터 알고 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좋아한다.

밖에서 나는 재능있고 똑똑한데 욕심없고 관심가는 사람이다.

 

나는 그럴때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노는 물은 수준이 낮구나.

 

나는 별로 똑똑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고 게으른데다가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밖에 나가면 그런 척 하느라 애쓰고는, 집에 돌아와 후회하고 또 후회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정말 내게 속는 걸까? 하고 생각하면 정말 사람들이 별게 아니구나 싶다.

 

담배를 한동안 안피웠는데, 또 잔뜩 피우고 말았다.

담배라도 피우지 않고는 사람들 앞에서의 내 위선을 참아내는 게 힘들다.

아침내내 머리가 아파서 2시까지 자고

오후에는 폐인처럼 책을 읽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나의 소소한 일상을 어디선가 조금 보고 사서 읽게 되었는데

띠지에 적힌 글이 '환상'이었고 책은 좀 지겨웠다.

삼분의 일쯤 남았으니 마저 읽고 자야겠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박민규의 소설을 읽었는데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대체 못생겼다는 게 뭔가 하고 궁금했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을 한 권 읽었고,

네이버 웹툰에서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게이 관련 만화를 정주행했다.

서점에서 좀 읽다가 필요할 것 같아서 산 철학 입문서를 펼쳤는데 그다지 내키지 않아 엎어두고

이딴 시시껄렁한 걸 쓰고 있다.

요즘 책에는 전부 띠지가 붙어있다. 띠지는 천박하다.

모든 책을, 거대한 파마머리에 파란 원피스 수영복차림의 미스코리아처럼 보이게 만든다.

 

해야할 일들이 있는데 안하고 있다.

나는 꼭 그런다.

민폐다. 이래서 사람들과 관계된 일을 하면 안된다.

책임감이라고는 눈꼽만큼 찾아볼래도 없다.

 

양가죽을 털째로 벗겨서 만든 어그부츠를 샀다.

추위를 극심하게 타는 나로써는 겨울철 필수품인데

이딴 변명들로 하루하루를 연명해나가야 하는 걸까 싶다.

 

책을 내주겠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하고싶었던 마음이 풀썩 식어버렸다.

기획하고 있던 것들이 모두 허접하게 느껴졌다.

 

내가 싫어졌다.

 

왜인거지?

 

무서운건가?

내맘대로 할 수 없게 될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조낸 작은 구속도 나는 끔찍하게 거대하게 느껴버리고 만다.

 

그래서 그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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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4 23:59 2009/09/04 23:59